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Out of Photography’ 정영호 작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송은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송은 아트큐브는 2002년 1월 개관한 이래 매년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 전시 기획을 바탕으로 공간과 도록 제작 등을 후원하고 있다. 송은 아트큐브에서 정영호 작가의 개인전 ‘Out of Photography’를 준비했다. 
 

정영호의 작업은 무엇이 시대를 바꾸고 사회적 규범을 형성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얻기 위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문장을 지속적으로 되뇐다. 10여년 전 ‘적절했던 온도’라 여겨졌던 상식이 어쩌다 지금은 그에 맞서는 새로운 상식을 불러오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으로 본

초기작 독백 집회 시리즈는 실제 집회에서 쓰인 피켓 속 홍보문구를 차용해 고요한 숲속 등 연관이 없는 장소에서 집회를 재현한 작업이다. 정영호는 보는 이에게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로 시위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의문을 갖고 작업을 전개해왔다. 

정영호는 총 3개의 카테고리를 뒤섞어 이번 전시를 구성했다. 먼저 불분명한 형체로 관람객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작업 ‘Lightless Photography’ 시리즈를 선보인다. 빛이 없는 상태로 촬영한 작품이다. 

빛을 통과시키지 않고 셔터를 누르면 피사체가 없어도 노이즈가 홀로 증폭되면서 형태 없는 형상이 만들어진다. 이 중 무작위로 선정해 확대시킨 결과물은 색감 하나로 조용히 강렬한 환경을 조성한다. 


시대 변화와 사회 규범 관심
그때와 달라진 지금의 상식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노이즈는 화질이 좋지 않은 사진 속에 모래 알갱이처럼 보이는 부분이다. 한 곳을 집중적으로 확대해 펼친 작가의 화면 또한 낯익은 시각적 불편함을 야기하면서 촬영 대상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과 생경함을 담아낸다. 빛의 노출 없이도 예술의 형태가 구현되는 작업은 기술의 한계를 되짚어보는 실험이자 매체의 확장성을 드러내려는 시도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온라인과 밀접한 세계에 살고 있다. 주로 인터넷을 통해 사회적 사건들을 마주한다. 정영호는 2020년 대한민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주범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꼽았다. 눈앞에 일어나지 않아 간접적으로만 체감한 사건으로, 관련 기사의 이미지들이 모두 그래픽 이미지로만 사용되면서 사건은 더욱 멀게 느껴졌다. 

사건이 사진 매체로는 담을 수 없을 만큼 진화하고 증가하며, 우리의 생각과 믿음, 결론적으로 법에도 서서히 영향을 주고 있는 점을 대형 프린트로 풀어냈다. 구글 트렌드에서 화제성이 높았던 사건, 그리고 현대 기술 기반으로 발생한 사건의 키워드와 기간을 입력하면 검색 빈도와 강도를 나타내는 엑셀 파일이 주어진다. 
 

해당 데이터로 3D 모델링 과정을 거친 후 작가의 손길이 더해지면 초기 모습에서 보이지 않던 정교하고 불규칙적인 구조의 오브제가 탄생한다. 각기 다른 스토리와 데이터를 품고 있는 모형들을 촬영하고, 그에 맞춰  따로 찍어낸 배경 위에 올려두면 비로소 ‘Unphotographable Cases’ 연작이 완성된다.

데이터화돼가는 사건들은 실재와 허상이 공존하는 동시대 속에서 혼란만을 남기고 사라진다. 

기술에 따라 카테고리 셋으로
변화에 반응하는 시대성 주목


‘Face Shopping’에는 정영호가 DMZ(비무장지대)에 근무할 무렵 관측 장비의 조이스틱을 돌리며 소형 모니터를 통해 북한군 삶의 모습을 처음 접하고 느꼈던 복합적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전자장치로는 닿을 수 없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사람에 대한 인간적, 혹은 감정적 단서는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 

정영호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초상 모음집 웹사이트에서 사진을 가져와 다양한 크기로 전시장 곳곳에 걸어뒀다. 오직 그래픽 이미지로만 온라인에서 살아가는 ‘이것’들은 이질적이면서 또 어딘가 알 수 없는 따뜻한 아우라를 지닌다. 

묘한 감정은 작품과 관람객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관람객들은 그렇게 한참 동안 작품을 바라보다가 작품 속 이미지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인지하게 된다. 그 순간, 관계를 이어주던 고리가 한순간에 끊어질 수 있는 이면성을 느끼며 씁쓸히 발걸음을 돌린다. 

사회적 사건

송은 아트큐브 관계자는 “세 작업을 묶는 공통점은 기술이다. 기술의 발전이 하나의 발판으로 작용해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가치관을 세운다”며 “정영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념 아래 반응하는 시대성에 주목하고 앞서 나아가 그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정영호는?]

▲학력

영국왕립예술학교 사진학과 석사 졸업(2018)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학사 졸업(2014)

 

▲단체전

‘Show 2018’ Royal College of Art(2018)
‘Night Visions’ Museum of London(2018)
‘SightUnseen’ Dyson Gallery(2018)
‘Unexpected’ Hoxton Arches Gallery(2017)
‘Khojaly Peace Prize’ Houses of Parliament(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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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