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스캔들’ 검찰 제물 시나리오

땅 빼려다 방 빼겠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LH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20번이 넘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들끓는 민심에 공직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더해지면서 역린을 건드린 모양새다. 문재인정부는 4·17재보선을 앞두고 터진 초대형 악재를 봉합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검찰은 완전히 배제되는 분위기다.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박성원 깆다

지난달 24일 정부는 경기도 광명·시흥을 6번째 3기 신도시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광명시 광명동·옥길동, 시흥시 과림동 일대에 7만호의 주택을 공급, 서남권 거점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신규공공택지 후보지를 주민공람 공고 즉시 개발예정지역으로 지정하고 주변 지역은 토지허가구역으로 묶는다고 덧붙였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최장 5년간 토지 소유권이나 지상권 등 투기성 토지거래가 차단된다. 

부동산 역린
초대형 악재

국토부 발표 일주일 뒤인 지난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과 참여연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LH 직원과 배우자, 지인 등 10여명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내 약 7000평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토지 실거래가 총액은 99억4512만원이며, 약 100억원에 달하는 자금 중 58억원가량은 대출로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제보받은 민변과 참여연대는 해당 필지의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직원 명단을 대조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해당 토지 소유권을 개별적으로 취득하기보다 소유권 지분을 공동 취득하는 방식으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감사원 감사뿐만 아니라 LH와 국토부가 철저한 자체 감사를 실시해 직원들의 비위 행위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3일에 걸쳐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조사한 결과 74%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그나마 ‘주택 공급 확대·신도시 개발’(16%)을 긍정 평가의 이유로 꼽았는데,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률은 40%로 나타났다. 직무수행 부정률은 51%로 긍정률을 상회했는데, 부정평가 이유로 첫손에 꼽은 것도 ‘부동산 정책’(19%)이다. 

말로는 발본색원·패가망신
1·2기 신도시 수사 검 패싱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LH 사태가 재보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의 성추행 의혹으로 공석이 생긴 터라 이미 악재를 안고 시작한 민주당에 부동산 악재까지 더해진 셈이다.

정부에서 ‘발본색원’(문재인 대통령), ‘패가망신’(정세윤 국무총리) 등의 강한 발언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제기된 다음날인 지난 3일부터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를 골자로 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국토부-LH-관계 공공기관 등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3일) “(LH) 일부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구조에 기인한 것인지 규명해 발본색원”(4일) “청와대 전 직원 토지거래 전수조사”(5일) 등이다. 
 

▲ LH 임직원들이 사전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했던 토지 ⓒ박성원 기자

주말 이후에도 “국가가 가진 모든 행정력, 모든 수사력 동원”(8일), “투기는 투기대로 조사하되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의 신뢰가 흔들려선 안 돼”(9일),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바닥에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비리행위”(10일) 등의 메시지를 냈다. 재보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레임덕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연일 이어진 문 대통령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LH 사태 대응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H 사태를 조사‧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을 완전히 배제하고 국가수사본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셀프 수사’ ‘부실 수사’ 등의 우려가 제기된 것.

검찰과 경찰의 협력을 당부하면서도 결국 핵심인 수사는 경찰에 ‘몰빵’해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LH 의혹은)검찰과 경찰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첫 사건”이라며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는 검찰과 경찰의 입장이 다를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유기적 협력으로 국가 수사기관의 대응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수사 노하우 및 기법 공유, 수사 방향을 잡기 위한 논의 등에서 경찰과 보다 긴밀히 협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770명 규모
검찰은 0명

그럼에도 경찰이 주축이 된 770여명 규모의 합동 특별수사본부(이하 합수본)에 검찰은 포함되지 않았다. 수사를 전담하는 국수본 인력 74명 외에 18개 시도 경찰청에서 695명의 경찰이 합수본에 파견된다.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 관계기관 37명도 참여한다. 검찰은 총리실에 와 있는 검사 1명 외에 부동산 전문 검사 1명이 합수본이 아닌 정부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에 추가 파견돼 법률 지원을 맡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검찰총장 권한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과의 회의에서 “수사를 맡은 경찰, 영장 청구와 공소 제기 및 유지를 담당하는 검찰 간의 유기적 소통과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사는 경찰이 맡고, 검찰은 기소를 담당하라는 역할 분담을 주문한 것이다. 

검찰은 1~2기 신도시 투기 의혹 당시 부동산 투기 세력과 유착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개발 예정 용지를 미리 매입해 시세차익을 노린 공무원들을 대거 적발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올린 바 있다. 
 

▲ 3기 신도시 1차 발표하는 정세균 국무총리

1989년 노태우정부는 성남시 분당·고양시 일산·부천시 중동·안양시 평촌·군포시 산본 등 5개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1990년 2월 검찰은 합수본을 설치해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 수사로 부동산 투기 사범 1만3000여명이 적발됐고 이 중 987명이 구속됐다. 금품 수수와 문서 위조 등에 연루돼 구속된 공직자는 131명에 달했다. 

2003년 노무현정부가 발표한 2기 신도시 조성 때에도 비슷했다. 2기 신도시는 경기 김포·인천 검단·화성 동탄1~2·평택 고덕·수원 광교·성남 판교·서울 송파(위례)·양주 옥정·파주 운정 등 수도권 10개 지역과 충청권 2개 지역(아산·도안) 등 총 12곳이다. 


1·2 신도시
공무원 적발

이들 지역에서 또 다시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검찰은 2005년 7월 두 번째 합수본을 설치했다. 당시 검찰이 단속한 부동산 투기 사범 중 공무원 27명이 적발됐다. 공무원 일부는 직무상 알게 된 개발 예정지 정보를 이용해 땅을 집단으로 매입한 뒤 형질을 불법 변경하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꾀했다.

검찰은 앞선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를 통해 이미 역량을 보여준 셈이다. 그렇다 보니 검찰이 LH 사태 수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진행한 지난 3월 둘째 주 정례조사에서 ‘정부 합수본에 검찰이 배제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주장에 49.5%가 찬성을 표했다.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30.4%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LH 투기 사태는 집권세력의 투기 DNA가 공직사회 전방위적으로 확산된 것을 잘 보여준 사례”라며 “성난 민심은 LH 투기 사태와 관련해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를 원천 차단하는지 이 정권에 묻고 있다”고 비판했다. 
 

▲ 남구준

특히 지난 11일 합조단이 발표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두고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 총리는 이날 1차 조사 결과 발표에서 “국토부와 LH 임직원 등 총 1만4000여명의 거래 내역과 소유 정보를 각각 조사하고 상호 대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며 “그 결과 민변과 참여연대에서 제기한 투기 의심사례를 포함해 총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1차 전수조사 결과는 본인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여서 차명이나 가족명의 거래까지 대상을 확대하면 투기 의심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정 총리는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며 “허위 매물, 기획부동산, 떳다방 등 부동산 시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과 불공정 행위를 엄단할 특단의 방안을 마련해 강력하게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수사권 조정 언급
고위공직자 겨냥 두려워서?

합조단의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두고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검찰의 직접수사 요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배제의 표면적 이유로 언급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검찰 권력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진행해왔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꾸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의 숙원이었다. 특히 올해부터 수사권이 조정됨에 따라 검찰 수사 범위는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줄었다.

이 중 공직자 범죄는 대상자가 4급 이상일 때만, 경제 범죄는 피해액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사기만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부동산 투기 의혹은 6대 범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를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 대검찰청 ⓒ고성준 기자

일각에선 정부에서 LH 사태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로 번지지 않도록 일종의 제한선을 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로 4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LH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 등이 나올 경우 정부로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한 달도 남지 않은 재보선은 물론 대선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남구준 국수본부장은 “과거 1~2기 신도시 수사 성과의 상당수가 경찰에서 나왔다”며 검찰이 LH 사태를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이 자신감을 보이는 것보다 진상규명이 더딜 경우 검찰의 직접수사 가능성이 열리는 것은 물론 검·경 수사권 조정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출범 초부터 검찰개혁에 사활을 걸어온 문재인정부로선 치명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이 LH 사태를 수사해야 한다는 법조계 안팎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수사권 있을 때 뭐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때 잘하지”
“우리가 무당?”

박 장관은 지난 1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수사권 개혁은 올해 1월1일 시행됐고, 부동산 투기는 2~3년 전부터 사회적 문제가 됐다”며 “수사권이 있을 때 적극 대응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의 발언에 검찰 내부에서는 “그럼 문재인 정부는 (그 당시에) 뭘 했냐” “우리가 무당이냐”는 등의 비판 발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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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