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메이커’ 김은숙의 <더킹>은 왜 실패했나?

‘총체적 난국’ 김은숙의 퇴보작 평가까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 최고의 히트메이커로 불리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가 난항을 겪고 있다. 왜색 논란으로 PD가 직접 사과한 데 이어 과도한 PPL, 뜬금없는 로맨스, 시대착오적 설정, 수준 낮은 CG, 배우들의 연기력 등 총체적 난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힌 <더 킹:영원의 군주>의 실패 요인을 짚어봤다. 
 

▲ 더 킹: 사라진 군주 포스터 ⓒSBS

시작은 좋았다. 1회 시청률은 11.6%(닐슨코리아)였다. 하지만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8.6%까지 떨어졌다가 잠시 반등 후 다시 8.1%까지 떨어졌다. KBS2 <태양의 후예>와 tvN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이 국내를 넘어 세계 곳곳서 뜨거운 사랑을 받은 것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성적이다. SBS <상속자들>의 이민호와 <도깨비>의 김고은을 주연으로 낙점한 <더 킹: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는 ‘김은숙의 문제작’이라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오랫동안 김은숙표 로맨스를 기다리던 팬들은 이미 실망감을 표한 지 오래다. 

기대작?

SBS <파리의 연인> <온에어> <신사의 품격> <시크릿 가든>을 비롯해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3연타 흥행 홈런을 기록한 김은숙 작가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히트 작가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주제와 다소 오글거리기는 하나 여심을 흔드는 설렘 가득한 대사, 긴장을 놓지 않는 마무리까지, 그의 드라마는 대체 불가능한 특별함이 있었다.  

하지만 <더 킹>은 다르다. 총체적 난국으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스토리가 어렵다. 평행세계를 소재로 한 판타지 장르의 이 드라마는 대다수 배우들이 1인2역을 맡게 되면서, 각 인물 간의 관계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을 오고 가는 설정도 보는 이들에게 혼란을 야기한다.


극초반 등장한 이림(이정진 분)이 대한제국서 대한민국으로 넘어가는 설정과 성장한 이곤(이민호 분), 이곤의 가족에 대한 설정은 평행세계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시청자에게 난해할 수 있다. 

과거에는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향해 달려드는 저돌성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현빈 분)부터 <미스터 션샤인>의 유진 초이(이병헌 분)까지 저돌적으로 사랑에 임했다.

이번에도 이곤(이민호 분)이 정태을(김고은 분)을 향해 적극적으로 임하지만, 뜬금없을 뿐 아니라 공감에도 실패했다. 로맨스 장르의 핵심인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데면데면하게 느껴진다. 드라마의 동력을 잃은 셈이다.

아울러 김은숙 작가의 ‘말 맛’이 드러나지 않는다. <더 킹>에선 화제가 되는 명대사가 없다.
 

▲ 김은숙 작가 ⓒSBS

<신사의 품격>서 ‘~~ 걸로’라는 표현과, <태양의 후예>의 군대 말투인 ‘했지 말입니다’ 등은 당시 최고유행어였다. <도깨비>서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모든 날이 행복했다”나 <미스터 션샤인>서 “합시다, 러브. 나랑 같이”와 같은 대사들도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더 킹>은 ‘역시 김은숙’이라 할 만한 대사가 보이지 않는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는 언제나 유머와 위트가 깃들여져 있었다. 로맨스물에선 큰 줄기 안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에피소드가 존재했다. 뿐만 아니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도깨비>, 일제강점기를 다룬 <미스터 션샤인>서도 숨통을 틔우는 유머가 존재했다. 하지만 <더 킹>은 극 자체가 너무 어둡고 무거우며, 유일하게 웃음을 담당하는 장미카엘(강홍석 분)은 분량이 적다. 


개연성 부재·시대착오적 여성상까지
반환점 돌았지만…반등 시점은 글쎄∼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을 넘어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의 여주인공들은 대체로 능동적인 여성상이었다. 비록 경제적인 여유는 대부분이 재벌이었던 남주인공에 비해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기죽는 성격은 아니었다. 

스턴트우먼이었던 길라임(하지원 분), 매사 당당했던 서이수(김하늘 분), 전쟁통에도 이성을 잃지 않았던 강모연(송혜교 분)과 윤명주(김지원 분), 독립운동가였던 고애신(김태리 분) 등 김 작가를 통해 탄생한 여성 캐릭터는 주체적인 삶을 살았고, 강단도 있었다. 하지만 <더 킹>에서는 여성 캐릭터들이 수동적으로 변했다. 

<더 킹>의 정태을(김고은 분)은 대한민국 강력반 형사, 구서령(정은채 분)은 대한제국 최연소 여성 총리로 나온다. 성역할의 고정관념을 깬 직업이다. 하지만 정태을은 이곤의 세계인 대한제국에선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수동적 인물로 그려지고, 구서령은 황제 이곤과의 결혼을 욕망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총리 역할보다는 화려하고 섹시한 외모로 황제를 유혹하는  데에만 관심을 쏟는다.

심지어 “와이어가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줘서요”와 같은 구서령의 대사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작품이 반향을 얻지 못하니, 김 작가의 장점으로 불렸던 PPL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작가의 작품은 사극마저 PPL을 사용할 정도로 기발했다. 
 

<태양의 후예>의 전쟁터서 먹는 ‘서브웨이 샌드위치’나 <미스터 션샤인> 속 파리바게트를 암시한 ‘불란셔제빵소’는 초대박을 쳤다. 장터서 티 안 나게 등장한 목우촌과 같은 브랜드도 작품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서 엄청난 광고효과를 냈다. ‘PPL의 미학’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더 킹>에서는 PPL이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절제미가 사라졌다. 치킨과 홍삼, 커피, 볶음김치, 멀티밤 등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오죽하면 ‘닭 킹:홍삼의 군주’라는 조롱까지 나온다. 개연성을 살리면서 광고효과까지 냈던 연출의 묘가 보이지 않는다. 

<더 킹>은 왜색 논란에도 휩싸였다. 대한제국과 일본의 해상 전투 장면 중 일장기를 단 일본 군함이 우리나라 군함과 유사하다는 지적이었다. 백상훈 PD가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 이러한 실수를 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실망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또 정태을이 이곤의 세계인 대한제국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이동하는 장면서의 CG 처리는 그야말로 조악함 그 자체였다. 이곤이 쓴 금관은 대한제국이 아닌 신라시대를 연상시켰고, 특히 이민호의 머리 사이즈를 고려하지 않았는지 우스꽝스럽게 처리되며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이전 작품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문제들이 <더 킹>에선 유난히 많이 드러났다. 

총체적 난국

오글거리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표현해온 이전 배우들과 달리, 이민호의 연기가 김 작가의 대사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아울러 이민호는 <상속자들>의 김탄, 김고은은 마치 <도깨비>의 지은탁을 보는 듯 기시감이 강한 것도 <더 킹>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일본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대한제국을 통해 통일 한반도를 상상하게 하는 대목 등 의미 있는 부분도 있지만, <더 킹>이 드러낸 숱한 문제를 해소할 정도는 아니다. 이제 반환점을 돈 <더 킹>이 과연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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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