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동 제비’ 하루가 털어놓은 호빠의 세계

“화류계 착한 선수도 많아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화류계 종사자에 대한 대중의 편견은 부정적이다. ‘몸 팔아서 남의 등쳐먹고 다니는 인간’ 정도가 사회 전반에 깔린 인식이 아닐까. 실제로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이러한 편견에 정공법으로 부딪히는 이가 있다. 서울 장안동 호스트바 10년 경력의 ‘왕제비’라 밝힌 유튜브 채널 ‘제이비TV’의 하루다. 그는 불건전한 사회 인식을 깨고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고 있다. 

누구나 이상을 꿈꾸지만, 계획한 대로 인생이 펼쳐지지는 않는다.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면 그게 인생이겠는가.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가 있다. 정말 믿는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거나,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신체·정신적 피해는 물론, 감당할 수 없는 금전적 피해를 보기도 한다. 

일생일대
소용돌이

혹자는 누군가를 두고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살아?’라며 쉽게 손가락질하기도 하는데, 타인의 인생을 온전히 들여다보지 않고 하는 발언은 꽤 오만한 발상일 수 있다. 누구나 누가 봐도 멋진 삶을 꿈꾸지, 사회의 통념에 벗어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을 테니까.

유튜브 채널 제이비TV를 운영하고 있는 하루 역시 본인이 제비가 돼서 유튜버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시절이 있다. 학벌이 좋은 부모님의 자제로 태어나 중국에서 요리사 유학까지 했고, 커피 분야에서도 금세 실력을 발휘했다. 

지금도 매우 유명한 커피 프랜차이즈의 슈퍼바이저였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커피숍 강의 분야에서는 늘 1순위였다. 워낙 강의를 재밌게 해 하루만 떴다 하면, 강의실이 꽉 찰 정도였다고 한다. 

커피 업계에서 경력이 쌓인 그는 커피숍 컨설턴트로 사업을 시작했다. 사무실과 차 등에 빚을 지고 시작했다. 처음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 되던 사업이 갑작스럽게 경기가 나빠지면서, 빚이 점차 쌓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리 직원 월급이나 벌러 가자면서 시작했던 호스트 일이 자신의 본업이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150만원만 벌려고 나갔어요. 당장 시작하자고 하더라고요. 두 번째 나간 날부터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어요. 좋은 손님을 만난 거죠. 매달 큰돈을 줄 테니 주기적으로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선수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지도 잘 알려줬어요. 일종의 선수 교육을 받은 거죠. 사업한다고 빚이 적지 않았는데, 꽤 수입이 좋아졌어요.”

사람들은 화류계 종사자들을 쉽게 무시한다. 연예인이 말 한 마디만 잘못해도 구설에 오르는 건 대중의 기저에 ‘연예인은 나보다 낮은 서열’이라는 무의식이 작동해서다. 화류계 종사자는 그런 연예인보다도 낮은 서열에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화류계 종사자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천함에 가까이 있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다.

커피 사업가서 호스트가 되기까지…
“유튜브 효과요? 한예슬 덕 봤죠” 

이 같은 시선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게 화류계 종사자들이다. 어떻게서든 화류계를 벗어나고자 한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잘 되지 않을 뿐이다. 하루 역시 화류계를 벗어나기 위해 더 열심히 생활했다. 화류계를 벗어나려고 하면 일이 꼬였다. 

“사기를 두 번이나 당했어요. 억 단위의 사기였죠. 제가 욕심이 있었던 것도 있고, 무지했던 것도 있죠. 그 돈이 있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화류계에 머무르지는 않았을 거예요. 제가 10년 차거든요. 장안동에서만요. 웬만한 사장님들보다 더 경력이 길어요. 그렇게 떠나고 싶었던 화류계에 계속 있는 이유는 빚 때문이었어요. 빚을 갚겠다는 책임감이죠. 매달 수백만원이 깨지는데, 이 돈을 어디서 버나요. 저희 사람 중에 이런 사연 없는 사람이 없죠. 여자들도 보면 부모님 잘못 만나서 돌봄센터 돌고 돌다가 화류계로 들어온 사람들이 적지 않아요. 그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라는 거죠.”

이제는 빚을 다 갚았다. 하지만 여전히 선수로 머물러 있는 건 새로운 사업을 위한 발판을 삼기 위해서다. 인제 와서 다른 회사에 들어갈 경력도 없다. 선수로서 생명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자기 객관화도 분명하다. 떠나고자 하는 화류계지만, 고마움은 분명히 남아있다. 

“사실 제가 거지가 많이 됐었어요. 정말 남은 거 하나 없는 그런 수준으로요. 그때마다 저를 받아준 곳이 화류계예요.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예요. 이상한 날파리 같이 사기 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좋은 사람들도 있어요. 화류계가 없었다면 제가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었을까 싶어요.”

국내에서 화류계를 담은 영화 중 유일무이한 작품이 <비스티 보이즈>다. 윤종빈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하정우, 윤계상, 윤진서 등이 출연한 이 작품은 화류계 종사자들로부터 ‘다큐멘터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완벽에 가까운 취재와 함께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훌륭히 표현한 배우들의 덕이다.

특히 하정우가 연기한 재현은 나쁜 놈 중에 나쁜 놈이다. 도박에 빠져 버는 돈마다 도박에 탕진한다. 대출받은 돈으로도 도박해 늘 빚 독촉에 시달린다. 그때마다 여자들을 만나서 돈을 요구한다. 이른바 ‘공사’에 해당한다. 화류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재현이 전부로 보인다. 

제비와
호스트

어찌 됐든 제비라 하면 여성들의 돈을 받고 연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일인데, 하루 역시 재현처럼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될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돌아온 대답은 “하정우처럼 공사치는 건 하수”였다. 

“영화에서 하정우처럼 하면 문제가 생기죠. 오리지널 제비는 1:1 만남만 추구해요. 호스트는 여러 명의 손님을 관리하는 방식이고, 제비는 제일 센 여성분 한 명만 관리해요. 저는 제비라서 한 명한테만 몰두하죠. 그러다 만약 저에게 더 많은 돈을 주는 여성이 나타나면, 기존에 만나던 분에게 물어봐요. ‘A라는 여성이 돈을 이만큼 준대. 너 어떻게 할래?’라고요. 돈을 더 줄 건지 아니면, 여기서 끝을 낼 건지 선택권을 주는 거죠. 그러면 여자가 결정해요. 더 주는 게 부담이면 그만하는 거고, 저를 놓아주기 싫으면 더 내는 거고요. 이렇게 하면 탈이 안나요.”

이상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호스트의 세계에도 낭만이 존재한다. 후배는 선배에 예우를 다하고, 후배는 선배의 여자를 만나도 되지만 선배는 후배의 여자를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이 불문율이 깨지면 선배 대접을 받을 수 없다.

위‧아래 관계에서 분명한 존중이 존재한다. 후배가 잘못된 길로 빠져들지 않게 철저히 잡아주는 그들만의 체계도 있다. 

“제가 어쩌면 운이 좋은 케이스인 건 좋은 선배들을 만난 거예요. 교육을 잘 받았어요. 절대로 두 명 이상 만나지 말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 건 하류나 하는 거라고요. 그래야 큰 여성이 왔을 때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요. 어쩌면 고상하게 배운 거죠. 그리고 초반에 신입일 때 굉장히 우울한 여성이나, 여성 화류계 종사자들은 못 만나게 벽을 쳐 주셨어요. 제가 자칫 잘못된 사람들 만나고 멘탈 깨지고 할까 봐요. 이 업계에 잘 된 형님들 보면 누구보다 매너가 있고 젠틀해요. 사람을 존중할 줄 알고 겸손해요. 저도 사실 그런 면들을 어깨 너머로 많이 배웠어요. 카사노바 훈련이라고 하면 되려나요. 하하”

한국판
카사노바

하루는 연예인들도 터를 잡기 어려운 유튜브 세계에 제비라는 직업으로 수많은 구독자를 유지하고 있다. 5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도 있으며, 최근 연예계에 호스트 관련 이슈가 터진 뒤로는 꾸준히 성장 중이다. 

편견이 강한 직업군에 속해 있음에도, 하루 특유의 긍정적인 힘으로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호스트를 만나는 여성들의 고민이나 호스트가 되고 싶은 남성의 고민, 남자와 여자와의 관계, 호스트 세계의 장단점, 제비를 만나는 여성들이 알아야 할 점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자극적인 내용보다는 현실적이고 유익한 내용이 많다. 

“제가 유튜브를 1년 넘게 고민한 거 같아요. 가게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90%는 반대했어요. 욕먹는다고요. 그래도 계속 이걸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저를 한 번 낭떠러지로 밀어 보고 싶었어요.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뭐든 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죠.”

제이비TV의 댓글을 살펴보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응원한다. 때가 되면 선물을 보내주기도 하고 댓글에는 항상 하루를 향한 존중의 글들이 담긴다. 유튜브를 시작했을 처음부터 응원을 받은 것은 아니다. 특히 많은 시청자의 조롱이 적지 않았다. 긍정의 힘으로 극복한 셈이다. 

“8개월 동안은 효과가 없었어요. 한예슬로 이슈가 터진 뒤로 갑자기 구독자가 확 늘었어요. 이제 매달 수십만원씩 들어와요. 저에게도 처음에는 욕이 많았어요. ‘몸 파는 놈’이라고 많은 분들이 무시했죠. 사실 그런 글들 보면 저도 사람인데 좋지 않아요. 저도 욕으로 싸우고 싶기도 했죠.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부정적인 시선을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바꿔놓는 게 제 숙제라고 생각했어요. ‘예쁘게 봐주세요’ ‘잘 할게요’라면서 늘 웃었죠. 저를 싫어할 수 있는 법이니까. 그렇게 하다 보니까 많은 분이 저를 좋게 봐주셨어요. 지금은 정말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요.”

“밤의 세계에도 낭만이 존재합니다”
“사기당하는 이유는 신용등급 때문”

하루의 콘텐츠를 듣다 보면 솔깃해지기도 한다. ‘나도 여자 만나면서 돈을 벌어볼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하루에게 “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자문하는 30대 남자가 정말 많다고 한다.

“선수를 하고 싶어 하는 남자분들이 많은데, 전 되도록 하지 말라고 해요. 제가 좋은 것만 말해서 그렇지, 화류계 정말 쉽지 않아요. 여기는 일반 회사와 같은 곳이 아니에요. 정말 정글이에요. 경쟁이 극에 차 있습니다. 연예인처럼 잘생긴 데다가 절실함이 있어야 해요. 얼마나 많은 인내가 필요한데요. 이상한 여자들도 정말 많습니다. 수치심은 말도 못 하죠. 더는 도망칠 곳이 없는 절실함이 있어야 하는데,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 같아요.”

전 세계적으로 왕과 거지, 기생은 역사가 깊은 직업군이다. 누구나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여기지만 언제나 어디서나 존재해왔다. 남자가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유흥업소를 찾는다면, 여성은 연애의 감정을 느끼기 위해 유흥업소를 찾는다.

재미를 위한 예도 있지만, 여성 고객들의 주 목적은 연애 감정이다. 따라서 호스트나 제비나, 극한의 감정 노동을 해야 한다. 때로는 술에 취해 상대를 완전히 무시하는 ‘진상’을 만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도 남자나 여자나 연애를 하고 싶어해요. 여자 중에 돈은 많이 벌었는데 나이가 많이 들면 좋은 남자 찾기가 어려워져요. 이미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들은 어린 여자들을 만나거든요. 그렇다고 젊은 남자 만나기도 어렵고요. 연애의 감정은 느끼고 싶은데, 괜찮은 사람들이 없는 거죠. 그래서 연애의 설렘을 느끼려고 저희를 찾는 거예요. 저희는 그것에 맞게 최상의 서비스를 하는 거고요. 물론 그만큼 돈도 받죠.”

윤리적으로 옳지 않을 수 있지만, 연애 시장에서 도태된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이라곤 많지 않다. 결혼 생각은 없는데, 연애는 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혹은 매력 면에서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있다. 능력이 되지 않아 연애를 못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종착지는 화류계인 경우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 이 분야에 정책적인 지원이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화류계
양지화

“전 화류계의 양지화를 꿈꿔요. 화류계 종사자들이 평생 이곳에 머무르고 싶어하지는 않아요. 결국은 다른 일을 하고 싶어해요. 힘들게 돈을 모으는 거죠. 문제가 뭐냐면 신용이 없다는 거예요. 집을 사든 장사를 하려고 임대를 하든 목돈이 필요한데, 대출을 받을 수 없어요. 그 지점을 악용한 사람들로부터 사기를 당해요. 저도 그렇게 당했고요. 화류계 사람들도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이들도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거거든요. 정부는 세금을 거둘 수 있죠. 정치인들은 화류계를 모르나요. 기생의 역사가 정치랑 연관이 돼있는데. 정작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화류계를 소비만 할 뿐 구제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세상이 공평해지고 있다고 봐요.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고요. 이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양지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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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