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 ‘어닝쇼크’ 후폭풍

코로나 대목이라더니…초라한 장부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GS리테일의 상승세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꺾였다. 코로나19의 수혜를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미운 오리 새끼가 이제야 힘을 내기 시작했지만, 주력 업종의 부진을 메꾸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 ⓒGS리테일

GS리테일은 올 초부터 코로나19 수혜 기업으로 분류됐다. 근거리 소비 선호도가 높아진 덕을 톡톡히 볼 것으로 여겨진 까닭이다. 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주목도는 한층 커졌다. GS리테일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로 연결기준 매출 9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2.5% 증가한 238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기대 높이더니
예상치 하회

해가 바뀌어도 GS리테일의 상승세는 올해 1분기까지 이어졌다. 영업이익은 888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가량 급증했고, 매출은 2조14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올랐다. 외형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분기에는 수익성 지표가 한층 좋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편의점(GS25), H&B(랄라블라), SSM(GS더프레시) 등 핵심 사업부 3곳이 재난지원금 사용처로 지정된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GS더프레시는 해당 업종서 유일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로 등록되면서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GS리테일이 공개한 2분기 성적표는 시장의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GS리테일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2% 떨어진 2조2107억원에 머물렀고, 순이익도 38.6% 줄어든 336억원에 그쳤다.


매출·영업이익·순이익의 동반 뒷걸음질은 사업보고서가 공개된 1999년 이래 처음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의점 부문의 부진이 생각 이상으로 컸다. 편의점 부문 영업이익은 7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고, 매출은 1조7629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 여파로 해석된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호텔 부문은 영업손실만 118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246억원 가량 뒷걸음질 친 셈이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해 해당 분기 특1급 호텔인 파르나스 코엑스점의 투숙률이 전년 동기 대비 62%p, 비즈니스호텔인 나인트리는 57%p 하락했다.

빨간불 켜진 성장 지체 신호 
공들인 랄라블라 밑빠진 독

영업장 운영시간 단축과 인력 재배치를 통해 운영 효율화를 도모했지만 수익성을 끌어 올리는 데 한계가 분명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골칫덩이로 분류됐던 SSM 부문이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는 점이다. SSM 부문은 2016년 161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줄곧 영업손실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8년 적자 규모를 19억원으로 줄이며 반등하는 듯 했지만, 이듬해 손실액이 289억원으로 다시 불어났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들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2분기에 1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SSM 부문은 올해 2분기에 92억원의 흑자로 돌아섰고, 상반기에 거둔 영업이익의 총합은 255억원에 달한다.
 

▲ 허연수 GS리테일 부사장 ⓒGS리테일

대면접촉이 많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이 역신장한 것과 달리 SSM 부문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근거리 소비 선호도가 높아진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25개의 저효율 점포를 정리하면서까지 꾀한 효율화 작업도 일정부분 수익성 향상에 영향을 줬다. 5년 만에 흑자 전환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SSM 부문의 상승세는 랄라블라로 대표되는 H&B 부문의 부진과 맞물리면서 상당부분 희석된 상황이다. GS리테일은 2017년 3월 H&B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왓슨스코리아 흡수 합병을 결정했다. 왓슨스코리아는 GS리테일과 왓슨스홀딩스가 50%씩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기업이었다. 왓슨스코리아 지분을 사들이는 데 투입된 비용은 117억원이다.

간판 바꿔도…
주력사업 부진

왓슨스코리아를 완전히 편입시킨 GS리테일은 이듬해 2월 기존 왓슨스 매장을 랄라블라로 변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선두업체인 올리브영과의 차별성을 부여하고, 주요 고객인 20∼30대 여성에게 신선한 브랜드로 각인시키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랄라블라를 앞세운 H&B 부문의 행보는 기대치를 한참 밑돌고 있다. 흡수합병을 거치며 H&B 부문 공략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지 3년이 지났지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외형적 성장이 지체된 건 물론이고 수익성마저 심각하다. 

2018년 1728억원이던 H&B 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1627억원으로 5.8%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하락폭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813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상반기에 583억원으로 28.2% 떨어진 상태다. 가뜩이나 GS리테일 연결 기준 매출에서 존재감이 희미했던 H&B 부문의 매출 비중은 2018년 2.0%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1.3%까지 쪼그라들었다.

점포 정리가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말 기준 168개였던 랄라블라 점포수는 올해 6월 말 기준 136개점으로 축소됐다. 

잘못된 선택
어긋난 계획

점포수 축소는 효율화 제고 차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하지만 수익성도 딱히 나아지지 않았다. 2018년 254억원, 지난해 1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H&B 부문은 3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95억원에 달한다. 영업손실 81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적자폭이 17.9% 확대됐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인구의 감소가 궁극적으로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점포 효율을 추구하는 과정서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차질이 생겼지만, H&B 부문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서 진행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 GS슈퍼마켓 ⓒGS리테일

더 큰 문제는 GS리테일의 주력 사업서 영속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다. 반기보고서 분석 결과 GS리테일은 올해 상반기 부동산 개발업서 영업이익 54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1479억원)의 37%에 해당한다. 부동산 개발업서 수익성이 높아진 건 광교몰 사업시설 매각 자문 용역료 등이 일회성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업을 제외하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932억원으로 전년 동기(976억원) 대비 4.5% 감소했다. 주력 사업인 유통업서 성장 지체가 표면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표가 밀어줘도 효과가 영~
빨간불 켜진 성장 지체 신호

안팎에 산재한 위험요인들이 부각될수록 허연수 GS리테일 대표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대한 주목도는 높아지고 있다. 앞서 GS그룹은 지난 1월3일 2020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허연수 GS리테일 대표를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1961년생인 허 부회장은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허만정 LG 공동창업주의 손자로 2016년부터 GS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허 부회장의 승진 배경을 두고 업계 안팎에선 GS리테일이 거둔 성과를 기반으로 결정된 예고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허 부회장이 GS리테일을 이끈 지난 3년간 회사가 받아 든 경영 성적표는 이 같은 평가에 설득력을 더했다.

다만 GS리테일이 하반기에도 부진한 행보를 나타낸다면 허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흠집이 날 수 있다. 특히 H&B 부문이 아픈 손가락이다.

잘 해왔지만…
리더십 의심


허 부회장은 일찌감치 랄라블라를 GS리테일의 성장 동력으로 점찍었다. 왓슨스코리아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서도 허 부회장의 결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왓슨스 매장을 랄라블라로 개편하면서 내세운 ‘2019년까지 점포수 300개’ 목표는 공염불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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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