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명물 휴게소

‘고속도로 위의 오아시스’ 열배는 즐겁네


즐거운 설 연휴가 다가왔다. 가족·친지를 만날 마음에 벌써부터 설렌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귀성·귀경 전쟁을 치를 생각만 하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특히 차들로 앞뒤가 꽉 막힌 고속도로 위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칭얼거림, 가족들의 차멀미 등은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이날만 손꼽아 기다려 온 부모와 조상들을 찾아뵙지 않는 것은 자식·자손 된 도리가 아닐 터. 그렇다면 좀 더 즐겁게 귀성·귀경하는 방법은 없을까.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한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들러 지친 심신을 달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휴게소 가면 사우나도 있고 동물농장도 있고
먹고 보고 즐기다 보니 “어라! 벌써 도착했네”


고속도로 휴게소가 달라지고 있다. 저마다 지역 특성을 살린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가 하면 어린이 놀이방, 야구연습장, 건강진단코너 등 특이시설을 설치,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설 연휴기간에는 팩스, 인터넷, 고속도로 카드 충전 등 다기능 종합서비스가 제공되고 신권교환, 가훈 써주기, 휴대전화 무료 수리, 즉석 사진 촬영 등의 다채로운 행사도 개최된다. 여기에 더해 휴게소에 들르면 주변 경관 감상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안성·금강·칠곡 휴게소
대진고속도로 인삼랜드·산청 휴게소

경부고속도로에 위치한 명물 휴게소는 안성·금강·칠곡휴게소 등이 있다. 안성휴게소는 안성 유기가 전시된 명품관이 눈길을 끄는 곳이다. 또한 어린이 놀이방, 야구연습장, 유아방, 파우더룸, 건강검진코너 등과 함께 설치돼 있어 아이와 함께 있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복육개장, 복지리와 한방인삼곰탕이 꼽힌다. 설날을 맞아 안성휴게소는 24일부터 27일까지 투호던지기, 대형윷놀이, 굴렁쇠굴리기, 전통팽이 등 민속놀이체험 행사와 함께 떡메치기, 가족사진 무료촬영(이메일 전송), 떡국 및 전통한과 무료 제공 등의 행사를 개최한다.
전국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금강휴게소는 금강과 철봉산의 경관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야외 테라스가 있다. 휴게소 한편에는 금강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만든 산책로가 나있어 따라 걷다보면 귀성·귀경의 피로를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다.

칠곡휴게소는 평양온반이 입맛을 사로잡는 곳이다. 휴게소 내에는 샤워장과 수면실, 목욕탕 등이 설치돼 있다. 게다가 작고 예쁜 그림들이 전시된 미술관이 있어 식사 후 가족들과 함께 들러봄직하다. 칠곡휴게소에서는 25일, 26일 양일간 ▲신권 교환 ▲새해맞이 음악회 ▲떡국 제공 등의 행사가 개최된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에 위치한 대표 휴게소로는 인삼랜드와 산청휴게소를 꼽을 수 있다. 인삼랜드 휴게소는 길 위의 건축물이란 콘셉트로 설계된 곳으로 예술성을 최대한 부각시킨 곳이다.

공간 사이사이 화단과 조경을 설치한 주차장과 건물 뒤편 산을 마주보는 곳에 위치한 발코니가 돋보인다. 발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지압공원과 인삼전시장이 있다. 인삼랜드에서는 25일부터 28일까지 ▲민속놀이 마당 ▲떡메치기 ▲수삼깎기 ▲금산인삼 시식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산청휴게소는 외관보다는 매장 내에서 열리는 피아노 콘서트로 유명한 곳.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식당은 여느 레스토랑 못지않은 분위기를 연출해 로맨틱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식사를 마친 후 경호강이 보이는 휴게소 앞 언덕 위에 있는 팔각정 주위를 가볍게 산책하면 기분이 상쾌해질 것이다.
여기에 지난 2004년 휴게소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허준 한방라면을 맛본다면 건강을 되찾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산청휴게소는 26일 하루 동안 ▲제기차기 ▲투호던지기 ▲신권교환 ▲OBU구매고객 전자카드 1만원 무료충전 행사를 개최한다.

영동고속도로 용인·강릉 휴게소
서해안고속도로 화성·대천 휴게소

용인·강릉 휴게소는 영동고속도로에 위치한 휴게소들로 ‘맛집 휴게소’다. 용인 휴게소는 삼합누룽지탕과 정통 수제 돈가스가 유명하다. 특히 삼합누룽지탕은 지난 2005년 휴게소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후엔 휴게소 옆 공원에 세워진 그리스 참전비와 시계탑을 둘러볼 만하다.
용인 휴게소에서는 24일부터 27일까지 ▲소화기분사체험 ▲민속놀이 마당 ▲전통한지 제기 만들기 ▲단골고객 하이패스 단말기 무료증정(20대)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강릉 휴게소는 강원도 고랭지에서만 자라는 귀한 곤드레 나물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 휴게소다. 대표 음식인 곤드레 돌솥밥은 곤드레 나물을 큰 그릇에 넣고, 소금, 참기름을 넣고 버무린 것으로 지난 2002년 휴게소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건물 뒤편 정원에는 새농장이 있어 아이들에게 현장에서 자연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설 연휴 이벤트로는 26일 당일 ▲민속놀이 ▲송편·과일·떡국 나눠주기 ▲무료 서적 제공 등이 개최된다.

서해안고속도로에 위치한 화성휴게소는 서서울톨게이트를 통과해 처음 만나는 휴게소다. 마치 기내식과 같이 두 명의 직원이 카트를 끌면서 주문을 받는 것이 특징. 여기에 음식을 건넬 때 명언이 담긴 메모를 주기도 해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장단콩해물두부백반과 장단콩순두부김치뚝배기가 있다. 화성휴게소는 고객이벤트로 24일부터 27일까지 ▲윷놀이 ▲떡매치기 ▲제기차기 ▲각종 음료, 과자선물세트 400개 증정 ▲고속도로카드 1만원권 100장 증정 ▲즉석사진 촬영 ▲무료 가훈 써주기 등의 행사를 펼친다.
보령자연산돌솥굴밥을 대표음식으로 내놓는 대천휴게소는 그네와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터가 있어 아이들과 잠깐의 휴식을 보낼 수 있다. 또 산책로가 있어 장시간 운전으로 피로한 여행객들이 긴장을 풀 수 있다. 산책이 끝나는 부분에는 서해가 한눈에 보이는 일몰감상대가 있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서해안의 붉은 낙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천휴게소에서는 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신권교환 서비스 ▲무료 떡제공 서비스 ▲머드화장품 샘플 무료 제공서비스 ▲제기왕 선발(선물증정) 이벤트 등이 열린다.

호남고속도로 정안·여산·곡성 휴게소
중앙고속도로 안동·춘천·단양 휴게소

호남고속도로에 위치한 정안휴게소 다람쥐공원은 어른과 아이들 모두에게 인기 있는 곳. 큰 다람쥐 동상과 도토리 조형물 등 다양한 조형물이 공원에 배치돼 있어 신선함과 재미를 선사해 준다. 또 다람쥐공원으로 가는 산책로는 피로를 푸는 데 효과적이다.
여산휴게소에는 휴게소 왼쪽 언덕배기에 송림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팔각정이 자리 잡고 있어 여행객의 휴식처로 인기가 많다. 또한 자연학습장이 조성돼 있어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작은 동물원에 온 것 같은 여유를 제공한다.

자연학습장에는 흔히 볼 수 없는 멧돼지와 오골계, 토끼 등이 있다. 여산휴게소는 26일부터 27일까지 ▲일회용 소변기 무료제공 ▲재기차기 ▲윷놀이 ▲인절미 무료제공 등의 행사를 펼친다.
여행길의 운치를 느끼게 해주는 곡성휴게소는 왼쪽편으로 기와를 얹은 돌담이 낮게 펼쳐져 있다. 때문에 토속적이며 편안한 이미지를 풍긴다. 휴게실 근처에는 잔디를 깐 아늑한 정원과 작은 연못이 만들어져 있다.

또 산을 바라보며 앉아서 쉴 수 있는 정자가 마련돼 있어 안락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곡성 특산품을 판매하는 코너에서는 토하젓과 참 게장을 구입할 수 있다. 곡성휴게소는 26일 하루 ▲자체제조 식혜 증정 ▲민속놀이 ▲떡·사탕 무료 증정 행사를 개최한다.
중앙고속도로 안동휴게소는 안동간고등어 백반이 유명하다. 안동간고등어 백반은 2002년 휴게소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간고등어는 안동지역의 특산품이면서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생선 1위이다.

간고등어 백반은 싱싱한 고등어 속살에 간잽이의 손맛으로 적당히 간 배어진 간고등어를 직화구이식으로 구워내기 때문에 기름기가 쏙 빠져 단백질, 칼슘,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다. 안동휴게소에 들르면 간고등어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설 연휴기간 동안 안동휴게소에서는 윷놀이 및 제기차기 마당이 펼쳐진다.
춘천휴게소에는 춘천시내를 둘러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운전자들이 잠시 쉬며 숨을 고르기에 좋다. 또한 아이들은 기린 등이 있는 스모프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 음식은 웰빙 버섯 된장덮밥.

단양휴게소는 휴게소 뒤편으로 적성산성이 둘러싸여 있다. 휴게소 왼편에는 적성산성으로 오르는 산책로가 나 있다. 적성산성에 오르면 온달장군과 관련된 단양적성비를 볼 수 있다.
대표 음식으로는 남한강 올갱이부추어탕이 있으며 겨울철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별미다. 단양 휴게소는 24일부터 27일까지 ▲무료 가훈 써주기 ▲떡 나눠주기 ▲민속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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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