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밀린 3040 ‘청포족’ 선택은?

아파트 거래 규제 강화와 높은 청약가점 등으로 3040세대가 아파트 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최근 몇 년 새 크게 오르면서 주택 구매를 포기한 신혼부부, 젊은 직장인들이,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누리면서 아파트 못지않은 주거환경도 공유할 수 있는 아파텔(아파트+오피스텔)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아파텔은 아파트를 대체하는 오피스텔의 약자로, 전용 40㎡를 초과하는 주거용 오피스텔을 말한다. 과거에는 오피스텔 하면 원룸이나 1.5룸(방+거실) 형태가 많았지만 최근 오피스텔은 전용 59~84㎡ 규모의 3룸과 4베이 판상형 구조로 지어져 아파트와 유사하다.

3040세대가 아파텔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오피스텔이 법률상 주택에 포함되지 않아 아파트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매수해도 주택 청약 시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무주택자로서 계속 청약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주거용 오피스텔은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인 0.5%로 인하하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도 아파텔 투자가 활황인 이유다.

59~84㎡
3룸 4베이

기존 오피스텔은 최대 약점으로 거론된 건물 노후화, 학군, 공동 커뮤니티 시설, 브랜드 가치 미비 등도 대형 건설사들이 핵심 입지에 메인 브랜드를 적용한 오피스텔을 공급하면서 약화되는 추세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용면적 40㎡를 초과하는 오피스텔 매매 가격지수는 105.53으로 전달 대비 0.08% 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오피스텔 청약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당첨자 10명 중 3명이 3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40대와 별 차이가 없다. 경쟁률 상승과 낮은 가점 등으로 ‘청포족(청약포기족)’이 된 젊은층이 비교적 당첨 확률이 높은 주거용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30대가 아파트보다 주거환경이나 투자가치가 낮은 오피스텔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용 59㎡ 단일면적으로 나온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오피스텔 당첨자 가운데 30.9%는 30대가 차지했다. 40대(31.6%)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이다. 전용 84㎡ 중심으로 구성된 대전 ‘힐스테이트도안’오피스텔 역시 30대가 33%를 차지, 40대(35%)에 이어 두 번째로 계약자 수가 많았다. 

오피스텔은 모든 공급물량을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한다. 오피스텔은 주로 중장년층의 투자대상이었다. 임대를 놓고 월세를 받는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적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30대의 오피스텔 열기는 이례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들 오피스텔이 주거형, 이른바 아파텔로 청약 전선에서 밀린 젊은층들이 아파트 대신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대출 규제가 덜하다. 청약도 어렵고, 기존 주택은 대출도 쉽지 않다 보니 주거용 오피스텔에도 30대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업체의 설문조사 결과 3040세대의 절반 이상이 대출 규제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이 현상은 최근 분양하는 신규 주거용 오피스텔 청약경쟁률만 봐도 증명이 가능하다.

아파트 진입 쉽지 않은 30~40대
주택 포기하고 아파텔로 눈 돌리나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공급한 주거형 오피스텔 ‘청량리 더퍼스트’는 평균경쟁률 14.14대 1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15억원 이상인 전용 84㎡OE(2실)와 전용 84㎡OF(2실) 기타 경쟁률은 각각 97대 1, 312대 1로 집계됐다. 이 단지는 전용 40㎡ 초과 타입 비중이 88.27%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대전에서 분양한 주거용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도안’도 평균경쟁률 223대 1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이 단지는 전용 63~84㎡의 중대형 아파텔로, 입주민들을 위한 특화설계와 주거용 AI 시스템, 드레스룸, 팬트리 등을 갖춰 아파트와 동일한 품질을 갖췄다.


아파텔 인기가 늘면서 거래량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올해(1~4월)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은 5만3068건으로 작년 동기 4만5297건 대비 약 17.16% 증가했다.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의 경우 같은 기간 증가율이 약 18.21%(3만1969건→3만7789건)로 거래량이 더 늘어났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준금리 하락 추세가 당분간 이어지고, 아파트 위주의 규제도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 투룸 이상의 주거용 오피스텔 시장에 반사이익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아파텔은 아파트 단지들에 둘러싸여 우수한 인프라를 활용하기 편하고, 특화설계·커뮤니티 등이 동일하게 설계돼 주거용으로도 손색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피스텔 상품성이 높아지는 데다 대출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해, 투자수요뿐만 아니라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젊은 수요자들이 아파텔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수도권에 분양(예정) 중인 아파텔.
 

▲용산 더힐 센트럴파크뷰= ㈜원일개발이 서울 용산구 문배동 8-5번지 일원에 선보일 ‘용산  더힐 센트럴파크뷰’오피스텔을 분양 중이다. 지하 4층~지상 20층, 전용면적 21.53~33.65㎡, 총 133실로 구성된다. 

남영역(1호선)과 삼각지역(4·6호선), 효창공원앞역(6호선·경의중앙선)을 도보로 2~10분이면 이용할 수 있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한강대로, 마포대교, 올림픽대교, 원효대교를 통해 도심 및 수도권 어디든 빠르게 진·출입이 가능해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지녔다. 

실수요자 
선호도↑

반경 3km 이내에 용산구청·서부지방법원·삼성서울병원 등 다수의 공공기관과 대형병원을 비롯해 서강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종합대학이 산재해 배후수요가 든든하다. 용산아이파크몰·이마트·신라면세점·롯데하이마트·용산전자상가·CGV·전쟁기념관·국립중앙박물관·남산도서관 등 쇼핑 및 문화시설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내부에는 천정형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인덕션, 스타일러, 전자레인지등이 미리 비치돼 주거만족도를 높여준다. 테라스야외 휴게실 겸 바비큐장이 별도로 개설돼 입주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높은 경쟁률  
성공적 분양

주변에는 대규모 개발호재가 상존한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런던 하이드파크보다 더 유명한 명품공원으로 등장할 용산민족공원(2027년 완공 예정)을 조성 중이다. 이 중 리모델링이 끝난 일부 건물을 포함해 녹지 4만㎡를 개방할 예정이다. 용산역~서울역 지하화,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용산역과 신사역간 신분당선(2027년 완공 예정)연장,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2026년 개통 예정)·B노선(2029년 개통 예정)신설 등 굵직한 사업들도 한창 진행 중이다.

선착순으로 원하는 동호수 지정이 가능하다. 계약금 10% 준비 후 계약 시 중도금 50% 전액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분양 관계자는 “저금리 속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태이고, 아파트 대체상품이자 소액투자가 가능해, 실수요자나 주택임대업자들의 방문과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를 피할 수 있고, 교통요지에 풍부한 임대수요와 개발호재가 많아 적잖은 시세차익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신내역 시티프라디움= 시티건설이 서울 양원지구에 선보인 ‘신내역 시티프라디움’오피스텔을 선착순 분양한다. 최고 경쟁률 24.89대 1로 청약이 마감될 만큼 인기몰이를 했는데, 현재 일부 잔여 세대에 한해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주거단지 총 1438세대와 스트리트형 상업시설로 구성된다. 이 중 1차 분양분은 주거용 오피스텔 지하 4층~지상 25층 8개동, 전용 40~84㎡ 총 943실 규모다.


생활 인프라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는 공공택지지구에 위치해 있다. 오랜 기간 그린벨트로 지정됐던 지역인 만큼 친자연적인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말 개통한 지하철 6호선 신내역과 경의중앙선 양원역이 도보권에 있어 더블 역세권을 자랑한다. 

입지 장점 외에 눈길을 끄는 특징은 주상복합용지 단지 내 구성이다. 건축법상 오피스텔로 분류되지만, 아파트 평면처럼 구성한 아파텔로 주거단지와 스트리트형 상업시설로 조성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초·중·고 모든 학군이 도보권에 자리하며, 대형쇼핑시설과 의료시설 등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쉽게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추후 분양 예정인 스트리트몰의 복합상가도 분양에 들어갈 예정으로, 원스톱 주상복합시설이다. 입주는 2023년 11월 예정.

아파트+오피스텔
당첨 확률 높아

▲주안역 미추홀 더리브= 이테크건설은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도화동에서 주거단지인 ‘주안역 미추홀 더리브’를 선보인다. 지하 5층~지상 27층, 아파트 3개동과 오피스텔 1개동으로 총 5개동 665세대 규모로 공급된다. 오피스텔은 320실로 구성되며 전용면적별 호실수 76㎡ 106실, 78㎡A 53실, 78㎡B 53실, 83㎡ 108실 아파텔로 구성된다. 

인천 도심을 연결하는 인천 2호선 주안역과 시민공원역 인근에 위치해 교통편의성이 높다. 단지 인근 GTX-B 노선 인천시청역이 들어설 예정으로, 향후 교통여건은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제2경인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등 도로망도 우수해 서울 및 수도권 곳곳으로의 이동편의성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인선, 인천2호선, 7호선 연장 및 인천 원도심 재생사업 등 개발호재도 품고 있다. 


단지 인근에 CGV, 인천사랑병원 등 중심상업지 편의시설과 시민공원역 복합쇼핑몰(예정)이 자리하고 있다. 주안체육공원 등 쾌적한 자연환경도 돋보인다. 안전한 교육환경도 주목할 만하다. 도화초, 석암초, 인천고 등 여러 학교가 단지 반경 1㎞ 반경 내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 복합단지내 오피스텔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힐스테이트 의정부역’오피스텔은 60실 모집에 8702건이 몰려 평균 145.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아파트 172세대와 함께 조성되는 이 오피스텔은 맞통풍이 가능한 4베이 판상형 구조로 설계돼 소형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비슷한 시기 평균 30.21대 1의 경쟁률로 청약 마감한 ‘화서역 푸르지오 브리시엘’오피스텔 역시 아파트 665세대와 함께 조성되며, 4베이 판상형 구조로 설계됐다. 

규제 덜하고
차익도 기대

분양 관계자는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쏟아지면서 아파트 대비 규제는 덜하고, 입지나 상품은 비슷한 복합 단지내 오피스텔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면서 “복합단지 내 오피스텔의 경우 아파트와 한 단지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아파트 가치에 비례해서 오피스텔의 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어 당분간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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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