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의 세 번째 설

심해 3500m, 그들이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ㄱ울고ㅣㅆ습니다.” 2017년 3월31일 오후 11시20분(한국시각). 긴급 상황보고를 끝으로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했다. 실종된 한국인은 8명. 그렇게 1000일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일요시사>는 스텔라데이지호 이등항해사 허재용씨의 누나 허영주·허경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찾았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는 스텔라데이지호 유가족 ⓒ나경식 기자

2019년 2월. 지난한 시간 끝에 1차 수색이 시작됐다. 유해와 유류품, 블랙박스가 발견됐다. 하지만 남대서양 3500m 심해를 빠져나온 건 블랙박스뿐이었다(이마저도 3%만 복원됐다). 외교부는 수색 업체에 유해 수습을 요청했다. 그럴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외교부가 업체와 계약할 때 유해 수습은 없었다.

2019년 7월. 1차 심해수색평가공청회가 열렸다. 외교부는 유해 수습이 제외된 이유를 설명했다. ‘예산 한계’와 ‘가족들이 요청하지 않은 점’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유해 발견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한 곳은 정부”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외교부에 계약서 공개를 요청했다. 정보공개청구는 거절당했다. 결국 행정소송까지 이어졌다. 2차 수색 예산은 ‘0원’이 됐다. 국회는 100억원을 의결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결국 예산은 편성되지 못했다.

-오늘 행정소송 2차 변론기일이었다고.

▲외교부에 수색 업체 계약서 등 관련 문건 공개를 요청했다. 거부 처분을 받았다. 이유는 ‘(수색 업체) 영업상 기밀’이었다. 판사님은 “국가 기밀도 아니고, 굳이 계약서가 비공개돼야 하는지”하며 의아해 했다. 


-가족들 요청이 없어서 유해 수습이 제외된 건가.
▲애초 정부는 “3500m 깊이에선 압력 때문에 사람 유해를 발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연히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사실 정부는 유해 발견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데.

▲입찰이 마감되고 수색업체 관계자가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설명회를 위해서였다. 당시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유해가 발견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했다. 업체 측은 ‘그물 이용법’ 등 비교적 상세한 설명을 내놨다. 해경 외에도 외교부와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이 있었다. 설명회는 계약 50일 전에 열렸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달하는 데 물리적으로 충분한 시간이었다. 설명을 들었다면 유해 수습을 요청했을 것이지만 우리는 알지 못했다.

-1차 수색을 시행착오라고 한다면, 보완점을 강구해 2차 수색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심해수색평가 공청회서 1차 수색이 미흡했다는 결론이 났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서 2차 수색 예산이 100억원으로 의결됐다. 하지만 예결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서 막혔다. 기획재정부 반대가 있었다. 기재부는 ‘여타 해양사고와 형평성’ ‘민간 사건은 민간이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2017년 침몰 3년 내내 해결난망
유해 발견하고도 수습 못해, 왜?

-여타 해양사고와의 형평성은 무엇인가.


▲우리도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비교 대상이 없다. 스텔라데이지호 같은 대형화물선 침몰은 국내 선례가 없다. 일어나지 않은 사고와의 형평성을 말하는 건가, 일어날 수도 있는 사고와의 형평성을 말하는 건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침몰 원인을 밝혀달라는 것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사고와의 형평성을 거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어디까지가 민간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정부 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건가.

▲1차 심해수색 과업지시서에 목적이 명시돼있다. ‘실종선원 생사확인’ ‘사고원인 규명’이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책임을 지고 침몰 원인을 밝혀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1차 심해수색서 두 목적은 달성되지 못했다. 공청회서 정부는 미흡한 점을 인정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민간이 해결하라고 한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 스텔라데이지호 유가족이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나경식 기자

-예산 재편 가능성은 없나.

▲정규 예산은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이제 논할 수 없다. 예비비에 기대를 걸고 있다. 1차 수색은 예비비로 편성돼 수색에 나설 수 있었다. 다시 100억원을 예비비로 편성해야 한다. 100억원은 실종자 가족들이 요구한 액수가 아니다. 정부가 세계 최고로 평가 받는 미국 해양연구소서 자문을 구해 파악한 액수다. 

-검찰은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회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다. 선반안전법은 세월호 침몰 이후 의무 규정이 됐다고 한다. 선박에 결함이 있으면 해양수산부에 신고해야 한다. 회사는 신고하지 않았다. 신고할 만한 결함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 왜 배가 침몰했을까. 반드시 2차 수색을 해서 침몰 원인을 밝혀야 한다.

-결국 수색 재개가 핵심으로 보이는데.

▲‘국가 재정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되기 때문에 선례를 만들면 안 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비슷한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심해 수색 요구가 있을 수 있어 어렵다는 말이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5년 된 노후 선박이다. 일본서 폐선 절차를 밟던 유조선은 중국에 건너가 화물선으로 개조됐다. 우리 정부는 개조 선박이 운행될 수 있도록 승인해줬다. 선사가 돈을 벌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게 정부고, 사고가 나면 민간이 알아서 하라는 논리다. 이해할 수 없다.

‘제자리걸음’ 정부 책임론
핵심은 수색 재개…언제쯤?

-개인이 돈을 들여서 수색을 해야 하나.

▲정부는 선사(폴라리스쉬핑)가 심해수색을 하라는 입장인 것 같다. 침몰 원인이 밝혀지면 불리해질 수 있다. 선사가 수색을 할까. 앞뒤가 맞지 않다. 설령 선사가 심해 수색을 통해 원인을 밝힌다고 치자. 신뢰할 수 있을까.


-올해로 세 번째 설이다. 심적으로 더욱 힘들 텐데.

▲부모님들이 가장 힘들어 하신다. 우울증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어머니들은 식사도 거른 채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만 계신다. 그런 상황서도 매일 청와대와 광화문광장서 예비비 편성을 촉구하신다. 침몰 이후 세 번의 명절과 세 번의 생일이 지났다.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밝혀진 것 없이 하염없이 시간이 가는 것이 가장 힘들다. 사망신고도 하지 못한 채 3년이 돼 간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정부는 시간끌기로 실종자 가족들이 포기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끝나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겠다. 우리는 반드시 침몰 원인을 밝히고 깊은 바다 속에 방치된 실종자들을 데리고 올 것이다. 첫 사고 원인을 밝혀야 한다. 제2의 침몰이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 재난참사 피해자로 사는 것은 너무 큰 고통이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조금 더 안전한 나라가 돼야 한다. 오는 3월31일은 스텔라데이지호 3주기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SNS 주소(https://www.facebook.com/stellardai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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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