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푸르밀 2세의 수상한 회사 추적

전화도 안 받고…본사에 빌붙어 더부살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푸르밀 본사에는 오너 일가 회사 두 곳이 입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곳이 더 있었다. 현재 푸르밀 2세 시대를 열고 있는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의 개인회사다.
 

▲ 신동환 푸르밀 대표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은 범 롯데가 기업이다.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이자 롯데그룹 부회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그러나 신 명예회장과의 불화로 롯데햄·롯데우유 부회장에 머물렀다. 이후 신 회장은 롯데우유를 물적분할시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사명을 롯데우유서 푸르밀로 변경하면서 롯데그룹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다.

롯데우유
완전 독립

신 회장은 지난 2012년 푸르밀 주식을 자녀들에게 증여했다. 이전까지 자녀들의 지분이 없었던 관계로 2세 승계가 예고됐다. 바통을 이어받은 건 신 회장의 아들 신동환 푸르밀 부사장. 그는 지난해 푸르밀 대표이사로 승진해 2세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푸르밀 본사는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푸르밀 외에 ‘호정무역’(무역업)과 ‘대선건설’(건설업)이 들어서 있다. 각각 신 대표와 그의 여동생 신경아 푸르밀 이사가 대표인 회사다.

호정무역과 대선건설은 2007∼2008년 푸르밀 본사 부지에 안착했다. 물적분할 이후 해당 토지의 소유권이 푸르밀로 온전히 넘어간 때였다. 이들은 푸르밀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사무실을 마련했다.


관련 내용은 푸르밀 감사보고서에 적시돼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정무역은 2008년, 대선건설은 2007년 감사보고서에 등장한다. 이들은 ‘기타 특수관계자’로서 푸르밀에 임차료를 지급했다.

푸르밀은 최근 5년간 호정무역과 대선건설로부터 임대수익을 올렸다. 세부적으로 ▲2018년 2050만원 ▲2017년 2450만원 ▲2016년 2400만원  ▲2015년 2300만원 ▲2014년 2100만원 등이다.

신 대표 개인회사 푸르밀 사옥 주소
지점엔 엉뚱한 회사가…흐릿한 실체

눈길이 가는 건 푸르밀 본사에 회사가 한 곳 더 있다는 사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세양월드’라는 회사의 주소지가 푸르밀 본사 주소와 정확히 일치했다.

세양월드는 지난 1991년 세워진 식품 관련 도소매 업체다. 해당 법인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곳은 오너 2세 신 대표의 개인회사로 보인다. 신 대표는 지난 2010년 5월 세양월드의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3년 단위로 두 직책을 중임했다. 최근 중임 시기는 지난 5월이었다.

신 회장과 신 이사도 각각 이름을 올렸다. 신 회장은 지난 2000년 3월부터 2004년 7월까지 세양월드의 이사였다. 현재는 어떠한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 신 이사는 지난 2005년 6월부터 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거쳐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세양월드의 구성원은 오너 일가다. 주소지는 푸르밀 본사로 뒀는데 특수관계자로 볼 수 있다. 이곳 역시 푸르밀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언급한 호정무역, 대선건설과 같은 맥락이다.
 

▲ (사진 위쪽)지난해 푸르밀 감사보고서. 대선걸설, 호정무역은 푸르밀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임차료를 지급했다. (아래)세양월드 등기부등본 캡쳐본. 세양월드는 지난 2008년 푸르밀 본사로 이전했다. 신 대표는 세양월드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현재 지점은 경기도 성남시 소재 오피스텔로 나와 있지만 다른 업체에 임대했다. 부동산 소유주는 세양월드다.

그러나 세양월드는 푸르밀 감사보고서에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호정무역 등의 경우와 상반된다. ‘실체’에 물음표가 찍히는 까닭이다.

세양월드는 비외감법인이다.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거나 공시할 의무가 없다. 그만큼 정확한 재무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어렴풋이 추정할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20여년전 재무 상태였다.

둥지 텄는데
임차료는?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세양월드는 1999년 470억원 매출에 3억1500만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2000년에는 7억원의 매출과 3억원의 적자로 주저앉았다. 결국 2001년 매출은 ‘0원’까지 추락했지만 2억76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나이스기업정보에 따르면 세양월드가 0원의 매출을 기록할 당시 영업 외 수익은 11억3200만원, 영업 외 비용은 8억1300만원이었다. 이 중 수입이자는 200만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수익처는 확인할 수 없었다. 3년간 총 자산은 35억원, 27억원, 30억원으로 오르내렸다.

세양월드는 본점 외에도 한 개의 지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점은 경기도 성남 소재의 한 오피스텔.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소유주는 세양월드였다. 하지만 지점으로 등기된 주소지에는 다른 업체의 간판이 걸려 있었다. 영위하는 사업도 세양월드와 거리가 멀었다.

취재 끝에 세양월드 연락처로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통화음만 계속될 뿐 끝내 접촉할 수 없었다.

푸르밀 측은 최초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세양월드에 대해 “모르겠다”고 답했다. 관계자는 ‘세양월드와 푸르밀 주소가 같다’는 말에 “연락처를 남겨주면 잘 알고 있는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고 응했다.

이후 접촉한 관계자는 “(푸르밀)본사 안에 세양월드가 있다”며 “(푸르밀과)같은 주소지를 쓰고 있고, 별도의 사무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나 사업 구상에 대해 계획하고 있는 단계”라며 식품 관련 아이템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세양월드가 신 대표의 개인회사인 만큼 특수관계자로 보인다’는 질의에 “(특수관계자가)맞다”고 답했다.

정상 운영
계약 맺어

‘특수관계자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면 푸르밀 감사보고서에 적시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엔 “호정무역과 푸르밀이 임대차 계약을 최초로 맺었고, 세양월드는 호정무역과 임대차 계약을 맺어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푸르밀→호정무역→세양월드’로 이어지는 전대차 구조인 셈이다. 전대차는 임차인이 임차물을 제3자에게 임대하는 계약이다. 임대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이 관계자는 “호정무역을 청산하면서 세양월드만 사무실을 쓰다 보니 재임대 방식으로 푸르밀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며 “(세양월드가)관리비 등을 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호정무역은 지난해 7월 해산했고, 같은 해 10월 청산 종결됐다.

그러면서도 “호정무역 청산 이후 몇 달 간 세양월드와 푸르밀의 임대차 내용이 감사보고서에 누락된 것은 맞다. 이후 보고서에 적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정무역과 세양월드는 꽤 오래 전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이들은 각각 1994년과 1991년 신설됐는데 설립 시기는 다르지만 두 회사는 처음과 끝을 함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호정무역과 세양월드는 같은 주소지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총 5번의 이사를 갔는데, 두 회사 모두 같은 곳으로 짐을 옮겼다. 등기된 날짜도 같았으며 이들이 프루밀 본사로 들어온 시기도 동일했다.

사업 영역도 비슷하다. 두 회사의 사업 목적은 상당 부분 겹친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FIS에 따르면 호정무역과 세양월드는 모두 ‘커피 및 차류 도매업’으로 분류돼있다.

전대차 형식으로 터 잡아
“보고서에 누락된 건 맞다”


사업 내용이 유사한 점, 두 회사가 설립 초기부터 최근까지 사무실을 함께 사용한 점 등을 미뤄 볼 때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 관계자는 세양월드 지점으로 등기돼있던 오피스텔에 대해 “(세양월드가)오피스텔을 구입해 (다른 회사에)임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았던 세양월드의 전화번호를 문의했지만 “제게 연락을 주시면 된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현재 푸르밀 주요 주주는 신준호 회장(60.0%), 신경아 이사(12.6%), 신동환 대표(10.0%) 등이다. 손자 신재열·신찬열씨도 각각 4.8%, 2.6%의 지분을 쥐고 있다. 오너 일가서만 90%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0%는 우리사주조합(6.8%), 푸르밀 자기주식(3.2%) 등이다. 사실상 푸르밀은 오너 일가 경영 체제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소유 지분만 따져봤을 때 신 대표는 3대주주에 그친다. 반면 신 대표는 푸르밀 대표이사로 선임됐는데 후계 구도가 비교적 명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완전한 승계’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관건은 푸르밀 최대주주인 신 회장 지분의 확보 여부다. 이를 두고 다양한 경우의 수가 언급된다.

우선 해당 지분을 직접 매입 할 수 있다. 다만 충분한 재원이 동반돼야 한다. 지분을 물려받는 방식도 있지만 상당한 증여세와 상속세가 부담으로 따른다. 개인이 아닌 회사를 활용할 수 있다. 신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신 회장의 지분을 사들인다면 푸르밀을 간접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화번호
사실상 없어

하지만 신 대표가 주인으로 있던 호정무역은 지난해 청산 절차를 밟았다. 여동생 신 이사의 대선건설서 신 대표는 1주의 주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 대선건설은 신 이사(72.62%)를 필두로 신 회장과 그의 부인 한일랑씨가 21.90%, 5.48%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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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