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잘 안 되면 ‘업종변경’

‘어떻게?’가 중요

길고 긴 자영업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업종변경’ 창업을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종변경은 보통 기존 매장에서 업종만을 바꾸어 다시 창업하는 것을 말한다. 점포에 관한 비용, 즉 보증금과 권리금을 다시 투자할 필요가 없다. 때로는 기존에 사용하던 시설과 장비, 집기 등을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어 신규로 창업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특히 같은 업종에서 더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변경하거나 독립점을 운영하다 동종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전환하게 되면, 간판 등 약간의 외관만 바꿔 내부 인테리어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 1000만~2000만원 정도 소액자금만으로도 업종변경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자금이 부족한 소상공인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오병묵 창업경영신문 대표는 최근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오랫동안 매출부진이 이어지면, 사실 여윳돈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뭔가 다시 시작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도 도저히 다시 창업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겁니다. 결국 비용이 훨씬 덜 드는 ‘업종변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이런 시장을 공략하려는 프랜차이즈 본부들의 노력도 한몫 한다고 봐야 할 겁니다.”

여러 창업전문가에 따르면 실제로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 중 상당 부분이 업종변경에 해당한다고 한다. 한 창업전문가는 “한 해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늘린 프랜차이즈가 있다면, 그 가맹점 중 최소 절반 이상은 업종변경이라고 봐야 한다”며 “특히 단기간에 많은 가맹점을 늘렸다면 백발백중 기존 사업자들을 공략해서 업종변경을 유도하는 마케팅을 펼쳤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으로 바꿀지, 
어떤 개선 필요한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편 창업시장에서 이렇게 많은 업종변경 창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도 있다. “분명 업종변경이 꼭 필요한 소상공인도 있지만, 때로는 업종을 바꿀 필요가 없는 소상공인들까지 업종변경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우려다. “업종변경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장사 안 되죠? 업종이 잘못돼서 그런 거예요. 지금이라도 우리 브랜드로 간판을 바꿔 달면 매출이 많이 올라갈 거예요”라면서 창업자를 현혹하는 업자들도 꽤 많다는 평이다. “그들은 오직 간판을 늘리는 데만 급급합니다. 소상공인 개개인 사정이나 환경을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간판을 바꿔 달게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입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장사가 안 된다고 해서 무조건 아이템 때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마케팅 문제일 수도, 직원관리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가맹본부와 소통을 잘못해서 힘들 수도 있죠. 만약 이렇게 아이템 문제가 아니라면 업종변경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바꿔야 합니다. 그런데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업종을 바꾸라고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죠.” 

오 대표가 특히 강조하는 대목이다. 물론 업종변경 창업을 아주 성공적으로 활용한 경우도 많다. 장사가 안 돼서 쩔쩔매다가 업종변경 후 매출이 2배, 3배까지 늘어난 사례도 적지 않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권에서 창업을 했다가 뒤늦게 상권에 맞게 아이템을 바꿔서 살아난 매장들도 얼마든지 있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위기탈출 방법 중 하나로 업종변경은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상권과 입지에 대한 분석을 해보면 정말로 업종 선택이 잘못된 창업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한 경우 해당 매장에서 더 잘 어울리는 아이템을 찾으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칫 그런 노력조차 해보지 않고 성급하게 폐업해버리면 더 큰 손해가 나기 때문이죠. 그래서 업종변경에 대한 올바른 판단은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겁니다.”

오 대표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은 이런 도움을 받을 길이 별로 없다. 

“결국 업종변경을 통해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소상공인 스스로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매출부진 원인이 아이템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따져봐야 합니다. 만약 아이템 문제라고 한다면 분명 업종변경이 좋은 대안일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서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업종변경이 꼭 필요한 경우에도 너무 쉽게 아이템을 결정해버리지 말고, 상권과 입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해, 어떤 아이템이 더 적합할지 따져봐야 합니다. 잘 모르겠다면 믿을 수 있는 창업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최소한 5개 이상 가맹본부를 만나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훗날 또 업종변경이 필요한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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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