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미 대선-한반도 3차 함수 막전막후

위기의 트럼프, 김정은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시도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다. 정권 말 문재인정부의 평화 프로세스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미국 대선과 함께 남북미 외교 지형을 분석해봤다.
 

11월 미국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감염’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맞았다. 지난 2일 그와 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 두 사람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것. 그는 입원 3일째 되던 지난 5일 퇴원해 백악관에 복귀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미국 대선은 혼돈 속에 빠졌다.

엄지척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정부의 방역 실패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시종일관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성을 무시해왔다. 그는 경쟁자인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를 향해 “볼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빈정댔다. 또 그가 ‘노 마스크’를 고집한 탓에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 참석한 지지자들 중 마스크를 쓴 사람들 역시 드물었다.

코로나19 확진 이후에도 그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코로나19를 극복한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2층 발코니서 마스크를 벗고 엄지를 치켜들거나 “20년 전보다 컨디션이 좋다”고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과한 행보는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코로나19가 독감보다 훨씬 덜 치명적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흘려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또 확진 판정 후 같은 자동차에 타고 있던 경호요원을 감염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원칙적으로 치료가 되기 전까지는 외출해선 안 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급한 마음에 ‘깜짝 외출’과 같은 무리수를 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각종 여론조사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뒤지고 있는 상태다. 막판에 추격해도 모자란 상황에 이대로 두 손 놓고 있자면 트럼프 대통령의 패색이 짙다.

사상 초유 대통령 확진…백악관 발칵
미 대선판 혼돈 속으로…지지율 급락

선거가 한 달 남짓 남은 시점서 유세 일정에도 대부분 차질이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 유세에 강한 타입이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움직일 수 없다는 점만으로도 상당한 악재다.

특히 그는 올해 74세 고령에 비만으로,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고위험군’에 속한다. 그의 백악관 내 최측근들 역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줄줄이 받았다.

반면 민주당 존 바이든 후보는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이후 코로나19 검사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그는 당장 미시건 등 경합주를 중심으로 현장을 찾으며 승세를 굳히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에 관련한 정부 심판론이 인다면 바이든 후보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여론조사 역시 그의 손을 들어줬다. 조 바이든 후보는 오는 11월 대선의 승패를 쥔 경합주 대부분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섰다. 그의 자신감 있는 독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이 한반도에 끼칠 영향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이 문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그의 확진 여부와 상관없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간 공조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치적을 쌓기 위해 10월경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면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에 대한 희망도 흘러나오는 분위기였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최근 독일 순방 중에 “10월은 한반도 정세에 정말 중요한 달”이라며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역시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물 건너간
빅이벤트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분위기는 완전히 기울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일정은 전격 중단됐다. 종전 선언 언급 후 미국 측과 논의를 시도하려고 했던 일말의 희망조차 꺾인 셈이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폼페이오 장관은 도쿄, 몽골을 방문한 뒤에 서울을 찾을 예정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10월 중 방한을 재추진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다. 대선 일정을 고려할 때 북미 정상 혹은 고위급 이벤트가 발생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대선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이슈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 경색된 북미 관계의 물꼬를 틀 기회가 차단된 셈이다.

반면 일각에선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현실성이 애초부터 높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 관계는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9월에 열린 유엔총회 연설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정국서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강력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다. 문정부 출범 이후 남북미 대화의 물꼬는 트였지만, 미국이 대선전에 돌입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문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피력했다.

북한 관망
속타는 문

지난 달 유엔 총회 연설서 문 대통령은 남북 ‘종전 선언’ 카드를 내세웠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격당한 와중이었다. 임기 말 여권발 악재가 터지고, 치적으로 꼽혔던 남북관계마저 흔들리자 무리하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문정부가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미를 도모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본 언론 <요미우리신문>은 11월 미국 대선 전, 김 부부장의 미국 방문 주선을 도모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문정부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한을 통해 김 부부장의 방미를 최종 조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코로나19 감염으로 김 부부장의 방미 기회는 불투명해졌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 위원장은 미국 대선 이후까지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백악관을 누가 차지하든 한반도 정치 지형의 큰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비핵화의 열쇠는 여전히 김 위원장이 갖고 있는 데다, 그가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민주당 바이든 후보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는 쪽을 더 원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가 가능한 협상가인 반면, 바이든은 대북 제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심지어 바이든은 지난해 김 위원장을 ‘살인적인 독재자’로 칭하고, 대선 당선 후 그를 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낙선되면…남북미 관계 흔들리나
끝나지 않은 ‘옥토버 서프라이즈’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친서를 스무통 넘게 주고받으면서 양 측의 신뢰가 여전하다는 것을 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이후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완쾌를 기원하는 전문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당신은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위로를 전했다.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서는 2021년 1월 말까지 북미 관계는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김 위원장은 미국 대선 전까지 북미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내년 1월 당 8차 대회를 앞두고 내부 결속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관계와 마찬가지로 남북관계 경색 역시 장기화되고 있다. 남북미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채 얼어붙으면서 ‘한반도 평화 시계’가 멈출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돈다.

지난 6월 북한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남북 간 대화 창구가 전면 폐쇄됐다. 또 북한군이 서해상에 표류하던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여론 역시 급속도로 악화됐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할 의지가 강력한 만큼 종전선언,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등을 이행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등으로 남북관계에 관망세를 보일 공산이 높아, 문정부가 보다 과감한 전략으로 협상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평화 시계
이대로 스톱?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11월이 되면 미국 대선이 끝나니까 그 후에 어떻게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추동해 나가느냐는 것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 때문에 대면 회동이 어려우면 비대면 회동이라도 해야 한다. 화상회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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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