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미당발 정계개편 파워게임

‘분당’선? ‘사당’선? 줄을 서시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지지율 10%’ 사퇴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자유한국당과 반(反) 조국연대를 둘러싼 당내 불협화음, 하태경 최고위원에 대한 직무정지 징계 등으로 내홍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바른미래당발(發) 정계개편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호가 최근 비당권파의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하태경 최고위원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등 내홍에 빠져 있다.

지난 4월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추석 때까지 지지율 10%에 이르지 못하면 (대표직을)그만둘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추석연휴가 다가올 때쯤 저조한 지지율 책임 발언서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손 대표는 사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손 대표는 지난 7월엔 “비당권파의 퇴진 요구와 비협조로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며 퇴진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혁신위 출범 이후엔 위원들의 대화 요구를 무시로 일관, 퇴진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공공연히 밝혔다.

퇴진 없다
손의 고집

지난달에는 이른바 ‘손학규 선언’을 발표하며 바미당을 중심으로 한 빅텐트론을 내세우며 혁신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추석 연휴가 끝난 후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서 사퇴 약속과 관련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그 얘긴 더 할 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당내서 손 대표가 처음부터 퇴진할 의사가 아예 없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손 대표의 불통에 비당권파를 포함, 손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호남계 의원들조차도 사퇴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당헌·당규상 자진사퇴 외에는 손 대표의 사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당내 관계자들 역시 손 대표의 자진 사퇴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유승민-안철수계 구성원 가운데 손 대표 퇴진에 중립적인 입장이었던 정병국 의원마저 사퇴를 촉구하며 전면전에 나섰다.

당내 최다선(5선)인 정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서 “쓰디 쓴 침묵을 이어왔던 것은 손 대표의 약속에 대한 존중이었다”며 “당 대표 때문에 정당이 정치적 역할을 다 할 수 없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가 당 지지율의 저조의 원인을 최고위원회 파행 등으로 꼽은 것에 대해선 “정치 지도자로서 할 얘기가 아니라고 본다”며 “그것을 핑계로 삼는다면 지금까지 손 대표가 쌓아온 정치 역정을 거부하고 부정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 정병국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그는 기자회견 직후 “손 대표가 사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중대 결단을 내릴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정 의원이 말한 ‘결단’을 두고 사실상 바미당이 분당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총선 정국에 타 정당과의 통합 및 연대의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손 대표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권성주 전 혁신위원은 <일요시사>에 손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이방인이 집을 강탈하려는데 집주인이 도망갈 리 있나. 이젠 정말 안 되겠다고 합심한 집주인들이 이방인을 쫓아낼 거라 생각한다”며 “그래도 드러누워 버티겠다면 그때는 가족과 주변 지인분들이라도 나서서 말리셔야 한다. 당 구성원과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봐주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국·하태경 문제로 내홍 격화
버티는 손학규 계륵 신세 전락

손 대표는 계속되는 사퇴 압박에 지난 18일 당 최고위원회의서 “중요한 시기에 당을 분열시키고 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행위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다. 그는 “‘조국 사태’를 기회로 보수연합을 꾀하는 것은 한국정치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반(反) 조국연대’를 결성한 바른정당계 중심 의원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바미당과 한국당은 지난 16일 당내 부산시당 간 반조국연대를 결성했다.

지난 10일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반조국 연대를 제안한 이후 성사된 첫 보수연합이다. 바른정당계 유승민 의원이 “한국당과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혀 양당 간 보수 통합이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바미당 고위관계자는 “당 차원서 연대하는 것이 아님을 하태경 의원을 포함해 다 알고 있다”며 “바른정당계 입장에서는 한국당과 연대할 명분이 생긴 만큼 의외로 빨리 탈당과 보수통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손 대표는 “조국을 기회로 보수통합을 외칠 때가 아니다”며 한국당과의 연대에 선을 그었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제공한 보수통합의 명분을 차단하고 바른정당계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손 대표의 ‘버티기 모드’에는 한국당과 통합하려는 바른정당계를 막겠다는 판단과 바미당을 제3지대의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확립하고자 하는 의지가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당 핵심 관계자는 “유 의원의 지난 창당 및 탈당 이력을 봤을 때 또 다시 탈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합의이혼
가능할까?

당권파인 문병호 최고위원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손 대표는 한국당과의 통합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바른정당계는 통합에 대한 의구심이나 불신을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최고위원은 “유승민 전 대표가 한국당과 합당하지 않는다, 바미당으로 출마하고 여기서 승부를 보겠다고 선언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그는 갈등 상황이 계속된다면 분당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손 대표의 또다른 측근인 바미당 임재훈 사무총장은 “일부 의원들이 오직 ‘손학규 퇴진’에 정치적 목숨을 거는 것 같다”고 비판하며 퇴진파 의원들이 한국당과의 통합은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는 대국민선언을 한다면 당내 모든 상황에 대해 전향적으로 대화하고 협력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임 사무총장은 한국당과의 조국연대에 대해서는 “바미당과 한국당간 합당은 거듭 있을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고,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강하게 못 박았다.
 

▲ 최고위원회의서 발언하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입장 차이가 사안마다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지난 18일 바미당 윤리위원회는 하태경 최고위원에 대한 6개월 당직 직무정지 징계를 의결했다. 하 최고위원은 손 대표를 향해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말해 윤리위에 제소된 상태였다.

하 의원은 이날 윤리위 의결 직후 SNS를 통해 ‘원천무효’라며 “최고위원 과반수가 불신임한 윤리위원장은 자동 자격 상실”이라고 언급했다.

윤리위 징계가 있던 날 오신환·하태경·이준석·권은희·김수민 등 비당권파 최고위원 5명은 손 대표에게 안병원 당 윤리위원장의 불신임 요구서를 제출하며 맞불을 놨다. 지난 보궐선거 여론조사업체 선정 및 여론조사 관련 사기, 업무상 배임 사건과 관련해 안 위원장의 중립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손 대표는 “윤리위의 운영에 일절 관여한 바 없다. 혹시나 불필요한 오해를 살까 봐 안 위원장을 비롯해 윤리위원들에게 추석인사도 드리지 않았다”고 대응했다.

또 다른
보수연합?

손 대표의 하 최고위원 징계 결정에 따라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역학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하 최고위원의 직무정지로 구도가 4대4로 동률이 됐고, 당헌·당규상 손 대표가 의결권을 잡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당권파 측은 최고위원 과반수 동의로 안 윤리위원장의 불신임 요구서를 제출한 만큼 징계가 원천무효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권 전 혁신위원은 하 최고위원의 징계를 두고 “당 사당화를 위한 과욕”이라며 “어떤 기관보다 중립적이고 공정해야할 윤리위원회가 당 대표 한 사람의 사욕을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징계를 감행한 것 자체가 징계감”이라고 주장했다.

바미당 핵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내 실무를 맡고 있는 당직자들 사이에선 윤리위 개최 성립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징계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오 원내대표 측에서 최고위의 과반 동의로 안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 요구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최고위서 먼저 윤리위원장의 신임을 논의한 후 하 최고위원의 징계 여부를 따지는 것이 정당한 절차라는 얘기다. 그는 “절차까지 무시하면서 당직 정지를 하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비당권파 최고위원 4인은 윤리위 징계 결과에 따라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방안도 고려중 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손 대표 체제로 나아가는 데 비당권파가 한계를 느끼고 손 대표를 직접 압박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정치권에선 바미당이 내홍으로 분당될 경우 야권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정당 보조금 문제 등 여러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바미당 핵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임재훈 사무총장이 “호남계 의원들에게 합의이혼을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이후, 보조금을 통해 납입된 당 자산을 떼어줌과 동시에 안철수계 비례대표(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출당을 조건으로 탈당을 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당되면…어디로 붙을까?
빅텐트에 개혁 엔진 장착?

이와 관련된 의혹 제기에 임 사무총장은 “너무 앞서나가는 추측으로 사실 무근”이라며 “신뢰가 없는데 어떻게 정당보조금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 거명된 의원들과 관련된 얘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언론 쪽에서 분당 가능성을 물어볼 때 합의이혼 가능성이 있다 정도로만 대답했다”고 덧붙였다.

바미당의 내홍은 대안정치연대의 복당 문제와도 직결돼있는 사안이다.

임 사무총장은 지난달 9일 최고위원회의서 “만약 일부 의원들이 바미당에 개별적으로 온다면, 현재 당헌·당규상 녹록치 않기에 몇 가지 장애물을 제거해야 하지만 전향적이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대안정치연대와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실제 바미당 내 당권파를 중심으로 지난 달에 탈당을 선언한 대안정치연대의 영입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바미당 내 당권파 인사는 “평화당 비당권파 의원 중 일부가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안철수 전 바른정당 공동대표

안 전 대표의 역할론 역시 계속해 대두되고 있다. 문 최고위원은 지난달 9일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안철수 전 대표는 조기에 귀국해 바른미래당을 총선 승리의 길로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손 대표와 안 전 대표, 유 의원 3명이 연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호남과 더 많은 개혁 세력을 포괄하는 빅텐트를 치고 거기에 개혁 엔진을 장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은 안?
그의 선택은?

안 전 대표의 측근인 이태규 의원이 지난달 독일에 있는 안철수 전 대표를 만나 복귀 시점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 측근은 “안 전 대표가 총선 전에 복귀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며 “조만간 들어올 수도 있고 좀 더 손 대표의 거취를 보고 복귀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손 대표의 버티기로 내홍이 더 격화될 것인지, 안 전 대표의 귀국으로 새로운 국면을 시작될지 바미당의 ‘미래’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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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