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심 율촌재단 주먹구구 운영 대해부

뒷전으로 밀려버린 장학사업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최현목·장지선 기자 = 율촌재단의 운영방식을 두고 온갖 뒷말이 나오고 있다. 운영비 지출 내역에서 이해하기 힘든 흔적이 여럿 발견된 탓이다. 신규 사업에 20년 가까이 눈먼 돈이 투입되는 것과 달리 본래 설립 취지는 뒷전으로 밀려버린 지 오래다.
 

▲ ⓒ율촌재단

율촌재단은 1955년 6월 설립된 화암장학회에 뿌리를 둔 공익법인이다. 1984년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사재 80억원 출연과 함께 장학회를 양수받으면서 농심그룹 산하 단체로 탈바꿈했다. 신 회장의 이사장 취임 직후 화암장학회는 율촌장학회로 이름을 교체했고, 1998년부터 지금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배당으로
재원 마련

지난해 말 기준 율촌재단의 총자산은 182억원. 금융자산(37억원), 기타자산(19억원), 토지(6억9000만원), 건물(1억3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73%(132억원)는 장기투자자산으로 분류된다. 장기투자자산 가운데 117억원은 농심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분 평가액이다.

율촌재단이 보유한 그룹 계열사 지분은 자산평가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재단 1년 농사의 밑천으로 작용한다. 실적 증감치를 반영하지 않는 농심홀딩스와 농심의 배당정책이 고정수익으로 연결된 형국이다.

율촌재단은 상장사인 농심홀딩스와 농심 지분을 올해 상반기 기준 각각 2.01%(9만3139주), 4.83%(29만3955주)씩 보유하고 있다. 농심그룹 비상장 유통 계열사인 메가마트 지분 4.84%(15만주)도 율촌재단의 몫이다.


농심홀딩스와 농심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각각 92억7553만원, 231억3050만원씩 결산배당을 집행해왔고, 율촌재단은 지분율에 따라 두 회사로부터 매년 13억6200만원을 배당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 이자수익 및 사업 외 수익을 합산하면 연간 14~15억원 안팎의 재단 운용소득이 꾸려진다.

배당 덕분에 안정적인 운용소득을 확보한 율촌재단은 표면상이나마 고유목적사업(설립 목적을 직접 수행하는 사업)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2018년 86.7%로 ‘적정(목적 사업비가 전년도 운용소득의 70% 이상)’ 수준을 훨씬 상회했던 율촌재단의 목적 사업 수행 실적은 이듬해 110%까지 치솟았다.

특히 청소년 수련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눈에 띈다. 지난해 목적 사업비(12억2000만원) 가운데 청소년 수련시설에 지출된 금액만 10억5000만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목적 사업비의 86.5%에 해당한다. 반면 장학금, 학술연구비, 발간 및 배포비, 연구기관 지원에 투입된 비용의 총합이 1억6000만원에 그쳤다.

본래 설립 목적은 온 데 간 데…
뒷전으로 밀려버린 장학사업

다만 단일 목적사업에 대한 대규모 집행 이력은 율촌재단의 방만 운영을 의심케 하는 여지를 남긴다.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지난 20년의 행적을 쉽게 이해하기 힘든 까닭이다.

율촌재단은 2000년 2월 정관상 목적사업에 ‘청소년 자연체험 활동 지원’ 사업을 추가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일대에 ‘언양 청소년 자연생태 수련시설(이하 청소년 수련시설)’을 조성하기 위한 첫 단계였다.

이듬해 8월 울산시의 사업허가 신청이 떨어졌고, 2002년 10월 진입도로 착공, 2004년 11월 본 사업부지 착공이 이뤄지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당시만 해도 준공 만료 기간인 2006년 12월이 도래하기 전에 시설 및 진입로 공사가 당연히 완료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당초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공사는 차일피일 미뤄졌고, 율촌재단은 2년 단위로 공사 연장 신청하는 데 급급했다.
 

▲ 메가마트 기장점 ⓒ네이버 지도

20년 가까이 끌어 온 공사는 지난달 21일이 돼서야 ‘관리동’ 준공 소식을 알렸다. 이마저도 지난 5월 서울시 교육청이 감사를 실시하고 6차 공사 연장 기간(2019년 12월~2021년 7월31일) 내 공사 완료를 통보하지 않았더라면 더 미뤄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설계 변경 및 관리동 건축을 이유로 들며 6차 연장 허가서를 제출하면서도, 정작 주무관청에 연장과 관련한 보고를 누락했던 율촌재단의 행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눈여겨볼 부분은 사업이 20년 가까이 멈춰 있는 동안에도 율촌재단은 매년 수억원 가량의 목적 사업비를 청소년 수련시설에 투입했다는 점이다.

빗나간 예상
이제야 겨우

율촌재단이 2018년 말까지 청소년 수련시설 설치 및 운영에 투입한 목적 사업비는 약 8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해 투입한 10억5000만원과 올해 편성금액을 포함시키면 올해 연말 기준 총 투입 비용은 100억원에 근접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착공 당시 예상했던 건립 비용의 3배를 훌쩍 넘기는 규모다.

문제는 율촌재단이 청소년 수련시설에 목적 사업비를 할애하는 과정에서 서울시 교육청이 내놓은 전제조건을 수차례 여겼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 서울시 교육청은 율촌재단이 청소년 자연체험 활동 지원 사업을 목적사업에 추가하는 것을 허가하는 대신 단서를 달았다.

해당 사업에 재단 연간 목적 사업비의 50% 미만을 집행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율촌재단이 청소년 수련시설에 목적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지출한 것만 해도 10년 사이에 3개 회계년도(▲2013년 55.1% ▲2015년 50.3% ▲2019년 86.5%)에서 목격된다.

2010년 이전에는 청소년 수련시설에 목적 사업비를 과다 지출한 사례가 더욱 빈번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2006년의 경우 목적 사업비 12억9500만원 가운데 10억1600만원을 수련시설 조성 용도로 처리한 이력이 확인된 상태다. 당해에는 목적 사업비 1억1100만원을 지출해 청소년 수련시설에 쓸 용도로 공사용 굴삭기를 구입했는데, 이를 농심그룹 골프장 계열사가 올해 초까지 무상으로 사용해온 사실이 서울시 교육청 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 울산청소년수련원 조감도 ⓒ율촌재단

율촌재단 측은 준공 지연에 대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존재했다는 입장이다.


율촌재단 관계자는 “청소년 수련시설 부지 인근에서 고속철도 확장, 문화재 발굴 사업 등이 연이어 계획되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준공까지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며 “해당 내용을 충분히 소명했고, 교육청에서도 문제없다고 결론내린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뒷전으로 밀린
재단의 근간

청소년 수련시설 건립 과정에서 이해하기 힘든 비용 처리 흔적을 남긴 율촌재단은 정작 본업인 장학사업에서는 소극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율촌재단이 최근 5년간 장학사업에 투입한 목적 사업비는 ▲2015년 5800만원 ▲2016년 1억1400만원 ▲2017년 6300만원 ▲2018년 1억200만원 ▲2019년 9000만원 등 연평균 8600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청소년 수련시설에 지출한 금액의 1/5 수준이다.

장학사업으로 지출된 금액은 재단 이사에게 지급한 급여보다도 적은 액수다. 퇴직금과 같은 일회성 지출 내역을 제외하면 최근 5년간 율촌재단은 2억2000만원 안팎의 금액을 급여 및 상여금 명목으로 산정해왔다. 

급여는 임원 1명과 직원 2명에게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에게 지급된 급여 지출이 5000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임원에게 매년 1억7000만원가량 급여 및 상여금이 지출된 셈이다.


장학사업에서 드러난 또 다른 문제점은 존재 자체가 불분명한 지급 기준이다. 율촌재단은 장학금 및 연구비를 학술연구기관 또는 단체에 지급하면서 명확한 선발 규정을 명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발 과정에서 서류전형 및 면접을 거친다는 말만 했을 뿐 선발위원회 개최 사실을 증빙하는 서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올해 초 율촌재단에 대한 서울시 교육청 감사를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추천자를 이사회 서면보고만으로 확정해 장학금을 지급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다른 곳 쓰기도 부족한데…
공익재단이 계열 측면 지원?

공교롭게도 재단의 근간인 장학사업에서 투명성이 결여된 흔적이 발견되자, 농심그룹 주력 계열사의 영업을 율촌재단이 간접 지원해왔다는 항간의 소문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간 율촌재단은 메가마트가 출점한 지역을 중심으로 장학사업을 벌였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로 몇몇 메가마트 점포의 출점 지역 및 시기는 율촌재단이 장학금을 전달한 지역 및 시기와 엇비슷하게 겹친다. 
 

▲ (사진 왼쪽부터)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2010년 6월 메가마트 부산 기장점이 오픈하고, 석달 후 율촌재단이 기장군청에 장학금 2000만원을 지급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8년 4월 춘천 M백화점이 문을 열자, 한 달 후 율촌재단이 춘천시청에 2000만원의 장학금을 쾌척했던 것도 유사한 양상이다. 2009년 9월 메가마트 천안점은 율촌장학재단을 통해 천안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메가마트의 오너 경영인과 율촌재단의 이사장이 동일 인물이라는 점은 율촌재단이 메가마트의 영업을 간접 지원한다고 의심받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신춘호 회장의 삼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메가마트 지분 56.14%(173만8135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007년에는 아버지로부터 율촌재단 이사장직을 넘겨받은 바 있다.

꼬리를 무는 
의혹의 연속

율촌재단 관계자는 “서울시 교육청 감사를 거치며 해당 내용들에 대한 소명을 충분히 했고, 대부분의 사안이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며 “몇몇 시정조치 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개선을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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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