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접수한 '아시안 히어로' 스토리

마동석·박서준, 어떻게 들어갔나?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미국 할리우드에 아시안 슈퍼 히어로의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의 마동석과 박서준을 비롯해 중국계 배우들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합류하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나 토르처럼 키 크고 잘생긴 백인들의 주무대였던 메이저 히어로 무비에서 매우 의미 있는 변화다.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으로 표현되는 ‘PC주의’ 거대한 물결이 히어로 무비도 변화시킨 셈이다. 

서양인의 눈에 비친 아시아인은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외모부터 못생기고 하찮았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주인공인 오드리 햅번을 귀찮게 하는 일본인 이웃 주민이 대표적이다. 

이해도 부족

이뿐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아시아에 대한 이해는 매우 부족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일부 작품에서 한국어를 연기하는 배우의 수준은 실소가 나올 정도다. 외국인들이 따라 하는 한국어는 제대로 발음하지도 못할뿐더러, 비문도 적지 않다.

유튜브에 조금만 찾아봐도 온몸을 굳게 만드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한국어 연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국경을 두고 첨예하게 대치 중인 남북한 관계를 몰랐는지, 영화 <007 언리미티드> 제작진은 남한 배우 차인표에게 북한 테러리스트를 연기해달라는 제안도 했었다. 그가 남북관계에 대한 묘사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배우 이병헌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에 출연했지만, 그 역시 악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애당초 할리우드 작품 중 아시안이 주연급으로 나올만한 작품도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병헌의 출연은 상당한 의미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2018년부터 큰 변화가 생겼다. 오랫동안 멸시받은 흑인의 이야기를 폭력과 비폭력의 대립으로 풀어낸 <블랙팬서>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여성 히어로를 앞세운 <캡틴 마블> 역시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 관심의 첫 번째 결과물은 마블의 새 히어로 무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다. 내달 1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마블 유니버스 네 번째 단계(Phase 4)의 세계관을 여는 첫 번째 작품이자, 아시안 슈퍼히어로가 최초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텐 링즈’의 힘으로 어둠의 세계를 지배해온 아버지와 암살자의 길을 거부한 히어로 샹치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그린다. 

예전만 하더라도 원본을 각색하거나 할리우드 배우를 분장하는 방법을 택했겠지만, 마블은 원작에 표현된 그대로 중국계 캐나다 배우인 리우를 캐스팅했다. 아울러 량차오웨이, 미셸 여 등 중국계 아시아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연출자도 동양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은 하와이 출신 일본계 미국인 데스틴 대니얼 크리튼 감독이다. 

11월 개봉 예정인 마블사 새 히어로 시리즈 <이터널스>에는 마동석이 길가메시 역으로 나온다. 수천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엔드 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인 데비언츠에게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시안 무비의 연이은 성공에 힘입어
‘비호감·빌런’ 변방에서 영웅이 되다


할리우드 최고의 톱스타 안젤리나 졸리를 비롯해 리처드 매든, 제마 챈 등이 출연한다. 특히 제마 챈은 전체 내레이션을 담당하는 만큼 비중이 큰 히어로로 여겨지는데, 마동석은 체마 챈 다음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마동석의 활약상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 작품의 연출자 역시 아시안인 중국계 클로이 자오 감독이다.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로 올해 골든글로브 감독상과 작품상을 휩쓸었다.

박서준은 영화 <캡틴 마블>의 속편 격인 <더 마블스>에 캐스팅됐다. 어떤 역할인지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국내 마블 팬들은 박서준이 맡을만한 캐릭터로 아마데우스 조를 점치고 있다. 아마데우스 조는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아시안 캐릭터 중 실제 코리안 아메리칸이다. 손꼽히는 두뇌의 소유자이자, 헐크 같은 힘을 지녔다.

마동석과 박서준이 맡은 배역은 예전처럼 비호감이거나 악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영웅적인 면이 강하다. 선의 영역에 국내 배우들이 침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이은 아시안 배우들의 슈퍼 히어로 발탁 배경에 PC주의 물결이 첫 번째로 꼽힌다. 차별받는 존재였던 흑인과 여성, 아시안이 점차 무대의 전면으로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 인기드라마 <브리저튼>을 비롯해 디즈니에서 제작 중인 <인어공주>와 <백설공주>의 타이틀 롤도 라틴계나 흑인이 차지했다.

지나치게 PC주의를 의식해 원작을 너무 파괴하다 못해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파격적인 캐스팅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 배우들의 미국 진출은 과열된 PC주의 덕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또 하나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통해 미국 내에서 아시안에 대한 높은 관심이 증명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2018년 개봉한 이 영화는 모든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도 동양인이었음에도, 2억3000만달러의 수익을 냈다. 총제작비는 3000만달러에 불과하다.

3주 동안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는 등 성과를 내면서 아시아 영화 제작에 대한 트리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가운데 한국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뜨겁다. 마블뿐 아니라 디즈니 작품 대다수가 국내에서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경험이 있어서다. 마블 히어로물은 물론 <겨울왕국> <알라딘>도 디즈니 영화다. 

또 한국 시장은 아시아 전역으로 향하는 허브와 같은 역할도 한다. 한류스타가 참여하고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콘텐츠는 통상 아시아 전역으로 수출된다. 반응도 대부분 좋은 편이다. 이 같은 효과를 누리기 위해 디즈니가 한국 및 한류스타 영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아시아의 허브

한 영화 관계자는 “K-무비나 K-드라마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심이 높다. 할리우드 내 아시아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고, 한국에 대한 평가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 배우와 연출자 기용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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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