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24th 페리지 아티스트’ 손동현

겨울이 가고 ‘이른 봄’이 왔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서초구 소재 페리지 갤러리에서 24번째 페리지 아티스트 손동현의 개인전 ‘이른 봄’을 준비했다. 손동현은 그가 즐겨보고 경험했던 대중문화에서 찾은 소재를 동아시아의 수묵 방식과 접목해 다양한 작업을 선보여왔다. 
 

▲ 이른 봄, 종이에 먹, 잉크, 아크릴릭 잉크, 194×1300cm (10폭), 2020_2021(상세이미지 02)

전시 제목이자 작품인 ‘이른 봄’은 중국 북송 때 화가 곽희의 ‘조춘도’를 부분으로 나누고 구획해 손동현만의 방식으로 그려낸 산수화다. 곽희의 조춘도는 산수화의 기본이 되는 고원·심원·평원의 구도를 모범적으로 보여주며, 다시점으로 공간을 분할해 동아시아 회화의 전형적인 공간미를 드러내고 있다. 

법칙 벗어나

곽희의 그림은 손동현이 자신만의 시선으로 다시 분할해 새로운 풍경으로 만들기에 좋은 모티브가 됐다. 그가 작품 이른 봄에서 관심을 가진 부분은 관념을 추구해 마음을 수련하는 어떤 경지에 다다르는 것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어떤 법칙에 얽매이지 않고 이것과 저것, 여기와 저기 같은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시키려는 태도를 견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손동현은 작품 이른 봄에서 전통적 재료와 현대적 소재 혹은 만화와 같은 대중문화와 순수미술이라는 명확한 경계를 가진 것들의 단순한 조합보다는 이런 요소들이 뒤섞인 풍경을 만든다. 그러면서 자신이 적합하다고 여기는 여러 방법을 최대한 유연하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곽희의 조춘도서 모티브
요소들의 조합으로 혼재

손동현이 표현하는 산수가 어느 하나 고정된 형식으로 이뤄진 것 없이 다양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해온 방식에서 벗어나면서도 자신만의 표현법을 자연스럽게 구축해나가고 있다. 

작품 ‘이른 봄’의 경우 그의 작업 방식을 이미 알고 있거나 많이 접한 사람들에게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 그리 낯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는 각 장면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을 사용하면서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감각들을 화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덕분이다. 

손동현이 이번 산수화로 드러내고자 하는 점은 지금까지 걸어온 회화의 길에서 얻은 모든 것을 체화하고 이를 다시 새로운 화면 안에 자유자재로 담아내는 회화적 행위다. 
 

▲ 이른 봄, 종이에 먹, 잉크, 아크릴릭 잉크, 194×1300cm (10폭), 2020_2021

손동현은 저 멀리 있는 아련한 풍경이 아니라 확대되고 밀착된 동적인 흐름으로 가득한 공간으로 이른 봄을 표현하고 있다. 과거의 관념적인 산수화도 아니고 실제를 담은 것도 아닌,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공간을 다양하게 인지하면서 축적한 감각적인 풍경이다. 

전통적인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지만 거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분무를 하거나 탁본으로 찍어내고, 선 붓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익숙한 도구 이상의 무엇을 모색한다.

기본적 욕망에 충실
직관적으로 바라봐야


손동현은 이 같은 방식이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고, 가상과 실제의 경계가 모호하고, 현실이 비현실로 전환되는 복잡하고 미묘한 지점들을 담아내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추상과 형상 사이의 유격을 최대한 밀착시키고자 한 것이다. 

손동현이 보여주는 이른 봄은 단일 시공간의 단단한 지평이 아니라 여러 시공간의 일시적 결합으로 나타나는 유동적인 공간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소재와 재료, 기법은 물론 과거와 현재, 가상과 현실을 동등한 층위에 놓고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느슨하게 작업했다. 여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취향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다양성 추구

페리지 갤러리 관계자는 “손동현의 이번 작품은 특정한 정보를 통해 이해하기보다 화면에 펼쳐진 색과 선, 형태와 흐름을 좀 더 직관적으로 바라볼 때 충만하게 느끼게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을 다시 보기 위한 출발점, 말 그대로 이른 봄”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오는 5월8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손동현은?]

▲학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2005)
서울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2014)

▲개인전

‘이른 봄’ 페리지갤러리(2021)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교보 아트스페이스(2020)
‘Ink on Paper II’ 갤러리2(2020)
‘Figures’ 갤러리2 중선농원(2018)
‘Body & Soul’ 갤러리2(2018)
‘Jasmine Dragon Phoenix Pearl’ 송은 아트스페이스(2017) 외 다수

▲수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17)
송은 미술대상 대상(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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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