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황교안 플랜B

삭발, 단식…다음 카드는?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패스트트랙 정국이 절정에 다다랐다. 선거제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유한국당의 의석수 축소는 불가피해진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당에서 각종 전략을 짜고 있지만 뾰족한 묘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다음 플랜B는 무엇이 될까.
 

▲ 단식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내년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정치개혁특위서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또 오는 3일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하는 사법개혁안이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들의 원천 무효를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어 남은 한 달 동안 여야의 극한 대치 국면이 예상된다.

여야
극한 대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앞으로 일 주일은 국회의 모든 지도자가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결정적인 시간”이라며 본회의 표결 전까지 집중 협상을 제안했다. 사실상 오는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사법개혁안과 선거제 개정안을 정기국회 종료날(10일) 이전에 처리하겠다고 선포한 셈이다.

내년 총선을 위해선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일(17일) 이전에 선거구 획정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들을 처리하려는 심산이다.

반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지만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논의하는 것이 진정한 협상의 전제조건”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27일 부의는 불법이며, 그 부의는 무효”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당의 강경한 패스트트랙 무효 주장의 배경에 검찰 수사를 염두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당 의원들의 과반이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현재 검찰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상태다.

한국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절차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 26일 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연기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문 의장에게 보냈다. 여 위원장은 협조문을 통해 ‘선거법 개정안은 중대한 법률적 하자가 있다’며 ‘한국당 의원들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청해 민주당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이 90일간의 활동기한이 보장된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법안을 논의해야 함에도, 김종민 민주당 의원으로 하여금 간사 위원들 간 합의도 없이 일방적 강행 처리를 하게 했다’고 적었다. 

일단 결집력 상승
현실정치는 ‘글쎄’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국회사무처 문의 결과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심사기간을 거쳤기 때문에 자동 부의된다”며 “연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한국당의 요청에 선을 그었다.

한국당은 정기국회 종료 전까지 패스트트랙 철회 후 선거제 논의를 하자는 주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지역구 의원을 줄이고 비례대표 정수를 확대하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지역구 의석 축소로 인해, 제1야당인 한국당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으로 지정된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모든 전략을 총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략으로 제기되는 ▲한국당과 변혁 공조▲본회의 보이콧▲조건부 협상론▲필리버스터 중에 뾰족한 ‘묘수’는 없어 보인다.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서 필사적으로 버티며 단식했던 배경으로 풀이된다.


먼저 한국당과의 변혁 공조는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둠과 동시에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의 ‘4+1 공조’를 도모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법안이 표결에 들어가면 한국당(108석)과 선거제 개정안에 반대하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 15석)이 공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보수 성향의 무소속 의원(4석)의 의석까지 모두 합친다고 해도 겨우 127석에 불과하다. 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재적 의원(295석)의 과반인 148석에 21석이 모자라다.

다만, 선거제 개정안 통과를 위한 군소 야당들의 미묘한 입장차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개혁안
지렛대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은 호남 지역구의 과도한 축소 등을 이유로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을 주장하는 심상정 대표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에 ‘지역구 250, 비례대표 50’이나 ‘지역구 240, 비례대표 60’으로 조정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정의당은 원안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변혁 오신환 대표는 지난 26일 “원안 그대로 올려놓고 의원들의 양심에 따른 선택에 맡기라”고 말했다.

군소여당 내 공조 체제 내 분열로 선거제 개정안 통과 난항을 내심 원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따른다.

두 번째 대안인 한국당의 보이콧은 본회의가 열릴 경우에는 오히려 ‘눈 뜨고 코 베이는’ 격이 된다. 국회법 제 109조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법안 가결이 가능하다. 만약 한국당 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이 전원 출석(187석)한다면, 과반의 출석 조건을 충족함과 동시에 94표의 찬성표만 있으면 법안 통과가 가능한 셈이다.
 

한국당 내에서는 사법 개혁안 양보를 지렛대 삼아 선거법 개정안만큼은 반드시 저지하자는 ‘조건부 협상론’이 흘러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게 필요한 법안 통과에 협조하고, 대신 선거법 폐기를 협상하자는 주장이다. 공수처 설치안과 달리 선거법 개정안은 4년에 한 번 적용되는 ‘게임 룰’인 만큼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한국당 강석호 의원은 MBC 인터뷰서 “무엇이든 협상을 하려면 서로 주고받아야 가능하다”며 “전부냐 전무냐, 이렇게 가면 서로가 파멸”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선거제 개편만은 막아야 한다”면서도 “공수처 법안을 조금 손질해 독소조항을 빼고 어느 정도 협상이 된다면(선거제 개정안을 막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못 이긴 척
제자리로?

한국당  의원 역시 BBS서 ‘선거법을 일방처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을 경우 당내서 협상론을 제기할 움직임이 있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협상에 나서야 할 한국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 무효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조건부 협상론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 대표는 급격한 건강 악화 진단에도 청와대 앞에서 단식 투쟁을 8일째 이어가다 지난달 27일 밤, 의식을 읽고 병원에 실려갔다. 이후 자유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과 신보라 의원이 황 대표를 대신해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당 지도부가 법안 저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 공수처설치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번복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된 셈이다.

게다가 황 대표의 단식 강행으로 어느 때보다 여당을 향한 투쟁력과 당내 결집력이 높아진 상황이다. 나 원내대표는 “정체불명 선거제, 민심 왜곡 선거제, 위헌적  선거제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회의 부의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제1야당 대표가 목숨을 내놓고 투쟁하고 있는데 기어이 부의를 강행하는 것은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라며 여당에 각을 세웠다.
 

▲ 삭발식 강행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다만, 민주당은 한국당을 향해 연동형을 수용하면, 적용 비율은 유연하게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이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서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수용하면 그때부터 매우 유연하게 협상에 임할 수 있고 실제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을 한국당이 수용하면,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수 조정에는 한국당의 입장을 반영해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국당 대다수 의원들이 연동형 도입에 결사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나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들어가는 선거법은 논의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여당 2중대를 위한 선거법”이라고 말했다.

필리버·총사퇴 무의미
힘 받는 조건부 협상론

한국당은 지난 29일 ‘필리버스터’ 카드를 신청했다. 필리버스터는 합법적으로 보장된 의사진행 방해로 표결을 지연시킬 수 있다. 국회법 제106조에 따라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하려는 경우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수 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가 표결 절차를 무효화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국회법 106조에 따르면 회기가 종료되는 때에는 무제한 토론은 종결 선포된 것으로 보고,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서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날까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실행한다고 가정해도 임시국회가 소집되면 표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각종 민생법안과 계류하고 있는 상황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건 한국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 단식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ㅕ

일각에선 한국당 내 총 사퇴안을 주장하고 있다. 헌법 제41조에 따르면 국회의원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하는데 재적의원이 200인 미만이 되면 국회가 곧 해산되고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자체 해석에 따른 것이다.

한국당 전원이 사퇴할 경우 남는 국회의원은 187명으로, 헌법상 규정된 국회의 구성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게 된다. 다만 의원 사직은 개회 중 본회의 의결이 필요하고, 폐회 중에는 국회의장의 결재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렵다. 과거에도 총 사퇴안이 나온 적은 있었지만 실제 사퇴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지난 2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황 대표의 단식 농성에 대해 “단식을 시작하며 당내 분란이 일거에 없어졌다. 쇄신 요구가 싹 들어갔다. 당내 장악이 딱 됐다”고 했다. 그는 “황 대표가 단식하는 중에는 선거구 조정 정치개혁법을 표결하지 못할 것이다. 정치적 도의가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묘수 없어
합의할 것”

다만 정치권에선 단식은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해 지도부의 리더십 논란은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표결이 진행되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들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여권은 자신만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어쩔 수 없이 한국당이 추후에 합의안을 내놓으리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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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