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홍삼 외길' 김명범 진삼가 대표

“진짜 홍삼 드셔보셨나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진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모든 게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우직하게 외길을 걷는 사람들이 외면 받는 시대다. 하지만 진짜의 가치는 주머니 속 송곳처럼 언젠가는 드러나게 돼있는 법이다. 참 진(眞), 홍삼 삼(蔘), 집 가(家). 진짜 홍삼을 만드는 회사, 진삼가 대표 김명범씨를 만났다.

지난달 31일 서울에는 억수 같은 비가 내렸다. 김명범 진삼가 대표는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사무실에 들어섰다. 큰 비에도 불구하고 ‘진삼가’의 신제품과 관련 자료로 가득 찬 쇼핑백은 물기 하나 없이 깨끗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KTX로 한달음에 달려온 그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진짜 홍삼’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질 높이고

진삼가는 부산에 본점을 둔 홍삼 전문 생산기업이다. 29년간 초정밀 전자‧전기 컨트롤러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전자동 9증9포 홍삼증숙기와 추출기를 개발했다. 그 결과 기존의 홍삼 제품과 비교해 5배 이상 높은 진세노사이드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진세노사이드는 인삼에 들어있는 사포닌을 통칭하는 단어다. 사포닌의 어원은 라틴어의 ‘sapo(비누)’에서 유래됐다. 비누가 거품으로 이물질을 씻어내듯이 홍삼의 사포닌 역시 우리 몸의 노폐물을 깨끗이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조선 왕 가운데 가장 장수한 영조나 89세까지 산 청나라 건륭제 등은 인삼을 평생 복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삼 제품 중에서도 건강기능식품은 면역력 증진, 피로 개선, 기억력 개선, 항산화에 도움을 준다. 갱년기 여성에게도 홍삼은 일종의 ‘특효약’으로 여겨진다. 실제 홍삼의 효능은 더 이상 말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다. 부모님 명절 선물 1순위로 꼽힐 만큼 대중에게 익숙하다. 


그렇다 보니 국내 홍삼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점유율 70% 이상의 정관장은 물론 알만한 대기업도 홍삼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진삼가는 이들 틈바구니에서 지방 중소기업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더 좋은 홍삼 제품에 대한 끝없는 연구와 열정이 지금의 진삼가를 만들었다.

부산 거점 지방 향토기업
9번 찌고 9번 말리는 기술

진삼가의 홍삼 제품이 시중 다른 제품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정성’이다. 진삼가는 인삼을 9번 찌고 9번 말리는 9증9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인삼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저온에서 찌고 말리는 작업을 9번 반복해 유효성분을 모두 살려 홍삼으로 만든다. 사람이 한다면 45일에서 최장 6개월이 걸리는 작업이다. 

“조선시대에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가는 나물까지 다 9증9포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삼은 땅에서 6년 자라는 동안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공격을 막기 위한 내성을 갖고 있습니다. 9증9포를 통해 이 부분을 중화하는 것입니다. 고온에서 1번 찌고 1번 말리는 1증1포 방식에서는 진세노사이드가 다 파괴됩니다.”

진삼가는 수년간 100억원에 가까운 연구비를 투입한 끝에 전자동 9증9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인삼을 9번 찌고, 9번을 말리는 과정에서 변수가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려 5만 가지에 이른다. 1번 찔 때 시간과 온도의 변수, 또 1번 말릴 때 시간과 온도의 변수 등을 반복 작업을 통해 체크해야 한다.

진삼가는 0.1도까지 조절하는 초정밀 온도제어를 통해 가장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찾아냈다.


가격은 시중 제품과 큰 차이 없이 유효 성분은 5배에서 최대 12배까지 높은 ‘진짜 홍삼’이 탄생한 배경이다. 김 대표는 “실제 비교 시음을 해보면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 양주-맥주 정도의 차이를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식약처 산하기관을 통해 유효성분 수치를 검증받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삼가는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만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제품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고려인삼’이라는 우리나라 고유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알리겠다는 포부다. ‘인삼 종주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우리나라 제품의 해외시장 점유율은 3~4%에 불과하다. 유럽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중동 지역의 로열패밀리들이 홍삼을 최고 진상품으로 여기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시장을 다 빼앗긴 셈이다. 

다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난해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말리 등에서 50억원 규모의 수주를 받게 돼 진행했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물거품이 됐다. 베트남에 매장을 오픈하려던 계획도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황이다.

금빛 자개·사신도로 감싸 
99세트 한정판 추석 선물로

하지만 김 대표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코로나19로 해외 진출이 주춤한 사이 제품의 질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그래서 탄생한 게 ‘홍삼계의 에르메스’ 무가지보99 한정판 제품이다. 무가지보는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보물이라는 뜻으로, 왕에게 헌상할 때 쓰던 단어다. 인삼 중에 최고로 치는 풍기 지역의 삼을 진삼가의 13종 특허 기술력으로 가공해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개발했다. 재료의 희소성 등 때문에 총 99세트만 제작된 상태다. 

압권은 이 제품의 포장이다. 김 대표는 “좋은 재료는 좋은 그릇에 담아야 한다”는 철학을 드러냈다. 명장이 만든 금빛 자개에 청우 선생이 2년에 걸쳐 그린 사신도(좌청룡·우백호·남주작·북현무) 그림이 더해졌다. 제품 개발부터 포장에 이르기까지 총 3년의 작업 시간이 들어간 무가지보99는 이번 추석 때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싱가포르 최대 제비집 요리 회사와의 컬래버도 진행 중이다. 제비집 요리는 중국 최고 요리 중 하나인데, 이를 뜨거운 물만 부으면 차처럼 마실 수 있도록 한 제품을 개발했다. VIP 선물용으로 들어가는 제품에 진삼가의 홍삼 스틱이 공급되는 것이다. 시중의 제품들을 가지고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진삼가의 제품이 선정됐다.

진삼가는 2018년 김 대표가 회사를 완전히 인수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제품의 질 향상에만 몰두했던 과거와 달리 제품 개발과 포장 기술, 해외시장 진출 등 여러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한 사세 확장 과정에 돌입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결국 제품에 대한 ‘진정성’ ‘진심’을 가장 첫손에 꼽았다. 

진삼가 홈페이지에는 ‘진삼가의 본질’이라고 해서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줍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일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인터뷰 말미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하면서 힘줘 말했다.

진정성 승부

“저희 제품은 기본적으로 먹거리와 관련돼있지 않습니까. 여기에 홍삼이 가지고 있는 약성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측면에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정직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선택에 있어 저희는 제품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끝까지 사람들의 건강을 이롭게 하고 옳은 일을 한다는 취지를 잊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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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