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타트업 밥그릇 뺏기’ 무신사 앱 표절 의혹

덩치 커지더니 대기업 흉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유니콘 기업서 한 스타트업의 앱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용자들이 착각할 만큼 두 앱이 유사하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해당 기업서 앱을 출시하기 전 먼저 앱을 내놓은 스타트업과 여러 차례 미팅을 가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심은 증폭되는 모양새다. 
 

“요즘 스타트업 시장은 정글이에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2022년 시장 규모가 약 17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바일 앱 분석 플랫폼 앱애니서 내놓은 <2017∼2022 앱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 앱 시장은 연간 8조5000억원 규모로 앱 소비 기준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앱시장 폭발
2020년 4위

모바일 앱 시장은 아이디어를 무기로 하는 스타트업들의 무대로 떠올랐다. 일정 수준의 자본, 규모가 담보돼야 하는 오프라인과 비교해 온라인은 스타트업들이 도전하기에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낮은 진입장벽과 반비례해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자리를 잡는 일도 어려워졌다. 

실제 하룻밤 사이에 수백, 수천개의 앱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앱도 있을까’라는 질문이 무색할 만큼 다양한 분야의 앱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들은 이용자의 눈에 들기 위해 ‘차별화’에 몰두했다. 그 결과 모바일 앱 시장서 아이디어 전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과정서 아이디어를 뺏고 빼앗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아이디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재화이기 때문에 표절 의혹이 있어도 이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 또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 해도 빼앗긴 아이디어를 되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그 사이 드는 시간과 비용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패션커머스 기업 무신사가 출시한 한정판 마켓 앱 ‘솔드아웃(Soldout)’이 스타트업 퓨처웍스의 한정판 정보 커뮤니티 앱 ‘쏠닷(SSOLDOT)’과 이름·UX(사용자 경험) 등에서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무신사의 솔드아웃은 지난 6월, 퓨처웍스의 쏠닷은 2018년 2월 출시앱으로, 쏠닷이 2년4개월가량 먼저 나왔다.

무신사는 지난 4월6일 SNS로 솔드아웃의 론칭 소식을 전했다. 솔드아웃을 통해 한정판 제품 등 브랜드 발매 소식을 빠르게 얻을 수 있고, 판매 서비스도 진행한다고 홍보했다. 앱을 미리 예약한 가입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한정판 스니커즈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당시 사전예약 이벤트에는 6만명이 넘는 가입자가 몰렸다. 

이 과정서 무신사의 솔드아웃이라는 앱 이름이 퓨처웍스의 쏠닷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월 론칭 소식 때부터 논란 나와
출시 이후 SNS서도 “똑같네∼”

퓨처웍스에 따르면 쏠닷은 ‘솔드아웃’의 준말이다. 실제 무신사가 솔드아웃의 론칭을 알리면서 SNS에 올린 게시글에는 두 앱의 이름을 두고 유사성을 지적하는 댓글이 여러 건 달렸다.

퓨처웍스 관계자는 “4월에 무신사의 솔드아웃 론칭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주변 지인들로부터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가 쏟아졌다”며 “(그 소식에) 황당함을 넘어 불쾌감까지 느꼈다”고 토로했다.

6월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무신사가 솔드아웃을 정식으로 출시한 이후 앱이 쏠닷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번에도 지인들로부터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가 쏟아진 것이다.

퓨처웍스 관계자는 “일부 지인들은 우리 회사가 무신사와 함께 일하게 된 거냐고, 또 혹시 무신사에 회사를 판 것이냐고 물었다”고 설명했다.
 

쏠닷과 솔드아웃, 두 앱의 성격이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쏠닷은 한정판 신발에 대한 정보와 대화의 장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성격이 강하다. 반면 솔드아웃은 한정판 신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쏠닷과 동일하지만 이용자들이 실제 신발을 구입할 수 있는 마켓 역할도 한다. 

문제는 솔드아웃의 한정판 신발 정보 제공 디자인이 쏠닷의 것과 유사하다는 의혹이다. 쏠닷은 한정판 신발 정보를 전달하면서 이미 발매된 상품은 ‘RELEASED’ 곧 발매될 상품은 ‘SOON’ 발매 일시가 정해진 상품은 디데이나 카운트다운으로 표시하고 있다. 정확한 발매 소식이 나온 건 아니지만 소문이 도는 상품에 대해서는 ‘RUMOR’라고 표기한다. 

이름 이어
디자인도…

여기에 쏠닷은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용자를 위해 앱 상단에 로고와 함께 브랜드 이름을 나란히 넣었다. 예를 들어 나이키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용자가 로고에 체크를 하면 해당 브랜드의 제품만 모아서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솔드아웃은 시간(카운트다운), 오피셜, 루머, 발매완료 등으로 상품을 한글로 구분해 표기했다. 또 솔드아웃 역시 앱 상단에 브랜드 이름을 나란히 늘어놓았다. 쏠닷이 브랜드 로고를 넣은 반면 솔드아웃은 영어로 브랜드 이름을 기재한 부분서 차이를 보였다. 

퓨처웍스에 따르면 솔드아웃을 쏠닷으로 착각한 이용자의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회원가입 과정서 인증번호가 오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한 이용자가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첨부한 화면이 쏠닷이 아니라 솔드아웃인 일도 일어났다.

퓨처웍스 관계자는 “아무리 찾아도 이용자의 회원정보가 없어서 확인을 해봤는데, 솔드아웃 화면이었다”고 허탈해했다.

무신사는 이름이나 UI(사용자 환경), UX 등 쏠닷과의 유사성에 대해 “전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앱 이름의 경우 “솔드아웃은 무신사가 2001년부터 도메인(soldout.co.kr)을 등록하고 사용해온 타이틀 중 하나로, 신규 사업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과 가장 잘 부합돼 서비스 정식 명칭으로 승계했다”고 말했다. 

도메인‧호스팅 전문업체 후이즈서 soldout.co.kr로 검색하면 2001년 3월5일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도메인을 등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등록인 주소 역시 강남의 무신사로 돼있다.

앱 디자인 비슷한데
이름까지 비슷하다

<일요시사>가 이 문제에 대해 처음 무신사의 입장을 물었던 지난 4월22일 기준으로 해당 주소에 들어가면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는 문구가 떴다. 현재(9월4일 기준)는 솔드아웃을 소개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다.

또 무신사는 “2001년 도메인 등록 이후 솔드아웃 네이밍을 오프라인 페스티벌 등 여러 이벤트 및 프로모션에 사용해왔다. 2012년 1020세대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쇼 타이틀로도 사용했다”고 답했다. 2012년 행사는 패션과 문화 브랜드의 신제품을 관람하고 다양한 체험 행사를 제공하는 브랜드 페스티벌로 기획됐지만 실제 진행되진 않았다. 
 

▲ ⓒ솔드아웃 홈페이지

앱의 유사성과 관련해서도 “UX(사용자 경험)/UI(사용자 환경) 관점서 두 앱은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무신사의 입장을 정리하면 이름은 이미 20여년 전 도메인 등록을 통해 확보했고 이후로도 여러 행사서 사용하다가 이번에 출시한 앱에 붙인 것이지, 쏠닷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앱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공교로운 점은 솔드아웃이 출시된 시점이 무신사서 퓨처웍스와 약 1년간 비정기적으로 미팅을 가진 이후라는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 무신사는 “솔드아웃 론칭 계획 수립 당시 쏠닷 서비스를 알게 돼 지난해 말 관계자 미팅을 진행했고 의견을 나눈 바 있다”고 전했다. 또 “퓨처웍스뿐만 아니라 여러 ‘플레이어’들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퓨처웍스와의 만남이 특별한 미팅은 아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전부터
사용했다?

하지만 퓨처웍스 관계자는 “지난해 초 무신사로부터 먼저 연락을 해왔고, 이후 1년 정도 한정판 앱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무신사는 지난해 말, 퓨처웍스는 지난해 초로 만남의 시기에 대한 기억이 엇갈리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무신사와 퓨처웍스의 접촉은 지난해 1월에 무신사의 연락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는 지난해 1월3일 이메일을 통해 퓨처웍스에 먼저 만남을 제안했다. 무신사 전략기획팀 관계자가 쏠닷에 관심을 보이면서 ‘가벼운 교류나 현황 공유 차원서 캐주얼한 수준의 미팅이 가능한지’ 여부를 퓨처웍스 측에 물은 것이다. 퓨처웍스서 무신사의 요청에 응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양측의 만남이 이뤄졌다. 

퓨처웍스 관계자가 무신사의 강남 사무실로 찾아가거나 무신사 관계자가 퓨처웍스 사무실 근처로 오는 방식이었다. 지난해 3월에는 무신사서 조 대표가 동석하는 미팅을 주선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2001년 무신사의 전신인 커뮤니티를 만들 당시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신발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이 미팅은 양측의 일정상 이유로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다. 

조 대표와의 미팅이 불발된 이후 무신사와 퓨처웍스는 한동안 교류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무신사 성장전략실 관계자가 퓨처웍스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면서 다시 만남이 시작됐다. 그에 따르면 쏠닷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간 이후였다. 당시 한 언론사는 쏠닷이 신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보도했다.

퓨처웍스 측은 무신사 성장전략실 관계자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에 총 3번 정도 만났다. 만날 때마다 미팅의 주제는 스니커즈 한정판 플랫폼 앱이었다. 퓨처웍스서 추진 중이던 리셀 플랫폼 기획안을 가지고 무신사 성장전략실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2018년 2월 쏠닷을 출시한 퓨처웍스는 앱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지난해 말에 만났다고?
접촉 시기는 지난해 1월

퓨처웍스 관계자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저희가 추진하고 있는 리셀 플랫폼 기획안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돼서 개발 전에 무신사랑 얘기 했으면 한다’고 하자 무신사 관계자가 ‘계획에 없으셨다고 말씀 주셨는데 ㅎㅎ 벌써 리셀 플랫폼 기획안이라니 기대되네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올해 1월을 끝으로 무신사에선 더 이상 퓨처웍스에 연락하지 않았고, 퓨처웍스 역시 무신사와 접촉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4월 무신사는 솔드아웃 론칭 소식을 대중에게 전한 데 이어 6월에는 앱을 출시했다. 이후 퓨처웍스를 비롯한 SNS 이용자들 사이서 유사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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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웍스 관계자는 “처음 무신사 전략기획팀 관계자와 만났을 때의 대화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조(만호) 대표가 쏠닷을 자주 사용한다. (조 대표가)쏠닷과 함께 일해 보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며 “한번은 회사 관계자와 같이 미팅을 나갔는데, 무신사서 투자나 인수 쪽에 관심이 있느냐는 말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신사는 한정판 판매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고, 우리는 한정판 정보 제공 플랫폼을 이미 갖고 있었다. 무신사와 협업한다면 시너지가 크게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무신사는 한국판 ‘스탁엑스(Stock X)’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탁엑스는 스니커즈를 사고 파는 앱으로 기업가치가 1조원에 이르는 유니콘 기업이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앱을 둘러싼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오랫동안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현실은 그대로다. 상대가 대기업이나 대형기업일 경우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시작돼 ‘바위에 계란치기’로 끝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만남 시기
주장 엇갈려

퓨처웍스 관계자는 “무신사가 패션커머스 시장서 워낙 압도적인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다 해도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면서도 “2년 넘게 모두가 고생해서 만든 앱인 만큼 이번 의혹과 관련해 확실한 답을 얻고 싶다”고 강조했다. 퓨처웍스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문제에 대해 제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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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