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38)

‘멘토’ 가까이 두고 자문받아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라
문제의 본질 분석한 후 실마리 찾아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이 있다.
믿고 신뢰하여 거래하였으나 상대방으로부터 배신을 당하여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다.
피해를 당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전문성이 부족하여 해답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감정에 치우쳐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외관상으로 나타나는 부분만 보고 대처할 수 없다고 자진하여 포기하고 마는 경우도 많다.

쓸데없는 아집은 버려라

자신의 판단만 옳다는 아집을 버리고, 전문가 멘토를 가까이 두고 자문을 받다보면 피해 예방과 회복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모든 일에 가능성을 두고, 포기하지 않고 결코 실패함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신용정보회사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당시 지인의 소개를 받았다며 부인과 함께 찾아온 이는 남동공단에서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배 사장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종합기계기기를 다루는 회사의 대표이사였는데 자신이 오랫동안 거래해온 호산상사라는 개인 회사에서 수천만원의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호산상사의 실제 소유주는 천 사장이고, 사업자 등록상의 대표 명의는 유 사장이라고 했다. 서로 친구지간인 이들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실소유주인 천 사장은 유 사장에게 자신의 회사인 호산상사의 대표 자리를 맡긴 반면, 자신의 처를 경리로 앉혀놓고 돈 관리를 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리고 천 사장은 시간이 나는 대로 회사에 들러 실질적인 운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명의상 대표인 유 사장이 교통사고로 사망을 했다. 유 사장이 사망을 하자 천 사장은 유 사장 앞으로 되어 있는 호산상사 대표 등록을 말소시키고, 대신 자기 명의로 사업자를 변경 등록해서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배 사장은 호산상사 대표가 유 사장에서 천 사장으로 변경되었다고 해서 뭐 문제가 되겠냐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물품대금을 지급해 줄 것을 독촉하자 처음에는 지급할 것처럼 하더니 나중에는 오리발을 내밀고 있었다. 그는 죽은 유 사장과 거래한 것에 대해서는 자신과 전혀 무관한 일이라며 지급해줄 수가 없다고 한 것이다.
그 말을 듣고 화가 난 배 사장은 괘씸한 마음에 당장 법무사를 찾아가 호산상사 내에 있는 기계 등 유체동산에 대해 가압류를 진행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호산상사의 사업자등록상의 대표가 다르다는 이유로 기각되어 비용만 날리고 만 것이다.


배 사장은 미수금도 문제지만 천 사장의 행위에 대해 하도 괘씸하고 억울해서 잠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해결방안을 찾다가 나를 찾아온 것이다.
배 사장은 그간의 사정을 내게 설명하며 여전히 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내 도움을 요청했다. 신용이 중요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신용을 뭉개는 파렴치한 행태를 경험했으니 그 속이야 말로 얼마나 시커멓게 탔겠는가.
나는 배 사장으로부터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문제가 어디 있는지 알 것 같다는 투로 상황 설명을 시작했다.

“배 사장님! 난처한 입장에 대해 이해가 갑니다. 이 건은 병의 원인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분석하고 이해한 후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가압류신청을 하였으나 실패하였다고 하는 것은 사업자등록상 명의인이 다르기에 법집행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품을 공급할 당시 호산상사의 대표였던 망자 유 사장과 현재의 천 사장과의 인과관계와, 호산상사와의 상관관계를 정립하고 입증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망자인 유 사장은 현재 사장인 천 사장으로부터 명의신탁요청을 받고 단순 사장으로 명의만 빌려준 것이고, 실제로 원래의 주인도 현재의 주인도 천사장이라는 것만 입증하면 된다고 봅니다.”

“그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가 있겠습니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정작 입증해줄 사람은 이미 저세상으로 떠나가고 없는데….”
“안 되면 저승이라도 찾아가서 망자를 데리고 와 증인으로 삼아야지요.”
내가 농담처럼 말하자 배 사장이 힘없이 웃었다. 함께 온 그의 부인도 한편으로 어이없다는 듯 따라 웃었다.
배 사장이 다시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야 그렇지만 죽은 사람을 불러올 수도 없으니 도저히 해결책이 없다는 말과 같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내가 부부를 번갈아보며 다시 말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죽은 유 사장이 정말 현재의 천 사장에게서 명의신탁을 받고 단순명의만 빌려준 대리인이고, 실제의 소유주는 현재 대표인 천 사장 자신이라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죽은 유 사장은 미혼입니까? 아니면 기혼자였습니까?”
“예, 유 사장은 결혼하고 1년 남짓 되기도 전에 불행히 사고를 당했습니다.”
묵묵히 듣고만 있던 부인이 남편의 표정을 살피면서 대화에 끼어들 듯 자세를 바로잡았다. 내가 부인을 바라보며 반문했다.

망자는 말이 없다

“그럼 그 부인이 어디 살고 있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우리는 그 유 사장이 결혼할 때 결혼식장에서 부인을 본 후엔 한 번도 만나지 못했어요. 아마 지금 길에서 만난다고 해도 전혀 알아보지 못할 겁니다.”
“음, 그럼 당시 유 사장으로 등록된 사업자등록증이나 주민등록 초본 등 그 부인을 찾을만한 어떠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이 없습니까?”
나는 왠지 죽은 유 사장의 부인을 찾으면 뭔가 실마리가 잡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남편인 배 사장이 나서며 말했다.

“생각해보니 1차 기계를 납품하고 대금을 결제해 주지 않은 채, 2차 공급을 요청하기에 혹하는 마음에 유 사장한테 주민등록 등본과 사업자등록증을 받아 사무실에 보관해 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떠한 방안이 있는 거예요?”
이번에도 부인이 끼어들며 물었다.
“제대로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죽은 사람의 가족을 설득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아무튼 그 자료부터 보내주시면 제가 알아봐 드리도록 하지요.”
“임 이사님! 정말 부탁드립니다. 그 일만 생각하면 영 괘씸해서 잠이 오지 않아요.”
내 손을 잡고 배 사장이 몇 번이고 도와달라는 말을 하고서야 그들 부부는 돌아갔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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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