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황교안 플랜B

삭발, 단식…다음 카드는?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패스트트랙 정국이 절정에 다다랐다. 선거제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유한국당의 의석수 축소는 불가피해진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당에서 각종 전략을 짜고 있지만 뾰족한 묘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다음 플랜B는 무엇이 될까.
 

▲ 단식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내년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정치개혁특위서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또 오는 3일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하는 사법개혁안이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들의 원천 무효를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어 남은 한 달 동안 여야의 극한 대치 국면이 예상된다.

여야
극한 대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앞으로 일 주일은 국회의 모든 지도자가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결정적인 시간”이라며 본회의 표결 전까지 집중 협상을 제안했다. 사실상 오는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사법개혁안과 선거제 개정안을 정기국회 종료날(10일) 이전에 처리하겠다고 선포한 셈이다.

내년 총선을 위해선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일(17일) 이전에 선거구 획정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들을 처리하려는 심산이다.

반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지만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논의하는 것이 진정한 협상의 전제조건”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27일 부의는 불법이며, 그 부의는 무효”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당의 강경한 패스트트랙 무효 주장의 배경에 검찰 수사를 염두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당 의원들의 과반이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현재 검찰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상태다.

한국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절차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 26일 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연기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문 의장에게 보냈다. 여 위원장은 협조문을 통해 ‘선거법 개정안은 중대한 법률적 하자가 있다’며 ‘한국당 의원들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청해 민주당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이 90일간의 활동기한이 보장된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법안을 논의해야 함에도, 김종민 민주당 의원으로 하여금 간사 위원들 간 합의도 없이 일방적 강행 처리를 하게 했다’고 적었다. 

일단 결집력 상승
현실정치는 ‘글쎄’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국회사무처 문의 결과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심사기간을 거쳤기 때문에 자동 부의된다”며 “연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한국당의 요청에 선을 그었다.

한국당은 정기국회 종료 전까지 패스트트랙 철회 후 선거제 논의를 하자는 주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지역구 의원을 줄이고 비례대표 정수를 확대하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지역구 의석 축소로 인해, 제1야당인 한국당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으로 지정된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모든 전략을 총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략으로 제기되는 ▲한국당과 변혁 공조▲본회의 보이콧▲조건부 협상론▲필리버스터 중에 뾰족한 ‘묘수’는 없어 보인다.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서 필사적으로 버티며 단식했던 배경으로 풀이된다.


먼저 한국당과의 변혁 공조는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둠과 동시에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의 ‘4+1 공조’를 도모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법안이 표결에 들어가면 한국당(108석)과 선거제 개정안에 반대하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 15석)이 공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보수 성향의 무소속 의원(4석)의 의석까지 모두 합친다고 해도 겨우 127석에 불과하다. 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재적 의원(295석)의 과반인 148석에 21석이 모자라다.

다만, 선거제 개정안 통과를 위한 군소 야당들의 미묘한 입장차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개혁안
지렛대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은 호남 지역구의 과도한 축소 등을 이유로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을 주장하는 심상정 대표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에 ‘지역구 250, 비례대표 50’이나 ‘지역구 240, 비례대표 60’으로 조정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정의당은 원안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변혁 오신환 대표는 지난 26일 “원안 그대로 올려놓고 의원들의 양심에 따른 선택에 맡기라”고 말했다.

군소여당 내 공조 체제 내 분열로 선거제 개정안 통과 난항을 내심 원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따른다.

두 번째 대안인 한국당의 보이콧은 본회의가 열릴 경우에는 오히려 ‘눈 뜨고 코 베이는’ 격이 된다. 국회법 제 109조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법안 가결이 가능하다. 만약 한국당 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이 전원 출석(187석)한다면, 과반의 출석 조건을 충족함과 동시에 94표의 찬성표만 있으면 법안 통과가 가능한 셈이다.
 

한국당 내에서는 사법 개혁안 양보를 지렛대 삼아 선거법 개정안만큼은 반드시 저지하자는 ‘조건부 협상론’이 흘러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게 필요한 법안 통과에 협조하고, 대신 선거법 폐기를 협상하자는 주장이다. 공수처 설치안과 달리 선거법 개정안은 4년에 한 번 적용되는 ‘게임 룰’인 만큼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한국당 강석호 의원은 MBC 인터뷰서 “무엇이든 협상을 하려면 서로 주고받아야 가능하다”며 “전부냐 전무냐, 이렇게 가면 서로가 파멸”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선거제 개편만은 막아야 한다”면서도 “공수처 법안을 조금 손질해 독소조항을 빼고 어느 정도 협상이 된다면(선거제 개정안을 막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못 이긴 척
제자리로?

한국당  의원 역시 BBS서 ‘선거법을 일방처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을 경우 당내서 협상론을 제기할 움직임이 있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협상에 나서야 할 한국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 무효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조건부 협상론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 대표는 급격한 건강 악화 진단에도 청와대 앞에서 단식 투쟁을 8일째 이어가다 지난달 27일 밤, 의식을 읽고 병원에 실려갔다. 이후 자유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과 신보라 의원이 황 대표를 대신해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당 지도부가 법안 저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 공수처설치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번복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된 셈이다.

게다가 황 대표의 단식 강행으로 어느 때보다 여당을 향한 투쟁력과 당내 결집력이 높아진 상황이다. 나 원내대표는 “정체불명 선거제, 민심 왜곡 선거제, 위헌적  선거제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회의 부의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제1야당 대표가 목숨을 내놓고 투쟁하고 있는데 기어이 부의를 강행하는 것은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라며 여당에 각을 세웠다.
 

▲ 삭발식 강행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다만, 민주당은 한국당을 향해 연동형을 수용하면, 적용 비율은 유연하게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이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서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수용하면 그때부터 매우 유연하게 협상에 임할 수 있고 실제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을 한국당이 수용하면,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수 조정에는 한국당의 입장을 반영해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국당 대다수 의원들이 연동형 도입에 결사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나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들어가는 선거법은 논의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여당 2중대를 위한 선거법”이라고 말했다.

필리버·총사퇴 무의미
힘 받는 조건부 협상론

한국당은 지난 29일 ‘필리버스터’ 카드를 신청했다. 필리버스터는 합법적으로 보장된 의사진행 방해로 표결을 지연시킬 수 있다. 국회법 제106조에 따라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하려는 경우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수 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가 표결 절차를 무효화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국회법 106조에 따르면 회기가 종료되는 때에는 무제한 토론은 종결 선포된 것으로 보고,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서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날까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실행한다고 가정해도 임시국회가 소집되면 표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각종 민생법안과 계류하고 있는 상황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건 한국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 단식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ㅕ

일각에선 한국당 내 총 사퇴안을 주장하고 있다. 헌법 제41조에 따르면 국회의원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하는데 재적의원이 200인 미만이 되면 국회가 곧 해산되고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자체 해석에 따른 것이다.

한국당 전원이 사퇴할 경우 남는 국회의원은 187명으로, 헌법상 규정된 국회의 구성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게 된다. 다만 의원 사직은 개회 중 본회의 의결이 필요하고, 폐회 중에는 국회의장의 결재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렵다. 과거에도 총 사퇴안이 나온 적은 있었지만 실제 사퇴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지난 2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황 대표의 단식 농성에 대해 “단식을 시작하며 당내 분란이 일거에 없어졌다. 쇄신 요구가 싹 들어갔다. 당내 장악이 딱 됐다”고 했다. 그는 “황 대표가 단식하는 중에는 선거구 조정 정치개혁법을 표결하지 못할 것이다. 정치적 도의가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묘수 없어
합의할 것”

다만 정치권에선 단식은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해 지도부의 리더십 논란은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표결이 진행되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들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여권은 자신만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어쩔 수 없이 한국당이 추후에 합의안을 내놓으리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 배경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