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태호·유찬이법’ 태호 부모의 토로 “여전히 묶여있어요”

“애들 죽는데 돈이 아깝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민식이법’ ‘하준이법’ 등 어린이교통안전법이 최근 겨우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태호·유찬이법’ ‘한음이법’ ‘해인이법’ 등의 어린이생명법안은 여전히 상임위에 묶여있는 상태다. 특히 태호·유찬이법은 어린이 통학차량 지정 대상 범위 확대를 두고 정부와 이견을 다투는 상황이다. <일요시사>는 지난 10일 태호 부모인 김장회·이소현 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lt;일요시사&gt;와 인터뷰 중인 감태호군 부모

2019년 5월15일, 평소처럼 축구클럽에 갔던 아들이 집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만 23세의 젊은 코치였던 운전자는 신호를 어긴 채 85km를 내달렸고, 다른 차와 충돌하면서 아들의 친한 친구였던 유찬이도 함께 세상을 떠났다.

아들이 타고 있던 차량은 분명 ‘노란 차’였다. 하지만 알고 보니 아들이 다녔던 축구클럽은 법이 규정하는 어린이 통학차량 운영 대상이 아니었다. 축구클럽 김정호 대표가 체육시설이 아닌 레저스포츠용품 판매점으로 신고해놨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현행법에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축구클럽을 레저스포츠용품 판매점으로 등록해도 이를 규제할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 김 대표의 축구클럽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통학차량의 의무를 지니지 않았다. 또 김 대표는 제대로 된 자동차 보험을 들지 않았음에도 이번 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또한 없는 실정이다. 법적으로 교육기관으로 등록됐다면, 어린이 통학버스는 운전자 안전교육, 동승자 탑승 등 여러 의무를 지켜야 한다.

만약 어린이 통학차량으로 지정됐다면 태호와 유찬이가 그렇게 허무히 떠났을까.

지난달 28일 행안위 소위원회서 정부는 영세학원 입장서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에 어린이통학차량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통학차량 범위 확대’ 여부는 정부가 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하지만 태호가 다녔던 축구클럽, 영세학원이 아닌 350명이나 다니는 큰 학원이었던 걸 정부와 국회는 알고 있을까.

태호·유찬이법을 대표발의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논의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님들이 범위 확대에 대해 더 검토하자는 의견을 냈다”며 “이 의원님이 이채익 소위원장을 비롯해 간사님들에게 법안을 촉구하고 있는데 대답이 없다”고 했다. 아래는 태호 부모님과 일문일답.



-국회에 계류 중인 ‘태호·유찬이 법’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김) 아이들이 실제로 통학할 때 타는 차량을 운행하는데도 불구하고, 어린이 통학차량 지정을 벗어났던 영세 학원, 체육시설과 같은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하는 게 태호·유찬이법의 골자입니다. ‘세림이법’ 개정 당시에 법안이 제대로 포함되지 않아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곳이 있어요.

-세림이법 개정이 잘 됐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거라고 하셨는데.
▲(김) 그때 대표발의하셨던 분은 정우택 의원이시고요. 당시 법안을 만들 때 영세 학원·체육시설 등의 운행 차량이 법적으로 어린이 통학차량으로 전혀 포함되지 않았어요.

-개정 당시에 어린이 통학차량의 범위에 아이들이 타는 차량이 모두 포함되지 않은 이유가 뭐였나요.
▲(김) 영세학원 입장서 너무 부담된다. 세림이법에선 어린이 통학차량으로 지정되면 운전자 안전교육, 차량에 대한 도색, 안전보호 장치를 의무화하는 것과 보호자 동승 의무가 있거든요. 특히 보호자 동승 의무는 운영하는 쪽에서 비용 부담이 된다는 이유였어요.

-태호·유찬이 법의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 행안위 법안소위가 지난 11월28일에 열렸고요. 그날 결국엔 통과가 안 됐습니다. 일부만 논의가 됐었어요.

-통과가 안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태호·유찬이법이 법안소위서 2시간 정도 논의됐던 거 같아요. 태호·유찬이법이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저희를 부르시더라고요. 만 13세 미만의 아이들이 타는 노란색 차량은 다 어린이통학차량으로 지정해서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하는 건데 왜 안 되냐고 물었어요. 2013년도에 세림이법 개정 당시 회의록에 나왔던 내용처럼 똑같은 대답이 나오더라고요.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영세한 업체들이 많다고요.
 

▲ 인터뷰 중인 김태호군 부친 김장회씨

▲(김) 28일 회의록을 보면 경찰청서 나오신 분이 법안대로 통학차량을 지정하게 되면 학원마다 동승자 보호에 필요한 월 150만원의 인건비가 추가 부담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에 학원계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거예요.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노란 폭탄’
정부·국회, 손 놓고 있다 ‘비용 걱정’


-학원계의 반발이 있어서 어린이 통학차량 확대 지정이 어렵다.
▲(이) 그래서 저희가 유예기간을 1년 길게 줄 수도 있지 않냐고 했어요. 또 부모들이 2만∼3만원 부담하는 학원도 실제 있거든요. 학부모인 제 입장서도 아이들 안전이라면 월 2만원쯤은 흔쾌히 부담하죠. 그런 방법도 있지 않느냐고 제의를 했지만 결국 통과가 안 됐어요. 안전 교육, 안전에 대한 시스템과 같은 세부 내용만 강화를 시켰더라고요. 어린이 통학차량에 포함되지 않는 차량은 사각지대에 그대로 남는 건데, 태호·유찬이법이 일부 통과가 됐다고 하시는 거예요. 저희는 받아들일 수 없죠. 태호·유찬이법의 취지를 다룬 게 아니니깐요.

-그렇다면, 태호가 다녔던 축구클럽. 영세 학원이었나요.
▲(김) 태호가 다녔던 축구클럽은 운동용품 판매점으로 신고해놓고 차량 운행을 했는데, 통학 차량을 4대나 운행하고 있었어요. 350명이나 다니는 어마어마하게 큰 곳이었죠. 지금도 사업자등록을 다른 타이틀로 달고 어린이 통학차량 의무를 피해서 부모님들을 속이고 다니는 곳이 많아요. 그게 정말 화가 나요.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 “법 하나 더 만든다고 해서 사고가 안 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김) 이채익 의원한테 태호가 당한 사고가 뭔 줄 아시냐고 물어봤거든요. 태호·유찬이법이 뭔지 몰라요. 이 취지를 모르고 회의하시는 분들은 진짜 탁상공론하고 계신 거예요.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청와대 국민 청원도 20만명이 넘어서 정부 관계자를 만나셨는데.
▲(이) 저희가 국민청원 21만명 넘었을 때 정부서 통학버스 전수 조사하겠다, 정부차원서 노력하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리고 기다렸죠. 연락이 없으셔서 저희가 먼저 요청해 담당 행정관님을 만났어요. 대안을 가지고 나오셨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드릴 말씀이 없고 지금 진행 중이라고 하셨어요. 구체적인 게 전혀 없더라고요. 보여주기식 국민청원이고 답변이였죠. 그때 영세한 업체들의 통학차량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말해놓고, 이제 와서 또 영세업체의 통학차량부터 정부 차원서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여태까지 대체 뭘 하셨을까 싶죠.
 

-무능한 국회, 정부를 보면서 많이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이) 이전으로 돌아가 못하는... 일상을 찾을 수가 없어요. 1년이 지나든 10년이 지나든. 태호 일을 겪고서 하루도 마음 편히 못 쉬면서 발로 직접 뛰어다녔어요. ‘정치하는엄마들’과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거든요. 근데 정부는 그 동안은 뭘 하다 이제 와서 다시 조사해야 할 것 같다고 하고. 국회도 저희가 일상서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려주러 간 거예요. 사실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이잖아요. 근데도 저희가 매일 같이 뛰어다니고 논의 한 번 해달라. 소위를 한번 열어달라. 계속 저희가 부탁해왔어요. 내가 할 수 없는 큰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어요. 크게 좌절했죠.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김) 제가 아내랑 다른 부모님들도 아들딸들 타고 다니는 통학차량이 어린이 통학차량으로 지정돼있는지 정확히 아셔야 한다고 청원을 시작했잖아요. 청와대 청원서 답변 받고 다 끝난 줄 알았고 법도 발의되면 끝나는 줄 알았어요. 그게 아니더라고요. 사실 우리가 사는 데 제약받는 건 법이잖아요. 최소한의 규율인데, 이걸 이렇게 몰랐었다니 사실 되게 답답해요. 내가 이렇게 모르니까 당하는 건가 싶고...

▲(이) 저희도 힘들죠. 근데 발벗고 나서야만 한 번이라도 들어주시더라고요. 정기국회가 오늘로 끝났지만, 임시국회가 아직 남아 있잖아요. 지금만 봐도 노란 차들이 엄청나게 다녀요. 근데 저희는 겪었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태호는 이미 하늘나라로 갔지만 그런 일이 다시 없어야죠. 정보 조사하고 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분명히 하셨어요. 저희는 지켜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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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