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누가 뭐래도 직진' 조광한 남양주시장

교통, 여가, 환경… 다 잡은 열혈 시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인터뷰 내내 머뭇거림이 없었다. 어떤 질문에든 거침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강한 추진력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시정 스타일과 닮은 모습이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남양주시청 시장실에서 조 시장을 만났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최근 ‘핫한’ 기초단체장 가운데 한 사람이다. 계곡 정비 사업 정책 원조 논란, 경기도 재난지원금 100% 지급 문제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남양주도시공사 감사실장 채용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사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최고위원회를 열어 조 시장에 대해 당무 정지 및 윤리심판원 회부 조치를 취했다. 

첫 선출직

민주당 남양주 당원 1000여명이 중앙당의 결정이 잘못됐다며 탄원서를 내고 조 시장 편에 섰다. 조 시장은 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 중이다. SNS 속 그의 글은 간결하면서도 날카로웠다. ‘정치탄압’ ‘국정 방해’ ‘야만성’ ‘폭력성’ ‘위법성’ ‘심판’ 등 단어 수위도 높았다.

“누군가 SNS에서 저에게 ‘정치하세요?’라고 물었어요. 그래서 ‘행정도 하고 정치도 합니다’라고 답했죠. 저는 30년 가까이 정치 현장에서 수많은 리더를 보고 국가 운영을 경험해왔습니다. 그런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걱정되는 앞날에 대한 제 소신을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제 생각을 지지하는 분들이 부정적으로 말하는 분보다 더 많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조 시장은 주변에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는지보다는 스스로 자신에게 떳떳한지에 관심을 쏟는다고 말했다. 옆에서 아무리 자신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워도 스스로 느끼기에 ‘사기꾼’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역설이다. 이런 생각은 조 시장에게 삶의 원동력이자 시정을 운영하는 길잡이가 됐다.


그의 정치 인생은 1991년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평화민주당의 3당 합당에 반대해 만들어진 이른바 ‘꼬마민주당’ 당직자로 시작됐다. 1992년 민주당 이기택 대표의 비서관을 지냈고, 1998년 김대중정부의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2003년 노무현정부에서는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및 부대변인으로 활동했다.

계곡·지원금 도지사와 갈등
여러 논란에도 꿋꿋한 행보

2012년 무소속으로 서울 동대문 갑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했다 떨어지는 등 조 시장은 선출직과는 인연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서 그는 6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남양주시장에 당선됐다. 이후 3년이 흘렀다. 

조 시장은 초선 시장으로서 보낸 지난 3년에 대해 “정말 열심히 후회 없이 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대중교통망 확충 ▲공간에 대한 새로운 창조 ▲환경 정화 등 시장 취임 후 중요하다고 여긴 부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입장이다.

특히 ‘남양주, 그린으로 달린다’라는 슬로건에 맞춰 쓰레기를 줄이고 도시를 청결하게 하는 데 시책과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교통망 확충은 남양주시민들의 숙원이었다. 남양주시는 서울 강남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에도 교통 편의성이 낮아 발전이 더뎠다. 경기 동북부 거점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남양주는 교통 부분에 있어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던 것.

조 시장은 취임 초부터 교통 문제 해결에 사활을 걸었다. 


그 결과 3기 신도시를 남양주 왕숙에 유치하는 동시에 GTX-B노선(인천 송도~서울역~청량리~남양주 마석)의 예비타당성조사를 2019년 8월 통과했다. 여기에 남양주시가 요구한 9호선 남양주 연장, 별내선(8호선)과 진접선(4호선) 단절구간 연결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됐다.  

도서관에 대한 개념도 싹 바꿔버렸다.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대출하고 반납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 삶의 일부가 되길 바란 조 시장의 철학이 반영됐다. 그는 “생각을 통해 사람은 변화한다. 생각하지 않으면 습관대로 살게 되고 발전은 없다. 남양주의 시민 문화가 도서관이라는 교양클럽을 통해 향상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남양주에는 공공도서관 13관, 작은도서관 95관 등 총 108관의 도서관이 존재한다. 지난해 5월22일 개관한 정약용 도서관은 전국에서 6번째(1만3000㎡)로 크고, 경기 북부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시청각 자료 1만4500점을 포함해 22만5000권에 달하는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정약용 도서관의 개관으로 남양주시민들의 문화공간이 한층 확충됐다는 평이 나온다.

계곡 정비 사업도 조 시장의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남양주시는 2018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하천 불법 정비와 하천 정원화 사업을 추진해 2019년 6월 계곡·하천의 불법 시설물을 완전히 철거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청학비치(현 청학밸리리조트)를 개장했다.

거침없는 행정 숨 가쁜 3년
“후회 없이 성실하게 했다”

조 시장은 “(이 과정에서) 16차례 이상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관련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강조했다.

남양주 시민들은 최근 남양주시에서 진행한 ‘시책 선호도’ 조사에서 ▲교통망 확충 ▲정약용 도서관 ▲계곡 정비 사업 등을 각각 1·3·4위로 선택했다. 2위는 ‘내 손에 남양주’ 어플리케이션으로, 시청에 휴대전화 번호를 등록하면 코로나19 현황이나 각종 혜택 등의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조 시장은 3년 동안 ‘인프라 구성’에 공을 들였다고 했다. 지원 대상에 따라 나뉘는 선별적 복지나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아이템에 따른 선택적 복지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교통망 확충, 문화·여가 공간 확대 등의 복지가 시민들의 실생활에 더 와닿는다는 주장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는 전체 복지 정책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비용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자가용을 이용하면 한 달에 60만원이 들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그보다 비용이 줄어들죠.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내가 사는 곳 주변에 있으면 멀리까지 나가지 않아도 됩니다.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조 시장은 ‘남양주에 철도교통 시대를 열겠다’ ‘상수원 보호구역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 등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두 가지 정책을 무리 없이 수행했다고 자평하면서도 경춘선과 분당선을 직결 연결하겠다는 공약을 이루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가시적인 성과 외에도 시청 조직의 효용성과 효율성을 높이는데도 노력했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다 이뤘다

조 시장은 남은 임기 1년 동안 새로운 정책을 시작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온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맡았던 공직, 보직 중에서 남양주시장만큼은 가장 열심히 또 성실하게 후회를 남기지 않을 만큼 열정을 쏟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자신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그들의 몫으로 남겼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광한 시장의 지도자론

조광한 시장은 오는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저서 <선거실패, 국가실패- 나의 꿈, 强國富民(강국부민)> 출판기념회를 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지도자의 덕목, 포퓰리즘의 위험성 등 자신의 SNS에 연재한 글 20편을 모았다. 

조 시장은 “1231년 몽골의 침입 이후 1945년 나라를 되찾을 때까지 대한민국은 700년 동안 외세의 발 아래 짓밟히며 살아왔다”며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를 잘못 뽑았기 때문에 그런 고난을 겪어온 것이다. 국민들이 잘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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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