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2막’ 여는 정의당의 큰그림

‘데스노트’ 다시 펼칠 수 있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진보정치 1세대가 곧 막을 내린다. 정의당은 작년 조국 사태 이후 크게 흔들리면서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새로운 당 지도부는 범여권 프레임서 벗어나 정의당만의 노선을 보여야 한다. ‘포스트 심상정’은 과연 누가 될까.
 

▲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의당이 새로운 당 지도부 선출 작업과 함께 독자적인 노선을 밟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노동’이라는 어젠다에 더욱더 집중하는 모습도 보인다. 당은 오는 27일, 새로운 대표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갖는다. 새로운 지도부는 몰락할 위기에 처한 진보정당을 다시 살리는 중책을 맡게 된다.

몰락 위기
여권 비판

정의당은 최근 연이은 여권 인사들의 논란에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정의당은 공적 권력에 대한 안일한 인식에 아쉬움을 표했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추 장관은 의도치 않은 개입이 부당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여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초선인 장혜영 의원은 “민주화 주역들이 기득권자로 변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류인 민주화운동 세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특히 정의당은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 통보 사태에 대해서는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이스타항공의 창업주는 민주당 이상직 의원이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과정서 아들과 딸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업무상 횡령·배임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이 의원 은 형의 회사를 통한 차명재산 축적 의혹, 위계를 이용한 후원금 모금 및 선거 동원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7일 직원 605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 15일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재난이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지 않도록 하겠다던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약속은 허공의 메아리로 흩어지고 말았다”며 “불법 증여 의혹에 휩싸인 16살 골프선수가 기간산업인 항공사 대주주가 되었는데 정부는 정녕 책임이 없느냐. 212억 자산가가 5억 고용보험료를 떼먹어 고용안정기금조차 못 받고 있는데 이런 악덕 기업주에게 금배지를 달아 준 집권여당이 이렇게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면 되느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은 재산신고 누락 논란에 휩싸인 민주당 김홍걸 의원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재산신고서 10억원대의 강동 아파트 분양권 재산신고를 고의로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2016년에 강남, 서초서 두 채의 아파트를 추가로 분양받아 당 해에만 총 세 채의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그야말로 호부견자(아비는 범인데 새끼는 개)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힐난했다. 김 의원은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조국 사태 이후 중심 못 잡아
범여권 프레임 벗어나 독자 노선?

일각에서는 최근 민주당발 악재가 오히려 정의당의 선명성을 분명히 할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을 향한 따끔한 지적을 통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냄으로써, ‘범여권’ 프레임과 결별을 선언하고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정국이 막힐 때마다 ‘중심 추’로써 존재감을 보였다. 거대 양당 체제가 공고한 구조서 소수정당의 쓴소리는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대표적인 일례가 정의당의 ‘데스노트’다. 데스노트는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 낙마한 정부 인사들이 모두 정의당의 반대 명단에 들어가면서 생긴 용어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이 대표적 인물들이다. 이들은 정의당의 데스노트 명단에 올라간 후 모두 자진사퇴했다. 원내 6석에 불과한 소수정당이었지만, 이들이 여권으로부터 돌아설 경우 진보 진영 여론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그랬던 정의당이 중심을 잃은 것은 지난해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다. 당은 조국 사태 내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년 정당, 진보 정당을 자처했던 정의당은 검찰개혁이라는 대의 앞에서 여권의 손을 들어줬다.
 

▲ 정의당 대표 후보자들 ⓒ정의당

당시 심상정 대표는 “무분별하게 쏟아낸 수많은 의혹 어느 하나도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조국 사태 초반에 조 전 장관을 반대하는 듯한 당의 입장과는 분명 다른 결이였다.

하지만 이는 지도부의 잘못된 선택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정의당을 향해 ‘민주당 2중대’라는 비아냥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정의당은 심한 당 내홍을 겪었고, 당원들의 집당탈당이 이어졌다. 특히 진성 당원으로 꼽혔던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탈당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는 탈당 이유로 “(당의 조국 사태 대응 방식 등) 포함해 세상이 다 싫어서 탈당계를 냈다”고 말했다.

이후 심 대표는 당의 일관성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내상은 오래 갔다. 결국 당의 위기를 자초하는 치명적인 원인이 됐고, 각 이슈마다 민감도가 높은 진보정당의 딜레마는 정의당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종민 부대표 역시 한 토론회서 “정의당은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대안은 다르게 제시했어야 한다. 그런데 비판도 대안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 2중대
이제는 남?

이후 당의 숙원이었던 ‘정치 개혁’마저 무산되면서 큰 위기에 처한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통과를 위한 연대를 노렸다. 선거법이 개정되면 정의당은 21대 총선서 가장 큰 특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정치 개혁의 핵심인 선거제 개정안은 유례없는 ‘비례위성정당’ 난립을 낳았다.

각종 꼼수가 난무하고, 거대양당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개혁의 취지는 바랬다.

정의당은 원칙을 강조하며 비례위성정당을 반대했다. 명분은 지켰지만, 꼼수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미비했다. 결국 정의당은 21대 총선서 교섭단체(20석)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원내 6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역구에선 심상정 대표만이 생환했고, 정의당의 지지율은 10%를 넘지 못했다.


심 대표는 지난 15일 비교섭단체 연설서 정치 개혁이 무산된 점에 대해 큰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개혁을 거부한 보수 야당과 개혁을 무너뜨린 여당의 합작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모두를 부끄럽게 만든 후과(後果)”라며 “그럼에도 거대 양당의 반성문은 아직 본 적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원칙을 지킨 정의당이 최대 수혜자가 아닌 피해자가 된 점에 대해 꼬집은 것이다.

아울러 정치 개혁 실패의 원인에 민주당에 있음을 정확하게 짚음으로써 차별화를 보였다. 그는 “길 잃은 정치 개혁, 민주당의 결자해지를 요구한다”며 “국민들은 민주당에 180석을 안겨 줬지만, 정치 개혁 실패를 면제해 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국회 본회의장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하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21대 국회가 열린 이후로도 정의당의 수난은 계속됐다. 큰 이슈가 터질 때마다 당은 혼선을 빚었다.

대표적인 예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조문 논란이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범람하면서, 당내 일부 의원들은 박 전 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피해자와의 연대 차원서 정의당만이라도 나서야 한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로 당원들의 대거 탈당이 이어졌고, 심 대표는 다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정의당이 당의 전면 쇄신을 위해 지난 5월 출범시킨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 역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심 대표가 임기를 1년 가량 앞당겨 대표직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혁신위는 ‘포스트 심상성’ 시대 구상에 나섰다. 혁신안에는 ‘부대표 확대 및 당 대표 권한 축소’ 등을 통해 당 대표에게만 집중됐던 권한을 분산시키고자 했다.


대표 의제
‘노동’

하지만 정의당만이 가질 수 있는 진보 의제를 독자적으로 선점하지 못했고, 당의 정책은 선명성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당내 계파 싸움이 두드러졌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다. 성현 전 혁신위원은 “혁신위는 심상정 대표의 (총선 실패)책임 면피용으로 만들어진 기획이며, 그 기획조차도 실패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정책 미비가 당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자 최근 정의당은 선명한 진보적 의제를 띄우고 있다. 민주당이 펼치기 다소 어려운 정책을 과감히 제시함으로써 정의당만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정의당은 민주노동당 시절 무상급식·무상교육·무상의료 등을 선점해 대중적 지지를 받은 선례가 있다.

정의당은 여권과 달리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선별지급으로는 정책 효과도 미미할뿐더러, 정치적 선전 효과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심 대표가 주장한 코로나 방역 2단계부터 ‘전국민 재난기본수당’, 소득 기반의 ‘전국민고용·소득보험’ 도입 등은 민주당과 차별화를 보일 수 있는 정책이다.

또 심 대표는 최근 비교섭단체 연설서 임대인의 피해단계별 임대료 감면 동참을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내세우기에는 다소 파격적인 정책이다. 현재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영업제한 조치로 경제적 위기에 쳐해 있다.

심 대표는 이를 두고 “방역 전시체제라며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시민들에게 소득 손실을 강제하면서, 임대소득은 왜 보장돼야 하느냐”며 “코로나 뉴딜을 위한 고통 분담은 정의롭게 재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의당의 대표 의제는 ‘노동’이다. 정의당은 최근 노동보다는 젠더 이슈에 더 많이 경도된 것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노동에 더욱 더 집중하는 양상을 보인다. 대표적인 일례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한 정의당 의원들의 릴레이 1인 시위다.

해당 법안은 사업장서 산업재해로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안전조치 미비가 인정될 경우 사업장 운영 법인과 사업주 등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를 이룬다.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목숨을 잃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서 또 다른 노동자가 2톤 기계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나면서 정의당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포스트 심상정’ 4파전 주목
정책 차별화 등 과제 산적

당 대표로 출마한 이들 역시 진보 정책의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심 대표를 이을 당 대표로 김종민 부대표와 김종철 선임대변인, 박창진 갑질근절특별위원장, 배진교 전 원내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0세로, 누가 당선돼도 자연스레 당의 세대교체가 가능해진다.

배 후보는 노동 존중·기후 위기·젠더 평등을, 김종민 후보는 기본소득과 보편복지를 언급했다. 김종철 후보는 과감한 증세를 통한 ‘재분배 복지국가’를, 박창진 후보는 대국민 소통과 민생문제 실력을 강조했다. 박창진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진보정당 정책을 강조한 셈이다.
 

▲ 비교섭단체 대표연설 중인 심상정 정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도 큰 관심사다. 사실상 이번 당직선거의 최대 쟁점은 민주당과 얼마나 선을 긋느냐로 볼 수 있다.

김종민 후보는 “정의당의 이름만 빼고 다 바꾸겠다”며 사실상 독립에 가까운 독자노선을 표방했다. 김종철 후보는 민주당과의 차별화서 더 나아가 ‘이재명과의 경쟁’을 강조하며 과감한 정책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배진교 후보는 특별활동비 폐지, 차별금지법과 같은 이슈를 선점으로 민주당과의 정책 경쟁을 주장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박창진 후보는 민주당과의 차별화 보다는 국민들의 실질적 삶의 향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과의 인위적인 선 긋기가 아닌, 실용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로 읽힌다.

당직선거로 인해 계파간 대결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초반에는 당내 최대 계파인 과거 민족해방(NL) 계열 인천연합 소속 배진교 후보가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종철 후보는 좌파(PD) 계열로, 양경규 전 민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과 단일화를 통해 좌파·노동계 대표로 나섰다. 김종민 후보는 당내 서울 기반 조직인 ‘함께서울’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을 폭로했던 박창진 후보는 옛 국민참여당 참여계의 지원을 받고 있다.

현재 당내 지지 세력이 공고한 천호선 전 당 대표가 박 후보를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크게 부상하고 있다.

새 변곡점
중대 기로

고 노회찬 전 원내대표와 심상정 대표로 대표됐던 진보정치 1세대가 물러나면서 진보정당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새 얼굴을 찾는 선거가 아니다. 몰락하는 정의당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이들이 과연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벗고 정의당만의 차별화된 노선을 걸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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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