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타깃’ 통합당 신 저격수 5인 막전막후

‘맨투맨 총공세’ 각개전투로 뚫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원구성 협상 실패로 단 한 자리의 상임위원장도 못 가져온 미래통합당이 당내 특별위원회와 태스크포스(TF)로 대여투쟁에 나섰다. 특히 주요 현안에 대해 정부·여당을 겨냥한 초선의원들의 대대적인 공세가 예상된다. 
 

▲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미래통합당 ‘인국공 공정채용 TF' 임명장 수여식서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국회로 복귀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문재인정부를 겨냥한 당내 태스크포스(이하 TF)를 대거 가동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화, 부동산 정책 등 이슈를 선점하며 고강도 대여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통합당은 인천국제공항공사 공정채용 TF(위원장 하태경), 부동산대책 TF(위원장 송석준) 외에도 사모펀드 비리방지 및 피해 구제 TF(위원장 유의동), 당 외교·안보특위(위원장 박정) 등을 출범시켰다.

연계해서
복합적으로

통합당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상임위 활동과 더불어 정부의 실정을 집중 부각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상임위 활동과 함께 상임위 내에서 못할 사안,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 다른 상임위와 연계해서 복합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안은 특위 또는 TF를 구성한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특히 부동산대책 TF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정책은 문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또 최근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 소유가 드러난 후 민심이 심상치가 않다. 이들은 문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20여차례 부동산정책을 내세웠지만, 부동산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부동산대책 TF는 지난 9일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TF 위원장은 국토교통부 관료 출신인 송석준 의원이 맡았다.


송 의원은 최근 정부·여당이 내놓은 종합부동산(종부세), 양도소득세(양도세) 강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정책에 대해 “우리 입장은 과도한 종부세, 양도세 강화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겠다는 것”이라며 “저쪽(민주당)서 어떤 법안을 발의하는지, 거기에 대해서 수적으로 부족하지만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할 계획”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의원들 외에도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총 10명 내외로 부동산 TF를 구성할 예정이다. 의원 중에는 배준영·태영호 의원 등이 함께할 예정이다.

부동산대책 TF서 특히 주목해야 할 인물은 유경준 의원이다. 그는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를 거쳐, 통계청장을 역임한 자타공인 경제전문가다. 유 의원은 통계청장을 2년간 역임하면서 직접 정리해놓은 고용통계가 문정부서 왜곡 폄하된 것에 대해 분노감을 느껴 정치판에 직접 뛰어들게 됐다.

실제로 그는 문정부 출범 후 여러 차례 정부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 지난 2018년 황수경 전 통계청장의 조기 경질 발표 이후의 발언은 특히 유명하다. 황 전 통계청장은 취임한 지 1년이 갓 넘은 상태에서 경질됐다. 보통 2∼3년의 임기에 비하면 이례적으로 짧다.

상임위·TF 병행 ‘투트랙’으로 대여투쟁
김웅·유경준·신원식…각 ‘전문성’ 부각

업계 관계자들은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효과와는 어긋나는 통계 수치 발표 직후에 경질된 점을 주목했다. 정책 효과와는 어긋나는 통계 수치 발표 때문에 경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유 의원은 “통계의 정치 도구화를 막아야 한다”며 통계청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추락하는 한국 경제를 재건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뜻을 밝힐 정도로 문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반감이 크다. 유 의원은 최근 본인의 페이스북서 “주택 보유세 강화가 대통령이 생각하는 부동산 대책인가. 수요와 공급의 기본적인 시장원리도 모르는 발상”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 유경준 미래통합당 의원 ⓒ문병희 기자

아울러 “추경을 통해 60조원이 넘는 돈을 시장에 풀며 유동성 과잉시대를 열어 놓고선, 한편으로는 부동산가격이 내려가길 바라는 걸 보니 참 아마추어 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는 정치를 무기로 시장을 이기려 해선 안 된다. 나라가 더 망가지기 전에 잘못된 부동산 정치는 그만하고 이제 시장원리에 근거한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을 하길 바란다”고 직언했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대한 통합당의 ‘맞불’ 입법 행렬에도 가담했다. 유 의원은 종부세법 개정안과 소득세법 개정안, 부동산 가격공시 법안 등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내놓은 상태다.


통합당은 5000억대의 사기계약이 드러난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과 투자자들에게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힌 라임자산운용을 파헤칠 ‘사모펀드 비리방지 및 피해구제 특위’를 꾸렸다. 이들은 문정부 실세들의 연루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연루된 투자 비리 의혹 등도 중점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위원장은 금융을 담당하는 정무위원회서 오래 활동한 3선의 유의동 의원이 맡는다. 유 위원장은 “작정을 하고 달려든 사기행각 앞에서 안전장치 없는 투기 행각에도 당국의 관리·감독 시스템은 맥을 못 추리고, 피해자와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지적했다. 위원에는 검사 출신과 금융·경제 전문가들이 대거 투입됐다. 김웅·유상범·이영·윤창현·강민국 의원 등이다.

“경제 정책에
반감이 크다”

특히 검사 출신인 김웅 의원은 이번 '라임 사태'가 조직적 사기 범죄라는 점에서, 이를 풀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검사내전>의 저자로,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을 맡아 검경수사권 조정 대응 업무를 하다 법무연수원 교수로 좌천됐다.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직접 수사 부서 축소 등에 나서자, 그는 수사권 조정 법안을 두고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비판하며 사표를 냈다.

총선 전 정계에 입문한 김 의원은 입당 당시 “대한민국 사기 공화국 최정점의 사기 카르텔을 때려잡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정치 입문 계기로 문정부가 정책 실패에 따른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 김웅 미래통합당 의원

김 의원은 옵티머스 자산운용사의 설립자인 이혁진 전 대표의 미심쩍은 부분을 요목조목 짚었다. 그는 “거액 횡령의 범인이고 폭행 등 다른 사건이 있는데도 출국금지가 이뤄지지 않았고, 3월22일에 출국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전 대표가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 순방 장소였던 베트남의 한 호텔 행사장에서 모습을 보인 점을 지적하며, 검찰과 법무부가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 의원은 최근 추 장관에 대한 날선 비판 역시 이어가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 2일 전 채널A 기자 이모씨와 윤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수사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후 윤 총장이 별다른 입장표명이 없자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라며 최후통첩했다. 이에 김 의원은 “사채업자가 보내는 내용증명 같다”며 “법에 있다고 마구잡이로 지휘할 수 있다는 논리라면, 헌법에 규정돼있으니 대통령이 마구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고 추 장관을 저격했다.

통합당은 대북정책 등을 다룰 외교·안보특위도 꾸린 상태다. 외교·안보전문가인 4선의 박진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위원으로는 국가안보실 1차장 출신의 조태용 의원과 탈북민 출신인 태영호, 지성호 의원 등이 합류했다.

범국가적
검증단 촉구

이들은 향후 북한 동향과 의도를 예의주시하고 한미연합훈련 정상적 실시, 북한 비핵화 및 북핵 대비책을 병행 추진하는 국가전략 수립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외교특위는 미 군사당국이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축소 또는 취소 검토와 관련해 ‘범국가적 전작권 전환 검증단 구성’을 촉구한 상태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출신 신원식 의원은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비해 우리의 방어 역량을 강화하고 한미동맹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토대”라며 “이는 문정인 청와대 특보의 ‘희망’'처럼 북한과 협의하거나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신 의원은 육군사관학교 37기로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과 합참 차장 등 군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한 후 중장으로 예편했다. 지난 해에는 문재인정권의 안보와 국방 파괴를 주제로 한 책 <대한민국 파괴되고 있는가>를 집필했다. 지난해 9월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주관 집회에서는 “문재인은 세계서 가장 실패한 독재 왕조집단인 북한에 가장 성공한 부강한 대한민국을 바치려고 한다. 문재인을 버리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죽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 ⓒ문병희 기자

외교특위에 합류한 조수진 의원 역시 문정부 저격수로 불리는 인물이다. 조 의원은 문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함과 동시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무단이탈 의혹, 추 장관의 입장문 사전 유출 의혹 등을 제기했다. 또 조국 전 장관의 웅동학원 미처분 등 굵직한 이슈들을 선점해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의원과의 설전 해프닝도 발생했다. 조 의원은 지난 1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고민정 의원의 당선이 청와대의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 선정에 영향을 줬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암시했다. 이에 고 의원은 “국정은 의원님의 생각처럼 그렇게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부디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맞받아쳤다.

조수진, 추미애·조국 등 굵직한 여권인사 공격
인국공TF 이영 조목조목 지적…합리적 정책투쟁

조 의원은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한 매체서 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하던 중 통합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됐다. 그는 한 방송서 ‘대깨문’ ‘대깨조’ 표현으로 막말 논란에 휘말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행정지도를 받은 바 있다.

통합당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화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3선 하태경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국공 공정채용 TF를 발족하고 전열 정비에 나섰다. 하태경 공정채용 TF 위원장은 “순수히 대통령의,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불공정채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국회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해 공정한 원칙을 재확립하고 여야 간의 공감대가 수립될 때까지 유보해달라”고 요구했다.


인국공 공쟁채용 TF에는 이영·허은아 의원과 김재섭 청년비상대책위원이 함께 합류한다. 특히 이영 의원은 20년 벤처기업가 출신으로 문정부의 ‘정부만능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문정부가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기업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곳은 보수진영이라는 생각에 정치 인생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의원은 “문정부의 규제에 대해 기업인들의 좌절은 점점 커지고 경제 동력은 속도를 잃어가고 있다”며 “정부의 온갖 규제와 간섭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시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규제와 간섭을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지원에만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 이영 미래통합당 의원

이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정치에 입문했다. 1세대 여성 벤처기업가인 이 의원은 카이스트서 암호학 박사 학위를 땄다 지난 2000년에는 데이터보안 벤처기업인 ‘테르텐’을 세웠다. 이 의원은 21대 국회서 산업 규제를 일정 주기마다 의무적으로 재검토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합리적인
목소리 낸다

통합당은 17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가져간 민주당을 상임위 및 TF 활동 등 투트랙으로 견제하고, 제1야당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처럼 강경한 대여투쟁보다는 정책투쟁과 전문가들의 합리적인 목소리에 기댈 방침이다. 같은 지지층 결집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중심으로 대여투쟁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원내서 문정부 저격수로 나선 초선의원들의 활약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6번째’ 통합당 다음 당명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당명 개정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달 말까지 외교안보, 경제혁신, 일자리, 저출생, 정강정책 등 당내 특위의 결과를 바탕으로 당명 개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또 인기를 끌었던 TV 프로그램 <미스터 트롯>의 국민투표 방식을 도입, 국민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당명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 모두가 함께하는 의미가 들어갔으면 좋겠다. 새로움을 국민에게 알리고 통합당이 새롭게 나가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외교안보특위, 저출생특위 등 비대위 산하 특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으면 그것을 (당명 개정에) 반영하도록 하고 특히 정강정책특위에서 당의 미래 비전을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7월 말까지 정강정책을 개정하면 이를 바탕으로 당명 개정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통합당이 당명을 개정하게 되면 2020년 미래통합당에 이어 6번째 당명을 변경하는 사례가 된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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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