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빈 강정’ 유니콘기업 실상

벌이는 시원찮고 빚만 잔뜩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유니콘기업’이란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원)를 초과하는 비상장 스타트업 회사를 뜻한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이라는 말에는 현시점의 성과는 물론, 미래의 성장 가능성도 포함돼있다. 하지만 유니콘기업이라는 간판만 보고 미래를 낙관하기에는 위험요소가 크다. 이들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으로 접근할 경우 투자자들은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국내서 유니콘기업들이 잇달아 출현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들을 육성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추세다. 정부서도 육성책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분위기다.

1조원 신기루
공허한 청사진

지난해 12월9일 중소벤처기업부는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0억원대 투자를 유치한 바이오시밀러(면역치료제) 제조업체 ‘에이프로젠’이 11번째 국내 유니콘기업으로 등재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 국가별 유니콘기업 순위서 미국(210개사), 중국(102개사), 영국(22개사), 인도(18개사)에 이어 독일과 함께 공동 5위를 기록하게 됐다.

국내 유니콘기업 탄생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다. 2017년 말 기준 3곳에 불과했던 국내 유니콘기업은 2018년 3곳, 지난해 5곳이 신규 등록되는 등 최근 들어 증가 추이가 확연히 눈에 띈다.

유니콘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 의지는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유니콘기업 수가 증가하는 것은 스타트업 창업자와 벤처투자자의 땀과 노력으로 벤처 생태계가 성숙되는 증거”라며 “정부도 스케일업 펀드 조성 등 벤처 투자 확대와 예비 유니콘기업 발굴·육성 등을 통해 더 많은 유니콘기업이 나올 수 있는 벤처 생태계 조성에 힘쓰겠다”고 언급했다.


커지는 기대감…내실은 과연?
여기저기 적자투성이 ‘곡소리’

정치권서도 유니콘기업 육성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1월20일 4·15총선 2호 공약으로 2022년까지 유니콘기업을 30개 육성하고 벤처 투자액 연간 5조원을 달성하는 등 ‘벤처 4대 강국 실현’ 방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유니콘기업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K-유니콘 프로젝트’ 가동을 제시했다. 우량 벤처기업을 연간 200개씩 선발해 집중 육성하는 ‘벤처강국 패스트트랙’을 마련하고, 스케일업(Scale up, 규모 확대) 펀드를 4년간 12조원 규모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예비 유니콘 특별보증제도’ 확대를 통해 적자 상태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정부 및 정치권서 유니콘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선 모습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 및 일자리 창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니콘기업으로 지정된 몇몇 회사들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이는 유니콘기업에 대한 투자를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낙관론 이면에
위험 요소 다분

현재 국내서 유니콘기업으로 지정된 회사는 11곳. 2014년 선정된 쿠팡·옐로모바일을 시작으로 L&P코스메틱(2015년), 크래프톤·비바리퍼블리카·우아한형제들(2018년), 위메프·야놀자·GP클럽·무신사·에이프로젠(2019년)이 유니콘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유니콘기업에 등재된 회사들의 기업가치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쿠팡의 기업가치는 9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으며, 크래프톤(50억달러), 옐로모바일(40억달러), 위메프(26억5000달러), 우아한형제들(26억달러), 비바리퍼블리카(22억달러) 등은 2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유니콘기업의 높은 가치평가가 회사의 미래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사례는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벤처연합 형태의 기업모델을 선보인 옐로모바일은 2014년 유니콘기업으로 선정되면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행보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짧은 영광을 뒤로한 채 지금은 사실상 인공호흡으로 연명하는 분위기다.

빌린 돈으로… 
경쟁력 의문

옐로모바일은 2018년 연결 기준 47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318억원의 영업손실과 118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당해 현금유출 규모가 3040억원에 달한다. 2017년과 2018년에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자, 옐로모바일을 유니콘기업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반응마저 나온다. 

쿠팡은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선점했지만 영업손실이 나날이 확대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2017년 6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위메프는 이듬해 손실액을 417억원 수준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을 뿐 여전히 흑자로 돌아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야놀자 역시 숙박 앱 업계 1위라는 타이틀과 별개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야놀자는 2015년부터 줄곧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18년 연결기준 야놀자의 영업손실은 167억원, 당기순손실 203억원이다. 

국내 유니콘기업서 업종의 쏠림이 확연하게 나타난다는 점도 지적사항으로 꼽힌다. 플랫폼 사업에 편중 현상이 대표적이다.

플랫폼 사업은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네트워크 통신을 활용해 이용자와 사업자를 연결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창출한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플랫폼 사업은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의 트렌드로 읽히기도 한다.

사업 편중 심각…기술 기반 취약
여차하면 외국회사에 넘어갈 판

국내 유니콘기업 중 플랫폼 사업자로 분류되는 곳은 쿠팡, 위메프,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무신사 등이다. 다만 이들은 국내 시장을 바탕으로 설계된 기업인데다 아직까지 국내 시장을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이 제한적인 성장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력한 차기 유니콘기업 역시 플랫폼 사업자다. 마켓컬리 서비스를 운영하는 더파머스는 최근 외국 투자자를 중심으로 프리IPO 시리즈E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쿠팡 잠실 신사옥 ⓒ쿠팡

플랫폼 기업이 많다는 것은 기술기반 유니콘기업의 부재가 심하다는 뜻을 내포한다. 에이프로젠이 생명공학 분야의 첫 유니콘기업으로 높게 평가받은 것도 업종의 다양화 측면서 이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체는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국한된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글로벌 유니콘기업 가운데 핀테크 업체는 60곳에 이른다. 핀테크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유니콘기업이 올해에만 3곳이 늘었지만, 국내에선 비바리퍼블리카를 잇는 핀테크 유니콘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유니콘기업들이 해외자본에 의존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쿠팡의 대주주는 손정의 회장이 이끌고 있는 소프트뱅크이며, 야놀자는 싱가포르투자청이 주주로 들어가 있다. 비바리퍼블리카의 경우 세계적 투자사 클라이너퍼킨스,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GIC, 세콰이어 차이나, 베세머벤처파트너스 등이 포진했다. 

밑 빠진 독에 
계속 물 붓기

국가별로 보면 일본 자금이 많이 들어간 유니콘기업은 쿠팡, 옐로모바일이 거론되며 크래프톤은 중국 자본이 90% 이상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거의 100%에 가까운 자본 출처가 미국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니콘기업 모두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 상황”이라며 “유니콘기업 수를 늘리기보다 벤처 투자 확대, 인적 자산 확보, 혁신적인 기업문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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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진통 끝에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해졌지만 여전히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싫고 국민의힘은 영 못 미덥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나온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은 갈 곳 잃은 보수 지지층의 마음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TK(대구·경북)를 대상으로 표심 구애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을 주장하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빨간색이면 어떻고, 노란색이면 어떻고, 파란색이면 어떻냐?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 진정 행복 아니겠느냐”고 외쳤다. 중도 확장 큰 그림 민주당의 보수 끌어안기 전략은 대선 정국 이전부터 이뤄졌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서 흑묘백묘론을 꺼내면서 본격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뜻의 실용주의 철학으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지도자 덩샤오핑이 사용한 속담이다. 기본소득을 강조해 왔던 이 후보는 이 자리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과 성장을 앞세운 이 후보는 “새로운 성장 발전의 공간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이라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밝혔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시대로의 전환과 주식시장을 선진화하는 등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으로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던 때다. 줄탄핵으로 강경 노선을 유지했던 민주당이 성장을 키워드로 내걸면서 비상계엄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타개해 기존 지지층은 물론 중도와 보수 표심을 아우르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과 국토보유세를 사실상 철회하고 첨단산업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경제 우클릭을 시도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줄도 믿을 수 없다”는 국민의힘의 맹비난이 이어졌지만 이 후보는 “민주당은 원래 경제 중심 정당”이라며 “경제와 성장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받아쳤다. “코스피지수는 2600대로 겨우 턱걸이를 했는데 민주당이 집권하면 3000대를 찍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념이 밥 먹여주나” 노선 틀어 중도 보수 겨냥한 ‘흑묘백묘론’ 지난 2월에는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우클릭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 후보는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을 넣으려다 철회한 일을 언급하며 “왼쪽에서는 진보의 가치를 버린 핵심 사례로 오해하고, 오른쪽에선 (오른쪽으로) 온다는데 가짜라고 해 쌍방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우클릭을 한다는데, 우클릭 안 했다. 민주당은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며 “원래 우리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이 강하게 결집했고,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여기에 끌려다니는 모양이 연출되자 빈집이 된 중도보수 영역까지 민주당이 발을 넓힌 것이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에게 도전장을 내민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자신의 SNS에 ‘중도우파 이재명? 그는 지금 ‘국민 클릭’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말하면서도 시장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성남시장 시절, 판교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고민했다”며 “출정식 직후 곧장 판교로 향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 엔진을 가장 먼저 클릭했다”고 설명했다. 4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이 후보는 본격적으로 보수 인사 영입에 속도를 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흑묘백묘론이 전략이었다면 지금 민주당에는 현실”이라며 “조기 대선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넓은 전선으로 뻗어나가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보수 논객들을 만나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지붕 밑 다 모였다 정 전 주필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정규재TV’를 통해 “(이 후보가) ‘새 정부는 좀 넓게 인재를 구해야겠다.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 업계 출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주당 내 극좌는 없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4·10 총선서 경선을 통해 극좌는 대부분 탈락했고, 탈락하지 않은 7명은 공천을 통해 교체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이념 타령하겠나. 여기서 더 분열하면 안 된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출범한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 그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회창 총재의 참모로 활동한 보수 원로로 꼽힌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거나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민주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서 “지난 3년에 걸친 윤석열정부의 국정 실패와 부조리·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심판과 쇄신의 각오 속에서 미래를 다짐하는 선거를 해야 한다” “윤정부 3년 동안 국정 운영이 망가지는 것을 보며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합리적 보수 성향의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 최고위원을 지낸 친유승민계 의원이다. 권 전 사무총장은 민주당 입당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의 실용 정치가 국가 위상과 침체된 경제회복, 복지국가 실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정부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서 활동한 이인기 전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대선을 3주 앞둔 지난 13일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지지자 일부가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과거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됐거나 한때 라이벌이었던 인물을 두루 영입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측근인 고영인 전 의원은 캠프 직속위원회인 ‘모두의 나라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총괄선대위원장단에 임명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와 겨뤘던 김두관 전 의원은 ‘지방분권 혁신위원’을 맡았다. 이 밖에도 문재인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평화 번영 위원회’를, 비명계 박용진 전 의원은 ‘사람 사는 세상 국민화합위원회’를 담당한다. 보수 심장 파랗게∼ 외연 확장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민주당의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여러 차례 탄핵을 입에 올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중도층의 역풍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중도만 집중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변화가 있어야 혁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빛의 혁명’을 상징하는 서울 광화문서 출정식을 연 이 후보는 “이제부터 진보와 보수의 문제는 없고 오로지 국민의 문제만 있다”며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대립을 넘어 실용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낮은 자세로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 후보는 정장 자켓을 벗고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을 포인트를 준 운동화와 선거 운동복을 건네받았다.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서도 빨간색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김영호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태극 문양을 모티브로 민주당의 고유색인 청색과 보수의 적색을 함께 사용해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며 “‘대한민국 상승’의 의미로 빨간색 삼각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출정식 이튿날인 지난 13일 민주당은 ‘보수의 텃밭’ 내지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를 찾았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는 대구서 21.6%, 경북서 23.8%로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심기일전으로 재도전에 나선 이 후보가 이번에는 보수 인사를 등에 업고 선전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경북 구미역 광장을 시작으로 대구와 경북 포항, 울산을 돌며 집중 유세를 벌인 이 후보는 자신을 ‘유능한 도구’에 빗대 연설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구미에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젊은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사법 살인하고, 고문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안 하고 민주적 과정으로 집권했다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어 모두가 칭송하지 않았겠느냐. 그 역시 지난 일이고 유능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충직한 일꾼을 뽑으면 세상이 개벽할 정도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코앞인데 여전히 손발 안 맞는 국힘 낮아진 TK·PK 벽…‘보수 심장’ 격전지로 그러면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고 호소했다. 울산서는 “유능하고 준비돼있으니 한번 맡겨봐 달라.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라면 여러분의 판단 기준으로 선택해야지, 다른 이유로 배제할 이유가 없다”며 “신상도 있으니 한번 써봐라. 지난 3년 동안 성능 개량 많이 했다”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14일에는 역시나 당 약세 지역으로 꼽히는 PK를 찾았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배로 일정을 시작한 이 후보는 “우리의 목표는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 반드시 승리”라며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아주 박빙의 승부를 하게 될 거라는 게 저희의 예상”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한 표라도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세 표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국가의 운명이 달린 선거인 만큼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 서면서는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라며 “이 위기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군사 쿠데타 세력의 책임이다. 친위 쿠데타 때문에 경제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해서는 “보수 정당이 맞냐, 민주 정당이 맞냐. 이제 그 당도 변화하든지 퇴출당하든지 선택해야 한다”며 “군사 쿠데타를 백배사죄하고 군사 쿠데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제명해야 대한민국 헌법 테두리 안에 있는 보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날 이 후보는 부산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점을 거론하며 “이곳 부산은 민주주의 성지 아닌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민주투사 김영삼의 정치적 고향이 맞나”라며 “이번에도 확실하게 (국민의힘을) 심판해달라”고 강조했다. 차기 선거 바로미터? 민주당이 보수 텃밭을 누비는 와중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 족쇄’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아직 가시지 않은 후보 교체 여진에 윤 전 대통령의 탈당까지, 대선이 한 달여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 공약보다는 윤석열 세 글자가 더욱 눈에 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조기 대선은 단순한 승패를 떠나 지역별 투표율의 소수점까지 눈여겨봐야 하는 선거가 됐다. 내년 6월에 치러질 예정인 지방선거는 이번 조기 대선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에게 간 홍준표 지지자, 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홍사모(홍준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의 단체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이라는 자격이 없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신영길 홍사모 중앙대표는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서 불거진 단일화 파행에 대해 “보수 정당을 지지해 온 수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명태균 특검법’을 의식해 먼저 선수를 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명태균 특검법 상정은 불가피한데, 이 과정서 홍 전 시장에게 불똥이 튈 것을 미리 방지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홍사모 등의 결정이 홍 전 시장의 의중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