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동 제비’ 하루가 털어놓은 호빠의 세계

“화류계 착한 선수도 많아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화류계 종사자에 대한 대중의 편견은 부정적이다. ‘몸 팔아서 남의 등쳐먹고 다니는 인간’ 정도가 사회 전반에 깔린 인식이 아닐까. 실제로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이러한 편견에 정공법으로 부딪히는 이가 있다. 서울 장안동 호스트바 10년 경력의 ‘왕제비’라 밝힌 유튜브 채널 ‘제이비TV’의 하루다. 그는 불건전한 사회 인식을 깨고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고 있다. 

누구나 이상을 꿈꾸지만, 계획한 대로 인생이 펼쳐지지는 않는다.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면 그게 인생이겠는가.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가 있다. 정말 믿는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거나,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신체·정신적 피해는 물론, 감당할 수 없는 금전적 피해를 보기도 한다. 

일생일대
소용돌이

혹자는 누군가를 두고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살아?’라며 쉽게 손가락질하기도 하는데, 타인의 인생을 온전히 들여다보지 않고 하는 발언은 꽤 오만한 발상일 수 있다. 누구나 누가 봐도 멋진 삶을 꿈꾸지, 사회의 통념에 벗어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을 테니까.

유튜브 채널 제이비TV를 운영하고 있는 하루 역시 본인이 제비가 돼서 유튜버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시절이 있다. 학벌이 좋은 부모님의 자제로 태어나 중국에서 요리사 유학까지 했고, 커피 분야에서도 금세 실력을 발휘했다. 

지금도 매우 유명한 커피 프랜차이즈의 슈퍼바이저였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커피숍 강의 분야에서는 늘 1순위였다. 워낙 강의를 재밌게 해 하루만 떴다 하면, 강의실이 꽉 찰 정도였다고 한다. 


커피 업계에서 경력이 쌓인 그는 커피숍 컨설턴트로 사업을 시작했다. 사무실과 차 등에 빚을 지고 시작했다. 처음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 되던 사업이 갑작스럽게 경기가 나빠지면서, 빚이 점차 쌓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리 직원 월급이나 벌러 가자면서 시작했던 호스트 일이 자신의 본업이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150만원만 벌려고 나갔어요. 당장 시작하자고 하더라고요. 두 번째 나간 날부터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어요. 좋은 손님을 만난 거죠. 매달 큰돈을 줄 테니 주기적으로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선수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지도 잘 알려줬어요. 일종의 선수 교육을 받은 거죠. 사업한다고 빚이 적지 않았는데, 꽤 수입이 좋아졌어요.”

사람들은 화류계 종사자들을 쉽게 무시한다. 연예인이 말 한 마디만 잘못해도 구설에 오르는 건 대중의 기저에 ‘연예인은 나보다 낮은 서열’이라는 무의식이 작동해서다. 화류계 종사자는 그런 연예인보다도 낮은 서열에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화류계 종사자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천함에 가까이 있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다.

커피 사업가서 호스트가 되기까지…
“유튜브 효과요? 한예슬 덕 봤죠” 

이 같은 시선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게 화류계 종사자들이다. 어떻게서든 화류계를 벗어나고자 한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잘 되지 않을 뿐이다. 하루 역시 화류계를 벗어나기 위해 더 열심히 생활했다. 화류계를 벗어나려고 하면 일이 꼬였다. 

“사기를 두 번이나 당했어요. 억 단위의 사기였죠. 제가 욕심이 있었던 것도 있고, 무지했던 것도 있죠. 그 돈이 있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화류계에 머무르지는 않았을 거예요. 제가 10년 차거든요. 장안동에서만요. 웬만한 사장님들보다 더 경력이 길어요. 그렇게 떠나고 싶었던 화류계에 계속 있는 이유는 빚 때문이었어요. 빚을 갚겠다는 책임감이죠. 매달 수백만원이 깨지는데, 이 돈을 어디서 버나요. 저희 사람 중에 이런 사연 없는 사람이 없죠. 여자들도 보면 부모님 잘못 만나서 돌봄센터 돌고 돌다가 화류계로 들어온 사람들이 적지 않아요. 그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라는 거죠.”


이제는 빚을 다 갚았다. 하지만 여전히 선수로 머물러 있는 건 새로운 사업을 위한 발판을 삼기 위해서다. 인제 와서 다른 회사에 들어갈 경력도 없다. 선수로서 생명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자기 객관화도 분명하다. 떠나고자 하는 화류계지만, 고마움은 분명히 남아있다. 

“사실 제가 거지가 많이 됐었어요. 정말 남은 거 하나 없는 그런 수준으로요. 그때마다 저를 받아준 곳이 화류계예요.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예요. 이상한 날파리 같이 사기 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좋은 사람들도 있어요. 화류계가 없었다면 제가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었을까 싶어요.”

국내에서 화류계를 담은 영화 중 유일무이한 작품이 <비스티 보이즈>다. 윤종빈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하정우, 윤계상, 윤진서 등이 출연한 이 작품은 화류계 종사자들로부터 ‘다큐멘터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완벽에 가까운 취재와 함께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훌륭히 표현한 배우들의 덕이다.

특히 하정우가 연기한 재현은 나쁜 놈 중에 나쁜 놈이다. 도박에 빠져 버는 돈마다 도박에 탕진한다. 대출받은 돈으로도 도박해 늘 빚 독촉에 시달린다. 그때마다 여자들을 만나서 돈을 요구한다. 이른바 ‘공사’에 해당한다. 화류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재현이 전부로 보인다. 

제비와
호스트

어찌 됐든 제비라 하면 여성들의 돈을 받고 연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일인데, 하루 역시 재현처럼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될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돌아온 대답은 “하정우처럼 공사치는 건 하수”였다. 

“영화에서 하정우처럼 하면 문제가 생기죠. 오리지널 제비는 1:1 만남만 추구해요. 호스트는 여러 명의 손님을 관리하는 방식이고, 제비는 제일 센 여성분 한 명만 관리해요. 저는 제비라서 한 명한테만 몰두하죠. 그러다 만약 저에게 더 많은 돈을 주는 여성이 나타나면, 기존에 만나던 분에게 물어봐요. ‘A라는 여성이 돈을 이만큼 준대. 너 어떻게 할래?’라고요. 돈을 더 줄 건지 아니면, 여기서 끝을 낼 건지 선택권을 주는 거죠. 그러면 여자가 결정해요. 더 주는 게 부담이면 그만하는 거고, 저를 놓아주기 싫으면 더 내는 거고요. 이렇게 하면 탈이 안나요.”

이상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호스트의 세계에도 낭만이 존재한다. 후배는 선배에 예우를 다하고, 후배는 선배의 여자를 만나도 되지만 선배는 후배의 여자를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이 불문율이 깨지면 선배 대접을 받을 수 없다.

위‧아래 관계에서 분명한 존중이 존재한다. 후배가 잘못된 길로 빠져들지 않게 철저히 잡아주는 그들만의 체계도 있다. 

“제가 어쩌면 운이 좋은 케이스인 건 좋은 선배들을 만난 거예요. 교육을 잘 받았어요. 절대로 두 명 이상 만나지 말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 건 하류나 하는 거라고요. 그래야 큰 여성이 왔을 때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요. 어쩌면 고상하게 배운 거죠. 그리고 초반에 신입일 때 굉장히 우울한 여성이나, 여성 화류계 종사자들은 못 만나게 벽을 쳐 주셨어요. 제가 자칫 잘못된 사람들 만나고 멘탈 깨지고 할까 봐요. 이 업계에 잘 된 형님들 보면 누구보다 매너가 있고 젠틀해요. 사람을 존중할 줄 알고 겸손해요. 저도 사실 그런 면들을 어깨 너머로 많이 배웠어요. 카사노바 훈련이라고 하면 되려나요. 하하”

한국판
카사노바

하루는 연예인들도 터를 잡기 어려운 유튜브 세계에 제비라는 직업으로 수많은 구독자를 유지하고 있다. 5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도 있으며, 최근 연예계에 호스트 관련 이슈가 터진 뒤로는 꾸준히 성장 중이다. 


편견이 강한 직업군에 속해 있음에도, 하루 특유의 긍정적인 힘으로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호스트를 만나는 여성들의 고민이나 호스트가 되고 싶은 남성의 고민, 남자와 여자와의 관계, 호스트 세계의 장단점, 제비를 만나는 여성들이 알아야 할 점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자극적인 내용보다는 현실적이고 유익한 내용이 많다. 

“제가 유튜브를 1년 넘게 고민한 거 같아요. 가게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90%는 반대했어요. 욕먹는다고요. 그래도 계속 이걸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저를 한 번 낭떠러지로 밀어 보고 싶었어요.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뭐든 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죠.”

제이비TV의 댓글을 살펴보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응원한다. 때가 되면 선물을 보내주기도 하고 댓글에는 항상 하루를 향한 존중의 글들이 담긴다. 유튜브를 시작했을 처음부터 응원을 받은 것은 아니다. 특히 많은 시청자의 조롱이 적지 않았다. 긍정의 힘으로 극복한 셈이다. 

“8개월 동안은 효과가 없었어요. 한예슬로 이슈가 터진 뒤로 갑자기 구독자가 확 늘었어요. 이제 매달 수십만원씩 들어와요. 저에게도 처음에는 욕이 많았어요. ‘몸 파는 놈’이라고 많은 분들이 무시했죠. 사실 그런 글들 보면 저도 사람인데 좋지 않아요. 저도 욕으로 싸우고 싶기도 했죠.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부정적인 시선을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바꿔놓는 게 제 숙제라고 생각했어요. ‘예쁘게 봐주세요’ ‘잘 할게요’라면서 늘 웃었죠. 저를 싫어할 수 있는 법이니까. 그렇게 하다 보니까 많은 분이 저를 좋게 봐주셨어요. 지금은 정말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요.”

“밤의 세계에도 낭만이 존재합니다”
“사기당하는 이유는 신용등급 때문”

하루의 콘텐츠를 듣다 보면 솔깃해지기도 한다. ‘나도 여자 만나면서 돈을 벌어볼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하루에게 “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자문하는 30대 남자가 정말 많다고 한다.


“선수를 하고 싶어 하는 남자분들이 많은데, 전 되도록 하지 말라고 해요. 제가 좋은 것만 말해서 그렇지, 화류계 정말 쉽지 않아요. 여기는 일반 회사와 같은 곳이 아니에요. 정말 정글이에요. 경쟁이 극에 차 있습니다. 연예인처럼 잘생긴 데다가 절실함이 있어야 해요. 얼마나 많은 인내가 필요한데요. 이상한 여자들도 정말 많습니다. 수치심은 말도 못 하죠. 더는 도망칠 곳이 없는 절실함이 있어야 하는데,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 같아요.”

전 세계적으로 왕과 거지, 기생은 역사가 깊은 직업군이다. 누구나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여기지만 언제나 어디서나 존재해왔다. 남자가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유흥업소를 찾는다면, 여성은 연애의 감정을 느끼기 위해 유흥업소를 찾는다.

재미를 위한 예도 있지만, 여성 고객들의 주 목적은 연애 감정이다. 따라서 호스트나 제비나, 극한의 감정 노동을 해야 한다. 때로는 술에 취해 상대를 완전히 무시하는 ‘진상’을 만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도 남자나 여자나 연애를 하고 싶어해요. 여자 중에 돈은 많이 벌었는데 나이가 많이 들면 좋은 남자 찾기가 어려워져요. 이미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들은 어린 여자들을 만나거든요. 그렇다고 젊은 남자 만나기도 어렵고요. 연애의 감정은 느끼고 싶은데, 괜찮은 사람들이 없는 거죠. 그래서 연애의 설렘을 느끼려고 저희를 찾는 거예요. 저희는 그것에 맞게 최상의 서비스를 하는 거고요. 물론 그만큼 돈도 받죠.”

윤리적으로 옳지 않을 수 있지만, 연애 시장에서 도태된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이라곤 많지 않다. 결혼 생각은 없는데, 연애는 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혹은 매력 면에서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있다. 능력이 되지 않아 연애를 못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종착지는 화류계인 경우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 이 분야에 정책적인 지원이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화류계
양지화

“전 화류계의 양지화를 꿈꿔요. 화류계 종사자들이 평생 이곳에 머무르고 싶어하지는 않아요. 결국은 다른 일을 하고 싶어해요. 힘들게 돈을 모으는 거죠. 문제가 뭐냐면 신용이 없다는 거예요. 집을 사든 장사를 하려고 임대를 하든 목돈이 필요한데, 대출을 받을 수 없어요. 그 지점을 악용한 사람들로부터 사기를 당해요. 저도 그렇게 당했고요. 화류계 사람들도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이들도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거거든요. 정부는 세금을 거둘 수 있죠. 정치인들은 화류계를 모르나요. 기생의 역사가 정치랑 연관이 돼있는데. 정작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화류계를 소비만 할 뿐 구제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세상이 공평해지고 있다고 봐요.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고요. 이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양지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