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왕 찐천재’ 홍진경의 공부의 신 도전기

배움 향한 타는 목마름으로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지식을 향한 타는 목마름으로 채널을 개설했다.’ 방송인 홍진경이 유튜브 채널 ‘공부왕찐천재’를 개설하면서 알린 포부다. 각 나라의 수도를 아는 것 외에는 지적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홍진경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등 초중고 수준의 교과목을 재밌게 학습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을 시작한 지 몇 주 되지 않았는데, 영상당 조회 수가 수백만에 이른다. 
 

▲ 방송인 홍진경 ⓒ유튜브

방송인 이영자는 한때 절친인 홍진경을 못마땅해한 적이 있었다. 친한 PD에게 홍진경을 추천했는데, 홍진경이 필사적으로 출연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SBS <호기심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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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관 박사와 함께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에만 출연하면, MC로서 안정적으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다고 예견한 이영자는 홍진경을 어르고 달래며 출연을 권했지만, 홍진경은 단호했다. 이유는 ‘간지(멋)가 나지 않아서’였다. 

돈과 명예보다 중요한 가치가 멋이었던 홍진경은 <호기심 천국>이 다소 예스러워 보였던 것. 오랫동안 방영된 장수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조금도 없었다고 한다. 홍진경에게 멋이란 생명과도 같은 존재다. 

이후 홍진경은 MBC <무한도전>으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았다. 코너는 ‘바보 전쟁-순수의 시대’였고, 홍진경은 대표적인 바보로 초대받은 것.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한도전>에 출연하고 싶었다”고 밝힌 홍진경은 “아쉽게도 난 바보가 아니다”라며 이미지만 챙겨가겠다고 선언했다. 


그 선언은 금세 무색해졌다. 홍진경은 제작진이 낸 문제를 전부 틀린 것도 모자라 내놓은 답변들이 모두 터무니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홍진경은 라이트 형제를 두고 히틀러라고 답했고, 엘리베이터에서 F의 약자를 쓰라는 문제에 ‘Floor’ 대신 ‘Flow’로 썼다. 특히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목욕하다가 부피만큼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외친 말은?”이라는 물음에 ‘빙고’라고 답한 장면은 수년이 지나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이후 전 세계 수도를 전부 외우다시피 하며, 실추된 이미지를 다소 챙기기는 했으나 홍진경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여전히 ‘뇌순녀(뇌가 순수한 여자)’다. 

모델 출신 방송인으로 이름을 알리다 못해 어머니의 손맛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시작한 김치 사업에서까지 성공에 이른 홍진경은, 마흔다섯의 나이에 공부를 소재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주위로부터 다소 지식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는 방송인 남창희, 황제성, MC그리(김동현)가 다양한 선생님들로부터 교과목을 배우는 방송이다. 천재가 되고 싶은 뜨거운 욕망을 표현하기 위해 채널명도 ‘공부왕찐천재’로 정했다. 

프로그램의 시작은 카카오TV의 이석로 PD와 만남으로 출발한다. 홍진경이 유튜브에 최적화된 인물이라 판단한 이 PD는 홍진경이 능력을 발휘하는 패션‧요리‧암기 등을 소재로 한 천재 시리즈를 제작하려 했다. 

이 PD를 만나 기획안을 본 홍진경은 “이 콘텐츠도 좋지만, 내가 가진 공부에 대한 열망을 방송으로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고, 그 제안을 이 PD가 받아들이면서 ‘공부왕찐천재’로 확장됐다. 웃기는 것은 기본값이며, 영상 안에 시청자들이 뭐 하나라도 가져갈 수 있게 만들자는 출연자와 제작진의 의도가 빛을 발하고 있다.
 

▲ ▲공부왕찐천재 ⓒ카카오TV

불과 5주 만에 실버 버튼(구독자 10만)을 받았으며, 지난 27일 진행된 라이브 스트리밍에는 무려 5000명의 팬들이 3시간 넘는 시간 동안 홍진경이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야말로 뜨거운 반응이다. 

29일까지 채널의 영상은 크게 세 가지 항목으로 나뉜다. 천재가 되고 싶은 홍진경이 스스로 공부하는 영상을 담고자 했으나, 기획 의도와는 반대로 공부 준비에만 열을 올리는 ‘공부 준비’, 안철수 전 의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방송인 장성규, 정봉주 전 의원 등을 섭외해 교과목을 공부하는 ‘수업 시간’, 이 외 예능적인 요소가 중심인 ‘쉬는 시간’으로 나뉜다. 

유튜브 채널 ‘공부왕찐천재’ 개설
기획·재미·강의 참신…뜨거운 반응

세 항목 모두 각기 가진 재미가 다르다. 공부 준비 시리즈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의 전형성이 담겨있다. ‘공부 준비’는 홍진경이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을 담기 위해 만든 자리였지만, 제작자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관전 포인트다. 책상에 약 3분여간 앉아 영어단어를 외우던 홍진경은 금세 지루해졌는지 “이대로는 공부가 안 된다”며 제작진을 이끌고 문구점으로 향한다.

필기구와 노트 등을 쇼핑한 데 이어 머리에 좋다는 아몬드를 사들이다 못해, 배가 고프다며 수제비를 먹는 등 계속 미루더니, 급기야 관악산의 정기를 받아야겠다며 서울대로 향한다. ‘공부하는 영상이 꼭 필요하다’라는 제작진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들릴 지경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했을 뿐 아니라 성적에서 밀리면 자존심이 상한다는 서울대 학생들의 말을 들으며, 공부를 못해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공부를 실천하는 것은 홍진경에겐 험난한 여정이다. 관악산의 정기를 받았지만, ‘끝내 공부하는 영상은 보내지 않았다’는 자막으로 시리즈는 마무리된다. 단 하루 촬영만으로 총 4개의 고퀄리티 영상을 뽑아내는 제작진의 능력도 돋보인다. 

이 PD는 “홍진경 선배가 ‘공부를 못하는 애들이 얼마나 준비하는 게 많은지 보여주겠다’면서 준비한 콘텐츠다. 적당히 준비하다 공부를 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오래 준비할 줄은 제작진도 몰랐다”며 “그 부분이 완전한 리얼리티라서 많은 분들이 더 재밌게 시청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 시간’은 ‘공부왕찐천재’의 킬러콘텐츠다. 유명인사가 선생님으로 출연해 홍진경을 비롯한 패널들에게 교과목을 가르치는 내용이다. 
 

▲ ▲공부왕찐천재 ⓒ카카오TV

안철수, 나경원, 장성규, 정봉주 등이 출연해 문학과 수학, 경제와 정치를 가르쳤다. 나경원은 문학에서의 개념어, 안철수는 수학의 일차방정식, 장성규는 경제의 수요와 공급의 개념, 정봉주는 헌법의 기본권을 전했다.

선생님들은 초등학생 수준의 눈높이에서 매우 쉽게 설명을 한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네 패널은 즐겁고 유쾌하게 학습한다. 사실과 다른 얕은 지식이 가감 없이 드러나지만, 너도나도 모르기 때문에 부끄러움의 몫은 선생님이 가져간다. 

비록 부끄러운 장면이 있기는 하나 수업이 끝날 때쯤이면, 수업 시간에 배운 것들을 전반적으로 이해한다. 시청자들은 깨달음의 재미를 느끼고 있는 패널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쉬는 시간’은 교과목 공부가 아닌 예능적인 색채가 강한 콘텐츠를 모아놨다. 라이브 방송이나 PPL을 활용한 영상, 홍진경의 딸 라엘양과 김구라 아들 MC그리의 퀴즈 대결 등 다양한 영상이 포함된다. 불과 한 달을 조금 넘겼을 뿐인데도 높은 수준의 영상을 15개나 업로드했으며, 조회 수는 모두 수백만에 이른다. 댓글 반응은 영상마다 매우 뜨겁다. 


‘공부왕찐천재’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지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다. 모르는 것을 들키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닌, 모르는 것 자체에 부끄러움을 느껴 학문에 정진하는 올바름을 홍진경과 패널들이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는 점이다. 

유쾌상쾌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패널들이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은 목적성 없이 자신의 정진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조선의 학자 정약용의 가치도 전달된다. 배움 자체가 얼마나 유의미한지 새삼 깨닫게 한다. 

학문에 대한 타는 목마름을 참신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재미와 배움의 희열을 동시에 잡은 ‘공부왕찐천재’의 앞날이 창창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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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