<일요초대석> '홍삼 외길' 김명범 진삼가 대표

“진짜 홍삼 드셔보셨나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진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모든 게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우직하게 외길을 걷는 사람들이 외면 받는 시대다. 하지만 진짜의 가치는 주머니 속 송곳처럼 언젠가는 드러나게 돼있는 법이다. 참 진(眞), 홍삼 삼(蔘), 집 가(家). 진짜 홍삼을 만드는 회사, 진삼가 대표 김명범씨를 만났다.

지난달 31일 서울에는 억수 같은 비가 내렸다. 김명범 진삼가 대표는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사무실에 들어섰다. 큰 비에도 불구하고 ‘진삼가’의 신제품과 관련 자료로 가득 찬 쇼핑백은 물기 하나 없이 깨끗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KTX로 한달음에 달려온 그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진짜 홍삼’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질 높이고

진삼가는 부산에 본점을 둔 홍삼 전문 생산기업이다. 29년간 초정밀 전자‧전기 컨트롤러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전자동 9증9포 홍삼증숙기와 추출기를 개발했다. 그 결과 기존의 홍삼 제품과 비교해 5배 이상 높은 진세노사이드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진세노사이드는 인삼에 들어있는 사포닌을 통칭하는 단어다. 사포닌의 어원은 라틴어의 ‘sapo(비누)’에서 유래됐다. 비누가 거품으로 이물질을 씻어내듯이 홍삼의 사포닌 역시 우리 몸의 노폐물을 깨끗이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조선 왕 가운데 가장 장수한 영조나 89세까지 산 청나라 건륭제 등은 인삼을 평생 복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삼 제품 중에서도 건강기능식품은 면역력 증진, 피로 개선, 기억력 개선, 항산화에 도움을 준다. 갱년기 여성에게도 홍삼은 일종의 ‘특효약’으로 여겨진다. 실제 홍삼의 효능은 더 이상 말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다. 부모님 명절 선물 1순위로 꼽힐 만큼 대중에게 익숙하다. 


그렇다 보니 국내 홍삼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점유율 70% 이상의 정관장은 물론 알만한 대기업도 홍삼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진삼가는 이들 틈바구니에서 지방 중소기업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더 좋은 홍삼 제품에 대한 끝없는 연구와 열정이 지금의 진삼가를 만들었다.

부산 거점 지방 향토기업
9번 찌고 9번 말리는 기술

진삼가의 홍삼 제품이 시중 다른 제품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정성’이다. 진삼가는 인삼을 9번 찌고 9번 말리는 9증9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인삼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저온에서 찌고 말리는 작업을 9번 반복해 유효성분을 모두 살려 홍삼으로 만든다. 사람이 한다면 45일에서 최장 6개월이 걸리는 작업이다. 

“조선시대에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가는 나물까지 다 9증9포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삼은 땅에서 6년 자라는 동안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공격을 막기 위한 내성을 갖고 있습니다. 9증9포를 통해 이 부분을 중화하는 것입니다. 고온에서 1번 찌고 1번 말리는 1증1포 방식에서는 진세노사이드가 다 파괴됩니다.”

진삼가는 수년간 100억원에 가까운 연구비를 투입한 끝에 전자동 9증9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인삼을 9번 찌고, 9번을 말리는 과정에서 변수가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려 5만 가지에 이른다. 1번 찔 때 시간과 온도의 변수, 또 1번 말릴 때 시간과 온도의 변수 등을 반복 작업을 통해 체크해야 한다.

진삼가는 0.1도까지 조절하는 초정밀 온도제어를 통해 가장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찾아냈다.


가격은 시중 제품과 큰 차이 없이 유효 성분은 5배에서 최대 12배까지 높은 ‘진짜 홍삼’이 탄생한 배경이다. 김 대표는 “실제 비교 시음을 해보면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 양주-맥주 정도의 차이를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식약처 산하기관을 통해 유효성분 수치를 검증받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삼가는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만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제품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고려인삼’이라는 우리나라 고유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알리겠다는 포부다. ‘인삼 종주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우리나라 제품의 해외시장 점유율은 3~4%에 불과하다. 유럽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중동 지역의 로열패밀리들이 홍삼을 최고 진상품으로 여기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시장을 다 빼앗긴 셈이다. 

다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난해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말리 등에서 50억원 규모의 수주를 받게 돼 진행했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물거품이 됐다. 베트남에 매장을 오픈하려던 계획도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황이다.

금빛 자개·사신도로 감싸 
99세트 한정판 추석 선물로

하지만 김 대표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코로나19로 해외 진출이 주춤한 사이 제품의 질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그래서 탄생한 게 ‘홍삼계의 에르메스’ 무가지보99 한정판 제품이다. 무가지보는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보물이라는 뜻으로, 왕에게 헌상할 때 쓰던 단어다. 인삼 중에 최고로 치는 풍기 지역의 삼을 진삼가의 13종 특허 기술력으로 가공해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개발했다. 재료의 희소성 등 때문에 총 99세트만 제작된 상태다. 

압권은 이 제품의 포장이다. 김 대표는 “좋은 재료는 좋은 그릇에 담아야 한다”는 철학을 드러냈다. 명장이 만든 금빛 자개에 청우 선생이 2년에 걸쳐 그린 사신도(좌청룡·우백호·남주작·북현무) 그림이 더해졌다. 제품 개발부터 포장에 이르기까지 총 3년의 작업 시간이 들어간 무가지보99는 이번 추석 때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싱가포르 최대 제비집 요리 회사와의 컬래버도 진행 중이다. 제비집 요리는 중국 최고 요리 중 하나인데, 이를 뜨거운 물만 부으면 차처럼 마실 수 있도록 한 제품을 개발했다. VIP 선물용으로 들어가는 제품에 진삼가의 홍삼 스틱이 공급되는 것이다. 시중의 제품들을 가지고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진삼가의 제품이 선정됐다.

진삼가는 2018년 김 대표가 회사를 완전히 인수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제품의 질 향상에만 몰두했던 과거와 달리 제품 개발과 포장 기술, 해외시장 진출 등 여러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한 사세 확장 과정에 돌입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결국 제품에 대한 ‘진정성’ ‘진심’을 가장 첫손에 꼽았다. 

진삼가 홈페이지에는 ‘진삼가의 본질’이라고 해서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줍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일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인터뷰 말미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하면서 힘줘 말했다.

진정성 승부

“저희 제품은 기본적으로 먹거리와 관련돼있지 않습니까. 여기에 홍삼이 가지고 있는 약성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측면에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정직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선택에 있어 저희는 제품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끝까지 사람들의 건강을 이롭게 하고 옳은 일을 한다는 취지를 잊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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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