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아름다운 건축물 ④완주 아원고택과 오성한옥마을

종남산과 어우러진 고택

여름이나 가을, 겨울도 좋지만 봄이면 생각나고 찾고 싶은 공간이 있다. 완주 소양면에 자리한 아원고택도 그런 곳이다. 대청에 앉아 있으면 종남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마음을 느긋하게 만들어준다. 소맷자락으로 슬그머니 봄바람이 불어오고, 처마 아래로 스며든 봄볕이 무릎을 따뜻하게 데운다. 창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액자에 담긴 수묵화 같다.

아원고택은 방탄소년단이 ‘2019 서머패키지 인 코리아’ 영상과 화보를 찍으면서 알려졌다. 2016년 11월 문을 연 아원(我園)은 ‘우리들의 정원’이라는 뜻. 원래 아원고택이 있던 자리는 산비탈과 논밭이었다.

건축가 전해갑 대표가 경남 진주의 250년 된 고택과 전북 정읍의 150년 된 고택을 이곳으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기본 뼈대는 그대로 살리고, 서까래와 기와만 교체했다고 한다.

우리들의 정원

아원고택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원갤러리&뮤지엄으로 입장해야 한다. 성곽처럼 보이는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 위로 한옥의 날렵한 처마를 절묘하게 올렸다. 이곳은 한옥과 달리 현대적인 공간이다. 한옥 아래 자리한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내부는 갤러리 공간인데, 1년에 2~3회 현대미술 초대전을 연다. 가운데 놓인 커다란 탁자에서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천장이 개폐식이라, 고개를 들면 푸른 봄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실내에서 2층 바깥으로 이어지는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단아한 한옥 세 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만사 제쳐놓고 쉼을 얻는 곳’이라는 만휴당, 안채, 사랑채, 별채로 구성된다. 안채와 사랑채는 진주와 정읍의 고택을 이축했다. 아원고택이 지금 모습으로 완성되는 데 15년이 걸렸다고 한다.

아원고택은 건축의 중심에 종남산을 놓았다. 어디서나 종남산의 그윽한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한옥은 주로 남향이지만, 아원고택은 종남산을 바라본다. 만휴당과 종남산 사이 갤러리&뮤지엄 지붕에는 빗물로 연못을 만들었다. 연못은 종남산을 불러들인다.

아침과 해가 뉘엿할 무렵에 종남산 그림자가 고스란히 비친다. 한옥과 풍경은 이처럼 별개이면서 하나로 어울린다. 풍경은 고택의 창으로도 들어왔다. 모든 창이 주변 풍경을 담는 액자다. 풍경을 차용한다는 한옥의 건축 철학을 철저히 구현하고 있다.

별채(천목다실)는 콘크리트 건물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한옥처럼 아늑하고 포근하다. 천장을 2.5m로 낮춰 현대식 건물을 한옥 처마 밑으로 감췄다. 한옥과 현대식 건물의 조화를 시도한 것이다. 다실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면 장독대와 감나무 등이 눈에 들어와 한옥에 있는 듯하다.

한옥 앞에 대숲이 있다. 아원고택이 생기기 전부터 있던 숲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대숲이 청명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대숲 사이로 소담한 산책로가 있다. 걸어서 5분이 채 되지 않는 길이지만, 봄 분위기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길 끝에 서면 시야가 환히 열리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고택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부드러운 능선의 자연과 함께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

아원고택 입장료는 1만원이다.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갤러리와 고택을 관람할 수 있다. 나머지 시간에는 숙박객이 머무르기 때문에 출입이 제한된다. 초등학생 미만은 입장할 수 없다는 점도 알아두자. 아원고택 주위에 한옥 22채가 모여 오성한옥마을을 이룬다.


기와지붕 사이로 난 길을 걷다 보면 분위기 좋은 카페와 자그마한 책방도 만난다. 마을이 들어선 터는 1200여년 절터를 찾아 떠돌던 도의선사가 멈춰 선 곳이라고 한다. 종남산(終南山)이라는 이름은 ‘남쪽으로 더 내려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오성한옥마을이 포근하고 아늑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종남산과 서방산, 위봉산, 원등산이 에워싸기 때문일 것이다.

오성한옥마을에 들어서기 전, 오른쪽으로 붉은 굴뚝 하나가 보인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굴뚝이 있는 곳은 산속등대라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2004년부터 방치된 제지 공장을 재단장해 2019년에 문을 열었다. 요즘 완주에서 한창 주목받는 산속등대는 면적 2만5000㎡(7600평)에 달한다.

옛 건물의 골조와 벽을 곳곳에 그대로 두고 현대적인 건물을 더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버려진 발전소를 리모델링한 영국의 테이트모던이 떠오르기도 한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미술관으로 운영되는 ‘아트플랫폼’이 있다. 전시가 끊이지 않고 열린다. 아트플랫폼을 지나면 넓은 마당에 높이 33m 굴뚝이 당당하다. 공장 굴뚝이 등대로 재탄생해, 밤바다 불빛을 비춘다. 이곳이 왜 산속등대인지 이해가 된다.

등대 옆에 자리한 몸길이 7m 흰수염고래 조형물도 볼거리다.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슨슨카페’, 아이들 체험 공간 ‘어뮤즈월드’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가족 봄나들이 장소로 좋다.

산속등대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라면,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은 아빠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술에 관한 자료와 유물 5만여 점이 빼곡하다. 누룩 분쇄기를 비롯해 옛날에 술을 빚던 각종 도구, 세계의 유명 술 등이 전시된다. 1970년대 대폿집과 옛날 호프집을 재현한 공간도 재미있다.

완주에는 건축학적으로 의미 있는 성당 두 곳이 있다. 1895년에 세운 되재성당은 서울 약현성당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건립한 성당이자, 첫 한옥 성당이다.

한국전쟁 때 소실됐지만, 완주군이 2009년 원형대로 복원하고 축성식을 열었다. 정면 9칸에 측면 5칸 팔작지붕 건물로, 내부는 중앙 기둥을 연결하는 낮은 벽으로 남녀 좌석을 구분하고 바닥은 마루로 꾸몄다.

산속등대

천호성지는 1866년 병인박해 전후로 신도들이 천호산 자락에 모여 살던 교우촌이다. 천호성지 부활성당은 노출 콘크리트로 지었으며, 2008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았다. 성당 외부와 내부는 다각형 구조다. 안으로 들어서면 좌우 벽면에 난 비대칭 창문에서 햇살이 쏟아진다. 천호성지에는 1866년과 1868년 순교한 이들의 무덤이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아원고택→오성한옥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아원고택→오성한옥마을 
둘째 날: 산속등대→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되재성당→천호성지 부활성당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완주군 문화관광 www.wanju.go.kr/tour
- 아원 www.awon.kr
- 산속등대 www.sansoklighthouse.co.kr
-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sulmuseum.kr 

문의 전화
- 완주군청 문화관광과 063)290-2621
- 아원 063)241-8195
- 산속등대 063)245-2456
-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063)290-3847 

대중교통
[버스] 서울-삼례,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5회(06:15~20:05) 운행, 2시간10분~3시간10분 소요. 삼례공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381번 일반버스 이용, 모래내 정류장에서 806번 일반버스 환승, 오성풍류학교 정류장 하차, 아원고택까지 도보 약 120m.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삼례공용버스터미널 063)291-1450
[기차] 용산역-삼례역, 무궁화호 하루 8회(05:46~22:45)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삼례역에서 삼례우성아파트 정류장까지 도보 이동, 337번 일반버스 이용, 모래내 정류장에서 806번 일반버스 환승, 오성풍류학교 정류장 하차, 아원고택까지 도보 약 12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새만금포항고속도로→소양·전주 방면→국도26호선 진안 방면→전진로 소양 방면→소양로 송광사 방면→원암로 전라북도교통문화연수원 방면→송광수만로→아원고택

숙박 정보
- 대승한지마을(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소양면 복은길, 063) 242-1001 
- 행복드림한옥(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용진읍 봉서안길, 010-3677-5339 
- 모악산모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구이면 모악산길, 063-222-2024 
- 녹운재(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소양면 송광수만로, 010-3150-0151 
- 호연재: 소양면 송광수만로, 010-2343-9825 
- 이둔호텔: 이서면 오공로, 063)237-4563


식당 정보
- 행복정거장 모악산점(한식 뷔페): 구이면 모악산길, 1600-0125 
- 대승가든(닭볶음탕): 소양면 대승길, 063)243-8798 
- 원조화심두부(순두부): 소양면 전진로, 063)243-8952

주변 볼거리
삼례문화예술촌, 완주 위봉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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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