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메이커’ 김은숙의 <더킹>은 왜 실패했나?

‘총체적 난국’ 김은숙의 퇴보작 평가까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 최고의 히트메이커로 불리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가 난항을 겪고 있다. 왜색 논란으로 PD가 직접 사과한 데 이어 과도한 PPL, 뜬금없는 로맨스, 시대착오적 설정, 수준 낮은 CG, 배우들의 연기력 등 총체적 난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힌 <더 킹:영원의 군주>의 실패 요인을 짚어봤다. 
 

▲ 더 킹: 사라진 군주 포스터 ⓒSBS

시작은 좋았다. 1회 시청률은 11.6%(닐슨코리아)였다. 하지만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8.6%까지 떨어졌다가 잠시 반등 후 다시 8.1%까지 떨어졌다. KBS2 <태양의 후예>와 tvN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이 국내를 넘어 세계 곳곳서 뜨거운 사랑을 받은 것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성적이다. SBS <상속자들>의 이민호와 <도깨비>의 김고은을 주연으로 낙점한 <더 킹: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는 ‘김은숙의 문제작’이라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오랫동안 김은숙표 로맨스를 기다리던 팬들은 이미 실망감을 표한 지 오래다. 

기대작?

SBS <파리의 연인> <온에어> <신사의 품격> <시크릿 가든>을 비롯해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3연타 흥행 홈런을 기록한 김은숙 작가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히트 작가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주제와 다소 오글거리기는 하나 여심을 흔드는 설렘 가득한 대사, 긴장을 놓지 않는 마무리까지, 그의 드라마는 대체 불가능한 특별함이 있었다.  

하지만 <더 킹>은 다르다. 총체적 난국으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스토리가 어렵다. 평행세계를 소재로 한 판타지 장르의 이 드라마는 대다수 배우들이 1인2역을 맡게 되면서, 각 인물 간의 관계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을 오고 가는 설정도 보는 이들에게 혼란을 야기한다.


극초반 등장한 이림(이정진 분)이 대한제국서 대한민국으로 넘어가는 설정과 성장한 이곤(이민호 분), 이곤의 가족에 대한 설정은 평행세계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시청자에게 난해할 수 있다. 

과거에는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향해 달려드는 저돌성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현빈 분)부터 <미스터 션샤인>의 유진 초이(이병헌 분)까지 저돌적으로 사랑에 임했다.

이번에도 이곤(이민호 분)이 정태을(김고은 분)을 향해 적극적으로 임하지만, 뜬금없을 뿐 아니라 공감에도 실패했다. 로맨스 장르의 핵심인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데면데면하게 느껴진다. 드라마의 동력을 잃은 셈이다.

아울러 김은숙 작가의 ‘말 맛’이 드러나지 않는다. <더 킹>에선 화제가 되는 명대사가 없다.
 

▲ 김은숙 작가 ⓒSBS

<신사의 품격>서 ‘~~ 걸로’라는 표현과, <태양의 후예>의 군대 말투인 ‘했지 말입니다’ 등은 당시 최고유행어였다. <도깨비>서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모든 날이 행복했다”나 <미스터 션샤인>서 “합시다, 러브. 나랑 같이”와 같은 대사들도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더 킹>은 ‘역시 김은숙’이라 할 만한 대사가 보이지 않는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는 언제나 유머와 위트가 깃들여져 있었다. 로맨스물에선 큰 줄기 안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에피소드가 존재했다. 뿐만 아니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도깨비>, 일제강점기를 다룬 <미스터 션샤인>서도 숨통을 틔우는 유머가 존재했다. 하지만 <더 킹>은 극 자체가 너무 어둡고 무거우며, 유일하게 웃음을 담당하는 장미카엘(강홍석 분)은 분량이 적다. 


개연성 부재·시대착오적 여성상까지
반환점 돌았지만…반등 시점은 글쎄∼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을 넘어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의 여주인공들은 대체로 능동적인 여성상이었다. 비록 경제적인 여유는 대부분이 재벌이었던 남주인공에 비해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기죽는 성격은 아니었다. 

스턴트우먼이었던 길라임(하지원 분), 매사 당당했던 서이수(김하늘 분), 전쟁통에도 이성을 잃지 않았던 강모연(송혜교 분)과 윤명주(김지원 분), 독립운동가였던 고애신(김태리 분) 등 김 작가를 통해 탄생한 여성 캐릭터는 주체적인 삶을 살았고, 강단도 있었다. 하지만 <더 킹>에서는 여성 캐릭터들이 수동적으로 변했다. 

<더 킹>의 정태을(김고은 분)은 대한민국 강력반 형사, 구서령(정은채 분)은 대한제국 최연소 여성 총리로 나온다. 성역할의 고정관념을 깬 직업이다. 하지만 정태을은 이곤의 세계인 대한제국에선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수동적 인물로 그려지고, 구서령은 황제 이곤과의 결혼을 욕망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총리 역할보다는 화려하고 섹시한 외모로 황제를 유혹하는  데에만 관심을 쏟는다.

심지어 “와이어가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줘서요”와 같은 구서령의 대사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작품이 반향을 얻지 못하니, 김 작가의 장점으로 불렸던 PPL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작가의 작품은 사극마저 PPL을 사용할 정도로 기발했다. 
 

<태양의 후예>의 전쟁터서 먹는 ‘서브웨이 샌드위치’나 <미스터 션샤인> 속 파리바게트를 암시한 ‘불란셔제빵소’는 초대박을 쳤다. 장터서 티 안 나게 등장한 목우촌과 같은 브랜드도 작품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서 엄청난 광고효과를 냈다. ‘PPL의 미학’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더 킹>에서는 PPL이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절제미가 사라졌다. 치킨과 홍삼, 커피, 볶음김치, 멀티밤 등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오죽하면 ‘닭 킹:홍삼의 군주’라는 조롱까지 나온다. 개연성을 살리면서 광고효과까지 냈던 연출의 묘가 보이지 않는다. 

<더 킹>은 왜색 논란에도 휩싸였다. 대한제국과 일본의 해상 전투 장면 중 일장기를 단 일본 군함이 우리나라 군함과 유사하다는 지적이었다. 백상훈 PD가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 이러한 실수를 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실망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또 정태을이 이곤의 세계인 대한제국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이동하는 장면서의 CG 처리는 그야말로 조악함 그 자체였다. 이곤이 쓴 금관은 대한제국이 아닌 신라시대를 연상시켰고, 특히 이민호의 머리 사이즈를 고려하지 않았는지 우스꽝스럽게 처리되며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이전 작품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문제들이 <더 킹>에선 유난히 많이 드러났다. 

총체적 난국

오글거리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표현해온 이전 배우들과 달리, 이민호의 연기가 김 작가의 대사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아울러 이민호는 <상속자들>의 김탄, 김고은은 마치 <도깨비>의 지은탁을 보는 듯 기시감이 강한 것도 <더 킹>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일본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대한제국을 통해 통일 한반도를 상상하게 하는 대목 등 의미 있는 부분도 있지만, <더 킹>이 드러낸 숱한 문제를 해소할 정도는 아니다. 이제 반환점을 돈 <더 킹>이 과연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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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