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탐탐' 프랜차이즈 노리는 사모펀드의 발톱

재무 주치의? 현금 사냥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 10년간 이름만 대면 알만한 프랜차이즈 16곳이 사모펀드에 넘어갔다. 외식 수요가 줄면서 매출 감소가 장기화되자 인수합병(M&A) 시장에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매물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재무 주치의’ ‘현금 사냥꾼’이라는 별명이 공존하는 사모펀드. 이런 사모펀드가 프랜차이즈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 따르면 최근 토종 외식 프랜차이즈의 주인이 외국계 사모펀드로 줄줄이 바뀌고 있다. 국내 최초의 개인 창업 외식 브랜드인 ‘놀부’가 모건스탠리PE에 1000억원대로 매각된 2011년부터 최근 10년간 프랜차이즈 브랜드 16개가 사모펀드에 팔려나갔다.

10년간 16개
계속 팔렸다

2019년 12월 버거&치킨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서비스는 사모펀드 케이앤엘파트너스가 매입했다. 창업주 정현식 회장이 보유한 주식 5378만여주(지분율 56.8%)와 전환사채권을 포함한 매각 대금은 1973억원이다.

최근 기업공개(IPO)에 나섰던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도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2018년 매각됐다. 당시 매각 가격은 4500억원에 달했다.

현재 투썸플레이스의 최대주주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 싱가포르 투자청이 합작으로 설립한 특수목적회사 텀블러 아시아로 지분 73.89%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 VIG파트너스는 2012년 두산으로부터 ‘한국버거킹’을 1100억원에 인수하고 다국적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2016년 2100억원에 되팔았다. VIG파트너스가 4년 만에 두 배가 넘는 차익을 챙긴 셈이다.

BBQ는 자회사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틴그룹에 2013년 1200억원에 팔았다. CJ그룹은 다국적 사모펀드 칼라일과 3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 매각과 관련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매각 금액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철회했다.

지난해 7월에는 티알인베스트먼트가 페리카나와 함께 미스터피자를 인수했고, 9월 큐캐피탈파트너스-코스톤아시아가 노랑통닭을 인수했다. 특히 미스터피자의 경우 150억원에 ‘헐값’에 인수됐다. 지난 2월에는 연안식당을 운영하는 디딤을 정담유통이 인수했다.

여기에도 모 사모펀드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줄줄이 넘어가는 외식업 브랜드들
싸게 사서 몸집 불려 되파는 형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밖에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프랜차이즈에 사모펀드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식, 피자, 커피, 주점 등 M&A를 위해 사모펀드와 대표가 미팅까지 한 프랜차이즈가 적지 않다”면서 “이들 상당수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하거나 성장이 정체돼 경영진이 매각을 희망한 경우다. 다만 매각 금액에 대한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협상이 결렬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사모펀드가 프랜차이즈 인수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뭘까.

우선 프랜차이즈는 가맹점 확장에 따라 비교적 쉽게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케이엘앤파트너스가 맘스터치를 인수했을 때도 수도권에 매장이 적어 확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이 매력 요소로 꼽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50~200개 정도를 거느리고 흑자를 내며 브랜드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치킨, 커피 프랜차이즈가 사모펀드가 선호하는 매물 1순위”라고 귀띔했다.

여기에 최근 버거킹, bhc치킨, 공차, 할리스커피 등 기존 사모펀드가 인수한 프랜차이즈가 재매각되거나 매출 성장을 이어가는 성공 사례가 이어진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유니슨캐피탈이 투자 원금 대비 여섯 배가량의 수익을 거둔 공차는 경영 스토리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의 케이스 스터디 교재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교촌치킨이 코스피에 직상장한 것도 호재로 거론된다. 그간 프랜차이즈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후 재매각하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상장을 통한 자금 회수 가능성도 확인돼서다.

눈독 들이면…
잇따른 잡음

프랜차이즈 기업의 운영 방식도 사모펀드가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다.

대부분 프랜차이즈는 오너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1개의 매장이 단기간에 대규모 브랜드로 빠르게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철저한 오너 중심 체제여서 가능한 일이다.

반대로 전문경영인 등 체계적 경영 시스템이 갖춰지기 어렵다. 사모펀드가 진입해 이 같은 구조를 개선한다면 비용 통제 등 내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매출이 크게 성장하지 않더라도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프랜차이즈 기업은 오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오너의 직관에 따라 의사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관리 측면에서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체계적 관리 시스템만 적용해도 수익성이 높아질 것을 기대할 수 있고, 시장도 성장세라 사업 성공 가능성도 비교적 높다.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높여 재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에게 프랜차이즈는 가장 잘 어울리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들이 사모펀드 손을 거쳐 주인이 바뀌면서 업계 내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업계 일각에선 오너 개인이 좌지우지하던 경영방식을 체계적으로 바꿔 보다 합리적인 결정 시스템이 구축됐고, 발빠른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높였다고 평가한다.


‘양날의 검’
장단점 뚜렷

실제 저평가된 회사의 경쟁력을 키워 되파는 것이 사모펀드의 목적이다 보니, 사모펀드의 인수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거의 매년 M&A 과정마다 잡음이 쏟아진다. 매각 과정에서 그간 동고동락하며 회사 성장에 기여한 대다수 직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소수의 경영진이 단독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한 시점에서 직원들의 고용안정 역시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맘스터치의 사모펀드 매각이 알려진 이후 해를 바꿔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노총서비스일반노동조합 해마로푸드서비스지회는 사측과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이 이뤄지지 않자 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최근까지 적극적인 협상으로 노조와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맹점주들의 반발도 크다. 사모펀드가 단기수익에 치중해 쥐어짜기식 경영을 펼칠 경우 전 재산을 가맹점에 쏟아붓는 ‘생계형 가맹점주’가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CJ그룹이 뚜레쥬르 매각 계획을 밝혔을 때 뚜레쥬르 가맹점주들은 법원에 뚜레쥬르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경영진이 단독 결정 M&A 과정마다 뒷말
경영난 돌파구 모색? 국부 유출 부작용도

사모펀드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양날의 검으로 평가된다. 비상장기업이나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소위 ‘모험자본’이란 순기능으로 기업 성장을 이끌기도 하지만 기업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고용불안과 국부유출 등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모펀드는 시장에서 평가하는 회사 가치를 극대화해 되파는 게 목적이다. 한마디로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판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 처음부터 매각을 염두에 두고 M&A에 뛰어들기 때문에 단기 수익에 치중하고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도 단행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M&A시장에서 PEF는 중요한 플레이어”라면서 “기업과 종업원 각각의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급하게 매각을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선 사모펀드가 새로운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직원이 해고되는 고용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 2년 차를 맞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외식업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들이 지난해와 같은 ‘저점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백신 효과와 보복적 소비가 본격화되면 외식업 경기가 살아나 지난해 적자전환한 외식 프랜차이즈의 흑자전환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사모펀드는 내부 투자자 설득을 위해 매출과 이익이 성장하는 매물을 찾는 만큼, 하반기께 다시 한 번 프랜차이즈 M&A의 큰 장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상생원리?
상반 양상

한국프랜차이즈학회 관계자는 “가맹점은 가난해져도 가맹본부는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원리는 프랜차이즈 모델의 기본인 상생 원리와 상반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랜차이즈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모펀드들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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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