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태호·유찬이법’ 태호 부모의 토로 “여전히 묶여있어요”

“애들 죽는데 돈이 아깝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민식이법’ ‘하준이법’ 등 어린이교통안전법이 최근 겨우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태호·유찬이법’ ‘한음이법’ ‘해인이법’ 등의 어린이생명법안은 여전히 상임위에 묶여있는 상태다. 특히 태호·유찬이법은 어린이 통학차량 지정 대상 범위 확대를 두고 정부와 이견을 다투는 상황이다. <일요시사>는 지난 10일 태호 부모인 김장회·이소현 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lt;일요시사&gt;와 인터뷰 중인 감태호군 부모

2019년 5월15일, 평소처럼 축구클럽에 갔던 아들이 집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만 23세의 젊은 코치였던 운전자는 신호를 어긴 채 85km를 내달렸고, 다른 차와 충돌하면서 아들의 친한 친구였던 유찬이도 함께 세상을 떠났다.

아들이 타고 있던 차량은 분명 ‘노란 차’였다. 하지만 알고 보니 아들이 다녔던 축구클럽은 법이 규정하는 어린이 통학차량 운영 대상이 아니었다. 축구클럽 김정호 대표가 체육시설이 아닌 레저스포츠용품 판매점으로 신고해놨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현행법에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축구클럽을 레저스포츠용품 판매점으로 등록해도 이를 규제할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 김 대표의 축구클럽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통학차량의 의무를 지니지 않았다. 또 김 대표는 제대로 된 자동차 보험을 들지 않았음에도 이번 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또한 없는 실정이다. 법적으로 교육기관으로 등록됐다면, 어린이 통학버스는 운전자 안전교육, 동승자 탑승 등 여러 의무를 지켜야 한다.

만약 어린이 통학차량으로 지정됐다면 태호와 유찬이가 그렇게 허무히 떠났을까.

지난달 28일 행안위 소위원회서 정부는 영세학원 입장서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에 어린이통학차량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통학차량 범위 확대’ 여부는 정부가 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하지만 태호가 다녔던 축구클럽, 영세학원이 아닌 350명이나 다니는 큰 학원이었던 걸 정부와 국회는 알고 있을까.

태호·유찬이법을 대표발의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논의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님들이 범위 확대에 대해 더 검토하자는 의견을 냈다”며 “이 의원님이 이채익 소위원장을 비롯해 간사님들에게 법안을 촉구하고 있는데 대답이 없다”고 했다. 아래는 태호 부모님과 일문일답.



-국회에 계류 중인 ‘태호·유찬이 법’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김) 아이들이 실제로 통학할 때 타는 차량을 운행하는데도 불구하고, 어린이 통학차량 지정을 벗어났던 영세 학원, 체육시설과 같은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하는 게 태호·유찬이법의 골자입니다. ‘세림이법’ 개정 당시에 법안이 제대로 포함되지 않아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곳이 있어요.

-세림이법 개정이 잘 됐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거라고 하셨는데.
▲(김) 그때 대표발의하셨던 분은 정우택 의원이시고요. 당시 법안을 만들 때 영세 학원·체육시설 등의 운행 차량이 법적으로 어린이 통학차량으로 전혀 포함되지 않았어요.

-개정 당시에 어린이 통학차량의 범위에 아이들이 타는 차량이 모두 포함되지 않은 이유가 뭐였나요.
▲(김) 영세학원 입장서 너무 부담된다. 세림이법에선 어린이 통학차량으로 지정되면 운전자 안전교육, 차량에 대한 도색, 안전보호 장치를 의무화하는 것과 보호자 동승 의무가 있거든요. 특히 보호자 동승 의무는 운영하는 쪽에서 비용 부담이 된다는 이유였어요.

-태호·유찬이 법의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 행안위 법안소위가 지난 11월28일에 열렸고요. 그날 결국엔 통과가 안 됐습니다. 일부만 논의가 됐었어요.

-통과가 안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태호·유찬이법이 법안소위서 2시간 정도 논의됐던 거 같아요. 태호·유찬이법이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저희를 부르시더라고요. 만 13세 미만의 아이들이 타는 노란색 차량은 다 어린이통학차량으로 지정해서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하는 건데 왜 안 되냐고 물었어요. 2013년도에 세림이법 개정 당시 회의록에 나왔던 내용처럼 똑같은 대답이 나오더라고요.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영세한 업체들이 많다고요.
 

▲ 인터뷰 중인 김태호군 부친 김장회씨

▲(김) 28일 회의록을 보면 경찰청서 나오신 분이 법안대로 통학차량을 지정하게 되면 학원마다 동승자 보호에 필요한 월 150만원의 인건비가 추가 부담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에 학원계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거예요.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노란 폭탄’
정부·국회, 손 놓고 있다 ‘비용 걱정’


-학원계의 반발이 있어서 어린이 통학차량 확대 지정이 어렵다.
▲(이) 그래서 저희가 유예기간을 1년 길게 줄 수도 있지 않냐고 했어요. 또 부모들이 2만∼3만원 부담하는 학원도 실제 있거든요. 학부모인 제 입장서도 아이들 안전이라면 월 2만원쯤은 흔쾌히 부담하죠. 그런 방법도 있지 않느냐고 제의를 했지만 결국 통과가 안 됐어요. 안전 교육, 안전에 대한 시스템과 같은 세부 내용만 강화를 시켰더라고요. 어린이 통학차량에 포함되지 않는 차량은 사각지대에 그대로 남는 건데, 태호·유찬이법이 일부 통과가 됐다고 하시는 거예요. 저희는 받아들일 수 없죠. 태호·유찬이법의 취지를 다룬 게 아니니깐요.

-그렇다면, 태호가 다녔던 축구클럽. 영세 학원이었나요.
▲(김) 태호가 다녔던 축구클럽은 운동용품 판매점으로 신고해놓고 차량 운행을 했는데, 통학 차량을 4대나 운행하고 있었어요. 350명이나 다니는 어마어마하게 큰 곳이었죠. 지금도 사업자등록을 다른 타이틀로 달고 어린이 통학차량 의무를 피해서 부모님들을 속이고 다니는 곳이 많아요. 그게 정말 화가 나요.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 “법 하나 더 만든다고 해서 사고가 안 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김) 이채익 의원한테 태호가 당한 사고가 뭔 줄 아시냐고 물어봤거든요. 태호·유찬이법이 뭔지 몰라요. 이 취지를 모르고 회의하시는 분들은 진짜 탁상공론하고 계신 거예요.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청와대 국민 청원도 20만명이 넘어서 정부 관계자를 만나셨는데.
▲(이) 저희가 국민청원 21만명 넘었을 때 정부서 통학버스 전수 조사하겠다, 정부차원서 노력하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리고 기다렸죠. 연락이 없으셔서 저희가 먼저 요청해 담당 행정관님을 만났어요. 대안을 가지고 나오셨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드릴 말씀이 없고 지금 진행 중이라고 하셨어요. 구체적인 게 전혀 없더라고요. 보여주기식 국민청원이고 답변이였죠. 그때 영세한 업체들의 통학차량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말해놓고, 이제 와서 또 영세업체의 통학차량부터 정부 차원서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여태까지 대체 뭘 하셨을까 싶죠.
 

-무능한 국회, 정부를 보면서 많이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이) 이전으로 돌아가 못하는... 일상을 찾을 수가 없어요. 1년이 지나든 10년이 지나든. 태호 일을 겪고서 하루도 마음 편히 못 쉬면서 발로 직접 뛰어다녔어요. ‘정치하는엄마들’과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거든요. 근데 정부는 그 동안은 뭘 하다 이제 와서 다시 조사해야 할 것 같다고 하고. 국회도 저희가 일상서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려주러 간 거예요. 사실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이잖아요. 근데도 저희가 매일 같이 뛰어다니고 논의 한 번 해달라. 소위를 한번 열어달라. 계속 저희가 부탁해왔어요. 내가 할 수 없는 큰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어요. 크게 좌절했죠.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김) 제가 아내랑 다른 부모님들도 아들딸들 타고 다니는 통학차량이 어린이 통학차량으로 지정돼있는지 정확히 아셔야 한다고 청원을 시작했잖아요. 청와대 청원서 답변 받고 다 끝난 줄 알았고 법도 발의되면 끝나는 줄 알았어요. 그게 아니더라고요. 사실 우리가 사는 데 제약받는 건 법이잖아요. 최소한의 규율인데, 이걸 이렇게 몰랐었다니 사실 되게 답답해요. 내가 이렇게 모르니까 당하는 건가 싶고...

▲(이) 저희도 힘들죠. 근데 발벗고 나서야만 한 번이라도 들어주시더라고요. 정기국회가 오늘로 끝났지만, 임시국회가 아직 남아 있잖아요. 지금만 봐도 노란 차들이 엄청나게 다녀요. 근데 저희는 겪었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태호는 이미 하늘나라로 갔지만 그런 일이 다시 없어야죠. 정보 조사하고 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분명히 하셨어요. 저희는 지켜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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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