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메이커’ 김은숙의 <더킹>은 왜 실패했나?

‘총체적 난국’ 김은숙의 퇴보작 평가까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 최고의 히트메이커로 불리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가 난항을 겪고 있다. 왜색 논란으로 PD가 직접 사과한 데 이어 과도한 PPL, 뜬금없는 로맨스, 시대착오적 설정, 수준 낮은 CG, 배우들의 연기력 등 총체적 난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힌 <더 킹:영원의 군주>의 실패 요인을 짚어봤다. 
 

▲ 더 킹: 사라진 군주 포스터 ⓒSBS

시작은 좋았다. 1회 시청률은 11.6%(닐슨코리아)였다. 하지만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8.6%까지 떨어졌다가 잠시 반등 후 다시 8.1%까지 떨어졌다. KBS2 <태양의 후예>와 tvN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이 국내를 넘어 세계 곳곳서 뜨거운 사랑을 받은 것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성적이다. SBS <상속자들>의 이민호와 <도깨비>의 김고은을 주연으로 낙점한 <더 킹: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는 ‘김은숙의 문제작’이라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오랫동안 김은숙표 로맨스를 기다리던 팬들은 이미 실망감을 표한 지 오래다. 

기대작?

SBS <파리의 연인> <온에어> <신사의 품격> <시크릿 가든>을 비롯해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3연타 흥행 홈런을 기록한 김은숙 작가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히트 작가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주제와 다소 오글거리기는 하나 여심을 흔드는 설렘 가득한 대사, 긴장을 놓지 않는 마무리까지, 그의 드라마는 대체 불가능한 특별함이 있었다.  

하지만 <더 킹>은 다르다. 총체적 난국으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스토리가 어렵다. 평행세계를 소재로 한 판타지 장르의 이 드라마는 대다수 배우들이 1인2역을 맡게 되면서, 각 인물 간의 관계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을 오고 가는 설정도 보는 이들에게 혼란을 야기한다.


극초반 등장한 이림(이정진 분)이 대한제국서 대한민국으로 넘어가는 설정과 성장한 이곤(이민호 분), 이곤의 가족에 대한 설정은 평행세계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시청자에게 난해할 수 있다. 

과거에는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향해 달려드는 저돌성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현빈 분)부터 <미스터 션샤인>의 유진 초이(이병헌 분)까지 저돌적으로 사랑에 임했다.

이번에도 이곤(이민호 분)이 정태을(김고은 분)을 향해 적극적으로 임하지만, 뜬금없을 뿐 아니라 공감에도 실패했다. 로맨스 장르의 핵심인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데면데면하게 느껴진다. 드라마의 동력을 잃은 셈이다.

아울러 김은숙 작가의 ‘말 맛’이 드러나지 않는다. <더 킹>에선 화제가 되는 명대사가 없다.
 

▲ 김은숙 작가 ⓒSBS

<신사의 품격>서 ‘~~ 걸로’라는 표현과, <태양의 후예>의 군대 말투인 ‘했지 말입니다’ 등은 당시 최고유행어였다. <도깨비>서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모든 날이 행복했다”나 <미스터 션샤인>서 “합시다, 러브. 나랑 같이”와 같은 대사들도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더 킹>은 ‘역시 김은숙’이라 할 만한 대사가 보이지 않는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는 언제나 유머와 위트가 깃들여져 있었다. 로맨스물에선 큰 줄기 안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에피소드가 존재했다. 뿐만 아니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도깨비>, 일제강점기를 다룬 <미스터 션샤인>서도 숨통을 틔우는 유머가 존재했다. 하지만 <더 킹>은 극 자체가 너무 어둡고 무거우며, 유일하게 웃음을 담당하는 장미카엘(강홍석 분)은 분량이 적다. 


개연성 부재·시대착오적 여성상까지
반환점 돌았지만…반등 시점은 글쎄∼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을 넘어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의 여주인공들은 대체로 능동적인 여성상이었다. 비록 경제적인 여유는 대부분이 재벌이었던 남주인공에 비해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기죽는 성격은 아니었다. 

스턴트우먼이었던 길라임(하지원 분), 매사 당당했던 서이수(김하늘 분), 전쟁통에도 이성을 잃지 않았던 강모연(송혜교 분)과 윤명주(김지원 분), 독립운동가였던 고애신(김태리 분) 등 김 작가를 통해 탄생한 여성 캐릭터는 주체적인 삶을 살았고, 강단도 있었다. 하지만 <더 킹>에서는 여성 캐릭터들이 수동적으로 변했다. 

<더 킹>의 정태을(김고은 분)은 대한민국 강력반 형사, 구서령(정은채 분)은 대한제국 최연소 여성 총리로 나온다. 성역할의 고정관념을 깬 직업이다. 하지만 정태을은 이곤의 세계인 대한제국에선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수동적 인물로 그려지고, 구서령은 황제 이곤과의 결혼을 욕망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총리 역할보다는 화려하고 섹시한 외모로 황제를 유혹하는  데에만 관심을 쏟는다.

심지어 “와이어가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줘서요”와 같은 구서령의 대사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작품이 반향을 얻지 못하니, 김 작가의 장점으로 불렸던 PPL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작가의 작품은 사극마저 PPL을 사용할 정도로 기발했다. 
 

<태양의 후예>의 전쟁터서 먹는 ‘서브웨이 샌드위치’나 <미스터 션샤인> 속 파리바게트를 암시한 ‘불란셔제빵소’는 초대박을 쳤다. 장터서 티 안 나게 등장한 목우촌과 같은 브랜드도 작품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서 엄청난 광고효과를 냈다. ‘PPL의 미학’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더 킹>에서는 PPL이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절제미가 사라졌다. 치킨과 홍삼, 커피, 볶음김치, 멀티밤 등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오죽하면 ‘닭 킹:홍삼의 군주’라는 조롱까지 나온다. 개연성을 살리면서 광고효과까지 냈던 연출의 묘가 보이지 않는다. 

<더 킹>은 왜색 논란에도 휩싸였다. 대한제국과 일본의 해상 전투 장면 중 일장기를 단 일본 군함이 우리나라 군함과 유사하다는 지적이었다. 백상훈 PD가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 이러한 실수를 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실망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또 정태을이 이곤의 세계인 대한제국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이동하는 장면서의 CG 처리는 그야말로 조악함 그 자체였다. 이곤이 쓴 금관은 대한제국이 아닌 신라시대를 연상시켰고, 특히 이민호의 머리 사이즈를 고려하지 않았는지 우스꽝스럽게 처리되며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이전 작품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문제들이 <더 킹>에선 유난히 많이 드러났다. 

총체적 난국

오글거리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표현해온 이전 배우들과 달리, 이민호의 연기가 김 작가의 대사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아울러 이민호는 <상속자들>의 김탄, 김고은은 마치 <도깨비>의 지은탁을 보는 듯 기시감이 강한 것도 <더 킹>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일본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대한제국을 통해 통일 한반도를 상상하게 하는 대목 등 의미 있는 부분도 있지만, <더 킹>이 드러낸 숱한 문제를 해소할 정도는 아니다. 이제 반환점을 돈 <더 킹>이 과연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