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4년 만에 돌아온 양혜규

미래서 마주한 과거의 희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과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세계무대서 활동 중인 양혜규 작가가 오랜만에 국내 개인전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국제갤러리서 선보이는 첫 번째 전시이면서 2015년 삼성미술관 리움서 진행한 개인전 이후 4년 만이다.
 

▲ 국제갤러리_양혜규_보물선_1977

양혜규 개인전 ‘서기 2000년이 오면’은 가수 민해경의 노래 ‘서기 2000년’서 따왔다. 미래를 향한 낭만과 희망을 담은 이 노래는 전시장으로 가는 길목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관객은 노래가 가리키는 미래의 시점이 훌쩍 지나버린 위치서 과거의 희망을 마주한다.

상상과 연대

2000년이라는 시간성에는 과거와 미래의 시점이 동시에 녹아있다. 관객들은 ‘지금 여기’서 노래에 담긴 당시의 정서를 더듬으며 시간을 한층 더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다.

양혜규는 흔히 연관성이 없다고 여겨지는 역사적 인물들의 발자취나 사건들을 실험적인 방법으로 읽어왔다. 또 사회적 주체, 문화, 시간이라는 개념에 다원적이고 주관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이번 전시는 소리 나거나 움직이는 일련의 조각 연작이 다양한 감각적 요소와 조우하고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상상과 연대의 공간이다.

전시의 홍보 이미지로 공개된 ‘보물선’은 유년의 양혜규가 두 동생과 함께 그린 그림이다. 도깨비, 시조새 등 상상의 산물들이 유쾌하게 어우러진 이 크레파스 수채화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새로운 시공간을 원시·신화적 요소로 재현했다.


노래와 그림, 두 개의 시청각 기표는 저마다의 시간과 장소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과 막연한 향수를 불러오면서도 시공간에 얽혀 있는 복합적인 감각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번 전시는 공간 전면을 감싼 벽지 작업, 움직임과 변화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조각물, 감각을 일깨우는 촉매적 요소로 구성돼있다.

전시제목은 노래서
유년기 그림도 소개

먼저 유기적이고 입체적인 환경을 구축하는 벽지 작업 ‘배양과 소진’은 독일의 그래픽 디자이너 마누엘 래더와의 협업 작품이다. 지난해 프랑스 몽펠리에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서 개최한 개인전서 처음 공개됐다.

이교도적 전승문화의 흔적과 근현대 이후 융성한 교육, 하이테크 산업 문화가 공존하는 프랑스 남부 옥시타니아 지역이 배경이다.

작품에는 양파와 마늘, 무지개와 번개, 의료수술 로봇, 짚풀, 방울 등 각양각색의 사물이 마구잡이로 병치·배열돼있다. 지역적 경계를 넘어 과거와 현재, 기술과 문화, 자연과 문명이 융합된 이 작품은 이번 전시 공간서도 문화와 민속에 대한 기존 분류법에 반하는 양혜규의 관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관객 참여를 이끌어내고 작품에 운동성을 부여하는 양혜규의 경향은 다차원적 공간에 위치한 ‘솔 르윗 동차’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 중앙에 위치한 이 작품은 기존의 블라인드 작업에 동적 요소가 더해져 탄생한 새로운 연작이다.
 

▲ 국제갤러리_양혜규_소리 나는 운동 지도_2019

양혜규는 2000년대 중반부터 바람, 빛, 온기 등을 전하는 감각적 소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 거의 같은 시기부터 공간을 양분하면서도 개방과 폐쇄의 양가적 특성을 가진 블라인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솔 르윗 동차 연작은 미니멀리즘의 대표 작가 솔 르윗의 입방체 구조를 물리적, 개념적으로 확장시킨 ‘솔 르윗 뒤집기’ 연작과 조각물을 입듯이 사람이 조각 내부로 들어가 조각 자체를 움직이게 돼있는 ‘의상 동차’ 연작이 혼종된 작업이다.

한 면이 70㎝ 입방체로 구성된 솔 르윗 뒤집기는 르윗의 모듈식 구조를 뒤집어 천장에 매단 블라인드 조각물이다. 반면 솔 르윗 동차는 르윗의 모듈 구조를 위아래로 세우고 기립시켜 형식적 진화를 도모했다. 모체가 되는 두 연작의 개념적 맥락은 유지하되 내부가 아닌 외부서 동차를 조종하게 했다. 2명 이상의 관객이 함께해야 가장 이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동차와 대각선상에 놓인 공간의 양 모서리에는 ‘소리 나는 운동’ 4점이 천장에 매달린다. 방울을 전면에 내세운 ‘소리 나는 조각’ 연작서 유래했다. 매달린 조각의 원형 몸체를 손으로 회전시켜 독특한 시각적 문양과 청각적 울림을 자아내는 소리 나는 운동은 기존에 없던 손잡이, 인조 짚 등의 요소가 추가로 접목된 작업이다.

남북 도보다리 회담 새소리
동시대 인물의 역사적 상황

작품이 활성화돼 움직일 때, 방울은 속이 빈 물체를 흔들거나 두드리며 침묵과 부동의 상태를 소리와 호출로 확장시킨 인류의 보편적 경험을 일깨운다. 또 자연서 문화로의 이행, 공예와 대량 생산으로 치환되는 문화와 산업의 결합을 암시한다.

천장에 매달린 2개의 스피커 묶음서 흘러나오는 새소리는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영상서 추출한 것이다. 당시 남북의 지도자가 도보다리 끝에 함께 앉아 담소를 나누는 장면을 먼발치서 포착한 영상에는 세계 각지서 모여든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와 발소리 그리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 담겨있다.

얼핏 평범한 소리처럼 들리는 이 음향은 비무장지대(DMZ)라는 특이한 장소가 함의하는 인간 사회의 서사와 정치적 복선, 자연이라는 인류세를 벗어난 보편적 공간 사이의 비밀스러운 틈새를 연다.
 

▲ 국제갤러리_양혜규_서기 2000년이 오면

대지의 내음과 음향, 안개와 빛으로 가득한 공간 한편에는 비시각적 작업인 ‘융합과 분산의 연대기-뒤라스와 윤’이 텍스트 묶음으로 비치됐다.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한국의 작곡가 윤이상의 연대기를 주관적 관점으로 교차편집한 것이다. 동시대에 사회적, 정치적 격변기를 살아간 두 인물은 양혜규의 작업서 종종 직접적으로 혹은 우회적으로 참조돼왔다.

연대기는 두 인물의 생몰 전후의 역사적 상황을 시작과 끝으로 한다. 이들의 생애는 식민주의와 냉전시대, 일련의 사회적 변혁과 정치적 갈등 속에서 이어진다. 이 작업은 그에 내포된 드라마와 매혹, 이면의 고통과 소외의 정서가 도드라지는 방식으로 연대기를 재현한다.

소외된 문화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양혜규의 독특한 어법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일상적 어휘를 특유의 반복과 상호 교차, 혼성으로 뒤얽는 어법을 통해 인류 역사와 문화, 사회의 다양한 파고와 너비를 아우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혜규는 이번 전시서 과학적 합리성과 자본주의가 소거한 수공과 자연의 가치, 사변적 영역을 비롯해 야만의 역사가 폄훼한 원시문화를 조명한다. 또 인간 세계의 산물인 시스템이 소외하고 고립시킨 정치사회적 인물과 공간을 다시금 폭넓게 바라보기를 권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11월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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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이재명 정해진 운명

‘사면초가’ 이재명 정해진 운명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검찰이 또다시 마주 앉았다. 이 대표의 앞길에는 헤쳐나갈 난관이 까마득하다. 단식투쟁이라는 최후의 패는 이미 써버렸다. 앞으로 여론과 민심이 어느 쪽으로 기울게 될지 민주당의 계산기가 바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2일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18일에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민주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에 따른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역시 조만간 국면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속 시기는? 단식 한계는?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2019년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 500만달러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비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북측에 대신 건넸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제3자뇌물 혐의로 입건됐다. 이 사건을 두고 지난 2년 동안 검찰과 이 대표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긴 시간 끝에 검찰 측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를 위한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이 대표가 돌연 단식투쟁을 선언하면서 시나리오가 꼬이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며 국회 본관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권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단식 중단 조건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표명을 비롯한 국정 쇄신 및 개각 등을 요구했다. 이를 두고 여당에서는 ‘방탄 단식’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 조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서 단식을 시작하는 것은 동정 여론을 끌어내겠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당 대표가 식음을 전폐하고 투쟁하고 있는데 검찰이 끌고 가서 무리한 조사를 했다’는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닌지 의심할만하다”며 “당의 내부 갈등을 반짝 잠재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법 리스크 같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검찰에 소환된 것은 이번을 포함해 6번째다. 지난 9일, 수원지검서 진행된 1차 조사는 8시간 만에 종료됐다. 이 대표 측이 건강상 이유로 조사가 어렵다고 밝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날 이 대표는 스마트팜이나 대북사업에 아는 바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기도가 북한에 물품을 지원하기로 한 공문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검찰의 피의자 신문 조서에 서명을 거부한 채 귀가했다. 조사 당사자의 서명이 없는 피의자 신문 조서는 재판 과정서 증거로서 효력이 없다. 이 대표 측은 진술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서명날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힘 받는 체포영장 가능성 방탄 스크럼 짜는 친명계 반면 검찰은 “이 대표가 조서 열람 도중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고 억지를 부렸다”며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됐는지는 답하지 않은 채 조서에 서명날인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실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재출석을 통보했다. 두 번째 조사는 사흘 뒤인 12일 이뤄졌다. 이날 검찰에 출석한 이 대표는 “두 번째 검찰 출석인데 오늘은 대북송금과 제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검찰이 제시하는지 한 번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2년 동안 변호사비 대납, 스마트팜 대납, 방북비 대납 등 주제를 바꿔가면서 검사 수십명, 수사관 수백명을 동원했다”며 “증거라고는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 그 이유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조사는 약 1시간50분 만에 종료됐다. 조사를 마친 직후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형식적인 질문하기 위해 두 차례나 소환해서 신문하는 게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검찰이 짜놓은 범죄 프레임에 민주당 대표를 끼워 맞추기 위한 시나리오일 뿐, 자신은 결백하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방북비 대납과 관련한 의혹을 줄곧 부인해왔다. 이 대표는 “북한에 방문해서 사진 한 장 찍겠다고 생면부지 모르는 조폭 불법 사채업자 출신의 부패 기업가에게 100억원이나 되는 거금을 북한에 내주라고 하는 중대 범죄를 저지를 만큼 제가 어리석지 않다”고 일축했다. 제3자뇌물 혐의에 관해서는 “아무 관계없는 혐의를 엮으려고 하니까 잘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건을 뒤집을 핵심 중 하나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다. 그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연일 판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6월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과의 연관성을 부인해왔던 기존 입장을 일부 번복했다. 쌍방울에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을 요청했으며, 쌍방울의 대납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당 진술을 이 대표와 쌍방울 대북송금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주요 근거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가 “검찰의 압박에 따른 허위진술”이라고 전면 부인하면서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추석 전 끝낸다? 번복되는 진술에도 검찰이 이 대표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는 게 일부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이 이 전 부지사의 진술만으로 범죄 혐의를 단정짓지 않았으며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당초 법조계는 검찰이 쌍방울 사건에 백현동 의혹을 병합해 이 대표를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측했다. 백현동 사건서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던 2014∼2015년 당시 분당구 백현동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서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줘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조사를 마친 일주일 뒤인 18일 오전 이 대표를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현동 200억원 백임과 대북송금 뇌물 혐의가 적용됐다. 예상보다 날짜가 앞당겨지면서 민주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정기국회 일정상 국정감사 등으로 10월에는 본회의가 잡혀 있지 않다는 점 역시 추석 전 체포동의안 표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9월을 넘기면 다음 본회의인 11월에 표결하게 되는데 이때는 시기상 너무 늦어진다는 설명이다. 생각보다 빨라진 시기에 민주당은 윤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단번에 높였다. 윤정부를 ‘검찰 독재’로 규정하고 ‘야당 탄압’ 프레임을 구축하는 등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스크럼 짜기에 나섰다. 이 대표가 ‘증거불충분’을 강조하는 것을 두고 검찰의 ‘부당한 수사’ 여론을 강조하고 있다는 해석 역시 힘이 실린다. 앞서 이 대표가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후 민주당은 지난 7월 의원총회를 통해 “국민 눈높이에 특별히 부당한 영장 청구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부당한 영장 청구’라는 꼬리표가 붙은 만큼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날아들 때를 대비해 돌파구를 남겨놓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주장과 궤를 함께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은 박범계 의원은 지난 12일 의원총회서 “간밤에 깊은 고민 끝에 절대로 이 대표를 저들의 ‘아가리’에 내줄 수 없다는 결론을 안고 무겁게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처분은 무효라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체포동의안 부결을 시사했다. 얄팍한 방탄복 조정식 사무총장도 “역대 야당 대표를 단식 중에 소환한 것도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몸도 가누기 어려운 상태서 또다시 추가 소환했다”며 “윤석열 정치검찰의 악랄한 사법만행”이라고도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표결에 관한 당론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당이 이 대표의 소명을 믿지 않고 기소를 전제로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결국 체포동의안 표결 가능성을 놓고 민주당 의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당 대표가 목숨을 걸고 단식투쟁에 나선 만큼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부결을 위한 보이콧 조짐까지 가세하면서 이 대표의 단식 전략이 톡톡히 효과를 누렸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이 비회기가 아닌 정기국회를 앞둔 시점서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두고 “당을 분열시키기 위한 공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의 수법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합심해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체포동의안이 오는 것 자체가 부조리한 정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민 의원은 “지금 (한동훈)법무부 장관이 300명 국회의원에 대고 투표하라고 한다”며 “이는 투표 강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프레임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투표를 거부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며 “법원의 판단과는 별개로 검찰의 행위 자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을 필두로 동정론이 일면서 체포동의안 부결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방탄 프레임에 갇힐 것을 염려하는 비명(비 이재명)계의 목소리가 덩달아 높아지면서 분열의 조짐마저 보인다. 방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이 대표가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숨 건 대표에 보답? 한 편에선 ‘동정론’도 같은 당의 대표가 몸을 혹사하면서 투쟁하는 형국에 체포동의안 가결 표를 던지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내년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서 국민의 약속을 저버린다면 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고개를 들었다. 다만 이 대표가 나서서 가결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민주당이 ‘부당한 영장 청구’만을 반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따라서 이번 영장에 동의하는 것은 ‘정당한 영장 청구’는 물론 이 대표의 혐의를 인정하는 셈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비명계가 다시 입을 열자 이 대표가 단식을 통해 임시방편으로 붙여둔 당심에 다시 균열이 생겼다는 의견이 나온다. 단식이라는 최후의 패까지 꺼내든 이 대표의 다음 움직임이 주목된다.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해 당의 화합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는 게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져달라는 여론을 우회해서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월 비슷한 전략을 내세웠다.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다. 당시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관련 국회 본회의 보고를 하루 앞둔 지난 2월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 모두에 대해 반박했다. 검찰의 부당함을 공식적인 자리서 호소하며 ‘대국민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이 밖에도 이 대표는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의 1박2일 워크숍 만찬에 참석하는 등 내부 결집에 나서는가 하면, 비명계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만남을 갖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계파색이 옅은 의원뿐 아니라 비명계서도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지난 2월24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부결로 막을 내렸다. 다만 완벽한 부결을 자신한 것과 달리 무더기 이탈표가 나오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받았다. 이미 한차례 방탄이 얇아진 만큼 이번 표결 역시 근소한 차이로 이 대표의 운명이 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뼈를 주고 살도 줬다 18일 오전 이 대표는 건강이 악화됨에 따라 결국 병원으로 이송됐다. 단식 19일에 접어든 이 대표는 이송 당시 간단한 의사 소통조차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단식은 10일~14일을 넘기면 의학적으로 신체에 손상이 가해지는 만큼 한계에 온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은 이 대표를 향한 동정의 여론이 우세하다. 이 대표 퇴진론과 비대위설도 당분간은 잠잠할 전망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라는 게 비명계 의원 측의 설명이다. 이 대표가 감춰둔 또 다른 패가 있을지, 꺼낸다면 그 시점은 언제일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김기현 언제 만나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단식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을 에둘러 거부했다. 지난 13일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서 한국의희망 양향자 공동대표의 예방을 받던 도중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양 공동대표는 “당장 이재명 대표를 만나주시기 바란다. 이 대표 건강 상태가 매우 안 좋은 걸로 알려져 있는데 이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대표는 “단식하고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소식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근본적 고민이 있다”고 답했다. 이 대표를 찾아갈 뜻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면서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의 협치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