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다가…’ 일동제약에 무슨 일이?

‘별안간’ 시험대 오른 오너 3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일동제약의 성적표가 심상치 않다. 흑자 행진을 달리던 실적은 적자로 반전됐다. 영업이익만 60% 넘게 추락했다. ‘비오비타’와 ‘아로나민 골드’로 친숙한 일동제약. 지난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

일동제약은 8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는 제약회사다. 창업주는 고 윤용구 회장. 지난 1941년 극동제약으로 첫발을 뗐다. 일동제약은 장 질환 치료제 개발에 전념했다. 창업주 의지가 강했는데 이는 모친이 장염으로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사연에 기인한다. 일동제약은 1959년 국내 최초 유산균제 ‘비오비타’를 출시했다.

80년 역사
중견기업

회사는 다양한 유산균 제품을 선보였다. 일동제약은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분야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2016∼2018년 호실적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 기준 매출액은 매년 증가했다. 2013억원, 4606억원, 5039억원이었다.

영업이익도 궤를 같이했다. 148억원, 254억원, 283억원 순으로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126억원, 198억원, 127억원 등이었다.

지난해 실적은 뒤집혔다. 매출액은 5174억원이었다. 직전년도에 비해 2.8% 소폭 상승했다. 문제는 영업이익인데 무려 68.1% 감소했다. 280억원대서 9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127억원 당기순이익은 ‘-10억원’이 됐다.


지난해 일동제약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측은 주요 원인으로 ‘큐란 판매 중단’과 ‘개발비 증가’를 꼽았다.

‘큐란’은 일동제약 주력제품이다. 위산과다 또는 속쓰림에 효과적인 위장약이다. 큐란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홀로 2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할 정도였다. 하지만 생산중단품목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시장서도 퇴출됐다.

발단은 ‘라니티딘 사태’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해 9월 라니티딘 제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라니티딘은 의약품 성분이다. 위산 과다 등에 쓰인다. 일동제약 큐란에도 해당 성분이 포함돼있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잔탁’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유산균 선두주자 실적 곤두박질
캐시카우 공백 ‘어떻게 메우나’

GSK는 다국적 제약사다. 잔탁은 GSK가 제조한 위장약이다. 잔탁은 라니티딘을 원료로 사용한다. 라니티딘을 원료로 하는 위장약에 NDMA가 발견된 것이다. NDMA는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NDMA를 불순물로 지정한 바 있다.

식약처는 국내서 유통되고 있는 라니티딘 사용 의약품에 빗장을 걸었다. 269개 품목은 제조·수입·판매가 중단됐다. 라니티딘 제제는 국내에서만 144만명이 복용하고 있었다. 국내 위장약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었다.


라니티딘 원료 제품을 판매한 제약사들은 후폭풍을 맞았다. 관련주들이 하락하는 등 타격을 받았다. 일동제약 큐란 역시 불똥을 피할 수 없었다.

큐란은 라니티딘 단일제다. 큐란은 단일제 위장약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을 자랑했다. 단일제 시장 점유율도 40%였다. 큐란은 잔탁 복제약이지만 매출은 6배 더 높았다.
 

▲ 일동제약 큐란

일동제약은 탈출구 찾기에 힘썼다. 일례로 동아에스티와 ‘가스터’를 공동 판매했다. 가스터는 소화성궤양 치료제다. 발암우려물질 성분이 없는 파모티딘 계열이다. 하지만 빈자리는 컸다. 대체재로 메꾸기에 한계가 있었다.

큐란 매출액은 2016∼2018년 99억원, 237억원, 222억원이었다. 식약처 처분이 내려지면서 큐란은 일동제약 매출항목에서 제외됐다. 큐란은 지난해 3분기(이하 3분기) 보고서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또 다른 이유는 개발비 증가다. 일동제약은 매출 10%가량을 연구비에 쏟는다. 비용 역시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2016∼2018년 연구 개발비는 212억원, 483억원, 547억원 등이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3분기에만 409억원을 썼다. 2017년 한 해 개발비와 맞먹는다. 업계 안팎에선 조만간 11%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일동제약 연구개발팀 규모는 상당하다. 인력만 300명이 넘는다. 모두 23개 팀이다. 세부적으로 중앙연구소 10개 팀, 개발부문 10개 팀, 생산부문 3개 팀이다. 신약·원료·신제품 등을 개발한다.

주력 제품
퇴출 왜?

일동제약은 연구개발로 손실을 보기도 했다. 일동제약 3분기 보고서에서 손상차손이 언급됐다. 개발 프로젝트 중단으로 발생한 손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MR정 외 1건’에 대한 임상대상자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 실험 결과도 부진했다. 결국 사업성이 떨어졌다. 일동제약은 관련 금액 54억원을 모두 감액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동제약은 라니티딘 사태를 정면으로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도 “연구개발에 상당한 재원을 쏟는 데 기대를 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큐란을 대신할 새로운 매출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모든 연구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큐란 대체품을 찾는 일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일동제약은 올해에도 연구개발에 힘을 싣는다. 사측은 실적 하락 고시 당일에 주주총회 소집일을 알렸다. 여러 안건 중 ‘사업목적 추가’가 있었다. 일동제약은 ‘연구개발 및 연구개발 용역업’을 새롭게 추가할 예정이다. 주총은 내달 20일 열린다.

그룹 차원서도 연구개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일동제약그룹 지주사 일동홀딩스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신규 후보물질 발굴’을 언급했다. 신약개발 속도를 올리겠다는 의지다. 그룹은 지난해 신약개발 계열사를 설립했다.


주총에선 대표이사 재선임 여부도 결정된다. 당사자는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재선임이 유력하다. 일동제약 실적을 간과하기 어렵다. 다만 사령탑 교체는 큰 충격이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경영권 다툼 가능성도 적다.

지분 상황은 안정궤도에 있다. 윤 사장은 일동제약그룹 ‘꼭대기 회사’ 최대주주다. 일동홀딩스 특수관계자 지분은 절반이 넘는다. 이미 윤 사장은 4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평가도 나쁘지 않다. 결국 변화보단 안정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
 

윤 사장은 오너 3세다. 일동제약 일가 장남이다. 창업주 윤용구 회장 손자다. 아버지는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이다. 그는 2005년 일동제약 상무로 입사했다. 이전에는 글로벌 회계법인 KPMG 등에서 회계사로 근무했다.

윤 사장은 업무프로세스혁신 팀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쳤다. 그는 2013년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사장이 됐다. 이듬해에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일동제약은 각자 대표체제였다. 일동제약은 2016년 8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윤 사장은 비로소 단독대표에 오를 수 있었다.

연구개발
투자 지속

그룹 지배력은 확고하다. 윤 사장은 씨엠제이씨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배구조는 ‘윤 사장→씨엠제이씨→일동홀딩스→일동제약’으로 이어진다.


일동홀딩스는 일동제약을 비롯해 8개 계열사 최대주주다. ▲일동에스테틱스 ▲일동생활건강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일동히알테크 ▲루텍 ▲유니기획 ▲아이디언스 등이다. 일동제약은 일동이커머스를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윤 사장은 일동제약·씨엠제이씨 대표이사다. 일동홀딩스·일동바이오사이언스·루텍 등에선 이사로 재직 중이다. 눈길이 가는 계열사는 ‘일동생활건강’과 ‘일동히알테크’다.

일동생활건강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회사는 이온수기 도소매와 건강식품 판매업을 영위한다. 전자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일동생활건강 보고서는 2017년까지다.

일동생활건강은 그해 27억원 매출을 올렸다. 직전년도에 비해 14.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5.8% 줄였지만 14억원 적자를 봤다. 당기순손실만 17억원이다. 자본은 같은 기간에 비해 5배 이상 감소, 결국 ‘-21억원’으로 돌아섰다.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회계법인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많은 대목을 지적했다.

그룹은 일동생활건강 단기차입금에 연대보증을 제공했다. 일동제약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일동생활건강은 한국씨티은행서 30억원을 끌어 썼다. 일동제약과 일동홀딩스,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일동히알테크는 30억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구축했다.

일동히알테크도 완전자본잠식 기업이다. 회사는 히알루론산(피부에 존재하는 생체 합성 천연 물질)을 전문으로 생산·판매한다.

일동히알테크 매출은 오름세다. 2016∼2018년 5억원, 15억원, 25억원으로 성장했다. 다만 영업손실은 7억원, 19억원, 29억원을 나타냈다. 당기순손실 역시 7억원, 19억원, 45억원으로 부풀었다.

그룹 지배구조 공고히 구축
자본잠식 부실 계열사 눈길

일동히알테크는 2018년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직전년도 1억원 자본은 ‘-44억원’으로 추락했다. 부채가 증가하는 속도보다 자본이 빠르게 감소했다. 당시 부채는 5.92% 늘어난 반면 자본은 300배 이상 줄었다.

배경은 재고자산과 이연법인세자산이다. 일동히알테크는 재고자산을 폐기해 13억원가량 손실을 봤다. 이연법인세 자산도 인정받지 못했다. 이연법인세 자산 인정 여부는 ‘기업회계로 계산한 법인세’와 ‘세무회계로 계산한 법인세’에 달려 있다. 전자가 더 적을 경우, 그 차액을 납부할 세금서 공제 받을 수 있다. 결국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과세 소득 발생 가능성이 낮다면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적자로 세금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세금을 공제 받지 못한다. 일동히알테크 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은 ‘미래과세소득 불확실’로 이연법인세자산을 인식하지 않았다. 반면 직전년도에는 8억원가량을 인정받았다.

그룹 계열사는 일동히알테크에도 연대보증을 제공했다. 일동제약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일동히알테크는 하나은행서 126억원을 빌렸다. 일동제약과 일동홀딩스,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해당 금액에 대해 보증을 섰다.
 

▲ 일동제약 아로나민 골드

내부거래 계열사도 눈에 띈다. 씨엠제이씨는 그룹 핵심사로 실적보다 지배구조서 중요한 회사다. 윤 사장은 씨엠제이씨로 그룹 지배력을 쥐고 있다. 씨엠제이씨 주종목은 ‘도소매’다. 2016∼2018년 매출액은 56억원, 45억원, 45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25.1%, 33.45%, 39.76%에 달하는 ‘알짜회사’다.

씨엠제이씨는 매출 상당액을 그룹서 냈다. 계열사들로부터 상당한 일감을 받았다. 모두 6곳이 일감을 제공했다.

같은 기간 내부거래 비중은 88.42%, 83.09%, 92.68%다. 56억원 중 49억원, 45억원 중 37억원, 45억원 중 41억원 수준이다. 일동제약이 3년 동안 가장 많은 일감을 제공했다. 씨엠제이씨는 일동제약을 통해 83억원을 벌었다. 이 외에도 일동홀딩스와 루텍이 각각 25억원과 11억원 매출을 올려줬다.

부실기업
내부거래

씨엠제이씨는 이전까지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지만 2017년부터 배당이 시작됐다. 그해 배당금액은 5억4250만원이었고 배당성향은 6.23%였다. 이듬해인 2018년에도 배당이 이뤄졌다. 1억5500만원에 배당성향은 14.90%였다. 2년간 배당액은 모두 6억2775만원이다.

씨엠제이씨 최대주주는 윤 사장이다. 보유 지분만 90%다. 씨엠제이씨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배당이 실시된 기간 동안 윤 사장에게 돌아간 금액은 모두 6억2775만원이다.

<일요시사>는 일동제약에 관련 사안에 대해 문의했지만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는 관계자의 말을 끝으로 아무런 회신도 받지 못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열 정리’ 일동후디스는 지금…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은 일동제약 평사원으로 시작했다. 그는 1960년 일동제약 입사 1년 만에 생산부장을 맡아 ‘아로나민 골드’를 개발했다. 이 회장은 1984년부터 2010년까지 26년간 일동제약 대표를 맡았다. 이 회장은 제약업계서 ‘샐러리맨 신화’로 불린다.

일동제약은 1996년 남양산업을 인수했다. 이후 간판을 일동후디스로 바꿨다. 회사는 일동제약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 회장은 일동후디스를 직접 맡으며 그룹과 동반성장을 지속했다.

이 회장과 일동제약은 59년 만인 지난해 결별했다. 일동후디스는 일동홀딩스 계열서 분리돼 완전한 ‘독립경영 체제’를 갖췄다.

계열분리는 주식 교환으로 이뤄졌다. 일동홀딩스는 이 회장에게 일동후디스 주식 35만1000주를 126억원에 처분했다.

동시에 일동홀딩스는 이 회장 측 일동제약 주식 113만3522주를 227억원에 매수했다.

이 회장은 기존 일동후디스 지분 21.48%서 51.39%까지 끌어올리며 최대주주가 됐다. 일동제약 역시 지분을 높이며 그룹 지배력을 한 단계 높였다.

이 회장은 한 언론사와 인터뷰서 “분리과정서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며 “지금의 일동을 내가 일궜다는 애착이 있어 일동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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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