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적대적 공생관계 내막

적의 적은 동지…숙명의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여야 대권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립각이 점점 선명해지는 양상이다.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가면서 서로를 키우고 있는 그림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들은 여야에서 각각 ‘압도적 1위를 기록하면서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 지사라는 막강한 주자가 있고, 야권의 대항마인 윤 전 총장이 그를 추격하는 형국이다.

대항마 추격
의도된 충돌?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진행한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 이 지사는 32.4%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경선 예비후보 중 1위다. 보수 야권 주자들 중에서는 윤 전 총장이 33.2%로 1위를 지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지사는 지난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서 풀려나 기사회생했다. 사법적 족쇄가 풀린 후 그는 여권 대선 후보들을 맹추격했다. 특히 코로나19 방역 선제조치, 재난기본소득 보편지급, 수술실 CCTV 도입 등으로 화끈한 행정력을 보였다는 평가다.

반면 윤 전 총장은 현 정권과 대립하면서 성장했다. ‘때리면 때릴수록’ 강해진 그는 보수 진영 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고 다시 세우겠다”며 대권에 도전한 상태다.


정계에서는 두 인물을 공생관계로 보고 있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공방이 계속될수록 타 후보들이 조명을 받지 못해서다. 필요에 따라 서로를 때리거나 옹호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관계가 된다는 이야기다. 

그간 정치권은 서로를 향한 적대적 에너지를 동력 삼아 지지층을 결집해왔다. 각 진영의 지지자들은 가장 ‘센 놈’에게 힘을 실어줬다. 따라 서로가 ‘지렛대’ 역할을 해줌으로서 집안 싸움에서 더 유리한 상황을 전개할 수 있는 셈. 

둘이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리스크 큰 여야 대권후보 ‘치고 박고’
‘​​​​센 놈’에 힘 실어주는 지지자들 동향

상대 후보의 지지율이 낮은 것도 좋지 않다. 만약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이 지사에게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사람이 해도 이길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니냐”는 기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서다.

따라 이들은 공세에 대한 수위를 조절할 전망이다. 두 인물 모두 당의 ‘성골’ 세력보다는 중도 민심의 지지를 받고 있다. 불필요한 공방을 벌일 경우 중도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 지지율이 동반 하락할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이 지사는 윤 전 총장과 관련된 언급을 자제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이 5·18과 관련된 메시지를 냈을 당시에도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당시 윤 전 총장은 5·18을 ‘살아있는 역사’라고 표현하면서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이 국민들 가슴 속에 활활 타오르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에서는 각종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5·18 정신을 들먹이기 전에 목숨을 건 저항과 함께하려는 대동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진심으로 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달리 이 지사는 “그 분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5·18에 대해서 나름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의 메시지에 대해서 난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민주당 분위기와 선을 그었다. 윤 전 총장 ‘때리기’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에게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그는 “그 분이 나름의 뚜렷한 원칙을 가지고 과거의 행위에 대해서 처벌하는 일을 원칙에 따라 잘하셨다. 그 점 때문에 우리 국민들께서 높이 평가하신다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둘의 분위기
달라진 양상

그런 둘의 분위기가 최근 달라지는 양상이다. 서로를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던 두 사람이 계속 충돌하고 있다. 수세 국면 탈출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사는 당내 경선에서 노골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대선 경선 열기가 점점 가열되면서 범친문계 후보들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아서다. 이 지사의 핵심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은 물론 여배우 스캔들도 재소환됐다.

윤 전 총장 역시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X파일’ 논란이 터졌고, 장모 최씨가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부인 김건희의 논문 연구 부정 의혹도 불거졌다. 김씨가 지난 2008년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논문에서 부정이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학위를 수여한 국민대는 사안이 엄중하며 특별 조사에 착수했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연달아 터지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이는 배경이다.

둘은 최근 팽팽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가치를 진영에서 인정받으려는 심산으로 읽힌다. 파열음의 발단은 역사관이다.

이 지사는 “대한민국이 (정부 수립 당시)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사실 그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았느냐”고 말한 데 대해 윤 전 총장이 “국정을 장악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다음 정권까지 노리고 있는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 누구를 대표하느냐”고 일침을 놓으면서다.

이후 이 지사는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는데 처음부터 구태 색깔 공세라니 참 아쉽다”고 재반박했다.

경쟁자 관심
흡수하는 효과


둘의 공방은 계속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색깔론, 이념 논쟁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면서도 “적어도 국가의 최고 공직자로서 국가의 중요한 것을 결정할 지위에 있거나 희망하는 분들이라면 그래도 현실적으로 실용적인 역사관과 세계관을 가지고 나라를 운영해야 한다”고 재차 이 지사를 겨냥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 사건을 거론했다. 이 지사는 “6년 전에는 기소도 안 됐던 분(최씨)이 이제야 구속된 과정에 윤 전 총장이 개입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며 “이번 논란이 누구의 장모냐보다 사무장 병원의 폐해를 밝히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셈이다.

일각에선 이를 ‘의도된 충돌’로 보고 있다. 서로를 때리면서 시선을 돌리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대선 1·2위 주자 간 직접 충돌이 정치권의 핫이슈가 되면서 이 지사에 대한 당내 경쟁자들의 견제가 주목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민주당 대선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활로를 뚫었다. 최근 이 지사의 기본소득 논쟁이 정체돼있는 상황에서 다른 이슈를 꺼낸 것. 여야의 유력 후보 간의 대결로 각자 진영 내의 다른 경쟁자들에게 돌아갈 관심을 두 사람이 흡수하는 효과를 본 셈이다.


민주당 강훈식 대선경선기획단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윤 전 총장이)가족 악재를 색깔론으로 터닝해서 공격하는 모양새”라며 “(시선을)밖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때리기로 국면 전환
시선 돌리기…시작된 공방

이 지사의 경우 앞으로 당내 입지가 좁은 만큼 이 구도를 활용할 공산이 크다. 형수 욕설 논란이나 여배우 스캔들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있다. 특히 친문과의 대립각은 이 지사에게 큰 약점이다.

당의 주류 세력인 강성 친문 지지자들은 이 지사에 대한 비토 감정이 짙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친문 세력이 이 지사를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일부 세력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선 레이스에서는 당내 주류인 친문 세력의 지지가 필요하다. 최근 이 지사는 친노·친문 진영 인사를 포용하며 외연 확장에 나섰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 여권 내부에서도 이 지사와 친문 세력과의 갈등이 봉합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되고 있다.

친문 세력과 이 지사의 갈등은 지난 2017년 대선 경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이루면서, 친문 세력과 감정의 골이 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후에 불거진 ‘혜경궁 김씨’ 사건은 치명타였다.

친문 진영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혜경궁 김씨라는 트위터의 계정 주인이 이 지사 아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경찰은 혜경궁 김씨가 이 지사의 아내 김씨가 맞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후 친문계에선 “이 지사가 거짓말을 했다”며 지사직 사퇴와 출당을 요구했다. 이후 검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친문 진영과 앙금은 여전히 가시질 않은 상태다.

사적문제?
이심전심?

두 사람의 공방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서로의 약점이 노출될 수도 있는 네거티브 공방이지만 당장은 양측 모두에게 얻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이 지사만 해도 ‘윤석열 때리기’로 당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또 상대의 맞수가 자신이라는 점을 진영 내부에 과시할 수 있다. 양강 대결구도가 형성되면 자신에 대한 일방적인 공세를 희석시키는 등 국면 전환을 시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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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