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삼촌 vs 조카 살얼음 대립각

돈 앞에 핏줄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녹십자그룹 오너 일가에서 때 아닌 지분 경쟁이 목격되고 있다. 지주사 지분을 꾸준히 늘려온 삼촌이 핵심계열사 주식 매각을 통해 실탄을 확보하자, 조카들 역시 우회 방식으로 현금 마련에 힘을 쏟는 양상이다. 
 

▲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 허은철 녹십자 사장,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부사장 ⓒ녹십자

녹십자그룹은 고 허채경 한일시멘트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고 허영섭 회장이 1967년 부친의 지분을 출자 받아 인수한 수도미생물약품판매주식회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71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한 녹십자는 2004년 9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 후 종합제약그룹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기업집단 소속 국내외 법인은 총 40곳(상장 7개·비상장 33개). 이들 가운데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가 각각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지주사 체제가 일찍부터 자리 잡은 덕분에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인→녹십자홀딩스→녹십자’로 이어지는 견고한 지배구조가 구축됐다.

갈등 국면

2009년 허영섭 회장이 타계한 후 녹십자그룹의 최고 경영진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허영섭 회장의 동생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허영섭 회장의 자제들이 그룹 핵심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은 한일시멘트 이사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상무까지 지낸 뒤 녹십자 전무이사로 자리를 옮겨 녹십자 부사장을 역임했다. 녹십자 사장과 녹십자 부회장을 거쳐 2009년 12월 회장에 올랐다. 아들인 허진성 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 상무 역시 임원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핵심계열사 경영은 허일섭 회장의 조카들이 맡고 있다.

허영섭 회장의 차남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은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생물화학공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입사 후 R&D기획실 상무와 전무를 거쳐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승진한 뒤 기획조정실장으로 경영 전반을 관장했다.

2015년 공동대표에 이어 이듬해부터 단독대표로서 녹십자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허영섭 회장의 삼남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 경영대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녹십자홀딩스에 입사해 경영기획실, 영업기획실을 거쳤고, 2009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달 1일자로 사장 승진이 확정됐다.

‘삼촌-조카’가 각자의 영역을 확보한 녹십자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 방식은 표면상 별다른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 양 측이 잇따라 지주사 지분 확보 움직임을 나타내자, 경영권을 놓고 대립구도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격 대립구도 시작
‘실탄’ 확보 총력전

허일섭 회장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녹십자홀딩스 지분 12.1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허일섭 회장의 가족 및 측근의 지분을 합치면 우호지분은 약 19% 수준이다. 아내와 자식들의 지분 1.93%, 박용태 부회장의 지분 4.87%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 허일섭 회장은 지난해 12월4일, 녹십자 주식 3만주를 장내매도하면서 12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허일섭 회장은 녹십자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녹십자홀딩스 지분 확보에 활용할 수 있다. 취임 이후 허일섭 회장은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사들였고, 2010년 3월 기준 44만2309주였던 보유 주식 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571만7777주로 확대된 상황이다. 

허은철·허용준 형제는 경영 전면에 나선 것과는 별개로 지주사 주식 보유량은 그리 많지 않다. 허은철 사장은 녹십자홀딩스 지분 2.60%, 허용준 부사장은 2.91%를 보유 중이다.

대신 목암생명과학연구소(9.79%), 목암과학재단(2.1%)과 미래나눔재단(4.38%)의 우군 역할을 기대해봄직하다. 3곳은 고 허영섭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됐다.

허영섭 회장은 사망 1년 전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 주식 각각 30만주, 20만주를 연구소 및 재단에 기부했다. 당시 허 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60%에 달하는 규모였다.
 

▲ 녹십자 본사 ⓒ녹십자

공교롭게도 허용준 부사장이 이사장에 이름을 올린 미래나눔재단은 허일섭 회장과 엇비슷한 시기에 녹십자 주식 전량 매각에 나섰다. 미래나눔재단은 지난해 11월3일과 4일에 걸쳐 녹십자 주식을 각각 3만주, 1만8171주 처분해 191억원을 마련한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연구소 및 재단이 보유한 녹십자홀딩스 지분율 총합은 16.27%에 달한다. 여기에 허은철·허용준 형제의 보유 지분을 합치면 허일섭 회장 우호세력의 지분율을 소폭 앞선다.

변수는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지분의 향방이다. 연구소의 출범은 허영섭 회장의 사재 출연 덕분이지만, 현재 이사장은 허일섭 회장이다. 허일섭 회장은 2010년 2대 이사장으로 부임한 이래 10년째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연구소 지분이 허일섭 회장 우호지분으로 분류될 시 녹십자홀딩스 지분 경쟁은 허일섭 회장 측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동상이몽

승부의 또 다른 추는 국민연금공단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녹십자홀딩스 지분 8.93%를 보유 중이다. 친인척 간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될 경우 국민연금 지분이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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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