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의 상징’ 한기총 몰락기

기독교 앞세워 정치욕 채우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한때 보수 교계의 상징이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역사상 최악의 해체 위기에 놓였다. 출범 이후로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덕에 교계와 정계서도 한기총에 대해 선을 긋는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한기총의 기나긴 몰락기를 조명했다.
 

▲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문병희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전광훈 목사가 지난달 이례적으로 법원으로부터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 정지 판정을 받았다. 앞서 한기총 비상대책위원회는 전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선출한 지난 1월 총회에 대해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전 목사가 일부 대의원들에게 총회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대의원들의 의결권과 선거권을 침해당했다고 명시했다.

흥망성쇠
어쩌다…

정관에 따라 법원이 직무대행을 선임할 때까지 한기총의 최고 연장자인 김창수 목사가 직무대행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목사 역시 “이번 계기를 통해 우리 모두가 분골쇄신해 한기총이 명실공히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으로서 다시 한 번 새로운 발돋움을 하겠다”며 한기총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현재 한기총은 전 목사를 끌어내린 비대위와 전 목사를 지지하는 세력, 그리고 김 목사 세력으로 나뉘어 갈등을 겪고 있다. 한동안 한기총의 내홍은 더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기총은 장기간 사무실 임대료를 내지 못해 사무실 반환 소송마저 진행 중이다. 한기총의 재정난은 지난해 10월부터 불거졌다. 당시 한기총은 임대료 7000여만원과 직원 임금체불로 어려움을 겪었다. 또 전 목사가 대표회장이 된 뒤 회원 교단들이 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서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상태다.

한기총은 왜 이렇게까지 몰락했을까. 우선 한기총의 태생적 한계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한기총은 1989년 평화통일을 강조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을 견제할 목적으로 출범했다. 한기총은 출범 당시 정권과 결이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교계를 대표하는 연합기구로 우뚝 성장하게 된다.

일각에선 한기총의 설립 당시 배후에 독재정권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980년 8월 한기총 설립에 크게 기여했던 보수 개신교 지도그룹이 전두환 당시 국보위장을 불러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조찬기도회’를 열었다는 사실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보수 교계 몸통…독재정권 등에 업고 출범
2011년 금권선거 파문·잇단 대형교단 탈퇴

2005년 4월에는 당시 국정원과거사진실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오충일 목사가 국정원 전신인 안기부 종교담당 요원이 한기총 창립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기총은 출범 이후 꾸준히 보수정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정치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1992년 대선에는 개신교 장로 출신인 민자당 김영삼 후보를 우회적으로 지지했고, 2003년 참여정부 시절에는 주한미군 철수 반대,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운동 등에 참여하며 수구 성향을 고수했다. 또 2007년엔 17대 대선을 앞두고 전 목사가 교인들에게 “무조건 이명박을 찍어. 만약(이명박 후보를 찍지 않으면) 내가 생명책서 지워버릴 거야”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끊이지 않는 비위 및 막말 논란 역시 한기총이 교계서 외면 받는 이유로 볼 수 있다.

지난 2011년에는 한기총 대표회장의 금권선거 의혹이 크게 불거졌다.
 

▲ 문재인 하야 범투본서 발언하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당시 이광선 목사는 2010년 대표회장으로 당선된 길자연 목사의 부정선거로 갈등을 빚어오다 결국 ‘돈 선거’를 폭로했다. 이후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교단 목회자들이 길 목사로부터 1인당 100만원씩 4000만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내용이 드러났다.

이어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투표장서 길 목사 쪽 선거운동본부장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는 폭로까지 터지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다. 이후 한기총에 속했던 대형 교단들이 행정보류를 결정하거나 탈퇴를 선언하면서 한기총은 고립의 길을 걷게 됐다.

구멍난 재정
리더십 공백

주요 교단이 이단·사이비로 규정한 단체들을 한기총이 받아준 점도 한기총이 내홍을 겪는 데 큰 화근이 됐다. 현재 한기총에는 55개 교단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군소 교단이 대부분이다. 2010년까지 한국개신교계를 대표했지만, 현재로서는 사실상 보수 개신교를 대표하는 곳으로 볼 수 없게 된 셈이다.

게다가 한기총은 목사들의 비상식적인 막말로 인해 여론의 몰매를 맞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지난 2014년, 당시 한기총 부회장이었던 조광작 목사는 긴급 임원회의서 “가난한 집 아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갔으면 될 것을 왜 제주도로 배 타고 가다가 이런 일이 사고가 발생했는지 모르겠다” “천안함 사건으로 국군 장병이 숨졌을 때는 온 국민이 경건하고 조용한 마음으로 애도하고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너무 소란스럽게 진행되고 있어 이해 못 하겠다” 등의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조 목사는 부회장직서 사퇴했지만, 이는 한기총의 수준을 드러내는 유명한 일화가 됐다.

전 목사의 막말도 유명하다. 그는 2005년 “이 성도가 내 성도가 됐는지 알아보려면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한 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라고 발언해 ‘빤스목사’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 전 목사는 지난해에 “대통령이 간첩” “문재인은 벌써 하나님이 폐기처분” 등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막말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한기총의 법인 해산과 대표회장 전 목사의 구속을 촉구하는 내용이 올라왔고, 그에 대한 동의가 20만명을 넘기도 했다.

우클릭
돈 선거

당시 청원인은 ‘대표회장 전 목사를 중심으로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헌법 제20조 제2항을 위반하고 있지만, 관계 당국은 종교단체라는 이유만으로 설립목적과 위반된 사항들을 간과하고 있다. 이는 허가 단체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뿐 아니다. 전 목사는 “나는 하나님 보좌를 딱 잡고 살아.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와 같은 막말로 개신교 측의 거센 반발을 샀다.

전 목사는 21대 총선까지 네 차례나 기독교 정당을 설립해 총선을 통한 원내 진출을 시도했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서 기독사랑실천당의 공동대표로 정치에 직접 뛰어들었다. 기독사랑실천당은 비례대표 의석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 3%에 약간 미달해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이후로도 정계 진출을 위한 전 목사의 행보는 계속됐다. 2012년 기독자유민주당 당고문, 2016년 기독자유당 후원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정치권 주변을 배회했다. 지난 1월에는 21대 총선에 대비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기독자유통일당을 창당했으나 이번 역시 원내 진입에는 실패했다.

전 목사는 지난해부터 21대 총선을 위한 세력 결집을 해왔다. 지난해 6월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문재인정권으로 인해 종북화, 공산화돼 지구촌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를 맞이했다”며 “문재인 대통령 하야와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를 위해 한기총이 지향하는 국민운동에 함께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9월에는 전 목사가 문 대통령의 하야를 목표로 하는 시위 조직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이하 범투본)를 결성해, 광화문 일대서 이른바 태극기 부대와 같은 극우단체들과 함께 투쟁을 이어갔다. 당시 전 목사의 막말 논란, 불법 모금 혐의 등 논란이 끊이질 않으면서 한기총은 국민적인 비호감을 얻게 됐다.

전광훈 목사 사심으로 운영?
정계 선 긋고, 교계 “사라져야”

교계서도 전 목사와 한기총의 이 같은 극우 정치 행보를 두고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전 목사의 시국선언 이후에는 개신교 원로들이 나서 “세속적 욕망으로 정치에 나서려 한다면, 교회나 교회 기구를 끌어들이지 말고 목사라고 내세우지 말고 한 개인으로 나서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욕망과 신념을 위해 교회를 욕되게 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재 전 목사는 지난해 10월 광화문광장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서 관계기관 등록 없이 불법 모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목사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광화문광장서 “자유한국당을 지지해달라” “대통령은 간첩” 등의 연설로 인해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으로 지난 2월 구속 기소됐다가 집회 금지와 보증금 5000만원 등을 조건으로 56일 만에 보석 석방됐다.
 

▲ 악수 나누는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전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 정지 판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 <국민일보> 광고에 스스로를 ‘한기총 대표회장’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광고를 통해 “우리 대한민국도 주사파 선동과 문재인의 거짓 역사 왜곡서 벗어나 올바른 역사관을 재정립하고 시대적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며 신학 특강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가 속한 한기총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기총의 몰락을 막기는 여러 모로 어려운 모양새다. 교계와 정계 모두 이들의 극우적인 정치논리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21대 총선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한기총 세력들과 장외투쟁을 함께하는 등 지나친 ‘우클릭’으로 인해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극우정치적 편향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이어가며 이들과는 선을 긋고 있다.

불법 모금
막말 논란

개신교 관련 시민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는 한기총에 대한 유감을 표현했다. 지난해 개혁연대는 “한기총은 과거 금권선거와 부정부패, 사회기득권층과 유착으로 교회와 사회로부터 신임을 잃은 지 오래됐다”며 “한기총은 한국교회와 역사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도 “한기총은 한국 교회 내에서 정치적으로 치우친 소수 집단에 불과하다”며 “한기총에는 일부 군소 교단과 단체들만 남아있는 상태로, 한국 교회 연합 조직의 대표성을 잃은 지 오래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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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