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법무·검찰개혁위 16인은 누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07 10:19:12
  • 호수 12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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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 들고…각계 어벤져스 뭉쳤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이 본격적인 검찰 개혁에 착수했다.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 학계·언론·법조계·시민단체·현직 검사 등 총 16명을 위원으로 구성했다. 각 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 발언하는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권의 행사방식, 수사 관행, 조직 문화 등에 대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국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인권을 존중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검찰권 행사 및 조직 운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윤 총장에게도 이같이 지시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민변 출신 
변호사 위원장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관해 법무부와 검찰은 개혁의 공동주체이고, 또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법 제도적 개혁에 관해서는 법무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검찰권의 행사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서는 검찰이 앞장서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즉각 검찰 개혁 정책을 뒷받침할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첫 회의 직후 ‘직접수사 축소와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을 위한 1호 권고를 내놨다. 위원회는 매주 회의가 끝날 때마다 권고안을 내놓는 속도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도 “속도감 있게, 과감하게 (검찰개혁 방안을) 제안해달라”고 위원들에게 요구했다. 


법무부는 민변 사법위원장 출신인 김남준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2기 위원은 김 변호사를 포함해 16명으로 구성됐다. 1기 위원회와 달리 현직 검사도 위원으로 참여했다. 형사부 근무 경력이 풍부한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1명, 검찰수사관 1명이 등이다 

위원회는 입법 없이도 실현 가능한 법무·검찰개혁방안을 마련해 조국 장관에게 권고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다음으로 위원회 16인들이 누군지 살펴봤다. 

[김남준]

김남준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때인 2005∼2006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장관의 정책보좌관을 맡았으며, 2010∼2012년 민변 사법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서 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장을 맡으며 검찰개혁 공약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 출범 뒤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권력기관 개혁을 담당한 ‘국민주권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제1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김 위원장은 국내 검찰개혁 법안의 대가로 알려졌다. 평소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김 위원장이 주도할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최근 조 장관 수사로 다시 검찰개혁의 화두가 된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 및 특수부 폐지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기념촬영 갖는 검찰개혁관리위원회 위원들

[이탄희]


이탄희 전 판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이 전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이른바 ‘내부 고발자’다.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2심의관으로 발령돼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열기로 한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과정서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지시를 거부했다. 이후 법원행정처는 이 전 판사를 원 소속인 수원지법으로 복귀시켰으나 발령 취소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사태가 시작됐다. 

‘조국 인터뷰’ 언론사 기자부터 
‘사법 농단’ 폭로 전직 판사까지

지난 1월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사직서 제출 사실을 알렸던 이 전 판사는 현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최근 법무부의 탈검찰화,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내 권력 분산 등을 강조하고 있다.

[김용민]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이었던 김용민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김 변호사는 과거사위서 김학의 사건 주심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였던 유우성씨를 변호했다.

김 변호사는 2014년 일명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서 국정원의 증거조작사실 사건에 대한 수사 당시 국정원이 위장사무실과 허위공문서 등을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방해하고 증거인멸 및 공범을 은닉해 수사를 방해했다고 폭로했다. 

[권영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출신인 권영빈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1966년생인 권 변호사는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8년 2월 검찰을 떠났다. 2012년 10월에는 이명박정부 내곡동 사저 특검의 특별수사관으로 활동했고, 2015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2017년 4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상임위원으로도 일했다.

[오선희]

검사 출신인 오선희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1973년생인 오 변호사는 200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17년 8월 검찰을 떠났다. 2018년 2월부터 8월까지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오 변호사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의 두 번째 피해자라고 주장한 A씨의 법률대리인을 맡기도 했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인 오선희 변호사(여, 사법연수원 23기)와는 동명이인이다.

[이석범]


국정원 법제관 출신 이석범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이 변호사는 그동안 국정원 개혁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외 헌법재판소 특별위원과 천주교 인권위원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변호사는 박근혜정부 시절 한국사 국정교과서 고시 헌법소원을 직접 냈다.   
 

▲ 검찰개혁관리위원들과 악수 나누는 조국 법무부장관

[장여경]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1998년 정보인권 시민단체인 진보네트워크센터를 만들고 ‘정보 인권’ 분야서 20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 실명제, 표현의 자유 등 개인 정보 보호에 앞장섰다. 또 국가권력 기관인 검찰, 경찰에 국정원의 도·김청 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현경]

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이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이 사무처장은 오랫동안 성평등과 여성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했다. 

[천관율]
주간지 <시사인>의 천관율 기자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시사인>은 조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인터뷰한 매체다. 천 기자는 앞서 기사를 통해 “지금 검찰은 특수부가 독주한다는 평가가 많다. ‘특수통 칼잡이’ 중에서도 슈퍼스타인 윤석열 검사가 검찰총장으로 취임하면서 특수부의 ‘위험한 권능’은 정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황문규]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첫 자치경찰제 정부안의 기초를 다졌다. 황 교수는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 자치경찰제 특별위원,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한국경찰연구학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유승익]

유승익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그는 헌법학자로 자치분권의 권위자다. 

이외 조 장관 지시로 검사 2명, 현직 검찰수사관 1명, 법무부 서기관 1명이 법무·검찰개혁위원에 임명됐다. 현직 검사 중에선 전윤경 부장검사(사법연수원 교수), 임정빈 검사(울산지방검찰청)가 개혁위에 참여했다. 

부장검사·검찰수사관 참여 
비주류 검사도 포함 눈길

1974년생인 전 부장검사는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지검 남부지청을 시작으로 대전지검 서산지청,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제주지검, 서울북부지검,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일했다.

특히 2012년 6월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 수료(검사 국외훈련) 후 2014년 8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성균관대, 한양대, 강원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에 겸임교수로 파견되기도 했다. 2017년 8월부터 현재까지 사법연수원 교수를 맡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이석범 변호사,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1984년생인 임정빈 검사(남, 사법연수원 44기)는 201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서부지검, 청주지검 제천지청을 거쳐 현재 울산지검서 근무 중이다. 2007년 경찰대 법학과를 졸업한 임 검사는 검사 재직 전인 2007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경찰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사법시험 합격 전 충남대 대학원 법학과를 수료(형사법 전공)하기도 했다.

초고강도  
수술 집도

지난달 30일 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한 조 장관은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 방안을 국민 눈높이서 마련하고, 특히 비입법적 조치로 실현 가능한 법무·검찰개혁방안을 신속히 제안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남준 위원장은 “지난 주말 100만명이 넘는 주권자들이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했다”며 “지금 이 순간까지 적폐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검찰개혁이 부족하다며 이 정부를 채찍질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발족식에 이어 개최된 1차 전체회의서 첫 안건으로 형사부·공판부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이날 “직접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 등을 위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검사 전보 및 보직 관리 등에 관한 규칙 개정을 위한 실무작업에 즉시 착수하라”는 1호 권고를 내렸다. 이를 위한 관련 자료도 신속히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검찰의 직접수사, 인지부서 수사가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기에 검찰 본연의 기능인 형사·공판부로 중심을 이동하자는 취지”라며 “검찰수사권을 강화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서 유무죄를 다투는 공판부 검사가 열심히 일해도 승진이나 요직 발령은 20%밖에 안 되는 특수부 검사들이 독점한다”며 “국민들의 검찰개혁 요구를 담아 검찰조직을 개편하고 공정한 인사를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매주 1회 정기회의를 열 예정이며, 필요한 경우 임시회의를 열어 개혁 안건들을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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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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