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2막’ 여는 정의당의 큰그림

‘데스노트’ 다시 펼칠 수 있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진보정치 1세대가 곧 막을 내린다. 정의당은 작년 조국 사태 이후 크게 흔들리면서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새로운 당 지도부는 범여권 프레임서 벗어나 정의당만의 노선을 보여야 한다. ‘포스트 심상정’은 과연 누가 될까.
 

▲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의당이 새로운 당 지도부 선출 작업과 함께 독자적인 노선을 밟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노동’이라는 어젠다에 더욱더 집중하는 모습도 보인다. 당은 오는 27일, 새로운 대표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갖는다. 새로운 지도부는 몰락할 위기에 처한 진보정당을 다시 살리는 중책을 맡게 된다.

몰락 위기
여권 비판

정의당은 최근 연이은 여권 인사들의 논란에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정의당은 공적 권력에 대한 안일한 인식에 아쉬움을 표했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추 장관은 의도치 않은 개입이 부당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여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초선인 장혜영 의원은 “민주화 주역들이 기득권자로 변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류인 민주화운동 세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특히 정의당은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 통보 사태에 대해서는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이스타항공의 창업주는 민주당 이상직 의원이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과정서 아들과 딸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업무상 횡령·배임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이 의원 은 형의 회사를 통한 차명재산 축적 의혹, 위계를 이용한 후원금 모금 및 선거 동원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7일 직원 605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 15일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재난이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지 않도록 하겠다던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약속은 허공의 메아리로 흩어지고 말았다”며 “불법 증여 의혹에 휩싸인 16살 골프선수가 기간산업인 항공사 대주주가 되었는데 정부는 정녕 책임이 없느냐. 212억 자산가가 5억 고용보험료를 떼먹어 고용안정기금조차 못 받고 있는데 이런 악덕 기업주에게 금배지를 달아 준 집권여당이 이렇게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면 되느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은 재산신고 누락 논란에 휩싸인 민주당 김홍걸 의원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재산신고서 10억원대의 강동 아파트 분양권 재산신고를 고의로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2016년에 강남, 서초서 두 채의 아파트를 추가로 분양받아 당 해에만 총 세 채의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그야말로 호부견자(아비는 범인데 새끼는 개)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힐난했다. 김 의원은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조국 사태 이후 중심 못 잡아
범여권 프레임 벗어나 독자 노선?

일각에서는 최근 민주당발 악재가 오히려 정의당의 선명성을 분명히 할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을 향한 따끔한 지적을 통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냄으로써, ‘범여권’ 프레임과 결별을 선언하고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정국이 막힐 때마다 ‘중심 추’로써 존재감을 보였다. 거대 양당 체제가 공고한 구조서 소수정당의 쓴소리는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대표적인 일례가 정의당의 ‘데스노트’다. 데스노트는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 낙마한 정부 인사들이 모두 정의당의 반대 명단에 들어가면서 생긴 용어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이 대표적 인물들이다. 이들은 정의당의 데스노트 명단에 올라간 후 모두 자진사퇴했다. 원내 6석에 불과한 소수정당이었지만, 이들이 여권으로부터 돌아설 경우 진보 진영 여론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그랬던 정의당이 중심을 잃은 것은 지난해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다. 당은 조국 사태 내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년 정당, 진보 정당을 자처했던 정의당은 검찰개혁이라는 대의 앞에서 여권의 손을 들어줬다.
 

▲ 정의당 대표 후보자들 ⓒ정의당

당시 심상정 대표는 “무분별하게 쏟아낸 수많은 의혹 어느 하나도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조국 사태 초반에 조 전 장관을 반대하는 듯한 당의 입장과는 분명 다른 결이였다.

하지만 이는 지도부의 잘못된 선택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정의당을 향해 ‘민주당 2중대’라는 비아냥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정의당은 심한 당 내홍을 겪었고, 당원들의 집당탈당이 이어졌다. 특히 진성 당원으로 꼽혔던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탈당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는 탈당 이유로 “(당의 조국 사태 대응 방식 등) 포함해 세상이 다 싫어서 탈당계를 냈다”고 말했다.

이후 심 대표는 당의 일관성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내상은 오래 갔다. 결국 당의 위기를 자초하는 치명적인 원인이 됐고, 각 이슈마다 민감도가 높은 진보정당의 딜레마는 정의당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종민 부대표 역시 한 토론회서 “정의당은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대안은 다르게 제시했어야 한다. 그런데 비판도 대안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 2중대
이제는 남?

이후 당의 숙원이었던 ‘정치 개혁’마저 무산되면서 큰 위기에 처한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통과를 위한 연대를 노렸다. 선거법이 개정되면 정의당은 21대 총선서 가장 큰 특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정치 개혁의 핵심인 선거제 개정안은 유례없는 ‘비례위성정당’ 난립을 낳았다.

각종 꼼수가 난무하고, 거대양당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개혁의 취지는 바랬다.

정의당은 원칙을 강조하며 비례위성정당을 반대했다. 명분은 지켰지만, 꼼수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미비했다. 결국 정의당은 21대 총선서 교섭단체(20석)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원내 6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역구에선 심상정 대표만이 생환했고, 정의당의 지지율은 10%를 넘지 못했다.

심 대표는 지난 15일 비교섭단체 연설서 정치 개혁이 무산된 점에 대해 큰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개혁을 거부한 보수 야당과 개혁을 무너뜨린 여당의 합작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모두를 부끄럽게 만든 후과(後果)”라며 “그럼에도 거대 양당의 반성문은 아직 본 적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원칙을 지킨 정의당이 최대 수혜자가 아닌 피해자가 된 점에 대해 꼬집은 것이다.

아울러 정치 개혁 실패의 원인에 민주당에 있음을 정확하게 짚음으로써 차별화를 보였다. 그는 “길 잃은 정치 개혁, 민주당의 결자해지를 요구한다”며 “국민들은 민주당에 180석을 안겨 줬지만, 정치 개혁 실패를 면제해 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국회 본회의장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하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21대 국회가 열린 이후로도 정의당의 수난은 계속됐다. 큰 이슈가 터질 때마다 당은 혼선을 빚었다.

대표적인 예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조문 논란이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범람하면서, 당내 일부 의원들은 박 전 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피해자와의 연대 차원서 정의당만이라도 나서야 한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로 당원들의 대거 탈당이 이어졌고, 심 대표는 다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정의당이 당의 전면 쇄신을 위해 지난 5월 출범시킨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 역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심 대표가 임기를 1년 가량 앞당겨 대표직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혁신위는 ‘포스트 심상성’ 시대 구상에 나섰다. 혁신안에는 ‘부대표 확대 및 당 대표 권한 축소’ 등을 통해 당 대표에게만 집중됐던 권한을 분산시키고자 했다.

대표 의제
‘노동’

하지만 정의당만이 가질 수 있는 진보 의제를 독자적으로 선점하지 못했고, 당의 정책은 선명성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당내 계파 싸움이 두드러졌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다. 성현 전 혁신위원은 “혁신위는 심상정 대표의 (총선 실패)책임 면피용으로 만들어진 기획이며, 그 기획조차도 실패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정책 미비가 당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자 최근 정의당은 선명한 진보적 의제를 띄우고 있다. 민주당이 펼치기 다소 어려운 정책을 과감히 제시함으로써 정의당만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정의당은 민주노동당 시절 무상급식·무상교육·무상의료 등을 선점해 대중적 지지를 받은 선례가 있다.

정의당은 여권과 달리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선별지급으로는 정책 효과도 미미할뿐더러, 정치적 선전 효과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심 대표가 주장한 코로나 방역 2단계부터 ‘전국민 재난기본수당’, 소득 기반의 ‘전국민고용·소득보험’ 도입 등은 민주당과 차별화를 보일 수 있는 정책이다.

또 심 대표는 최근 비교섭단체 연설서 임대인의 피해단계별 임대료 감면 동참을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내세우기에는 다소 파격적인 정책이다. 현재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영업제한 조치로 경제적 위기에 쳐해 있다.

심 대표는 이를 두고 “방역 전시체제라며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시민들에게 소득 손실을 강제하면서, 임대소득은 왜 보장돼야 하느냐”며 “코로나 뉴딜을 위한 고통 분담은 정의롭게 재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의당의 대표 의제는 ‘노동’이다. 정의당은 최근 노동보다는 젠더 이슈에 더 많이 경도된 것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노동에 더욱 더 집중하는 양상을 보인다. 대표적인 일례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한 정의당 의원들의 릴레이 1인 시위다.

해당 법안은 사업장서 산업재해로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안전조치 미비가 인정될 경우 사업장 운영 법인과 사업주 등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를 이룬다.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목숨을 잃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서 또 다른 노동자가 2톤 기계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나면서 정의당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포스트 심상정’ 4파전 주목
정책 차별화 등 과제 산적

당 대표로 출마한 이들 역시 진보 정책의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심 대표를 이을 당 대표로 김종민 부대표와 김종철 선임대변인, 박창진 갑질근절특별위원장, 배진교 전 원내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0세로, 누가 당선돼도 자연스레 당의 세대교체가 가능해진다.

배 후보는 노동 존중·기후 위기·젠더 평등을, 김종민 후보는 기본소득과 보편복지를 언급했다. 김종철 후보는 과감한 증세를 통한 ‘재분배 복지국가’를, 박창진 후보는 대국민 소통과 민생문제 실력을 강조했다. 박창진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진보정당 정책을 강조한 셈이다.
 

▲ 비교섭단체 대표연설 중인 심상정 정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도 큰 관심사다. 사실상 이번 당직선거의 최대 쟁점은 민주당과 얼마나 선을 긋느냐로 볼 수 있다.

김종민 후보는 “정의당의 이름만 빼고 다 바꾸겠다”며 사실상 독립에 가까운 독자노선을 표방했다. 김종철 후보는 민주당과의 차별화서 더 나아가 ‘이재명과의 경쟁’을 강조하며 과감한 정책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배진교 후보는 특별활동비 폐지, 차별금지법과 같은 이슈를 선점으로 민주당과의 정책 경쟁을 주장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박창진 후보는 민주당과의 차별화 보다는 국민들의 실질적 삶의 향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과의 인위적인 선 긋기가 아닌, 실용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로 읽힌다.

당직선거로 인해 계파간 대결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초반에는 당내 최대 계파인 과거 민족해방(NL) 계열 인천연합 소속 배진교 후보가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종철 후보는 좌파(PD) 계열로, 양경규 전 민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과 단일화를 통해 좌파·노동계 대표로 나섰다. 김종민 후보는 당내 서울 기반 조직인 ‘함께서울’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을 폭로했던 박창진 후보는 옛 국민참여당 참여계의 지원을 받고 있다.

현재 당내 지지 세력이 공고한 천호선 전 당 대표가 박 후보를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크게 부상하고 있다.

새 변곡점
중대 기로

고 노회찬 전 원내대표와 심상정 대표로 대표됐던 진보정치 1세대가 물러나면서 진보정당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새 얼굴을 찾는 선거가 아니다. 몰락하는 정의당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이들이 과연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벗고 정의당만의 차별화된 노선을 걸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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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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