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탐탐' 프랜차이즈 노리는 사모펀드의 발톱

재무 주치의? 현금 사냥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 10년간 이름만 대면 알만한 프랜차이즈 16곳이 사모펀드에 넘어갔다. 외식 수요가 줄면서 매출 감소가 장기화되자 인수합병(M&A) 시장에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매물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재무 주치의’ ‘현금 사냥꾼’이라는 별명이 공존하는 사모펀드. 이런 사모펀드가 프랜차이즈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 따르면 최근 토종 외식 프랜차이즈의 주인이 외국계 사모펀드로 줄줄이 바뀌고 있다. 국내 최초의 개인 창업 외식 브랜드인 ‘놀부’가 모건스탠리PE에 1000억원대로 매각된 2011년부터 최근 10년간 프랜차이즈 브랜드 16개가 사모펀드에 팔려나갔다.

10년간 16개
계속 팔렸다

2019년 12월 버거&치킨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서비스는 사모펀드 케이앤엘파트너스가 매입했다. 창업주 정현식 회장이 보유한 주식 5378만여주(지분율 56.8%)와 전환사채권을 포함한 매각 대금은 1973억원이다.

최근 기업공개(IPO)에 나섰던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도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2018년 매각됐다. 당시 매각 가격은 4500억원에 달했다.

현재 투썸플레이스의 최대주주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 싱가포르 투자청이 합작으로 설립한 특수목적회사 텀블러 아시아로 지분 73.89%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 VIG파트너스는 2012년 두산으로부터 ‘한국버거킹’을 1100억원에 인수하고 다국적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2016년 2100억원에 되팔았다. VIG파트너스가 4년 만에 두 배가 넘는 차익을 챙긴 셈이다.

BBQ는 자회사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틴그룹에 2013년 1200억원에 팔았다. CJ그룹은 다국적 사모펀드 칼라일과 3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 매각과 관련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매각 금액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철회했다.

지난해 7월에는 티알인베스트먼트가 페리카나와 함께 미스터피자를 인수했고, 9월 큐캐피탈파트너스-코스톤아시아가 노랑통닭을 인수했다. 특히 미스터피자의 경우 150억원에 ‘헐값’에 인수됐다. 지난 2월에는 연안식당을 운영하는 디딤을 정담유통이 인수했다.

여기에도 모 사모펀드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줄줄이 넘어가는 외식업 브랜드들
싸게 사서 몸집 불려 되파는 형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밖에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프랜차이즈에 사모펀드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식, 피자, 커피, 주점 등 M&A를 위해 사모펀드와 대표가 미팅까지 한 프랜차이즈가 적지 않다”면서 “이들 상당수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하거나 성장이 정체돼 경영진이 매각을 희망한 경우다. 다만 매각 금액에 대한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협상이 결렬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사모펀드가 프랜차이즈 인수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뭘까.

우선 프랜차이즈는 가맹점 확장에 따라 비교적 쉽게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케이엘앤파트너스가 맘스터치를 인수했을 때도 수도권에 매장이 적어 확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이 매력 요소로 꼽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50~200개 정도를 거느리고 흑자를 내며 브랜드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치킨, 커피 프랜차이즈가 사모펀드가 선호하는 매물 1순위”라고 귀띔했다.

여기에 최근 버거킹, bhc치킨, 공차, 할리스커피 등 기존 사모펀드가 인수한 프랜차이즈가 재매각되거나 매출 성장을 이어가는 성공 사례가 이어진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유니슨캐피탈이 투자 원금 대비 여섯 배가량의 수익을 거둔 공차는 경영 스토리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의 케이스 스터디 교재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교촌치킨이 코스피에 직상장한 것도 호재로 거론된다. 그간 프랜차이즈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후 재매각하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상장을 통한 자금 회수 가능성도 확인돼서다.

눈독 들이면…
잇따른 잡음

프랜차이즈 기업의 운영 방식도 사모펀드가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다.

대부분 프랜차이즈는 오너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1개의 매장이 단기간에 대규모 브랜드로 빠르게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철저한 오너 중심 체제여서 가능한 일이다.

반대로 전문경영인 등 체계적 경영 시스템이 갖춰지기 어렵다. 사모펀드가 진입해 이 같은 구조를 개선한다면 비용 통제 등 내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매출이 크게 성장하지 않더라도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프랜차이즈 기업은 오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오너의 직관에 따라 의사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관리 측면에서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체계적 관리 시스템만 적용해도 수익성이 높아질 것을 기대할 수 있고, 시장도 성장세라 사업 성공 가능성도 비교적 높다.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높여 재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에게 프랜차이즈는 가장 잘 어울리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들이 사모펀드 손을 거쳐 주인이 바뀌면서 업계 내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업계 일각에선 오너 개인이 좌지우지하던 경영방식을 체계적으로 바꿔 보다 합리적인 결정 시스템이 구축됐고, 발빠른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높였다고 평가한다.


‘양날의 검’
장단점 뚜렷

실제 저평가된 회사의 경쟁력을 키워 되파는 것이 사모펀드의 목적이다 보니, 사모펀드의 인수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거의 매년 M&A 과정마다 잡음이 쏟아진다. 매각 과정에서 그간 동고동락하며 회사 성장에 기여한 대다수 직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소수의 경영진이 단독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한 시점에서 직원들의 고용안정 역시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맘스터치의 사모펀드 매각이 알려진 이후 해를 바꿔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노총서비스일반노동조합 해마로푸드서비스지회는 사측과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이 이뤄지지 않자 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최근까지 적극적인 협상으로 노조와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맹점주들의 반발도 크다. 사모펀드가 단기수익에 치중해 쥐어짜기식 경영을 펼칠 경우 전 재산을 가맹점에 쏟아붓는 ‘생계형 가맹점주’가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CJ그룹이 뚜레쥬르 매각 계획을 밝혔을 때 뚜레쥬르 가맹점주들은 법원에 뚜레쥬르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경영진이 단독 결정 M&A 과정마다 뒷말
경영난 돌파구 모색? 국부 유출 부작용도

사모펀드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양날의 검으로 평가된다. 비상장기업이나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소위 ‘모험자본’이란 순기능으로 기업 성장을 이끌기도 하지만 기업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고용불안과 국부유출 등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모펀드는 시장에서 평가하는 회사 가치를 극대화해 되파는 게 목적이다. 한마디로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판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 처음부터 매각을 염두에 두고 M&A에 뛰어들기 때문에 단기 수익에 치중하고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도 단행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M&A시장에서 PEF는 중요한 플레이어”라면서 “기업과 종업원 각각의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급하게 매각을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선 사모펀드가 새로운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직원이 해고되는 고용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 2년 차를 맞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외식업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들이 지난해와 같은 ‘저점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백신 효과와 보복적 소비가 본격화되면 외식업 경기가 살아나 지난해 적자전환한 외식 프랜차이즈의 흑자전환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사모펀드는 내부 투자자 설득을 위해 매출과 이익이 성장하는 매물을 찾는 만큼, 하반기께 다시 한 번 프랜차이즈 M&A의 큰 장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상생원리?
상반 양상

한국프랜차이즈학회 관계자는 “가맹점은 가난해져도 가맹본부는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원리는 프랜차이즈 모델의 기본인 상생 원리와 상반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랜차이즈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모펀드들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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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