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51·52) 오징어젓, 조개젓

제일 익숙한 젓갈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식재료 이력서>엔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이 담겨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오징어 ⓒpixabay

오징어젓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의 일이다.

당시 중앙당 사무처 조직 파트에 근무하면서 강원도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강릉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이 내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한 겨울에 아내와 나를 초청했다. 

주말을 맞아 강릉에 방문, 토요일 저녁에 각종 회를 안주로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채 잠이 가시지 않은 상태인 나를 찾아 그 사람이 숙소로 방문했다. 


그 사람은 전날 마신 술의 숙취를 해소하기 위함이라는 구실로 나와 아내를 이끌고 해장국집이 아닌 자신의 단골집이라는 아담한 횟집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주인이 갓 잡은 오징어를 잘게 썰어 들고 왔다.

의아한 시선으로 그 사람을 주시하자 숙취 해소에 오징어 회만큼 좋은 게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역시 의아한 생각으로 잘게 썰어놓은 오징어 회를 먹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의 이야기, 즉 숙취 해소에 그만이라는 이야기를 실감하게 됐다. 

쫄깃쫄깃한 식감에 입맛이 돌았던 것은 물론이고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머릿속이 그야말로 환하게 맑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그 상태에 이르자 한잔 하지 않을 수 없어 해장으로 소주 두병을 마셨던 기억이 새롭다.

오징어.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따르면 오징어는 물 위에 떠 있다가 까마귀가 오징어를 죽은 고기인 줄 알고 물 위에 내려 앉아 쪼아대면 긴 다리로 까마귀를 감아 안고 물 속으로 들어가 잡아먹었다고 해서, ‘까마귀를 잡아먹는 도적’이라 해서 오적어(烏賊魚)라 했다 한다. 


이 오적어가 물고기를 뜻하는 ‘즉(鯽)’ 자를 사용해 오즉어(烏鯽魚)로 불리기도 하다가 결국 오징어로 정착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징어는 한자로 표기돼있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 시절의 경험을 되새기며 오징어를 혼탁하다, 더럽다의 의미를 지닌 ‘汚’(오)자와 그를 징계한다는 의미를 지닌 ‘懲’(징)자를 사용해 오징어를 汚懲魚로 부르곤 한다.

이 새로운 한자어엔 몸에 남아 있는 노폐물을 제거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여하튼 숙취해소에 탁월한 효능을 지닌 오징어를 생각하면 곧바로 타우린이 떠오른다.

타우린(taurine)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쓸개즙 분비를 촉진해 간의 해독력을 강화하고 피로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거의 모든 에너지 강화 드링크에 타우린이 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오징어는 노화 지연과 성인병 예방 등 여러 효능을 지니고 있다.

숙취해소에 탁월한 타우린 듬뿍
“조개는 죽어서 진주를 남긴다”

이제 정약전의 동생인 정약용의 오징어 노래(‘烏鰂魚行’, 오적어행)를 감상해보자. 

「오징어가 물가를 지나다 문득 백로의 자태를 마주했는데 하얗기로는 한 조각 눈이고 빛나기로는 잔잔한 물과 같네. 머리 들어 백로에 이르기를 네 뜻 나는 모르겠네. 기왕 고기 잡아 먹으려면 무슨 이유로 청결한 척 하나. 내 배에는 항상 먹물 한 주머니 있어 한번 토해내면 주변 모두 검기에 고기들 눈 흐려져 지척 분간 못하고 꼬리 흔들며 가려해도 남북 구분 못하지. 내가 입 벌리고 삼켜도 고기들은 알지 못해 내 배 항상 부르고 고기는 늘 속는다네. 네 깃 너무 깨끗하고 털도 너무 기이하여 위 아래 모두 흰옷인데 누가 의심 안 하나. 가는 곳마다 옥 같은 얼굴 물에 먼저 비추니, 고기 모두 먼 곳서 바라보고 피해가니, 자네 종일 서서 무엇을 기대하겠느냐. 네 다리만 시근거리고 속 항상 주리지. 까마귀 찾아가 그 깃 빌어 입고 본색 감추고 편리하게 살아가게. 그러면 산더미만큼 고기 잡아 암컷과 새끼들 먹일 수 있겠네. 백로가 오징어에게 이르기를 네 말 역시 일리 있지만 하늘이 이미 결백함 주었고 내 스스로 보아도 더러움 없는데 어찌 조그마한 밥통 하나 채우자고 얼굴과 모양 그렇게 바꾸겠나. 고기 오면 먹고 가면 쫓지 않지. 꼿꼿이 서서 천명에 따를 뿐이네. 오징어가 먹물을 뽑고 또 화를 내며 멍청하다 너 백로 마땅히 굶어 죽으리.」
 

▲ 조개젓 ⓒpixabya

조개젓

중국 전한 시대 전략가들의 책략을 편집한 책인 <전국책>의 ‘연책’(燕策, 연나라의 계책)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역수(易水) 가에 조개가 나와 있을 때 마침 황새가 조개의 속살을 쪼자, 조개가 껍질을 오무려서 황새의 부리를 꼭 끼워 버렸다.

황새가 말하기를 “오늘도 비가 오지 않고 내일도 비가 오지 않으면 죽은 조개가 있게 될 것”이라고 하자, 조개가 말하기를 “오늘도 못 나가고 내일도 못 나가면 죽은 황새가 있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서로 놓아주지 않았다.

끝내는 어부가 와서 둘을 다 잡아갔다. 

이 과정에서 두 개의 고사성어가 생겨난다.

조개와 황새의 어리석은 싸움을 빗댄 방휼지쟁(蚌鷸之爭)과 그 둘 간의 싸움으로 이득을 보는 어부라는 의미에서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고사성어다. 

한 건으로 인해 두 개의 고사성어를 만들어낸 조개의 한자명도 독특하다.


조개를 지칭해 蚌(방) 혹은 蛤(합)이라 하는데 이 두 자를 합해 방합(蚌蛤)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여기서 조개를 의미하는 貝(패)는 조갯살이 아닌 조개껍질을 지칭한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황새는 왜 죽음도 불사하고 조갯살을 쪼았을까하는 의문이 발생한다.

혹시 조갯살 속에 숨어 있던 진주가 탐나 그런 건 아니었나하는 의심 역시 일어난다.

이와 관련해 조개와 진주 이야기도 해야겠다. 

조갯살 속에 모래나 뼈 등 단단한 이물질이 들어가면 조개는 이를 빼려 노력하지만 이물질은 결국 살 속에 박히게 된다.

조개는 이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 생각해 자신을 보호하겠다는 차원에서 자기 몸에서 나오는 분비액으로 이물질을 지속해 감싸게 된다.

이에 따라 이물질이 점점 더 커지게 되고 후일 그 물체가 진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조개는 진주로 인해 생명을 빼앗기지만 진주를 남기게 된다.

필자는 그런 조개를 위해 인사유명 호사유피(人死留名 虎死留皮,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처럼 방사유주(蚌死留珠, 조개는 죽어서 진주를 남긴다)라는 말을 만들어주고 싶다.

여하튼 조개와 진주에 관련된 기록들을 살펴보자.

중국 남북조 시대 진(晉)나라 사람인 좌사(左思)의 오도부(吳都賦)에 실려 있는 한 대목을 인용한다.

蚌蛤珠胎(방합주태)
조개가 진주를 잉태하는데
與月虧全(여월휴전)
달과 함께 찼다 줄었다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장유의 작품을 보면 조개와 진주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英英珠一顆(영영주일과)
찬란하게 빛나는 진주 한 알
出自蚌胎中(출자방태중)
조개 뱃속에서 만들어지네

조개는 우리민족과 선사시대부터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패(貝) 즉 패총(貝塚)과 관련해서다.

한반도 여기저기서 발견된 선사시대의 패총을 살피면 조개와 우리 민족 간 관계는 그 뿌리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조개로 젓갈을 담갔을까.

서긍의 <고려도경>에 실려 있는 ‘고려 사람들은 조개류를 가지고 젓갈을 담가 귀천 없이 먹는다’는 기록을 살피면 조개젓의 역사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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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