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더 커질 세계관의 징검다리 ‘방법:재차의’

‘스토리 마스터’ 연상호의 의미 있는 도전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같은 주제의 내용으로 웹툰, 만화, 드라마, 영화로 상품화하는 것을 두고 크로스오버라고 한다. 처음에는 음악에서만 사용되는 용어였는데, 뮤지컬·연극·무용 등을 혼합한 공연이나 TV·통신·컴퓨터 등 미디어의 통합 추진도 이같이 부른다. 마블사가 이미 영화에 등장시킨 스파이더맨을 OTT 드라마로 변주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이런 도전이 전무했다. 영화 <방법:재차의>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IT기업 포레스트의 회장이자, 무속신을 모시는 주술사 진종현(성동일 분)은 대규모 살인을 저지르려다 방법사 백소진(정지소 분)에게 제거된다. 소진은 진종현의 혼령을 자신의 몸에 결박하고 홀연히 사라진다. tvN <방법> 마지막회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도시탐정

악령을 통해 자신에게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을 죽여온 진 회장의 뒤를 쫓던 임진희(엄지원 분)와 소진은 진종현이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할 때 급소를 친다. 목숨을 걸고 싸운 사투였다. 

승리를 통해 악에서 벗어났지만, 내상이 작지 않았다. 진종현의 혼령을 컨트롤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소진은 정체불명의 곳으로 떠났다. 그 사이 진희는 신문사를 나와 방법과 관련한 책을 집필하고, 유튜브 보도 채널 ‘도시탐정’을 개설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은 방법을 믿지 않는다. 진희를 캐스팅한 라디오 DJ는 진희의 논리를 무시하기 급급하다. 그러던 중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나는 살인자다. 임진희 기자와 인터뷰하겠다.”


인터뷰하기로 주어진 시간과 장소에 살인자가 정확히 나타났다. 그리고 살인을 예고한다. 승일제약의 이사와 부장, 회장을 이틀 단위로 죽이겠다는 것. 변승일(전국환 분) 회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지 않으면 모두 죽이겠다고도 했다. 

이사가 죽기로 한 날 경찰특공대는 이사를 보호하지만, 무용지물이다. 주술사의 조종을 받은 ‘재차의’ 군단을 막을 수 없다. 총을 쏴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죽이지 않는다. 죽이기로 예고한 인물만 죽이고 모두 흙이 된다. 

승일제약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진희와 경찰들은 그 뒤를 쫓는다. 승일제약에는 무시무시한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과연 그 끝은 어디일까.

영화 <방법:재차의>는 드라마 <방법>에서 확장된 세계관을 보인다. 시간도 무려 3년이 지났고,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제작진의 고민이 엿보이는 건 소진의 귀환이다.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소진을 진희 옆으로 불러들여야 하는데, 의미 있는 스토리와 그림으로 활용하고 싶었던 듯하다. 그렇게 설정한 것이 재차의로 인해 위기에 빠진 진희다. 

주술사와 주술사의 대립과 자연스러운 소진의 귀환, 새로운 형태의 빌런 등을 모두 구현해야 했던 제작진이 선택한 건 크로스오버다. 드라마로 서술하기엔 짧지만 굵직한 사건을 영화화해 세계관을 이어간 것이다. 현실적인 조건까지 감안하면 한국 영화사에 매우 의미 있는 도전이다. 

오컬트‧미스터리의 적절한 변주
‘시즌2’ 기대를 높이기엔 충분


오컬트 성향이 짙었던 드라마 <방법>에 비해 영화는 미스터리 성향이 강하다. 재차의 군단은 좀비의 형태를 띤다. 독창적이면서 현실성이 강한 드라마를 사랑했던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고서 <용재총화>에 나오는 전통 요괴 재차의에, 인도네시아 흑마술을 포개 새로운 괴생물체를 낸 점은 연상호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이 아니라면 누가 해낼 수 있을까. 후자의 긍정적인 의미가 단점을 상회한다.

주요 인물들은 더욱 성장했다. 작품의 화자인 진희는 내면적으로 매우 단단해졌다. 정의에 대한 확신이 섰으며, 더 진취적이다. 화자 역할이 대부분 밋밋하고 매력이 없는 데 반해 엄지원은 정보 전달을 명확히 하면서도 현실성을 부여하며, 능동적인 여성상을 구현한다.

덕분에 판타지스러운 다른 인물들의 매력이 살아난다. 

또 드라마에서는 답답함을 유발했던 진희의 남편 성준(정문성 분)은 유통성이 생겼으며, 능력은 있지만 깃털같이 가벼웠던 필성에겐 무게감이 생겼다. 인물을 비교해보는 것도 영화의 묘미다. 

중후반부에 강렬하게 등장한 소진은 방법사로서의 능력이 출중해졌다. 그전에는 사용하지 못했던 결계까지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 어린아이에서, 성숙한 소녀로 거듭났다. 

연출적인 면에서도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특히 주술을 당하는 개념의 재차의는 좀비보다는 느리지만, 그 안에서 특수한 규칙이 엿보인다. 오른쪽 손목이 잘리지 않으면 죽지 않는 설정으로 온몸을 내던지며 움직인다. 목적이 지정되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움직이는 설정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운전 능력이 있다는 설정으로 택시를 이용한 카체이싱은 흡입력이 상당하다. 주황색 차들이 일렬로 달리는 모습은 어딘가 그로테스크하다. 여러 면에서 볼거리가 다양하다. 

아쉬운 점은 악의 축에선 인물들이다. 특히 최종 빌런 변미영을 맡은 오윤아의 연기가 너무 평면적이다.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영화에서 지나치게 과잉된 연기를 한다. 작품이 가진 톤 앤 매너와 어긋난다. 배우를 잡아주지 못한 감독에게 책임이 더 있는 듯하다. 

다른 조연들도 너무 드라마 톤의 연기를 한다. 다소 힘을 빼고 현실적인 느낌을 준 영화적 연기가 필요했다. 

<방법:재차의>는 드라마 <방법>과 시즌2를 잇는 징검다리다. 드라마로 설명하면 늘어질 수 있는 부분을 영화를 통해 한 번에 함축했다. 더 넓어질 수 있는 세계관의 이음새로는 더할 나위가 없다.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 나오는 쿠키 영상은 앞으로 나올 드라마에 기대감을 급격히 높인다. 괜히 정감 가는 악이었던 천주봉(이중옥 분)이 중심이다. 

그로테스크


영화만 본 관객에겐 다소 진입장벽이 높을 수 있다.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보는 것이 영화를 즐기기엔 더 안성맞춤이다. 반대로 영화를 보고 드라마로 역주행한다면, 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세계관에 충분히 빠지지 않을까라는 예상도 든다. <방법:재차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스토리 마스터의 다음 행선지를 기대케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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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