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삽질> 김병기 감독의 4대강 추적기

“삽질은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책임을 묻지 않으면 결국 강은 계속해서 썩어갈 겁니다.” 영화 <삽질>은 <오마이뉴스>의 김병기 기자와 ‘4대강 독립군’으로 불리는 시민기자들이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을 12년간 밀착 취재해 담은 추적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정권에 부역한 검찰, 정치인, 교수, 언론 등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요시사>는 김 감독의 기나긴 추적기를 들어봤다.
 

▲ 영화 &lt;삽질&gt;의 김병기 감독이 &lt;일요시사&gt;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추적하던 김 감독은 취재 중 불법 비자금에 연루된 결정적인 공익 제보자를 만나게 된다. 4대강 공사를 하면서 본인이 직접 현금 100억원을 라면 박스에 담아 원청업체인 건설사에 가져다 줬다는 충격적인 제보였다. 하지만 공익 제보자는 검찰 수사 도중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당신은 기자니, 내 얘기를 듣고 특종을 쓰면 끝이지만, 나는 왜 그 불구덩이 속으로 다시 뛰어 들어가야 하는 거냐. 나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건데.”

제보자 말에 김 감독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결국 제보자의 고발은 취하됐고, 진실은 숨어버렸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마이뉴스>의 김병기 기자라고 합니다. 지난 14일에 개봉한 <삽질>이라는 영화의 감독이기도 합니다.

-<삽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환경을 망친 내용도 적나라하게 담고 있지만, 무엇보다 4대강 사업에 국정원·검찰·기무사 등 국가 권력이 총동원돼서 불법과 탈법 등으로 민주주의를 망치는 내용입니다. 이들이 어떻게 불법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12년간의 추적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죠.


-영화를 만든 목적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4대강 사업은 10년 전에 국민 세금 22조2000억을 투입해서 강을 망친 일회성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이 삽질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매년 5000억원서 1조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있어요.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책임을 묻지 않으면 결국 강은 계속해서 썩어갈 겁니다.

-취재를 하게 된 이유는요.
▲2006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일 마인-도나우 운하에 가서 한반도 대운하를 만들겠다는, 국운융성 프로젝트를 제1공약으로 선포했죠. 경제도 살리고 강도 살리겠다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기자니까 당연히 유력 대통령 후보를 철저하게 검증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취재를 시작했고요.

12년 밀착 취재 다큐멘터리
MB정권 부역자들 민낯 공개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따라 독일도 가셨다고요.
▲이명박 후보가 제1공약을 발표하고 두 달 뒤에 제가 독일로 갔습니다. 이명박 후보한테 브리핑했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가서 운하를 가지고 국운융성을 시킬 수 있는지, 운하를 통해서 강을 살릴 수 있는지를 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그 분들은 코웃음을 치더라고요.

-뭐라던가요?
▲도로 교통과 철도 교통, 철도 운송 수단이 발달해 운하는 속도가 느린 편에 속하는 데다 하역작업도 상당히 번거롭습니다. “시간이 돈인 시대인데 운하로 어떻게 경제를 살리겠냐. 그걸로 경제 동력을 삼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운하의 물은 깨끗합니까?” 물어보니까 “물이 고여있기 때문에 더러워서 수영도 못 한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경제를 살리겠다, 강을 살리겠다, 이 얘기가 다 새빨간 거짓말이었잖습니까.

-4대강 취재 때 MB정권의 탄압이 엄청났다고 들었습니다.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재단을 검찰이 압수수색했어요. 100개의 후원 기업들을 그냥 다 털었어요. 중앙환경운동연합은 간사들이 거의 다 나갔죠. 정권서 본보기를 보여준 거예요. 저항하면 다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걸요. 공포 정치이자, 공포 검찰이었던 거죠.
 

▲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찍은 김병기 감독이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명박정부서 3000만원짜리 광고를 주겠다고 회사 쪽으로 전화가 왔다고 들었습니다.
▲당시에 4대강 정비사업 광고를 위해 엄청나게 많은 광고비가 투입됐습니다. <오마이뉴스>에도 3000만원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저희가 상당히 힘들 때였어요. MB정권이 사기업 광고까지 조여왔거든요. 근데 안 받았죠. 시민기자들의 모습을 보면서요. 이 사람들은 월급도 안 받는 사람들이에요. 어떤 때는 일용직으로 돈 벌어서 기름값에 쓰면서, 지난 10년 동안 죽어가는 4대강을 고발해왔던 사람들이거든요.


-강의 모습은 어땠나요.
▲2012년 완공되고 나서 곧바로 물고기 떼죽음이 벌어집니다. 다음 해부터 녹조가 가득 낀 ‘녹조라떼’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2014년에는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합니다. 당시 김종술 시민기자가 이를 처음 발견해서 전문가에게 문의했지만 아무도 이 괴생명체의 이름을 몰랐죠. 이후 2년 동안 창궐한 큰빗이끼벌레가 싹 없어집니다.

-큰빗이끼벌레가 사라지고 당시 언론들은 4대강 사업으로 강이 좋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큰빗이끼벌레는 흐르는 강이 아닌 호수나 2·3급수 정도에 사는 생명체거든요. 이마저도 살 수 없는 환경으로 오염된 거예요. 그 다음해부터는 시궁창 펄에 실지렁이, 붉은 깔따구가 득실득실합니다. 자연생태계는 인간처럼 거짓말을 못 해요. 강은 침묵하고 있지만 보여주면서 죽어가고 있는 걸 말해준 거죠.

-문재인정부 들어서 금강은 수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변화가 있던가요.
▲2017년 금강은 수질예보제(녹조류의 발생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예보하는 제도) 관심 이상 발령일수가 120일 정도 됐어요. 문을 열고 나서는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2018년엔 59일로 줄었어요. 올해는 관심 이상 발령일수가 제로였습니다. 수문만 열어도 녹조는 없어진다는 거예요.

괴생명체까지…병든 4대강
권력으로 벌인 22조 돈잔치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는 4대강 사업 후 금강의 수질이 개선됐다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수문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를 비교해봤더니, 수문을 닫았을 때가 더 깨끗했다는 논문이었어요. 제가 팩트체크를 해보니 4대강 보, 수문을 열기 전에 데이터는 겨울 데이터를 씁니다. 수문을 연 뒤의 데이터는 여름 데이터를 씁니다. 같은 기간을 같이 비교해야 하잖아요. 책임지기 싫으니까 악마의 편집으로 호도하는 거죠.

-일부 시민 단체나 자유한국당에서는 보 해체를 하는 게 돈이 더 많이 든다고 주장합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비용 편익 분석’이라는 게 있어요. 이 지수가 향후 50년 동안, 이대로 간다면 0.21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국민 세금 100원을 투자하면 거기서 21원을 벌 수 있다는 거예요. 손해 나는 장사잖아요. 사람들은 이미 만들어 놓은 댐인데 그대로 두면 어떠냐고 얘기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매년 유지보수비가 5000억원서 1조원을 들여서 수문을 막고 보를 유지하고 있어요.
 

-4대강 사업의 본래 취지는 강과 지역 경제를 살리고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의미 있는 투자예요. 자연재해를 예방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그게 아니거든요. 강과 지역경제를 다 죽이고 있습니다. 어민들은 항상 빈 그물입니다. 4대강 사업 이전에도 4대강 본류에선 홍수와 가뭄이 없었어요. 홍수와 가뭄은 강원도 산간지역, 도서 지역인 영동지역에나 발생했던 거죠. 발목뼈가 금이 가면 깁스하면 되는 건데 심장 수술을 한 격이에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다면...
▲스페인 속담 중에 1000년 뒤에 강은 제 길로 되돌아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돈 잔치를 벌이기 위해 5년짜리 대통령이 아무리 강을 훼손하더라도 1000년 뒤에 인간은 대자연의 섭리를 어길 수 없다는 의미인 거죠. 미래의 세대들이 누려야 할 우리의 4대강이 지금 계속 썩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관심만이 4대강 삽질을 멈출 수 있다는 얘기를 마지막으로 전해드리고요. 많은 관람 부탁드립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