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5년’ 요동치는 재계 서열

1위는 굳건한데…A 그룹 엎치락뒤치락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문재인정부가 어느덧 집권 5년 차를 앞두고 있다. 그 사이 재계 판도에는 많은 변화가 감지됐다. 건실한 성장을 거듭한 곳이 있는 반면 몇몇 기업은 대기업 지위를 상실했다. 변화의 소용돌이는 신축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자동차 사옥 ⓒ현대자동차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5월 ‘상호출자제한집단 및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해왔다. 직전년도를 기준으로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을 공개하는 것이다. 여기에 포함됐다는 건 ‘대기업’으로 분류됐음을 의미한다. 회사가 양적 성장을 거듭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흥미로운 
판도 변화

상호출자제한집단 지정은 재벌에 의한 시장경쟁 저해를 막기 위해 1987년 첫 도입됐다. 초창기에는 자산총액 4000억원이 기준이었지만, 2002년 2조원, 2009년 5조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상호지급보증 금지 출자 총액 제한, 상호출자 금지 등 규제가 가해진다.

해당 기준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수정됐다. 2017년 7월11일 자산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지정을 위한 세부기준이 담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변화였다.

개정안은 석달 전 공표된 개정 공정거래법의 위임 사항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공시 의무와 사익편취 규제의 적용대상을 기존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집단 외에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분류하는 게 핵심이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절차는 기존 상호출자제한집단의 내용을 그대로 사용했다. 자산총액 산정은 직전 사업연도 대차대조표상의 자산총액 합계로 이뤄지며, 금융·보험사는 자본총액과 자본금 중 큰 금액에 따른다. 대신 금융·보험업만을 영위하는 기업집단이나 회생·관리절차가 진행 중인 소속 회사의 자산총액이 전체의 50% 이상인 기업집단 등은 지정대상에서 제외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첫해인 2017년에 상호출자제한집단 및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일반기업은 총 57곳. 상호출자제한집단이 31개, 공시대상 기업집단이 26개였다. 

자존심 걸린 물밑 순위 경쟁
M&A·분리 나비효과…‘빅5’ 뒤바뀌나

3년 뒤 이 명단에는 변화가 뒤따랐다. 지난해 4월 기준 상호출자제한집단(34곳)과 공시대상 기업집단(30곳)에는 총 64곳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 부임 첫 해와 비교하면 상호출자제한집단에 포함된 기업은 3개 늘었고, 공시대상 기업집단은 1개 감소했다.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국내 기업 환경에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으로 분류되던 몇몇 기업은 더 이상 이 명단에서 이름을 찾기 힘들다.

한진중공업은 인천 북항 운영에 대한 지배력 상실에 따른 자산 감소로 지난해 공시대상 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2000년에 자산 기준 재계 순위 11위에 올랐던 한솔은 이후 외형 확대에 소극적인 양상을 나타냈고, 지난해 공시대상 기업집단 명단에서 제외됐다.
 

▲ SK본사 ⓒ고성준 기자

한솔과 한진중공업이 대기업 명단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이들의 공석은 금방 채워졌다. ▲넷마블 ▲유진 ▲애경 ▲다우키움 ▲HMM ▲장금상선 ▲IMM인베스트먼트 ▲KG ▲삼양 등이 빈자리를 대신했다.


넷마블과 유진그룹은 2018년 공시대상으로 지정됐다. 넷마블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며 2조7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고, 유진그룹은 유진저축은행 인수 및 계열사인 유진기업의 실적 개선이 자산 증가에 기여했다.

지난 2019년에는 애경그룹과 다우키움이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애경그룹은 계열사가 상장하고 신사옥을 준공하면서 자산이 증가했고, 다우키움은 사모펀드(PEF)와 특수목적법인(SPC)이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 컸다.

뜨고 지고
흥망성쇠

올해는 5곳이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신규 지정됐다. HMM은 6조5000억원, 장금상선은 6조4000억원, IMM인베스트먼트는 6조3000억원, KG그룹은 5조3000억원, 삼양그룹은 5조1000억원으로 자산총액이 집계됐다.

HMM은 지난 2019년 적용된 국제회계 기준으로 2018년까지 부채에 포함되지 않았던 운용 리스가 부채로 인식되면서 자산이 늘었다. 여기에 글로벌 해운업계 흐름인 대형화에 맞춰 대형 선박 확보에 나선 것도 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장금상선은 지난해 흥아해운의 컨테이너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자산이 늘었다. 장금상선을 비롯해 계열회사 모두 비상장법인으로 구성돼있다.

KG그룹의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은 지난해 동부제철(현 KG동부제철)을 인수한 영향이 컸다. KG그룹은 2018년 말 기준으로 자산총액 2조2337억원의 중견 그룹이었는데, 2019년 8월 말 동부제철 인수를 완료하면서 자산이 대폭 늘었다. 동부제철의 자산총액은 2019년 말 기준 2조3553억원에 달한다.
 

▲ LG 본사

삼양그룹은 계열회사의 사채 발행과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면서 자산이 늘었다. 삼양그룹의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의 사채는 지난 2019년 말 기준 6985억원으로, 2018년 말(3441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사모펀드 최초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된 IMM인베스트먼트는 최대주주인 지성배 대표가 IMM인베스트먼트 지분 76%를 확보한 유한회사 IMM의 지분 42.8%를 보유하고 있는 점이 감안돼 공시 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지 대표가 IMM 지분을 통해 IMM인베스트먼트의 79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치열한
자리 싸움

지난해 인수합병·계열분리 등 굵직한 이슈가 이어진 만큼 올해 재계 순위는 어느 때보다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분류된 최상위권 집단에서의 순위 변동이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해 상호출자제한집단 및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보면 삼성전자가 자산총액 424조원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이 그 뒤를 잇고 있다.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산총액은 234조원이고, SK그룹은 225조원이다. 두 기업의 자산총액 차이가 10조원을 넘지 않는 상황에서 SK가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10조원에 인수하면서 격차는 한층 좁혀지게 됐다.


SK그룹이 인수합병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순위 역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11개였던 SK그룹 내 소속 회사 수는 지난해 125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그룹은 53개에서 54개로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재계 빅5’의 나머지 구성원인 LG그룹과 롯데그룹의 순위 변동 가능성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지난해 상호출자제한집단 및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보면 LG그룹과 롯데그룹의 자산총액은 각각 137조원, 121조원으로 15조원 이상 격차를 보인다.
 

▲ 농심 본사 ⓒ농심

다만 LG그룹의 계열분리가 변수다. LG그룹은 지난달 24일 LG상사와 LG하우시스의 계열분리를 공식화했다. 두 회사의 자산총액 합계는 약 8조원이고, 계열분리가 완료되면 LG그룹은 약 10조원가량의 자산총액 감소가 불가피하다. 계열분리 세부 내역과 롯데그룹의 자산총액 상승 여부에 따라 순위 자리바꿈이 연출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약진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 63조원으로 재계 순위 9위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완료하면 순위가 오를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의 2020년 기준 자산총액은 12조원으로, 두 기업이 합치면 한화의 자산총액 72조원을 뛰어넘게 된다.

M&A·분리 나비효과
‘빅5’ 순서 뒤바뀌나

이 경우 재계 순위는 2계단 뛰어오른 7위에 위치하게 된다. 여기에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작업까지 연내 마무리되면 자산총액 규모는 더욱 불어난다. 


지난해 기준 재계 14위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향방에 따라 현재 11위인 신세계그룹을 넘어설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총액은 13조원 규모로 파악되고 있으며, 한진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자산총액은 각각 33조원, 41조원이다.

반면 재계 순위 하락이나 대기업 지정 제외가 불가피한 집단도 눈에 띈다.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 29조원으로 재계 순위 15위인 두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계획이 마무리되면 순위가 하락할 전망이다. 수년 전부터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두산그룹은 지난해 ‘3조원 자구안’ 마련을 위해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해왔고, 이로 인해 자산총액이 9조원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점쳐진다.
 

▲ ⓒ두산그룹

이로 인해 두산그룹의 자산총액이 21조원으로 감소하면, 재계 순위는 2계단 하락한 17위권에 해당한다. 지난해 기준 17위는 부영그룹(23조원)이고, 대림그룹(18조원)이 18위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자산총액 17조원으로 재계 순위 20위에 위치했던 금호아시아나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속도에 따라 올해부터 대기업 명단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총액이 그룹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아시아나항공 및 산하 자회사까지 일괄 매각될 경우 그룹의 자산은 3조원대로 줄어든다. 

이 경우 상호출자제한집단은 물론이고, 공시대상 기업집단에서도 제외된다. 사업적인 부분에서는 그룹 명칭도 바꿔야 한다. 건설회사인 금호산업과 운수업체인 금호고속 정도만 남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대기업 사이에서의 순위 변동도 흥미롭지만, 새롭게 대기업 편입을 앞둔 집단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농심그룹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변화의 
소용돌이

올해부터 공시대상 기업집단 신규 지정이 확실시 되는 농심그룹은 농심홀딩스를 지배회사로 상장사 3개, 비상장사 15개, 해외법인 15개 총 3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농심그룹 상장사 3개 자산 총액만 4조7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메가마트, 태경농산, 농심엔지니어링, 엔디에스, 농심미분 등 비상장 계열사 15개까지 합치면 5조원을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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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