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떡볶이 ‘대표 리스크’ 실상

가뜩이나 장사 힘든데…거침없는 입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프랜차이즈 대표의 잇따른 돌출 행동으로 인해 애꿎은 가맹점주만 난처한 입장에 몰렸다. 대표는 소신을 말했을 뿐이라지만, 가맹점주들은 대표의 과도한 정치색이 오너 리스크로 연결될까 좌불안석이다. 가뜩이나 재정 상태가 엉망이던 프랜차이즈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것 없는 분위기가 됐다. 
 

▲ 국대떡볶이 매장 ⓒ김상현 대표 페이스북

김상현 국대에프앤비 대표는 ‘떡볶이 노점상 신화’의 주인공이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캐나다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국내로 돌아온 뒤 벌인 의류사업으로 참담한 실패를 맛봤고, 해당 사업서 손 뗄 무렵 수중에는 빚만 1억원이 남은 상태였다. 이런 김 대표에게 떡볶이는 또 다른 기회였다.

연이은 
돌출행동

단골 떡볶이집서 배운 조리법을 토대로 2008년 12월 이화여대 앞에 문을 연 김 대표의 떡볶이 포장마차는 대박이 났다. 자신감을 얻은 김 대표는 8개월 만에 신사동 가로수길 1호점을 오픈하고 가맹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30세였다.

가맹 사업을 펼친 지 1년 반 만에 '국대떡볶이' 매장은 60개로 불어났고, 2014년에는 가맹점 100개를 훌쩍 넘겼다. 탄탄대로의 연속이었다. 이미 김 대표는 방송에 출연 및 특별 강연을 통해 분식 프랜차이즈업계 스타로 자리매김한 상태였다.

하지만 김 대표의 성공신화는 지난해부터 빛을 잃기 시작했다. 본인의 입이 빌미였다. 지난해 9월 김 대표는 자신의 SNS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코링크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돈과 도움을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올렸다. 또 “확인이 안 된 거라서 문제가 된다면 저를 고소하라. 감옥에 가야 하면 기꺼이 가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을 겨냥한 김 대표의 정치적 발언은 약 1년이 지난 시점서 엄청난 후폭풍으로 되돌아왔다. 조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일,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김 대표를 고소했다. 

조국 저격에 빛바랜 노점 신화
눈치 없는 행동 속 타는 점주들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상현 대표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하고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며 “유명 기업 대표의 무책임한 행동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이 입장 표명을 내놓은 이튿날 김 대표는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글을 올리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김 대표는 같은 달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 전 장관은 부패한 권력자다. 평범한 교수가 아니다. 수많은 비리로 장관 자리서 내려왔다. 그리고 권력의 정점서 국민 개개인을 고소·고발하는 뻔뻔한 파렴치한”이라고 썼다. 
 

▲ 국대떡볶이 메뉴

김 대표의 일탈 행동으로 인해 가맹점주들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자칫 오너 리스크로 연결될 소지가 충분한 까닭이다. 국대떡볶이의 얼굴 격인 김 대표가 신중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프랜차이즈가 오너 리스크로 인해 휘청이던 그간 사례를 되돌아보면 김 대표의 최근 행보는 위험 요소가 충분하다. 


‘봉구스밥버거’는 한때 1000여개에 가맹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오세린 전 대표가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 혐의로 2017년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으면서 프랜차이즈 이미지에 흠집이 생겼다.

곤혹스런 
점주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최호식 전 회장이 20대 여직원 성추행 사건에 휘말리며 가맹점주들이 때아닌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총각네 야채가게’ 역시 2017년 7월 이영석 전 대표의 가맹점주들에 대한 갑질 행위가 공론화되면서 가맹점주들이 시련을 겪었다. 

흥미로운 점은 박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오너 리스크 방지를 위한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는 사실이다. 정치권서도 예의 주시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은 지난달 3일, 프랜차이즈업계 각종 오너 리스크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한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대리점의 단체 결성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대리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가맹점주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대표 등의 각종 일탈 행위를 금지하고, 일탈 행위 발생 시 가맹본부에 손해 배상의 책임을 지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

이번 개정 법안의 발의는 가맹사업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업계 일부서 도덕적 일탈 행위가 끊이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번 개정 법안이 시행되면 가맹점주와 대리점에 오너리스크 대응 능력이 확보되면서 일탈 예방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지커녕
뒷걸음질

공교롭게도 김 대표의 연이은 일탈 발언은 국대떡볶이를 운영하는 국대에프앤비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물론 부정적인 면이 더 크게 비춰졌는데, 그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불안정한 재정건전성이 주목의 대상이었다.

중소기업정보현황시스템에 따르면 국대떡볶이를 운영하는 국대에프앤비는 최근 5년간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2015년까지만 해도 80억원에 육박했던 매출은 2년 뒤 50억원대 초반으로 뒷걸음질친 데 이어, 올해는 30억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대에프앤비의 지난해(31억1000만원) 매출은 2015년(79억8500만원) 대비 40.9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익성 역시 처참하다. 지난해 국대에프앤비는 2억57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영업손실은 2015년(3억1800만원) 이래 3년 만이다. 그렇다고 해서 2017∼2018년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한 것도 아니었다. 이 기간 동안 거둔 영업이익은 각각 1400만원, 1200만원으로, 적자를 겨우 면한 수준이었다. 

더 큰 문제는 심각할 정도로 훼손된 재정건전성이다. 훼손된 재정건전성은 회사의 존립 자체를 불분명하게 만들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가맹점주들의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이참에 드러난 허울 좋은 껍데기
언제 무너져도 놀랍지 않은 현실


국대에프앤비는 최근 5년 사이 지속적인 총자산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2015년 18억5400만원이던 총자산은 거듭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14억1400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마이너스로 돌아선 총자본의 영향이다. 

국대에프앤비는 최근 5년 간 완전자본잠식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본잠식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15년 -2억6400만원이던 총자본은 2018년 -3억8100만원으로 뒷걸음질이 심해졌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6억4300만원으로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2010년 8월 자본금 1억원으로 출발한 국대에프앤비는 2012년 3월 자본금을 6억원으로 확충한 바 있다.
 

결손금이 자본잠식을 심화시킨 원인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은 12억원을 웃도는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완전자본잠식서 벗어나려면 순이익을 꾸준히 발생시켜 결손금을 축소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국대에프앤비는 2018년 6200만원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적자 폭이 2억6200만원으로 확대됐다. 흑자였던 2017년에도 순이익은 400만원이 전부였다.

더 암울해진 
점포들 현실

게다가 가맹점 확대는커녕 현상 유지조차 급급한 상황이다. 한때 170개에 달했던 국대떡볶이 가맹점은 2015년에 두 자릿수로 떨어진 이래 매년 줄어들었고, 2018년 말에는 72개 수준으로 감소했다. 분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이탈이 가속화되는 최근 경향을 감안하면 국대떡볶이 가맹점 감소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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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