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20대 국회 막차 탄 정은혜 의원의 포부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 몫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저 승계됐어요!” 지난달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은혜 의원으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지난 8월 민주당 이수혁 전 비례대표의 주미대사 임명 이후 다음 비례대표 순번이었던 정 의원의 승계가 예상되자 <일요시사>가 인터뷰를 여러 번 요청했던 터였다. 개인 연락망으로 기자에게 뉴스를 먼저 전하는 의원이라니. 국회 내에서 잘 보지 못했던 ‘젊은 피’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 정은혜 바른미래당 의원이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지난달 28일 <일요시사>는 국회에 입성한지 15일이 된 ‘신입사원’ 정 의원을 국회의원회관 645호서 처음 만났다. ‘헌정 사상 최초로 출근 첫날 국정감사에 투입된 국회의원’ ‘20대 국회의 민주당 최연소 의원’ ‘1983년생 워킹맘’ 등 여러 모로 상징성이 큰 인물이다. 의원실 문을 열자 그의 분홍 자켓에 어울리는 밝고 낭랑한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주당 최연소

“제가 28세까지는 반지하에 살았거든요. 12평 되는 반지하에 가족 6명이 살았죠. 아버지가 저희 집 2층에 미혼모들이 살 수 있도록 집을 사셨어요. 저희 어머니는 어려운 이웃 100명에게 식사를 대접하곤 하셨는데 쌀이 없을 땐 외상으로 사서 쌀을 지어주시기도 하셨어요.”

개척교회 목사 집안서 태어난 그는 어린시절부터 미혼모들과 함께 자랐다. 교회는 지역사회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부모님의 신념 아래, 그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간호하며 봉사하는 부모님을 보며 성장했다. 학업에 있어 금적적 지원을 크게 받지는 못했지만, 정 의원은 사회적 약자들을 가까이에서 보며 국가의 작은 정책과 지원이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몸소 깨달았다고 한다. 이는 그가 정치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열심히 공부해서 4년 동안 장학금을 받고 수석 졸업을 했어요. 하루에 7시간씩 카페서 알바도 하고요. 20세 때는 부산 사상구 감전동에 있는 월세 6만원짜리 쪽방촌서 살았어요. TV, 에어컨, 냉장고, 가스레인지도 없었어요. 그런 곳에서 1년을 살다 고시원서도 1년 살고요.”


2002년 스무살이 된 그는 정치인의 꿈을 안고 부산에 위치한 신라대학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 청년 정치인으로 ‘금수저’ 논란이 있었던 정 의원이었다. 정 의원의 결코 녹록치 않았을 예상 밖의 20대 시절 이야기를 듣자, 최근 ‘공정’을 외치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도 한때 본인이 겪었던 어려운 현실에 강한 불만을 가지진 않았을까.

“저는 요즘 시대 청년들이 공정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똑똑하다고 생각했어요. 저 같은 경우는 현실에 적응해서 살아갈 생각을 했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야 해서 사실 공정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불공정 문제를 제기할 그런 힘도, 생각도 없었죠.”

정 의원의 긍정적인 모습 이면에 숨겨진 빠른 적응력과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입학 특혜 문제가 이슈화 됐을 때 ‘그런 특혜 자체가 와닿지 않는 이야기라 감흥이 없다’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사실 얼마 전에 문재인 대통령 연설 중에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건 ‘고교 무상교육’이었어요. 전 김대중정부 시절에 가정형편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았아요. 고등학교는 1분기에 20만원 정도 내야 하는데 그것도 낼 형편이 안 됐거든요. 학급서 한 명씩 지원을 해주는 정책이 있었는데 제가 그 혜택을 받게 됐습니다. 그게 제가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됐어요.”

반지하, 알바, 쪽방촌, 유학, 워킹맘…
실제 경험 기반으로 ‘정은혜 생활법’ 추진

본인의 삶에 원동력이 되어 준 당에 감사함을 보답하고 싶었던 탓일까. 정 의원은 스무살에 열린우리당을 선택해 정당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을 선택한 이유로 선배라 부를 수 있는 정치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후로 ▲민주정책연구원 미래기획실 인턴연구원 ▲18대 대선 문재인 후보 선거캠프 부대변인·청년정책단장 ▲더불어민주당 상근 부대변인 등을 거치며 정치인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 ▲

정치인의 필수 덕목인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대학을 수석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서 공부를 이어갔고 28세 때부터 영어학원을 다니며 유학을 준비했다. 2016년 총선서 낙선한 뒤에는 같은 해 9월 미국 유학길에 올라 2018년에 하버드 케네디 스쿨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이수혁 대사의 주미대사 임명을 알게 된 날이 지난 8월8일이에요. 그 날이 딸아이 돌이었거든요. 당에서 승계 소식을 전했을 때 기쁘단 생각보다는 ‘아이 어디다 맡기지’라는 생각이었어요.”

정 의원은 하버드 케네디 스쿨서 만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뒤 지난 1월 입국해 현재 14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육아와 살림을 하는 도중 당으로부터 갑작스럽게 승계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아이 걱정에 마냥 기뻐할 순 없었다. 정 의원은 국회 입성 전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학원서 일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맞는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고 자연스레 국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아이는 국가서 키워주는 게 아니고 나라가 가정서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낳아준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더 건강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현재 정부에선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1명당 70만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집에서만 아이를 돌보는 가정은 월 10만∼20만원이 가정보육수당으로 지원된다.

현재 정 의원은 가정보육수당을 100만원으로 인상해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이 집에서 맘 편히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라떼파파법’의 발의를 추진 중이다. 이 법안은 현재 1년으로 규정돼있는 육아 휴직기간을 3년까지 늘려 남녀 동일하게 양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도 담았다.

이외에도 정 의원은 실제 경험이나 생활 속에서 불편함을 느꼈던 것을 기반으로 ‘정은혜 생활법’을 추진하고 있다. 정은혜 생활법은 ▲미혼모 출생신고 공개유예 ▲스토킹 방지법 ▲아동성교육 내실화 ▲층간소음 방지법 ▲공무원시험 영어 과목 폐지법 등 실생활에서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12가지 사안을 다룬 법안으로 구성됐다.

정 의원에게 현재의 국회의 문제점을 묻자 그는 국회를 케이크에 비유해 답변했다.
 

“맛있는 케익을 만들려면 달콤한 생크림도 있어야 하지만 짠 소금도 있어야 해요. 다양한 재료들이 적절히 배합됐을 때 최고의 케익이 나오거든요. ‘세대 공존’과 ‘다양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의원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2030세대가 관심을 갖는 주제는 50대 남성 의원이 관심을 갖는 주제와 완전히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어떤 한 성별이나 한 세대가 국회를 과도하게 대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총선 6개월 앞두고…
“끝까지 할 일 한다”

앞으로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6개월. 정 의원은 어떤 의원이 되고 싶을까.

“말과 글로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이 자리는 제가 원하는 일을 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장소죠. 중요한 스피커를 갖게 된 거니깐요. 국회의원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최대한 현장에 많이 나가야 돼요. 나가서 사람들 얘기를 듣고 보좌진분들이랑 상의해서 관련 법안을 만들고 다른 의원님들과도 같이 얘기하고 교류해야죠.”

디딤돌 역할


민주당 최연소 국회의원으로서의 포부도 함께 밝혔다.

“제가 청년 비례대표로 선출이 됐어요. 전 2030뿐만 아니라 30대 이하의 미래 세대들을 대변하고 싶어요. 20년, 30년 후면 그들이 주인공이니깐요.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 몫까지 대변하라고 저를 뽑아주신 거라 생각해요.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sangmi@ilyosisa.co.kr>
 

[정은혜 의원은?]

▲신라대학교 국제관계학 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하버드대학교 케네디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민주정책연구원 미래기획실 인턴연구원
▲제18대 대통령선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선거캠프 부대변인
▲민주당 여성리더십센터 부소장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제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더불어민주당)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