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법원보관금, 어디로?

‘1만1원’ 받을 돈 받으려니 “이리 가라 저리 가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누군가에게는 푼돈이지만 그 돈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권리일 수 있다. 하지만 권리를 찾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면,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정부는 이 시간과 노력 혹은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찾아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다. 
 

▲ 서울중앙지법

법원보관금은 민사 예납금, 매수 신청 보증금, 매각 대금, 세출 예산집행에 따른 계약 보증금·입찰 보증금·하자 보수 보증금, 공무원의 급여 채권에 대한 가압류금 및 증권 관련 집단 소송의 권리 실행금 등 법령에 의해 법원이 보관하는 세입세출 외 현금을 말한다. 민사 사건에서 법원보관금은 일종의 보증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배보다 배꼽

A씨는 지난 8월 어이없는 경험을 했다. 앞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가 취하한 그는 지난 6월, 은행으로부터 법원보관금 잔액확인통지서를 받았다. 미리 예금해둔 보관금 중 소송 과정에서 사용된 돈을 제외한 잔액을 찾아가라는 뜻이다. 소송 당사자는 사건이 종결되면 보관금 잔액을 확인한 뒤 환급지시서를 발급받아 보관금이 예치된 금융기관에 제출하면 환급받을 수 있다.

사건 당사자와 합의를 이룬 A씨의 보관금 잔액은 1만1원. A씨는 “많은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깝다는 생각에 등기소에서 필요한 서류를 떼어 은행으로 갔다”며 “그랬더니 법원지점으로 가라는 말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이때 A씨는 교통비와 서류 발급 등으로 이미 돈을 썼기에 또 다시 환급 절차를 밟으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것을 우려, 두 달간 보관금 잔액을 찾으러 가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지정된 은행 지점으로 가는 데 드는 교통비 등을 계산하면 보관금 잔액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다 그는 지난 8월 해당 은행 법원지점 근처로 갈 일이 생겨 보관금 잔액을 환급받기로 했다. 보관금 창구에서 돌아온 말은 서류를 다시 떼어 오라는 것. 비용을 들여 서류를 다시 떼어 갔더니 이번에는 ‘아직 하달되지 않은 건’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보관금 잔액확인통지서를 두 달 전에 받았는데 그동안 보관금 창구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송 과정에서 남은 돈
환급 받기가 더 힘들어

A씨는 결국 보관금 잔액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1만1원을 돌려받기 위해 서류 발급비 2000원, 교통비 5000원 등 총 7000원을 사용했다”며 “적은 돈이라고 생각해 포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간과 비용을 들여 찾아간 나 같은 사람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겉으로 보이는 7000원이라는 돈보다 보관금 환급을 위해 쏟은 시간과 기회비용을 생각하면서 후회했다”고 덧붙였다. ‘이 정도 금액은 찾으러 오지 않겠거니’ 생각해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모습에서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느낌도 받았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8년 기준으로 법원보관금 중 환급이 이뤄지지 않아 국고로 귀속된 금액은 약 606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 2018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장제원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해 국감에서 발표한 결과다.

자료에 따르면 국고로 귀속된 보관금은 2013년 162억623만원, 2014년 134억6439만원, 2015년 83억4424만원, 2016년 38억6641만원으로 줄었다가 2017년 186억7516만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각급 법원별로는 인천지법이 53억4153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중앙지법 52억6528만원, 수원지법 41억9878만원, 의정부지법 40억2828만원, 부산지법 35억9018만원, 대구지법 30억5184만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 ⓒpixabay

장 의원은 “소송 당사자들이 환급절차를 모르거나 복잡해 보관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며 “법원은 절차 간소화 등 제도개선에 힘쓰는 동시에 홍보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제는 소송 당사자들이 찾아가지 않은 법원보관금이 이리저리 새는 일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2012년 광주와 대구에서 법원 공무원이 거액의 보관금을 빼돌린 사건이 일어났다. 법원 주사보 한 명은 해임됐고, 법원 주사 두 명은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들의 징계 사유는 모두 경매보관금 부정출급이었다. 

2016년 대구지법 법원 주사보는 허위의 위임장을 이용해 제3자가 보관금을 수령하도록 하는 수법으로 470여만원을 횡령해 파면됐다. 2018년에도 대전지법 서기보가 본인 계좌를 입력해 법원보관금 출금 명령서를 위조하는 방법으로 2040여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2015년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한국농어촌공사 직원이 법원보관금 1000만원을 빼돌려 생활비 등으로 써 오다 적발됐다. 채권관리업무를 맡고 있던 해당 직원은 경매배당금 등 총 1040여만원의 법원보관금을 빼돌렸다. 허위문서로 횡령 사실을 감춘 직원은 이 돈으로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상환하거나 생활비로 쓰는 등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횡령 사건도 일어나
정부 관리 철저해야

정부는 보관금이 국고로 귀속되기 전 환급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환급청구권이 소멸하기 전 청구 권리자에게 사전 안내하는 등 국민재산권도 강화된다. 정부는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보관금법 개정법률 공포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번 법률 개정뿐만 아니라 각 일선관서에서 보관금을 자체적으로 관리하며 발생하는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완해 관리·감독 강화 방안을 마련·시행 중이다. 전 부처 보관금 유형을 6개(공탁금, 보증금, 압수·압류금, 권리자 미상금, 기타 보관금, 국가소유 일시보유금)로 통일했다. 

이를 기반으로 재정정보 관리 시스템인 디브레인(dBrain)을 개선했다. 중앙기관은 디브레인을 통해 소속기관 보관금 현황을 유형별로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또 연말 결산 마감을 의무화하고 마감 후 보관금 잔액이 국가결산보고서 주석 사항에 자동으로 반영되도록 해 보관금 통계의 정확성을 높였다.

5년→10년

A씨는 “작은 일들이 모여 큰일이 되고 그 큰일들이 이 사회를 뒤흔드는 사건이 된다. 급기야 이런 사건들로 어떤 사람은 직장을 잃고 어떤 정부는 탄핵을 당한다”며 “대통령이 입을 옷을 골라주던 작은 일들이 커지고 커져 이 사회에 어떤 파장을 불러 왔는지는 모든 국민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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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