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요즘은 명함식이 잘나가요" 몰카 판매점 가보니…

“말만 하세요, 렌즈 심어드릴게∼”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한국 사회서 몰래 카메라(이하 몰카)를 활용한 불법 촬영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누구나 쉽게 몰카 구매가 가능한 것도 해당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일요시사>는 용산전자상가 몰카 판매점을 직접 다녀왔다.

용산역 3번 출구로 나와 연결된 다리를 건넌 뒤, 주차장을 지나면 나진상가 13동으로 바로 이어진다. 오래된 건물의 정면에는 입구를 가리키는 화살표와 함께 노란 바탕에 빨간 글씨로 몰래 카메라(이하 몰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필요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이 날아다.

제작도 가능

매장 관계자들은 서로 자기 매장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각 매장에는 수많은 장비들이 투명한 진열대에 전시돼있었는데 녹음기부터 시작해 디지털 카메라 렌즈, 위치 추적기 등의 물품들도 눈에 띄었다. 

몰카라는 큼직한 글씨가 쓰여 있는 매장 안으로 들어가 “몰카를 찾고 있다”고 하자 즉시 “잠깐 앉아서 이야기하자”며 자리를 권했다.

매장 관계자는 몰카를 구매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그는 절대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어필하면서 몇 가지 제품을 진열대에서 꺼내더니 “요즘 잘나가는 제품들”이라고 소개했다.


진열대 속의 안경 몰카, 시계 몰카 등의 가격을 묻자 “비싸기만 하고 너무 많이 알려진 구식”이라며 ‘USB 몰카’와 ‘명함 몰카’를 꺼내 보여줬다. 직접 책 사이에 명함 몰카를 끼우는 방식이라며 시범까지 보여줬다. 

해당 몰카들을 추천한 이유를 묻자 차 키 몰카의 경우 최근 많이 알려진 탓에 고객들이 잘 찾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을 권유하고 있다는 것. 또 최근 고객들의 구매 추세는 미처 몰카라고 상상하지 못한 물건들을 선호하는 편이라고도 했다. 

렌즈의 위치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가격대는 10만원부터 비싼 물건은 10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매장 관계자는 “국내 제작은 단가가 비싸 중국에서 들여오는 추세지만 중국 제품도 국내 제작 몰카와 퀄리티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가장 많이 추천받은 몰카는 렌즈 회전이 가능한 USB 몰카였다. 기존 몰카들은 렌즈가 고정돼 화각이 제한적이지만, 해당 제품은 렌즈를 돌려 원하는 구도로 찍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매장에서는 ‘화재경보기 몰카’를 추천했다. 이리저리 살펴봐도 실제 화재경보기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마찬가지로 구매 사유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매장 관계자는 “천장에 다는 몰카고 대놓고 드러내기 때문에 오히려 몰카라고 상상도 못한다”고 추천 이유를 말했다.

더 작은 몰카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자 이번엔 건너편 가게에서 TV 영상으로 원하는 모델을 골라 보라며 다양한 종류의 몰카를 보여줬다. 이 관계자는 판매 중인 몰카 종류만 해도 100가지가 넘는데 그중에서 작은 제품을 골라주겠다며 ‘단추 몰카’ ‘주사위 몰카’ 등을 권했다.


가격 따라 크기·모양 다양하게 판매
손가락 마디만한 초소형…맞춤형 제작

카탈로그에 상세한 제품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으니 참고하라며 해당 몰카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카탈로그에는 몰카의 화질과 사진촬영 기능, 단독 녹음도 가능하다는 내용이 기재돼있었다. 또 적외선 기능, 동작 시간, 동작 감지 등 몰카 스펙도 자세하게 나열됐다. 

심지어 파손을 제외하고 고장 시 A/S를 진행하고 있어 수리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카탈로그에 소개되지 않은 다른 몰카는 없느냐는 질문에 판매 관계자는 즉시 매장 구석으로 다가갔다. 

이후 구석에 숨겨진 조그만 박스 2개를 꺼내 보여줬는데 상자 속에는 초소형 렌즈와 배터리가 연결된 초소형 카메라 칩이 들어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해당 칩들은 작은 크기였다. 2개 중 좀 더 큰 칩은 명함, 보조 배터리 몰카 등에 들어가는 칩으로 배터리가 더 커 시간이 더 오래 간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보여준 칩은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큼 작은 사이즈의 칩이었다.

그러면서 몰래 카메라로 활용을 원하는 물건이 있냐고 물었다. 무슨 뜻인지 매장 관계자에게 묻자, 디자인이나 크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종종 고객들이 원하는 물건에 칩을 넣어 활용하는 걸 추천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칩을 넣을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무엇이든 몰카로 만들 수 있다. 만약 소형 카메라가 부착된 칩을 구매하면 제작 과정도 알려주겠다고도 했다.

매장 관계자는 “소형 카메라가 부착된 칩은 30만원에 구입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선뜻 구매를 결정하지 않자 “몰카 구입은 불법이 아니다”라며 지속적으로 구매를 유도했다. 현금 구매 시 가격을 깎아주겠다며 흥정도 했다. 

물론 몰카 구입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구매가 가능하다. 문제는 몰래 불법적으로 타인의 신체를 찍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소형화되는 등 제작 기술의 발달로 불법 촬영 등의 범죄를 저질러도 적발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는 카메라나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를 소유한 자가 이를 활용해 상대의 신체를 찍을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몰카 범죄를 국가 차원에서 나서 대대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25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변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처벌 약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지난달 발표한 한국 디지털성범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디지털성범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이해가 결여돼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 카메라로도 분류되는 초소형 카메라를 정부가 일괄적으로 관리한다면 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며 “불법 촬영물 관련 범죄에 대한 형량이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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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