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초월' 스파이 뺨치는 몰카의 시대

잡으면 작아지고 또 잡으면 더 작아지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기술의 진화는 일정 정도의 부작용과 맞닿아 있다. 첨단 기술을 이용한 범죄가 나날이 증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몰카(몰래 카메라) 범죄는 기술 발달에 따라 그 폐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 들키지 않기 위해, 적발되지 않기 위해 점점 더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 선수들의 화려한 모습 너머로 어두운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경우가 있다. 바로 도핑, 금지약물 복용이다. 도핑은 경기 성적을 조작하기 위해 금지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을 말한다. 도핑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선수들은 일시적으로 경기 능력을 높이기 위해 흥분제나 호르몬제 등의 약물을 먹는다. 공정성이 생명인 스포츠에서 일종의 ‘꼼수’를 쓰는 것이다.

찍혀도

문제는 반도핑 기술의 발달 속도가 도핑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 도핑 적발은 갑자기 경기력이 좋아진 선수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해 주변인의 폭로 등으로 확신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당시 경기에서는 도핑을 잡아내지 못하고 한참 후에야 사실이 드러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몰래 카메라(이하 몰카) 범죄도 도핑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적발하는 입장에서 몰카 범죄에 사용되는 기기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몰래 찍는 자와 적발하려는 자 사이에 쫓고 쫓기는 양상이 이어지면서 그 폐해는 심각한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피해자나 주변 사람이 몰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면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것. 


#1. A씨는 직장 상사에게 디지털 탁상시계를 선물 받았다. 침실에 시계를 뒀던 A씨는 께름칙한 기분에 그것을 옆으로 치워뒀다. 그러자 상사가 시계를 돌려 달라고 청해왔다. A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시계에 몰카가 장착돼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해당 상사는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2. B씨는 약 2㎝ 크기의 초소형 카메라를 발가락 사이에 끼우고 경기도 용인시 일대 음식점, 커피전문점 등에서 불특정 다수 여성의 신체 일부를 불법 촬영했다. 그는 얇은 양말에 슬리퍼를 신고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그의 행동에 수상함을 느낀 여성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잡혔다. 

안경·볼펜·단추형은 구식
흔하디 흔한 제품에 부착

#3. 배낭에 휴대폰을 끼우고 길거리에서 여성들을 몰래 촬영한 10대 C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C씨는 여성들을 따라가다가 이들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방향을 바꾸자 가방을 돌리며 그대로 걸어갔다. 여성들이 C씨에게 다가가 휴대폰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자 그 속에선 여러 여성들의 사진이 다수 나왔다.

#4. 지난해 부산 수영구에서 고화질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이 날아올랐다. D씨와 E씨는 아파트 주변에 드론을 띄워 애정행위를 하는 남녀들을 몰래 촬영했다. 경찰 확인 결과 드론에는 아파트 주민 10쌍의 사생활이 담겨있었다. D씨는 징역 8개월, E씨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몰카에 사용되는 기기는 이미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스파이 영화에서 봤던 안경·단추·볼펜형 몰카는 이미 구식이다. 그사이 많은 사람들이 필수품처럼 사용하고 있는 이어폰에 초소형 카메라를 부착해 양쪽을 촬영하는 이어폰용 몰카가 나왔다.


겉으로 보기엔 흔하디흔한 이어폰이다.

요즘 몰카의 트렌드(?)는 가지고 다녀도 의심받지 않을 물품에 장착된 것이라고 한다. 단추형이나 볼펜형, 안경형 등이 구식으로 치부받는 이유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흔하게 갖고 다니는 게 아니라는 것. 최근에는 보조배터리형, 담뱃갑형, 카드형 등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여기에 집에도 자연스럽게 둘 수 있는 옷걸이형, 액자형 몰카도 있다. 게다가 이런 몰카들은 오프라인은 물론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휴대가 가능한 몰카의 경우 20만~30만원 선에서 살 수 있다.  

몰카 기기에 대한 높은 접근성은 필연적으로 몰카 범죄의 증가를 낳았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경찰청을 통해 받은 최근 10년간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몰카 관련 범죄는 2015~2019년 연평균 6192건으로 이전 5년(2000~2014년) 연평균 3330건보다 86% 늘었다.

지난해 집계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사건 6983(중복사례 포함) 중에서도 불법 촬영이 2239건(32.1%)으로 가장 많았다. 불법 촬영물 유포(1586건), 유포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1050건), 유포 협박(967건) 등 불법 촬영물에서 비롯된 피해 사례가 뒤를 이었다.

국제기구 “한국, 몰카 중심지”
쫓는 식의 규제보다 교육해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총 4973명으로, 이 중 여성은 4047명이었다. 전체의 81.4%다. 

지난 16일 <로이터통신>은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 보고서 소식을 보도했다. 이 통신은 “한국은 불법촬영의 전 세계 중심지”라고도 했다.

HRW가 내놓은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보고서는 국제기구가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를 심층 조사해 정부에 권고안을 낸 첫 사례다. 

HRW 연구팀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12명과 범죄 피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여성의 유족을 직접 인터뷰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정부 정책에 관여한 전직 관료, 경찰, 민간단체 등과도 20차례 인터뷰를 실시했다. 

보고서의 책임연구원 헤더 바 HRW 여성권리국 공동 디렉터는 성명에서 “디지털 성범죄는 한국에서 너무 만연하고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어 모든 여성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HRW는 형사사법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HRW는 “경찰은 신고 접수를 거부하고, 피해를 가볍게 여긴다. 또 피해자를 비난하고 촬영물을 신중하게 다루지 않으며, 부적절하게 심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의 성범죄 사건 불기소 비율은 높은 편이고 판사들도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몰카 범죄 규제는 기술 발전을 쫓아가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불법촬영과 유포 방법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 듯’ 적발하는 방식으로는 몰카 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몰카 범죄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알릴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모른다

HRW 역시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태도를 종식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 한국 사회 성불평등 수준을 낮춰야 한다”며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양형과 구제의 적절성을 조사하는 위원회를 설립하고, 상세 통계자료를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 등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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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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