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시험’ 7급 지방직 공채 논란

경제학 선택했을 뿐인데 ‘낙방’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지난달 17일 치러졌던 2020년 7급 지방직 공무원 공채(일반 행정)의 선택과목 간 난이도가 극명하게 차이나면서 시험의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해당 시험에는 선택과목 간 난이도 차에 따른 형평성을 맞출 수 있는 ‘조정점수제’가 도입돼있지 않아, 경제학원론을 선택한 수험생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학원가에는 불공정한 시험 제도에 대한 불만과 함께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역대급으로 어려웠다. 이렇게 문제가 출제되면 경제학원론을 선택하지 말라고 말려야 한다. 경제학원론을 선택한 수험생들은 전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노량진 학원가 경제학 강사 A씨) “경제학원론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이 3문제나 출제됐다. 즉 출제 범위를 벗어난 시험이었다.”(노량진 학원가 경제학 강사 B씨)

불공정

2020년 7급 지방직 시험에 대한 노량진 경제학 스타 강사들의 주된 평가다. 7급 지방직 공무원 시험은 인사혁신처가 전국 17개 모든 시·도 교육청 위탁을 받아 시험 문제 출제를 담당하고 있다. 시험은 취득한 점수를 그대로 합산하는 원점수제도로, 수험생들은 필수과목 6과목과 선택과목 1과목을 응시해야 한다.

수험생들은 선택과목 1과목을 고를 수 있으며 ▲지방자치론 ▲경제학원론 ▲지역개발론 순으로 수험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에스티유니타스의 공무원 시험 전문 브랜드 공단기 합격예측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7급 지방직 시험의 채점건수 1만8284건 중 68%에 해당하는 수험생이 지방자치론을 선택했고, 30%에 해당하는 학생이 경제학원론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선택과목의 난이도 조절 실패로 인해 두 선택과목 간 평균 점수가 크게 차이가 나면서, 경제학원론을 선택한 수험생들이 대거 낙방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공단기 합격예측시스템에 따르면 수험생들이 입력한 지방자치론과 경제학원론의 평균 점수는 각각 71.5점과 49.8점으로, 20점 넘게 차이가 났다. 가산점 1점으로도 당락이 좌우되는 공무원 시험에서 경제학원론을 선택한 수험생들이 매우 불리해지는 불공정한 시험이었던 셈이다.

선택 과목별 문항 정답률에서도 두 과목은 큰 차이를 보였다. 경제학원론 20문항에서 30% 이하의 정답률을 보인 문항은 4개나 됐다. 반면 지방자치론에서 정답률 30% 이하의 문항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실제로도 경제학원론을 선택한 수험생들의 합격률이 두드러지게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 공단 기합격 예측 서비스 데이터 기반 그래프

공단기 합격예측 서비스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시 선발인원인 142명 중 경제학원론을 선택해 합격선에 든 응시자는 14명으로, 전체 합격자의 9.9%를 차지했다. 반면 지방자치론을 선택해 합격선에 들어선 응시자는 142명 중 128명으로, 전체 합격자의 90%에 육박했다.

7급 지방직 시험에 조정점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조정점수제란 선택과목 간의 난이도 차이로 인한 과목 간 점수편차를 조정하기 위한 제도를 말한다. 성적을 동일한 척도 상에서 비교할 수 있어 과목별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의아한 대목은 7급 지방직·외무영사직 외 선택과목이 있는 타 공무원 시험에는 조정점수제가 도입돼있다는 점이다. 현재 지방공무원임용령 제50조2항에 따르면 ‘8급 및 9급 공개 경쟁신규임용시험의 선택과목 득점은 응시자가 선택한 과목점수의 표준편차와 평균점을 산출하여 산식에 따라 조정한 점수(이하 “조정점수”라 한다)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조정점수제’ 미도입…왜 7급 지방직만?
 범위 벗어났다? 인사혁신처 출제 뒷말

문제는 이뿐 아니다. 7급 지방직 시험에서 경제학원론의 시험 범위를 벗어난 내용이 출제됐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노량진 학원가의 경제학 강사들은 경제학원론 A형 시험문제 14·16·17번이 출제범위에서 벗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인사혁신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7급 지방직 경제학원론 과목의 출제범위에 대해서는 별도로 시험 공고 시에 명시하고 있지는 않으며, 경제학원론의 범위가 광범위해 교재마다 다소 다를 수는 있으나, 해당 문제들도 경제학원론 수준에서 다룰 수 있다는 시험위원의 판단 하에 출제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공무원 경제학 일타 강사 A씨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모든 경제학원론 교재를 다 검토했다. 출제된 내용은 경제학원론 어떤 교재에도 나와 있지 않은 내용임을 증명할 수 있다. 출제 위원이 어느 경제학원론 교재에서 출제했는지 밝히고 입증해야 한다”며 정면 반박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을의 위치에 있는 수험생들의 몫이 됐다. 공무원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경제학 기출문제를 10회독 했는데 손도 못 쓴 문제가 수두룩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무리해서라도 지방자치론을 선택했을 것” “조정점수도 없는 시험에서 이런 난이도는 정말 아닌 것 같다”는 등의 불만글이 쇄도했다.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는 지난 2일 “불공정한 지방공무원 채용시험, 더는 은폐하지 마십시오”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단지 경제학원론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수험생들의 고생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며 운을 뗐다.

이어 글쓴이는 “수험생들은 차후 면접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또는 채용 이후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못한다. 가장 공정해야 하는 공무원 시험에서조차 불공정을 바로잡지 못하면서,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불공정 채용을 어떻게 바로잡나. 산산조각 난 우리들의 노력을 정당하게 평가해달라”고 울분을 토했다.

해당 글은 지난 11일을 기준으로 900여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 공단 기합격 예측 서비스 데이터 기반 그래프

외무고시 수석 출신의 헌법 일타 강사 C씨는 불공정한 시험을 치러야 했던 수험생들에 대해 정부부처가 책임을 지고 권리구제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C씨는 지방자치론과 경제학원론의 응시자 비율과 합격자 비율을 대조해 경제학원론 선택자를 추가 합격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만약 추가합격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책으로 재시험 또는 추가시험을 고려해달라고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경기 북부 경찰채용시험에서 공정성 논란이 일자, 재시험이 실시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청장은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수습하려는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7급 지방직 시험이 크게 논란이 된 후, 인사혁신처 대변인실은 <일요시사>가 조정점수제 도입 등에 대한 계획을 묻자, “선택과목 간 유불리 문제 해소를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에 대해 지방공무원 시험을 주관하는 행정안전부 및 17개 시도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개선 의지를 밝혀왔다.

을의 울분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인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조정점수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임시국회에서 행정안전부에 관련된 내용을 지적하고자 한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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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