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회사 부실 떠안은 사조그룹 모기업, 왜?

억지로 꿰맞추는 승계 퍼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사조그룹에서 굵직한 지분 변동이 목격되고 있다. 오너 일가는 연이은 주식 매각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섰고, 오너 회사의 부실은 핵심 사업회사가 떠안는 것으로 결정됐다. 덕분에 향후 승계 과정에서 황태자는 한결 가벼운 발걸음이 가능해졌다.
 

▲ 사조 본사 ⓒ네이버 지도

사조그룹은 주인용 명예회장이 1971년 설립한 원양어업회사 ‘시전사’에 뿌리를 둔 종합식품 기업집단이다. 이후 사조산업으로 사명 변경이 이뤄졌고, 1978년에 주인용 명예회장이 뇌일혈로 작고하자, 장남인 주진우 회장이 가업을 이어받았다.

아들 세운
바쁜 행보

사조산업은 1987년 부국사료 인수를 기점으로 서서히 몸집을 불렸다. ▲2004년 신동방 식품사업부문 ▲2006년 대림수산 ▲2007년 오양수산 ▲2016년 동아원·한국제분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를 이어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는 총 30곳(국내 25곳, 해외 5곳)에 이른다.

그룹 내 계열사들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나타낸다. 사조대림의 경우 사조산업이 13.8%로 최대주주며 사조씨푸드 13.2%, 사조시스템즈 9.5%, 캐슬렉스제주 6.1%, 캐슬렉스서울 1.3% 등이다. 사조씨푸드의 최대주주는 사조산업(62.1%)이다.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의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중요도가 남다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 지분 26.12%를 보유하고 있다. 사조산업의 나머지 주요 주주로는 주 회장 14.2%, 주 회장의 아들인 주지홍 사조산업 부사장 6.8%, 사조대림 3.9%, 캐슬렉스제주 3.0% 등이 있다.


순환출자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조그룹 지배구조의 큰 틀은 사조시스템즈에서 사조산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이 이뤄지면 사조시스템즈가 지주회사를 맡아 나머지 계열사를 아우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이은 굵직한 지분 변동
승계 작업…3세 전면 등장

경영 승계 과정에서 사조시스템즈는 중심축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오너 일가는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나머지 계열사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조시스템즈 최대주주는 지분 39.7%를 보유한 주 부사장이다.

주 부사장은 2006년 사조그룹의 비상장계열사인 사조인터내셔날에 입사한 뒤 사조해표 기획실장, 경영지원본부장, 식품총괄본부장 등을 지냈다. 2015년부터는 사조그룹 4개 계열사(사조대림, 사조씨푸드, 사조해표, 사조오양)의 등기이사에 올랐다. 
 

▲ 주진우 사조 회장과 주지홍 사조 부사장

주 부사장은 2015년 사조시스템즈 지분 53.3%를 상속받고 상속세 30억원을 사조시스템 지분으로 대신 납부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이 지분을 공매를 통해 매각하려 했지만 5번 유찰됐고 6번째 입찰에서 사조시스템즈가 27억원에 해당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 이로 인해 사조시스템즈가 자사주 10.8%를 보유하게 됐고, 주 부사장은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주 회장 역시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주 회장의 지분율은 13.7%이고, 주 부사장, 사조대림(16.0%)에 이은 3대 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주 회장과 주 부사장의 사조시스템즈 지분율 총합은 53%에 이른다.

주식 팔고
현금 얻고


이런 가운데 오너 일가는 지난해부터 계열사 보유 지분 매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분 증여를 고려한 움직임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수순으로 비치기도 한다.

주 회장은 지난해 4월 사조대림, 사조오양의 지분 전량과 사조산업의 지분 일부를 시간외매매로 계열사에 넘겼다. 지난해 9월 주 부사장은 사조동아원과 사조오양의 지분 2.94%와 5.14%를 각각 시간외매매로 전량 처분했다. 

주 부사장이 내놓은 주식 전량은 그룹의 다른 계열사가 사들였다. 사조동아원의 주식 414만793주는 사조씨푸드가 전량 인수했고, 사조오양의 주식 48만4127주는 사조대림이 전량 사들였다. 

주 부사장의 사조산업 지분율은 꾸준히 상승 추세다. 지난해의 경우 수차례에 걸쳐 장내매수를 통해 사조산업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향후 지주사 전환을 고려했을 때 사조산업에 대한 지배력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위한 필수 요소다.

부실 넘긴
황태자

오너 일가가 내놓은 주식을 계열사가 사들이면서, 복잡했던 사조그룹 지배구조는 서서히 수직 계열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를 수직 계열화해 궁극적으로 주 부사장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 캐슬렉스서울 CC ⓒ캐슬렉스

그럼에도 여전히 사조그룹의 실질적인 주도권은 주 회장이 장악하고 있다. 지주사 격인 사조산업에 대한 경영도 주 회장이 주도하고 있으며, 지분율도 주 회장이 더 높다. 만약 주 부사장이 주 회장 지분을 증여받을 경우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증여세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너 일가의 지분 변동이 목격된 가운데, 핵심 사업회사는 부실 회사 떠안기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12월30일 사조산업은 공시를 통해 종속기업인 캐슬렉스서울이 캐슬렉스제주를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존속법인은 캐슬렉스서울이고, 합병비율은 1:4.54이다. 합병으로 발행되는 캐슬렉스서울의 신주는 43만1665주다. 합병 이유는 경영합리화를 통한 시너지 극대화다.

두 회사는 서울과 제주에서 골프장 사업을 영위한다. 다만 주주구성은 차이가 분명하다. 캐슬렉스서울은 사조산업의 종속기업으로, 캐슬렉스제주는 사조시스템즈의 관계기업으로 분류된다.

주식 팔아 현금 마련 총력
껍데기 넘기고 ‘일석이조’

캐슬렉스서울은 사조산업이 79.5%, 사조씨푸드가 20%, 주 회장이 0.5%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캐슬렉스제주는 주 부사장이 49.5%, 사조시스템즈가 45.5%, 캐슬렉스서울이 5%를 보유 중이다. 

이번 합병 결정으로 캐슬렉스서울의 주주구성에는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사조산업이 58%, 사조씨푸드가 14.6%, 주 회장이 0.3%로 지분율이 축소되는 대신, 주 부사장과 사조시스템즈는 약 12% 안팎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 캐슬렉스 제주 CC ⓒ캐슬렉스

주주구성이 전혀 다른 두 회사의 합병을 결정한 배경엔 재무적 부담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캐슬렉스서울이 캐슬렉스제주의 부실을 떠안게 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캐슬렉스제주는 1996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2018년 적자로 전환되면서 재무부담은 더 커졌다. 2018년 말 기준 총자본은 -20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캐슬렉스서울의 상황도 별반 다를 게 없다. 2015년부터 자본잠식에 빠졌고, 현재 총자본은 -88억원이다. 

결과적으로 양사를 합병하면서 캐슬렉스제주의 부실을 캐슬렉스서울로 통합시켰다고 볼 수 있다. 캐슬렉스제주의 회생 및 자금지원 역시 캐슬렉스서울, 더 나아가 사조그룹이 도맡게 됐다.

뻔한 포석
남는 장사

주 부사장은 이번 합병의 수혜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캐슬렉스제주의 부실을 계열사로 넘긴 대가로 캐슬렉스서울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서 향후 계열사 등으로 매각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향후 승계 과정에서 캐슬렉스서울의 지분을 매각해 사조산업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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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