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이건희 컬렉션’ 공개 대구미술관

8명의 거장과 만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이 대구미술관을 통해 전격 공개된다. 기증작 21점을 포함한 40점의 작품과 아카이브 영상이 관람객들에게 소개된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생전 문화재와 예술품을 많이 수집했다. ‘이건희 컬렉션’은 이 회장의 철학이 녹아있는 예술품 수집의 결정체로 평가된다. 미술계 관계자는 “수만 점에 이르는 이건희 컬렉션에는 민족문화 선양과 인류애 추구, 사회 공동체와 이익을 나누는 그의 정신이 녹아있다”고 전했다. 

다양한 작품

이 회장과 유족의 뜻에 따라 이건희 컬렉션은 지난 4월 국민의 품에 안겼다. 대구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은 김종영(1점), 문학진(2점), 변종하(2점), 서동진(1점), 서진달(2점), 유영국(5점), 이인성(7점), 이쾌대(1점) 등 총 21점이다.

대구미술관은 ‘웰컴 홈: 향연’ 전시를 통해 작가 8명을 심도 있게 조명하고 이들의 작품 21점과 대여 작품, 소장 작품을 추가해 총 40점을 전시한다. 

관람객들은 한국 근대미술의 별과 같은 이인성, 이쾌대를 비롯해, 대구 초기 서양화단을 형성했던 서동진, 서진달의 수작을 만날 수 있다. 또 추상조각의 거장 김종영, 한국적 추상화의 유영국, 1세대 추상작가 문학진, 신형상주의의 변종하 등 한국미술 전반을 두루 섭렵할 수 있다. 


▲서동진 ‘자화상’= 서동진은 근대 대구 서양화단을 주도한 중요한 인물이다. 1927년 인쇄·출판 및 미술연구·교육을 위해 대구미술사를 설립했다. 서양화 단체 ‘향토회’를 이끌고, 이인성을 교육하고 후원하는 등 지역 미술계 리더로 활동했다.

‘자화상’은 1924년 휘문고보를 졸업한 후 젊고 패기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휘문고보에서 고희동으로부터 받은 미술교육의 영향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초기 작품으로 꼽힌다. 

대구에 기증한 21점 소개
이인성‧김종영‧이쾌대 등

▲서진달 ‘나부입상’= 서진달은 조선미술전람회에 다수의 인물화를 출품해 입상했고, 누드화 역시 많이 그렸지만 남아 있는 작품이 드물다. 유학 후 계성학교에 재직하면서 한국화단을 대표하는 여러 작가들을 양성했다.

‘나부입상’은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미술학교에 재학하기 직전 작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을 균형 있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인체 표현력, 탄탄하게 구축한 자신감 있는 필체가 돋보인다. 

▲이인성 ‘노란 옷을 입은 여인’= 1930년대 중반 이인성은 ‘가을 어느 날’ ‘경주의 산곡에서’ 등의 작품으로 각광받았다. ‘노란 옷을 입은 여인’은 이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 작품으로, 당시 일본 유학 중에 제자로 만난 아내 김옥순을 그렸다.

노란 옷을 입은 세련된 신여성이 대각선의 구도로 배치돼있고, 유화처럼 덧칠한 수채화 기법으로 주조색인 노랑, 대비되는 초록과 빨강을 적절히 배치했다. 한국 근대미술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쾌대 ‘항구’= 이쾌대는 월북 전에는 한국적 화법과 전통 소재를 구사하거나 인체의 표현에 원숙한 화법을 보였다. 1940년대 말 민족적 정체성을 밝히는 데 많은 관심을 두고 ‘군상’ 시리즈 등을 제작했다. ‘항구’는 월북 후 그의 활동을 알려주는 반가운 작품이다. 원숙한 이쾌대의 기량이 잘 나타난 작품이기도 하다. 

▲변종하 ‘오리가 있는 풍경’= 변종하의 작품은 형식적으로는 신형상주의를 지향하면서 풍자와 비판, 서정적이면서도 은유적인 이야기가 있는 독창적인 회화를 보여준다. 1970년대에는 부조와 같은 밑작업과 두터운 마티에르 기법을 사용했고, 자연의 요소와 설화, 전통 민화 등에서 따온 모티브를 작품에 자주 담았다. ‘오리가 있는 풍경’은 입체적으로 구성된 판에 오리와 자연의 형상을 극도로 단순화해 시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김종영 ‘작품 67-4’= 김종영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접목해 주체적인 한국 현대조각을 이룬 조각계 거장이다. 자연 생태와 가까운 재료와 한국의 풍토, 기질이 나타난 순수조형 의지를 ‘불각의 미’라는 철학으로 추구했다.

‘작품 67-4’는 유기적이고 기하학적인 조각을 추구한 시기에 제작됐다. 서예의 조형성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거나 자연의 본래 형태를 드러내는 순수 추상작업이 이뤄졌다. 

삼성그룹과 이 회장 담은
아카이브 영상 2편 공개

▲문학진 ‘달, 여인, 의자’= 문학진은 1950년대부터 아카데믹한 구상 중심의 국전 성향과 다른 추상 형식을 도입한 1세대 작가다. 입체파적인 구성을 시도하며, 소녀 등 인물과 정물 등 다양한 소재가 공존하면서도 몽환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 특징적이다.

‘달, 여인, 의자’는 희미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실루엣의 정물과 여인이 보인다. 드리워진 어둠과 달빛으로 적막하고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추상적인 표현과 신비한 서사가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다. 

▲유영국 ‘작품’= 유영국은 자연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한국적 추상화의 일기를 이뤘다. 1970년대에 자연, 특히 산의 형상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때 점점 유연한 선의 형태로 나타난 추상으로 ‘산’ 시리즈를 그렸다.

‘작품’은 붉은 색조를 위주로 자연을 기하학의 형태로 단순화시켰다. 어두운 청색과 보랏빛의 하늘 아래 다양한 명도와 채도, 날카로운 선과 부드러운 선이 어우러진 산을 표현했다. 

작가들의 작품 외에도 이번 전시에서는 2편의 아카이브 영상도 만날 수 있다. 삼성그룹의 성장 과정과 삼성이 기여한 여러 문화예술 지원, 사회공헌을 타임라인으로 만든 ‘삼성과 삼성의 사회공헌’, 이 회장의 행적과 어록을 조명하는 ‘이건희 컬렉션의 탄생’ 등이다. 

국민 품으로

최은주 대구미술관 관장은 “기증자의 큰 뜻이 빛을 발하고, 시민들에게도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깊이 있는 연구와 한국미술의 위상 정립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시 관람은 사전 예약 후 가능하다. 전시는 8월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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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