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종착지는? '널뛰는' 이낙연 지지율의 비밀

다시 뜨는 ‘어대낙’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맹추격’이 시작됐다. 이 전 대표는 1년 전 여야를 막론한 독보적 1위였지만, 당 대표 취임 이후 하락세를 걸었다. 그랬던 그의 지지율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진행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18.1%로 이재명 경기도지사(26.9%)의 뒤를 이었다. 지난달 말 16.9%(이 전 대표 11.5%, 이 지사 28.4%)의 격차를 보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절반가량 격차가 줄어든 결과다.

반등에 성공
대세 굳히기?

이에 더해 야권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가상 대결에서도 우위를 점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이 전 대표는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모든 국민이 중산층 수준으로 살 수 있는 삶을 보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신복지 계획이다.

또 그는 출마 선언에서 민주당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민주당이 배출한 역대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할 의지를 보인 셈이다. 사실상 ‘민주당 적통 후보’임을 강조하려는 심산으로 읽힌다. 동시에 “상처받은 공정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현 정부와 차별화 의지를 담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예비경선을 거치면서 상승세를 탔다. 경선 과정 내내 정치인의 품격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특히 이 지사의 실수는 이 전 대표에게 기회가 됐다. ‘김 빠진 사이다’가 된 이 지사는 여권 경쟁자들에게 공세 수위를 조절했다. 하지만 여배우 스캔들을 두고는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말해 십자포화를 맞았다. 이 지사의 다혈질 성격으로 민심을 잃었다는 평가다.

이 전 대표의 안정감은 돋보였다. 경쟁 후보의 발언이 구설에 오르면서 반사이익을 본 셈이다.

아울러 친문(친 문재인) 지지층 역시 이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국정경험을 내세웠다. 친문 세력과 보폭을 좁히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반면 이 지사와 친문 세력의 앙금은 여전하다.

이재명 ‘실점’에 바닥 찍고 상승세
1년 전 여야 독보적 1위, 지금은 왜?

이 지사에게 거부감을 갖는 친문 지지자들이 이 전 대표를 차선으로 택해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계에서는 이 전 대표의 자신감이 올랐다는 평이 나온다. 이 전 대표 캠프 내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예비경선 토론을 통해 안정감이 입증된 만큼 남은 고비를 잘 헤쳐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 대표는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이다. 그는 전남 영광의 가난한 농부 집안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동아일보>에서 21년간 기자 생활을 했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 지사는 기자 생활 동안 김 전 대통령을 전담한 바 있다.

이 지사는 5선 국회의원, 도지사를 역임하며 승승장구하던 중 노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대변인을 맡았다. 문정부에선 초대 국무총리이자 최장수 총리를 지냈다. 신중함과 균형감각·안정감이 강점이다. 유창한 언변과 덕에 ‘사이다 총리’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21대 국회 입성 후에는 민주당 코로나국난극복위원장을 맡아 코로나19 대응을 지휘했다. 이후 8월 전당대회에서는 60%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슈퍼 여당의 수장에 올랐다.

어쩌다
까먹었나

이 전 대표의 탄탄대로는 계속됐다. 민주당 총선 압승 후 실시한 2020년 4월 말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40%를 돌파했다. 4개월 뒤인 8월에 당권을 거머쥘 때만 해도 여야를 막론한 1위였다 ‘어대낙(어차피 대세는 이낙연)’이라는 명성에 걸맞았다.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이 전 대표였다. 하지만 당 대표에 당선된 뒤 문정부 레임덕과 맞물려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부동산 문제, 코로나19 방역 미흡 대응 등에 대한 성난 민심을 쉽게 잠재우지 못했던 것.

당 대표직을 1년간 수행하면서 정치 지도자로서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의 측근은 “민심을 잘 읽어 다수가 납득할만한 결정을 이끌어내는 장점을 당 대표 시절에 보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 전 대표의 강점은 위기 상황에서 약점이 됐다. 그의 ‘엄·근·진’(엄중·근엄·진지) 모습은 신속한 결단을 방해했다. “상황을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는 어록이 남을 정도였다. 과도한 신중함은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됐다.

미지근함은 민심의 신뢰를 얻지 못했고, ‘고구마 정치’라는 혹평이 잇따랐다.

언행으로 인한 논란도 있었다. “남자는 엄마가 되는 경험을 하지 못해 나이 먹어도 철이 없다”는 발언이 화근이 됐다. ‘말에 강한’ 이 전 대표에게 특히 치명타였다. “철도 안 들었는데 왜 대선에 나오느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알려진 후  피해자를 ‘피해 고소인’으로 칭해 비판을 받았다.

특히 올해 초 이 전 대표의 사면론 거론은 ‘역대급 실책’으로 꼽힌다. 거론 이후 친문 지지자들의 집중 공격이 이어졌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 뜻과 촛불의 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지지율 급락을 막지 못했다.


엄근진
악수로

이 전 대표에게 이렇다 할 ‘세력’이 없는 점 역시 큰 한계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경선을 돕고 있는 캠프는 크게 친문, 호남, 언론으로 나뉜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진짜 ‘동지’는 전무하다는 게 정계 중론이다. 이 전 대표는 의원 시절에도 측근을 두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양정철·노영민 등과 같은 ‘수족’이 있었던 것과 상반된다. 당 대표 임기 중 단기간에 ‘자기 편’을 만드려다 보니 삐걱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4·7 재보궐선거에 참패 이후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당의 선거를 이끌었던 만큼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당 대표 시절 당헌·당규를 개정해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한 책임도 받고 있다.

방침을 뒤집은 것이 악수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이 전 대표는 ‘반이재명 연대’의 구심점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로 꼽힌다. 1위 주자 견제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 전 대표는 ‘2인자’ 이미지 탈피가 급선무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세균 전 총리와 단일화를 이루는 것이 타개책으로 제시된다. 현재 당원 기반을 보면 이 전 대표는 전남 지지층이 특히 두텁다. 하지만 ‘이재명만이 윤석열을 이길 수 있다’는 시각이 팽배해지면 이 전 대표의 이탈표가 급증할 수 있다.

이 전 대표 자신의 독자적 지지층을 확보하지 않는 한 ‘반이재명’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것.

사면론 결정타…당 대표 리더십 도마
일시적인 현상? ‘명낙대전’ 승자는?

이미 두 유력 주자간 이른바 ‘명낙대전’은 불이 붙은 양상이다. 앞서 정운현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은 “대통령 부인은 공인인데 검증할 필요가 없다니. 혹시 ‘혜경궁 김씨’ 건과 본인의 논문 표절 건으로 불똥이 튀는 걸 우려하는 건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는 ‘결혼하기 전에 벌어진 일은 후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 지사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이 지사 역시 반격했다. 이 지사는 “나한테 가족 검증을 막으려는 거냐고 한 분이 진짜로 측근 또는 가족 얘기가 많지 않느냐. 본인을 되돌아봐야지 문제없는 저를 공격하면 되겠냐”고 이 전 대표를 정면으로 겨눴다. ‘옵티머스’ 연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전 대표 측근 등을 시사한 셈이다.

이 전 대표도 바로 응수에 나섰다. 이 지사를 겨냥해 “생각보다 참을성이 약하시다. (저의)지지율이 조금 올라간다고 그걸 못참고 벌써 그러시나”고 쏴붙였다.

이 전 대표는 현재 반등세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친문 여성 지지자들이 ‘NY(낙연) 재결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유튜브 ‘이낙연TV’ 구독자가 며칠 새 급증해 10만명을 돌파했다. 여성 전용 온라인 카페 회원들 중 이낙연 지지 뜻을 굳힌 사람들이 꽤 있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 지사 선두를 쉽게 꺾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엠브레인퍼블릭외 3개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결과 이 지사(27%), 윤 전 총장(21%), 이 전 대표(10%) 등 1~3위가 큰 폭의 변화 없이 그대로였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의 지지율 반등이 ‘일시적 바람’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두 차례 여론조사 결과로 예단할 수 없다는 것.

2인자
돌파구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에 대한 공격이 많아지면서 이 전 대표가 후보가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향후 이 전 대표에 대한 견제가 집중되면 이 추이가 그대로 계속될지는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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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