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재벌' 권오일 대명화학 회장의 미친 존재감

직원들도 본 적 없는 은둔의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투자업계의 시선이 대명화학을 향하고 있다.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온 그간 행적이 로젠택배 인수를 계기로 재조명받는 모양새다. 이참에 오너에 대한 주목도 역시 높아졌다. 직원들조차 회장 얼굴을 모른다는 말이 나올 만큼 철저히 음지를 지향해온 인물인지라 궁금증이 더욱 커진 양상이다.

지난 7월 코웰패션은 종속회사인 씨에프인베스트먼트가 베어링PEA로부터 로젠택배 지분 100%를 3400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혔다. 씨에프인베스트먼트는 코웰패션이 로젠택배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씨에프인베스트먼트가 사들이는 로젠택배 주식은 총 1482만3496주, 취득 예정일은 오는 10월8일이다. 코웰패션 측은 로젠택배 인수를 온라인 경쟁력 강화 및 신규 사업 진출 차원이라고 언급했다.

드디어
팔렸다

코웰패션의 등장으로 인해 베어링PEA는 8년 만에 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2013년 미래에셋나이스PEF로부터 로젠택배 지분 전량을 1580억원에 사들였던 베어링PEA는 수차례 매각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2015년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시도한 경영권 매각 및 기업공개(IPO) 작업은 끝내 불발됐고, 2018년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CVC캐피털파트너스와의 협상은 막판에 최종 결렬됐다. 지난해에는 국내 PEF 운용사인 웰투시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매각 작업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또 한 번 계약 문턱에서 매각이 결렬되는 아픔을 겪었다.

투자업계에서는 코웰패션이 알짜매물을 품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로젠택배는 점유율 기준 국내 4위 택배회사인 데다,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하면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로젠택배는 지난해 매출 5128억원, 영업이익 29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6%, 24%가량 증가한 수치다.

로젠택배 인수는 홈쇼핑에 치중된 코웰패션의 판매 채널을 온라인, 모바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웰패션은 관계사로 모다아울렛, 온라인몰 패션플러스를 두고 있지만 수익의 80% 이상을 홈쇼핑에서 벌어들이는 구조다.

로젠택배의 전국 물류거점과 18개 모다아울렛 매장을 활용하면 중소기업, 이커머스 입점 업체 대상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3자 물류(3PL) 신사업 진출이 가능하다.

과감한 베팅
또 다른 계기

공교롭게도 로젠택배를 인수한 코웰패션 역시 수년 전 피인수된 경험이 있다. 코웰패션은 이순섭 회장이 2002년 설립한 비케이패션코리아에 뿌리를 둔 패션기업이다. 아디다스, 푸마, 캘빈클라인, 리복 등 글로벌 브랜드 의류를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국내에 유통하고 있다.

성장세를 이어가던 코웰패션을 2015년 대명화학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 무렵 대명화학은 코웰패션 지분 48.78%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코웰패션은 대명화학에 인수된 이후 본격적인 성공가도를 달렸다. 2015년 161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264억원으로 불어났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0억원에서 801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의 여파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5%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코웰패션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2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4% 늘어난 1209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았던 것은 다각화 전략이 빛을 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존 홈쇼핑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구축했던 코웰패션은 최근 자사 온라인몰 등 이커머스에 힘을 주고 있다. 

M&A로 키운 덩치…로젠택배 인수
안 보이는 곳에서 통큰 투자 진두지휘

코웰패션의 괄목할만한 성장세는 권오일 대명화학 회장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권 회장은 재계에서 ‘얼굴 없는 투자자’로 불린다. 외부에 공개된 증명사진조차 없을 뿐 아니라 직원조차 회장님 얼굴을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출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수장의 이 같은 성향으로 인해 코웰패션을 인수할 당시 대명화학에 대해서도 베일에 싸인 투자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었다.

권 회장은 개인 성향과는 별개로, 투자나 인수합병에서는 적극적인 행보를 나타냈다. 회계사 출신인 권 회장은 사업분야가 관련 있거나 시너지가 기대되는 기업을 줄줄이 인수했다.

초기 홈쇼핑 기업에 투자해 사업자금을 마련했고 2000년대 들어 창업투자회사 케이아이지(현 대명화학)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06년 삼성, LG 등에 전자기기용 콘덴서(전자회로에서 전하를 모으는 장치)를 공급하는 필코전자의 최대주주에 오른 데 이어 지분율을 꾸준히 늘렸다.

2008년 패션 브랜드 겟유즈드코리아, 케이브랜즈, 2009년 모다이노칩, 2010년 모다(모다아울렛)를 인수했고 투자사였던 코웰패션을 2015년 필코전자와 합병시켜 코스닥에 우회 상장시켰다.

조용하게∼
음지 지향

대명화학그룹은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 전략을 앞세워 지난해 말 기준 36곳의 법인으로 구성된 자산 2조원대 중견기업집단으로 탈바꿈했다. 물론 지배구조의 최상단에는 권 회장이 서 있다.

권 회장은 대명화학 지분 90.25%를 보유 중이며, 이를 통해 나머지 계열사를 간접 지배한다. 대명화학은 핵심 사업회사인 코웰패션(48.78%)과 모다이노칩(75.3%, 전자·유통업)의 최대주주다. 인쇄회로기판(PCB) 상장사 디에이피를 비롯해 대명화학베트남·페이퍼·잉크, 고려F&F, 오아이스튜디오 등 다수의 전자·화학계열사 역시 대명화학 휘하에 있다.

이로써 대명화학은 기존의 전자와 화학, 부동산 사업 부문은 물론 코웰패션과 패션플러스, 모다아울렛 등 의류 패션 사업에 이어 물류사업까지 거느리게 됐다. 제조에서 유통망까지 이르는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셈이다.

대명화학이 그룹 지배구조 상에서 중요한 위치라면, 코웰패션은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이유로 권 회장은 코웰패션을 앞세워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왔다. 미래가 유망하거나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코웰패션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거듭된
인수합병

그룹 내 코웰패션의 위상은 실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대명화학의 연결기준 매출은 1조3301억원, 순이익은 1037억원으로 순이익률은 7.8%로 집계됐다. 수익구조를 보면 코웰패션계열이 608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그룹 주력사란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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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만 아는 보수대연합

장동혁만 아는 보수대연합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방선거를 53일 앞두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자 일각에선 “장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 후 부정선거론을 제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장 대표가 취임 직후 구상했던 보수 대연합은 이미 무너졌다. 그의 구상은 왜 무너졌을까? 그리고 누가 그다음을 노리고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장 대표는 미국 국제공화연구소의 초청을 받았다. 원래는 지난 14일부터 2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초청 측의 요청으로 3일 앞당겨 출국했다. 누가 뭐래도 앞당긴 출국 장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세계의 자유를 지키는 최전선 워싱턴 DC로 출발했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코 외면할 수 없기에 나아간다”고 주장했다. 6·3 지방선거를 53일 앞둔 시점에서, 그것도 일정을 더 늘린 출국이었다. 그 스스로는 “6·3 지방선거는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는 거대한 전선이 될 것”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의 분열과 고통의 시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고, 위기의 대한민국 앞에서 우리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지난 1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너무 갑작스럽게 비밀스럽게 가셔서 명분을 모르겠다”며 “선거를 코앞에 앞둔 상황에서 공천도 마무리가 안 됐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지금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할 것은 선거가 어려운 상황에서 뛰어야 하는 후보들이 단 하루라도 낭비하지 않도록 후보를 빨리 결정지어 주는 일”이라며 “그걸 포기하고 미국에 간 것은 이번 선거가 이미 어렵게 된 마당에 포기하는 심정으로 차라리 다음에 어떤 정치적 행보를 위해서 지지층 결집을 목적하려고 간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지난 11일 경기 수원 방문 도중 기자들을 만나 “미국에 지방선거 표를 찍어줄 유권자가 있느냐”며 “리더가 이번 지방선거를 포기한 거 아니냐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런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이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9일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국제공화연구소의 중요한 목적·역할 중 하나는 각국 부정선거 감시”라며 “장 대표가 그에 대한 기법을 배우고 와서 지방선거 패배 후 부정선거 때문에 졌다고 얘기하려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윤희석 전 대변인도 같은 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비슷한 주장을 했다. 보다 못한 <조선일보>는 지난 10일 국제공화연구소 근무 경력이 있다는 익명의 워싱턴 DC 외교·안보 싱크탱크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개발도상국·후진국의 선거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부정을 감시하는 국제공화연구소를 단순히 부정선거론 연구기관으로 매도하는 것은 상당히 모욕적인 수사”라면서 장 대표를 두둔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8월 당 대표 당선 과정에서 대여 투쟁과 단일 대오를 강조했다. 선출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단일 대오로 뭉쳐 제대로 싸우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지금부터 단일 대오에서 이탈해 내부 총질하는 분들과 당론을 계속 어기는 분에 대해서는 결단하겠다”고 주장했다. 선거 앞두고 미국행…일각선 “부정선거론 배우러?” 극복 못 한 모순…당내 한 제외하고 당외 이와 연대? 이후 진행된 것은 한 전 대표·김 전 최고위원 제명과 배 의원 당원권 1년 정지 등 친한계 일원들에 대한 징계였다. 이들 중 배 의원은 법원에 징계 효력 정치 가처분을 신청했고, 지난달 인용돼 징계 효력에서 벗어났다. 친한계 구성원들은 다수의 방송 시사 프로그램에 활발하게 출연하면서 이익과 불이익을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 원외 인사들도 방송 출연을 통해 존재감을 유지하면서 이들의 의견을 왕성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장 대표 등 친한계가 아닌 국민의힘 인사들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의견을 밝히기 때문에 비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해 9월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면서 “방송에서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를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한 전 대표 대신 선택한 연대 시도 대상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였다. 지난 1월엔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공천 헌금 의혹·통일교 게이트 특검법 공동 추진을 합의했다. 지난달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여 투쟁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이 대표와의 연대를 통해 보수 대연합을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다수 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공조와 연대는 다르다”면서 선거 연대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도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서 징계를 받고 대표직에서 물러나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을 토대로 국민의힘에 대한 강한 반감을 유지하고 있다. 당내 경쟁자와의 투쟁을 위해 불미스럽게 당을 나간 외부 인사와의 연대를 추구하는 그림에 대해선 한동안 “모순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보수 대연합은 당내 갈등을 봉합한 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라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당선 과정에서 구 친윤(친 윤석열)계와 강경 보수 성향 윤 어게인 세력의 지원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장 대표의 구상을 확인할 수 있다. 장 대표는 친한계를 국민의힘에서 내보낸 후 구 친윤계·윤 어게인을 묶어 강경한 선명 보수 야당을 만들어 그 위에 군림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구 친윤계 중 상당수는 대구·경북·강원 등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통하는 지역 내 유지들과 밀착해 정치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어게인 세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면서,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했다. 두 세력에 대해선 “같은 ‘보수’라는 테두리 안에 있을 뿐, 성향이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구 친윤계는 언론 노출을 가급적 피하면서 지역구 관리에 공을 들이는 토착 보수 성향을 보인다. 반대로 윤 어게인 세력은 대규모 집회 개최·유튜브 활동 등 강경한 의견을 왕성하게 표현하는 것에 주력한다. 실패한 연대 이대로 포기? 아울러 구 친윤계는 윤 어게인 세력과 밀착하는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지난달 국민의힘 의원 전원 명의로 발표된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에도 참여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을 이미 지웠다. 반대로 전한길씨 등 윤 어게인 세력은 절윤 선언을 격렬하게 비판하면서 장 대표에 대해서도 독한 비난을 이어갔다. 장 대표로선 지난해 당 대표 선거 출마 이후부터 구상했던 “구 친윤계·윤 어게인을 묶는다”는 목표가 어긋난 것으로 보여질 여지가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지방선거 패배와 장 대표 체제 붕괴에 대비해 ‘포스트 장동혁’을 거론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친 후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포스트 장동혁에 도전할 수 있는 인사로는 ▲오세훈 서울시장 ▲한 전 대표 ▲신동욱 수석최고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달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공천 1차 마감 시한까지 신청하지 않았다. 이어 당의 인적 쇄신·절윤 선언 실천·혁신 선대위 설치 등을 요구하면서 장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다. 오 시장은 추가 공모 기간 내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이때까지도 “서울시장 출마가 아니라 장 대표 체제 붕괴 후 당권에 도전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아다녔다. 따라서 오 시장의 선거 당락을 떠나 그가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되지 않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하더라도 당 대표 출마 및 당선 후 겸직을 막을 법적 제한은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4일 전입신고를 하는 등 부산 북갑에서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전재수 의원은 이곳에서 3선을 했고, 현재 부산 내 유일한 민주당 의원이다. 한 전 대표가 이곳에서 당선돼 민주당의 부산 내 근거지를 소멸하면 국민의힘에 복귀해 다시 당권·대권에 도전할 명분이 붙는다. 신 최고위원에 대해선 지난해 12월부터 “포스트 장동혁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장 소장은 지난해 12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힘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로는 안 되겠다면서 신 최고위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고 주장했다. “구 친윤계로서는 오 시장도 구 친윤계와 성향이 다른 수도권 내 보수 성향 엘리트에 속해 부담스러워할 것이고, 오랫동안 갈등했던 한 전 대표는 말할 것도 없다”는 분석도 돌아다녔다. 신 최고위원에 대해선 한동안 서울시장 출마설도 돌았지만, 실제로 출마하지는 않았다. 3인방 행보는? 성향이 전혀 다른 세력을 조율하면서 그 수장으로 군림하는 데에는 ▲전략적 경계 설정 및 수용 ▲고도화된 소통 ▲정치적 영향력 행사 기술 ▲유연한 지도력 등 고난도 정치술이 필요하다. 이 정치술을 갖추고 세력 조율을 시도했던 대표적인 정치인은 조선 제22대 임금 정조였다. 효종·현종은 어느 한 세력이 일방적인 우위를 점하지 않는 방향으로 서인·남인의 당쟁을 관리했다. 하지만 2대 독자로서 강한 정통성과 고집 센 성격을 가졌던 숙종은 주기적으로 환국을 일으켜 한 세력에 일방적으로 정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왕권을 강화했다. 서인은 학문 방향·남인에 대한 대응 등 논점에서 의견이 엇갈려 노론·소론으로 갈라졌다. 영조가 즉위했을 때는 노론·소론의 당쟁이 극대화됐다. 이 때문에 소론·남인 강경파가 영조를 인정하지 못해 군사 반란을 일으킨 이인좌의 난이 발생했다. 이후 영조가 추진했던 탕평책은 노론·소론의 온건파만 조정에 남겨놔 균형을 유지하는 완론 탕평이었다. 이 때문에 종전엔 없던 탕평파라는 당파가 탄생했다. 이들은 영조의 완론 탕평에 협조해 살아남았다. 하지만 탕평파에는 영조의 사도세자 살해를 끝까지 막지 못했다는 정치적 약점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탕평파의 핵심이었던 사도세자의 처가 풍산 홍씨는 세손 정조의 정치 보복을 우려해야 했다. 정조의 즉위를 도왔던 세력은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의 처가 경주 김씨 가문이었다. 결국 영조의 완론 탕평은 유교에서 금기시하는 척신 정치로 나아갔다. 정조는 즉위 초엔 홍인한·정후겸 등 자신의 즉위를 방해한 세력의 핵심을 숙청한 후 측근 홍국영에게 전권을 맡겼다. 그러다가 홍국영이 과도한 권력욕을 드러내자 숙청한 후 영조와 정반대로 준론 탕평을 추진했다. 준론 탕평은 각 당파의 강경파를 전면에 내세워 당파마다 선명한 당론을 내세우게 한단 것이다. 이는 곧 “영조 이전의 정치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고, 각 당파에 스스로 생각하는 의리를 명확하게 밝히라고 요구하는 체제였다. 그들의 의리 중 무엇이 옳고 그른지 선택하는 심판 겸 절대자는 정조 자신이었다. 정조가 홍국영 숙청 이후 선택한 정국 관리 대리인은 소론 강경파 겸 시파였던 서명선이었다. 이어 그를 견제하기 위해 영조 대에 사실상 조정에서 사라졌던 남인을 조정에 편입시키려고 남인 영수 채제공에게 고위직을 부여했다. 아울러 자신의 스승이었던 김종수와 초강경파인 심환지 등 노론 벽파와 정민시 등 노론 시파도 조정에 공존시켰다. 각 당파의 수장들을 골고루 챙겨 자신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한 경쟁을 시킨 것이었다. 각 당파의 강경파만 엄선해 조정에 공존시켜야 했기 때문에, 정조의 갈등 조정 업무는 매우 많았다. 김종수는 이따금 갈등을 일으켰다. 정조는 매번 적당한 선에서 김종수를 처벌하면서 그 갈등을 무마했다. 정조도 김종수에 대해선 “위험에 직면하면 위험에서 건져주고, 거의 죽게 되면 죽음에서 구원해 줬다”고 말했다. 선거 패배하면 주목받을 ‘포스트 장’ 누구? 정조의 준론 탕평 갖가지 비결…누가 갖췄나? 서명선은 공개적으로 “저는 채제공과 의리상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고, 채제공이 역적이 아니면 저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명선은 이인좌의 난 이후 남인에 대한 감정이 격렬해진 소론 일각의 정서를 조정에서 공론화했다. 그런데 막상 서명선은 심환지로부터 탄핵당했다. 서명선이 영의정이 된 것에 심환지가 불만을 품은 것이었다. 그러자 정조는 크게 분노해 김종수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데 “내가 당신에게 상처를 줄까 봐 두렵다”면서 벽파를 ‘우리 벽패는’이라고 일컫는 등 심환지에게 수많은 밀지를 보냈던 사람은 정조였다. 심환지는 보는 즉시 태워 없애야 하는 밀지를 보관해 후세까지 전하게 했다. 이 밀지 모음이 ‘정조 어찰첩’이다. 정조는 심환지에게 밀지를 보내 정국 관리 구상을 밝히면서 심환지에게 구체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등 막후에서 ‘정국’이란 거대한 연극의 감독 겸 주연을 맡았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정조는 세자에게 양위한 후 스스로 정예부대로 육성했던 장용영을 데리고 수원 화성으로 물러앉아 조정을 감독하는 원격 통치를 구상했다. 정조가 정했던 시기는 1804년이었지만, 정조는 1800년 훙서했다. 정조가 구상했던 준론 탕평은 정조 말고는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정조는 할아버지의 극진한 총애를 받을 정도로 공부에 몰두해 즉위 후엔 스스로 성리학의 정통이자 스승을 자처했다. 이는 신하들이 임금을 가르치는 경연을 없애고, 임금이 신하를 가르치는 초계문신제를 채택한 것에서 확인된다. 아울러 서명선·김종수·정민시 등은 정조가 세손 시절부터 가까이 지내면서 사조직 동덕회를 조직할 정도로 측근이었다. 조정 내부엔 정조의 준론 탕평에 동조하는 시파가 있었고, 정조 어찰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벽파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조정 외곽엔 영남 남인 1만명이 연명해 정조의 사도세자 복권을 시도하고 정조의 준론 탕평에 호응하는 등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친위 무력 기반 장용영도 있었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밀지를 주고받으면서 막후에서 정국을 설계하면서 이끄는 부지런함까지 갖췄다. 꿈꾸는 잠룡들 과연 국민의힘은 서로 전혀 다른 구 친윤계·친한계·강경 보수를 모두 조율할 수 있는 수장을 배출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선 모두의 인정을 받는 월등한 실력과 부지런함을 갖춰야 한다. 장 대표가 지금이라도 이를 소화할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누군가가 나타날지, 보수 성향 유권자의 가슴은 타들어 가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