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스캔들’ 검찰 제물 시나리오

땅 빼려다 방 빼겠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LH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20번이 넘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들끓는 민심에 공직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더해지면서 역린을 건드린 모양새다. 문재인정부는 4·17재보선을 앞두고 터진 초대형 악재를 봉합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검찰은 완전히 배제되는 분위기다.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박성원 깆다

지난달 24일 정부는 경기도 광명·시흥을 6번째 3기 신도시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광명시 광명동·옥길동, 시흥시 과림동 일대에 7만호의 주택을 공급, 서남권 거점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신규공공택지 후보지를 주민공람 공고 즉시 개발예정지역으로 지정하고 주변 지역은 토지허가구역으로 묶는다고 덧붙였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최장 5년간 토지 소유권이나 지상권 등 투기성 토지거래가 차단된다. 

부동산 역린
초대형 악재

국토부 발표 일주일 뒤인 지난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과 참여연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LH 직원과 배우자, 지인 등 10여명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내 약 7000평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토지 실거래가 총액은 99억4512만원이며, 약 100억원에 달하는 자금 중 58억원가량은 대출로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제보받은 민변과 참여연대는 해당 필지의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직원 명단을 대조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해당 토지 소유권을 개별적으로 취득하기보다 소유권 지분을 공동 취득하는 방식으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감사원 감사뿐만 아니라 LH와 국토부가 철저한 자체 감사를 실시해 직원들의 비위 행위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3일에 걸쳐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조사한 결과 74%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그나마 ‘주택 공급 확대·신도시 개발’(16%)을 긍정 평가의 이유로 꼽았는데,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률은 40%로 나타났다. 직무수행 부정률은 51%로 긍정률을 상회했는데, 부정평가 이유로 첫손에 꼽은 것도 ‘부동산 정책’(19%)이다. 

말로는 발본색원·패가망신
1·2기 신도시 수사 검 패싱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LH 사태가 재보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의 성추행 의혹으로 공석이 생긴 터라 이미 악재를 안고 시작한 민주당에 부동산 악재까지 더해진 셈이다.

정부에서 ‘발본색원’(문재인 대통령), ‘패가망신’(정세윤 국무총리) 등의 강한 발언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제기된 다음날인 지난 3일부터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를 골자로 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국토부-LH-관계 공공기관 등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3일) “(LH) 일부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구조에 기인한 것인지 규명해 발본색원”(4일) “청와대 전 직원 토지거래 전수조사”(5일) 등이다. 
 

▲ LH 임직원들이 사전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했던 토지 ⓒ박성원 기자

주말 이후에도 “국가가 가진 모든 행정력, 모든 수사력 동원”(8일), “투기는 투기대로 조사하되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의 신뢰가 흔들려선 안 돼”(9일),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바닥에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비리행위”(10일) 등의 메시지를 냈다. 재보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레임덕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연일 이어진 문 대통령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LH 사태 대응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H 사태를 조사‧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을 완전히 배제하고 국가수사본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셀프 수사’ ‘부실 수사’ 등의 우려가 제기된 것.

검찰과 경찰의 협력을 당부하면서도 결국 핵심인 수사는 경찰에 ‘몰빵’해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LH 의혹은)검찰과 경찰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첫 사건”이라며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는 검찰과 경찰의 입장이 다를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유기적 협력으로 국가 수사기관의 대응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수사 노하우 및 기법 공유, 수사 방향을 잡기 위한 논의 등에서 경찰과 보다 긴밀히 협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770명 규모
검찰은 0명

그럼에도 경찰이 주축이 된 770여명 규모의 합동 특별수사본부(이하 합수본)에 검찰은 포함되지 않았다. 수사를 전담하는 국수본 인력 74명 외에 18개 시도 경찰청에서 695명의 경찰이 합수본에 파견된다.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 관계기관 37명도 참여한다. 검찰은 총리실에 와 있는 검사 1명 외에 부동산 전문 검사 1명이 합수본이 아닌 정부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에 추가 파견돼 법률 지원을 맡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검찰총장 권한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과의 회의에서 “수사를 맡은 경찰, 영장 청구와 공소 제기 및 유지를 담당하는 검찰 간의 유기적 소통과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사는 경찰이 맡고, 검찰은 기소를 담당하라는 역할 분담을 주문한 것이다. 

검찰은 1~2기 신도시 투기 의혹 당시 부동산 투기 세력과 유착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개발 예정 용지를 미리 매입해 시세차익을 노린 공무원들을 대거 적발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올린 바 있다. 
 

▲ 3기 신도시 1차 발표하는 정세균 국무총리

1989년 노태우정부는 성남시 분당·고양시 일산·부천시 중동·안양시 평촌·군포시 산본 등 5개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1990년 2월 검찰은 합수본을 설치해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 수사로 부동산 투기 사범 1만3000여명이 적발됐고 이 중 987명이 구속됐다. 금품 수수와 문서 위조 등에 연루돼 구속된 공직자는 131명에 달했다. 

2003년 노무현정부가 발표한 2기 신도시 조성 때에도 비슷했다. 2기 신도시는 경기 김포·인천 검단·화성 동탄1~2·평택 고덕·수원 광교·성남 판교·서울 송파(위례)·양주 옥정·파주 운정 등 수도권 10개 지역과 충청권 2개 지역(아산·도안) 등 총 12곳이다. 


1·2 신도시
공무원 적발

이들 지역에서 또 다시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검찰은 2005년 7월 두 번째 합수본을 설치했다. 당시 검찰이 단속한 부동산 투기 사범 중 공무원 27명이 적발됐다. 공무원 일부는 직무상 알게 된 개발 예정지 정보를 이용해 땅을 집단으로 매입한 뒤 형질을 불법 변경하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꾀했다.

검찰은 앞선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를 통해 이미 역량을 보여준 셈이다. 그렇다 보니 검찰이 LH 사태 수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진행한 지난 3월 둘째 주 정례조사에서 ‘정부 합수본에 검찰이 배제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주장에 49.5%가 찬성을 표했다.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30.4%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LH 투기 사태는 집권세력의 투기 DNA가 공직사회 전방위적으로 확산된 것을 잘 보여준 사례”라며 “성난 민심은 LH 투기 사태와 관련해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를 원천 차단하는지 이 정권에 묻고 있다”고 비판했다. 
 

▲ 남구준

특히 지난 11일 합조단이 발표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두고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 총리는 이날 1차 조사 결과 발표에서 “국토부와 LH 임직원 등 총 1만4000여명의 거래 내역과 소유 정보를 각각 조사하고 상호 대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며 “그 결과 민변과 참여연대에서 제기한 투기 의심사례를 포함해 총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1차 전수조사 결과는 본인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여서 차명이나 가족명의 거래까지 대상을 확대하면 투기 의심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정 총리는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며 “허위 매물, 기획부동산, 떳다방 등 부동산 시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과 불공정 행위를 엄단할 특단의 방안을 마련해 강력하게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수사권 조정 언급
고위공직자 겨냥 두려워서?

합조단의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두고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검찰의 직접수사 요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배제의 표면적 이유로 언급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검찰 권력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진행해왔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꾸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의 숙원이었다. 특히 올해부터 수사권이 조정됨에 따라 검찰 수사 범위는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줄었다.

이 중 공직자 범죄는 대상자가 4급 이상일 때만, 경제 범죄는 피해액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사기만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부동산 투기 의혹은 6대 범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를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 대검찰청 ⓒ고성준 기자

일각에선 정부에서 LH 사태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로 번지지 않도록 일종의 제한선을 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로 4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LH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 등이 나올 경우 정부로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한 달도 남지 않은 재보선은 물론 대선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남구준 국수본부장은 “과거 1~2기 신도시 수사 성과의 상당수가 경찰에서 나왔다”며 검찰이 LH 사태를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이 자신감을 보이는 것보다 진상규명이 더딜 경우 검찰의 직접수사 가능성이 열리는 것은 물론 검·경 수사권 조정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출범 초부터 검찰개혁에 사활을 걸어온 문재인정부로선 치명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이 LH 사태를 수사해야 한다는 법조계 안팎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수사권 있을 때 뭐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때 잘하지”
“우리가 무당?”

박 장관은 지난 1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수사권 개혁은 올해 1월1일 시행됐고, 부동산 투기는 2~3년 전부터 사회적 문제가 됐다”며 “수사권이 있을 때 적극 대응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의 발언에 검찰 내부에서는 “그럼 문재인 정부는 (그 당시에) 뭘 했냐” “우리가 무당이냐”는 등의 비판 발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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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