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다사다난’ 나경원 성적표

당당한 등장 초라한 퇴장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나경원 원내대표가 추운 날 아스팔트에 앉아 싸울 수 있겠나.”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의 취임 초 그에게는 강력한 대여 투쟁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보다는 고급진 엘리트의 느낌을 살려 협상력을 부각시킬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이 관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가 오는 10일이면 종료된다. 지난 3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서 나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하기 않기로 의결했기 때문이다. 의원총회서 재신임을 준비하고 있었던 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일방적인 통보에 별다른 반발 없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막말

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 의원총회서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며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당 최고위원회의 의결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있지만 오직 국민의 행복과 대한민국의 발전, 당의 승리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1년 한국당 원내대표로서 보낸 시간은 뜨거운 열정과 끈끈한 동지애로 가득한 1년이었고, 눈물과 감동의 시간이었다”며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와 자유한국당의 승리를 위한 그 어떤 소명과 책무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의원총회를 열고 자신의 재신임을 물을 계획이었다. 당규에 따라 원내대표 잔여 임기가 6개월 내인 경우 국회의원 임기만료 전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번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불발은 당 지도부로부터의 불신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당 소속 여성 의원 중 최다선(4선), 서울대 법대 출신의 엘리트 판사 출신, 사학 재단 집안의 딸인 나 원내대표는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스타 정치인’이다. 하지만, 지난해 원내사령탑에 오른 후 나 원내대표는 어느 정치인보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냈다.

지난해 12월에 열렸던 원내대표 경선서 총 103표 중 68표를 득표했다. 당시 원내대표 후보였던 김학용 의원을 두 배 가까운 득표차로 따돌리면서 보수정당의 ‘첫 여성 원내사령탑’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첫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원내대표 취임 초 정치권에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일주일이 넘도록 단식을 강행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합의해 두 대표가 단식을 멈출 출구를 열어줬고, 이들의 단식은 중단됐다.

이후 나 원내대표가 협상력을 발휘해 취임 초부터 존재감을 부각했다는 평가들이 잇따랐다. 다만, 당시 합의한 선거제 개정안 검토 합의안은 임기 내내 나 원내대표의 발목을 잡는 ‘큰 과제’로 남게 됐다.

취임 초 당 내에선 나 원내대표를 ‘예측 가능한 협상가’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기득권의 고급 이미지 때문에 나 원내대표의 대여 투쟁력을 낮게 본 것이다. “문재인정부와 독하게 싸우겠다”며 투쟁 의지를 보였던 나 원내대표가 투쟁력보다는 협상력으로 승부를 볼 것이라는 관측들이 주를 이뤘다.

조국 정국서 리더십 발휘
곧바로 필리버스터 역풍

하지만 이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전방위적 대여 공세의 중심에는 늘 나 원내대표가 주역을 맡았다. 4월 ‘패스트트랙 정국’서 나 원내대표는 처음으로 예상 밖의 강경 투쟁력을 보여줬다. 


당시 그는 국회 본회의장 문 앞에서 ‘빠루’를 들고 의원과 당직자들을 진두지휘하는가 하면, 국회 본청 바닥에 드러누운 채 인간띠를 만들어 ‘헌법 수호, 독재 타도’를 외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처럼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면서 ‘보수 여전사’로서 당내 장악력을 높였다.

하지만 국회 선진화법을 위반하고, ‘동물 국회’를 주도한 장본인이라는 오명도 함께 쓰게 됐다. 또 패스트트랙 충돌로 인해 한국당 의원 60명이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최악의 국회’라는 역사적 오점을 남긴다.

도 넘은 막말도 논란이 됐다. 지난 5월 대구서 열린 장외집회서 나 원내대표는 ‘문빠’ ‘달창’ 등 극우 지지자들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 논란이 됐다. 당시 “달빛 창문으로 알고 썼다”고 해명했지만 ‘말도 안 되는 변명’일 뿐이라며 민심은 오히려 더 싸늘해졌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정권은 광주일고 정권” 발언으로 지역 감정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리더십이 크게 타격을 받았던 경우도 있다. 지난 6월, 80일간의 국회 공전 끝에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 합의를 도출했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총회서 합의안이 거부되면서 국회 정상화가 무효화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나 원내대표가 합의한 사안을 당에서 거부하면서 그는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게 됐다.

지난 ‘조국 정국’서 그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후보가 임명된 8월부터 한국당은 인사청문회 대책 TF를 꾸려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 등을 강하게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결국 장관에 임명됐지만, 결국 취임 5주 만인 지난 10월14일에 물러났다. 나 원내대표는 이로 인해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조국 전 장관의 사퇴에 공을 세웠던 의원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하면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아울러 패스트트랙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당 안팎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결국 조국 정국서 끌어올린 당의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나 원내대표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결정적인 사건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반행) 발표였다. 그는 지난달 29일 패스트트랙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기 위해 199개의 법안에 무더기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그는 “선거제 개혁안을 직권 상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민식이법의 우선 처리를 제안”한다고 말해, 희생된 아이들 법안들마저 인질 삼아 선거제 개정안을 막고 있다는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았다.

또 199개의 법안 안에는 한국당 소속 의원이 대표발의한 26건을 포함 민생법안이 다수 포함돼있어 당내에선 전략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나 원내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필리버스터 신청 이유를 “무식해서 그랬어요”라고 대답해 문 의장이 황당함에 굳어졌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불가 결정에는 황교안 대표를 포함, 최고위원들과의 불화설이 끊이질 않았던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서 나 원내대표가 평소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관철시키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흘러 나왔다는 전언이다.

앞날은?

또 표창장 수여, 공천 가선점 등의 논란으로 ‘월권’에 대한 우려도 계속해서 제기됐다.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 4일 본인이 페이스북에 “나경원, 권력은 그저 꽃송이 같아서 필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며 “남 쳐낼 땐 좋았겠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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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