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빈 강정’ 유니콘기업 실상

벌이는 시원찮고 빚만 잔뜩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유니콘기업’이란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원)를 초과하는 비상장 스타트업 회사를 뜻한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이라는 말에는 현시점의 성과는 물론, 미래의 성장 가능성도 포함돼있다. 하지만 유니콘기업이라는 간판만 보고 미래를 낙관하기에는 위험요소가 크다. 이들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으로 접근할 경우 투자자들은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국내서 유니콘기업들이 잇달아 출현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들을 육성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추세다. 정부서도 육성책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분위기다.

1조원 신기루
공허한 청사진

지난해 12월9일 중소벤처기업부는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0억원대 투자를 유치한 바이오시밀러(면역치료제) 제조업체 ‘에이프로젠’이 11번째 국내 유니콘기업으로 등재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 국가별 유니콘기업 순위서 미국(210개사), 중국(102개사), 영국(22개사), 인도(18개사)에 이어 독일과 함께 공동 5위를 기록하게 됐다.

국내 유니콘기업 탄생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다. 2017년 말 기준 3곳에 불과했던 국내 유니콘기업은 2018년 3곳, 지난해 5곳이 신규 등록되는 등 최근 들어 증가 추이가 확연히 눈에 띈다.

유니콘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 의지는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유니콘기업 수가 증가하는 것은 스타트업 창업자와 벤처투자자의 땀과 노력으로 벤처 생태계가 성숙되는 증거”라며 “정부도 스케일업 펀드 조성 등 벤처 투자 확대와 예비 유니콘기업 발굴·육성 등을 통해 더 많은 유니콘기업이 나올 수 있는 벤처 생태계 조성에 힘쓰겠다”고 언급했다.


커지는 기대감…내실은 과연?
여기저기 적자투성이 ‘곡소리’

정치권서도 유니콘기업 육성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1월20일 4·15총선 2호 공약으로 2022년까지 유니콘기업을 30개 육성하고 벤처 투자액 연간 5조원을 달성하는 등 ‘벤처 4대 강국 실현’ 방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유니콘기업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K-유니콘 프로젝트’ 가동을 제시했다. 우량 벤처기업을 연간 200개씩 선발해 집중 육성하는 ‘벤처강국 패스트트랙’을 마련하고, 스케일업(Scale up, 규모 확대) 펀드를 4년간 12조원 규모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예비 유니콘 특별보증제도’ 확대를 통해 적자 상태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정부 및 정치권서 유니콘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선 모습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 및 일자리 창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니콘기업으로 지정된 몇몇 회사들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이는 유니콘기업에 대한 투자를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낙관론 이면에
위험 요소 다분

현재 국내서 유니콘기업으로 지정된 회사는 11곳. 2014년 선정된 쿠팡·옐로모바일을 시작으로 L&P코스메틱(2015년), 크래프톤·비바리퍼블리카·우아한형제들(2018년), 위메프·야놀자·GP클럽·무신사·에이프로젠(2019년)이 유니콘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유니콘기업에 등재된 회사들의 기업가치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쿠팡의 기업가치는 9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으며, 크래프톤(50억달러), 옐로모바일(40억달러), 위메프(26억5000달러), 우아한형제들(26억달러), 비바리퍼블리카(22억달러) 등은 2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유니콘기업의 높은 가치평가가 회사의 미래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사례는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벤처연합 형태의 기업모델을 선보인 옐로모바일은 2014년 유니콘기업으로 선정되면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행보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짧은 영광을 뒤로한 채 지금은 사실상 인공호흡으로 연명하는 분위기다.

빌린 돈으로… 
경쟁력 의문

옐로모바일은 2018년 연결 기준 47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318억원의 영업손실과 118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당해 현금유출 규모가 3040억원에 달한다. 2017년과 2018년에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자, 옐로모바일을 유니콘기업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반응마저 나온다. 

쿠팡은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선점했지만 영업손실이 나날이 확대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2017년 6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위메프는 이듬해 손실액을 417억원 수준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을 뿐 여전히 흑자로 돌아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야놀자 역시 숙박 앱 업계 1위라는 타이틀과 별개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야놀자는 2015년부터 줄곧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18년 연결기준 야놀자의 영업손실은 167억원, 당기순손실 203억원이다. 

국내 유니콘기업서 업종의 쏠림이 확연하게 나타난다는 점도 지적사항으로 꼽힌다. 플랫폼 사업에 편중 현상이 대표적이다.

플랫폼 사업은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네트워크 통신을 활용해 이용자와 사업자를 연결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창출한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플랫폼 사업은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의 트렌드로 읽히기도 한다.

사업 편중 심각…기술 기반 취약
여차하면 외국회사에 넘어갈 판

국내 유니콘기업 중 플랫폼 사업자로 분류되는 곳은 쿠팡, 위메프,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무신사 등이다. 다만 이들은 국내 시장을 바탕으로 설계된 기업인데다 아직까지 국내 시장을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이 제한적인 성장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력한 차기 유니콘기업 역시 플랫폼 사업자다. 마켓컬리 서비스를 운영하는 더파머스는 최근 외국 투자자를 중심으로 프리IPO 시리즈E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쿠팡 잠실 신사옥 ⓒ쿠팡

플랫폼 기업이 많다는 것은 기술기반 유니콘기업의 부재가 심하다는 뜻을 내포한다. 에이프로젠이 생명공학 분야의 첫 유니콘기업으로 높게 평가받은 것도 업종의 다양화 측면서 이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체는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국한된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글로벌 유니콘기업 가운데 핀테크 업체는 60곳에 이른다. 핀테크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유니콘기업이 올해에만 3곳이 늘었지만, 국내에선 비바리퍼블리카를 잇는 핀테크 유니콘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유니콘기업들이 해외자본에 의존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쿠팡의 대주주는 손정의 회장이 이끌고 있는 소프트뱅크이며, 야놀자는 싱가포르투자청이 주주로 들어가 있다. 비바리퍼블리카의 경우 세계적 투자사 클라이너퍼킨스,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GIC, 세콰이어 차이나, 베세머벤처파트너스 등이 포진했다. 

밑 빠진 독에 
계속 물 붓기

국가별로 보면 일본 자금이 많이 들어간 유니콘기업은 쿠팡, 옐로모바일이 거론되며 크래프톤은 중국 자본이 90% 이상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거의 100%에 가까운 자본 출처가 미국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니콘기업 모두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 상황”이라며 “유니콘기업 수를 늘리기보다 벤처 투자 확대, 인적 자산 확보, 혁신적인 기업문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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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