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탐탐' 프랜차이즈 노리는 사모펀드의 발톱

재무 주치의? 현금 사냥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 10년간 이름만 대면 알만한 프랜차이즈 16곳이 사모펀드에 넘어갔다. 외식 수요가 줄면서 매출 감소가 장기화되자 인수합병(M&A) 시장에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매물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재무 주치의’ ‘현금 사냥꾼’이라는 별명이 공존하는 사모펀드. 이런 사모펀드가 프랜차이즈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 따르면 최근 토종 외식 프랜차이즈의 주인이 외국계 사모펀드로 줄줄이 바뀌고 있다. 국내 최초의 개인 창업 외식 브랜드인 ‘놀부’가 모건스탠리PE에 1000억원대로 매각된 2011년부터 최근 10년간 프랜차이즈 브랜드 16개가 사모펀드에 팔려나갔다.

10년간 16개
계속 팔렸다

2019년 12월 버거&치킨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서비스는 사모펀드 케이앤엘파트너스가 매입했다. 창업주 정현식 회장이 보유한 주식 5378만여주(지분율 56.8%)와 전환사채권을 포함한 매각 대금은 1973억원이다.

최근 기업공개(IPO)에 나섰던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도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2018년 매각됐다. 당시 매각 가격은 4500억원에 달했다.

현재 투썸플레이스의 최대주주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 싱가포르 투자청이 합작으로 설립한 특수목적회사 텀블러 아시아로 지분 73.89%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 VIG파트너스는 2012년 두산으로부터 ‘한국버거킹’을 1100억원에 인수하고 다국적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2016년 2100억원에 되팔았다. VIG파트너스가 4년 만에 두 배가 넘는 차익을 챙긴 셈이다.

BBQ는 자회사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틴그룹에 2013년 1200억원에 팔았다. CJ그룹은 다국적 사모펀드 칼라일과 3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 매각과 관련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매각 금액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철회했다.

지난해 7월에는 티알인베스트먼트가 페리카나와 함께 미스터피자를 인수했고, 9월 큐캐피탈파트너스-코스톤아시아가 노랑통닭을 인수했다. 특히 미스터피자의 경우 150억원에 ‘헐값’에 인수됐다. 지난 2월에는 연안식당을 운영하는 디딤을 정담유통이 인수했다.

여기에도 모 사모펀드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줄줄이 넘어가는 외식업 브랜드들
싸게 사서 몸집 불려 되파는 형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밖에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프랜차이즈에 사모펀드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식, 피자, 커피, 주점 등 M&A를 위해 사모펀드와 대표가 미팅까지 한 프랜차이즈가 적지 않다”면서 “이들 상당수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하거나 성장이 정체돼 경영진이 매각을 희망한 경우다. 다만 매각 금액에 대한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협상이 결렬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사모펀드가 프랜차이즈 인수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뭘까.

우선 프랜차이즈는 가맹점 확장에 따라 비교적 쉽게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케이엘앤파트너스가 맘스터치를 인수했을 때도 수도권에 매장이 적어 확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이 매력 요소로 꼽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50~200개 정도를 거느리고 흑자를 내며 브랜드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치킨, 커피 프랜차이즈가 사모펀드가 선호하는 매물 1순위”라고 귀띔했다.

여기에 최근 버거킹, bhc치킨, 공차, 할리스커피 등 기존 사모펀드가 인수한 프랜차이즈가 재매각되거나 매출 성장을 이어가는 성공 사례가 이어진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유니슨캐피탈이 투자 원금 대비 여섯 배가량의 수익을 거둔 공차는 경영 스토리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의 케이스 스터디 교재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교촌치킨이 코스피에 직상장한 것도 호재로 거론된다. 그간 프랜차이즈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후 재매각하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상장을 통한 자금 회수 가능성도 확인돼서다.

눈독 들이면…
잇따른 잡음

프랜차이즈 기업의 운영 방식도 사모펀드가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다.

대부분 프랜차이즈는 오너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1개의 매장이 단기간에 대규모 브랜드로 빠르게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철저한 오너 중심 체제여서 가능한 일이다.

반대로 전문경영인 등 체계적 경영 시스템이 갖춰지기 어렵다. 사모펀드가 진입해 이 같은 구조를 개선한다면 비용 통제 등 내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매출이 크게 성장하지 않더라도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프랜차이즈 기업은 오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오너의 직관에 따라 의사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관리 측면에서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체계적 관리 시스템만 적용해도 수익성이 높아질 것을 기대할 수 있고, 시장도 성장세라 사업 성공 가능성도 비교적 높다.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높여 재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에게 프랜차이즈는 가장 잘 어울리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들이 사모펀드 손을 거쳐 주인이 바뀌면서 업계 내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업계 일각에선 오너 개인이 좌지우지하던 경영방식을 체계적으로 바꿔 보다 합리적인 결정 시스템이 구축됐고, 발빠른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높였다고 평가한다.


‘양날의 검’
장단점 뚜렷

실제 저평가된 회사의 경쟁력을 키워 되파는 것이 사모펀드의 목적이다 보니, 사모펀드의 인수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거의 매년 M&A 과정마다 잡음이 쏟아진다. 매각 과정에서 그간 동고동락하며 회사 성장에 기여한 대다수 직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소수의 경영진이 단독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한 시점에서 직원들의 고용안정 역시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맘스터치의 사모펀드 매각이 알려진 이후 해를 바꿔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노총서비스일반노동조합 해마로푸드서비스지회는 사측과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이 이뤄지지 않자 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최근까지 적극적인 협상으로 노조와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맹점주들의 반발도 크다. 사모펀드가 단기수익에 치중해 쥐어짜기식 경영을 펼칠 경우 전 재산을 가맹점에 쏟아붓는 ‘생계형 가맹점주’가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CJ그룹이 뚜레쥬르 매각 계획을 밝혔을 때 뚜레쥬르 가맹점주들은 법원에 뚜레쥬르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경영진이 단독 결정 M&A 과정마다 뒷말
경영난 돌파구 모색? 국부 유출 부작용도

사모펀드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양날의 검으로 평가된다. 비상장기업이나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소위 ‘모험자본’이란 순기능으로 기업 성장을 이끌기도 하지만 기업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고용불안과 국부유출 등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모펀드는 시장에서 평가하는 회사 가치를 극대화해 되파는 게 목적이다. 한마디로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판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 처음부터 매각을 염두에 두고 M&A에 뛰어들기 때문에 단기 수익에 치중하고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도 단행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M&A시장에서 PEF는 중요한 플레이어”라면서 “기업과 종업원 각각의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급하게 매각을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선 사모펀드가 새로운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직원이 해고되는 고용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 2년 차를 맞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외식업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들이 지난해와 같은 ‘저점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백신 효과와 보복적 소비가 본격화되면 외식업 경기가 살아나 지난해 적자전환한 외식 프랜차이즈의 흑자전환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사모펀드는 내부 투자자 설득을 위해 매출과 이익이 성장하는 매물을 찾는 만큼, 하반기께 다시 한 번 프랜차이즈 M&A의 큰 장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상생원리?
상반 양상

한국프랜차이즈학회 관계자는 “가맹점은 가난해져도 가맹본부는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원리는 프랜차이즈 모델의 기본인 상생 원리와 상반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랜차이즈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모펀드들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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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