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재불작가’ 김순기

그냥 그것이다 그냥 게으른 구름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서 김순기 작가의 개인전 김순기: 게으른 구름전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시활동을 펼쳐온 재불작가 김순기의 삶과 예술자연이 조화된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회고전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김순기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김순기는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71년 프랑스 니스의 국제예술교류센터 초청작가로 선발되면서 프랑스로 건너갔다. 니스 국립장식미술학교, 디종 국립고등미술학교 등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예술과 철학, 과학이 접목된 실험적인 작업을 지속해왔다.

다양한 매체로

그는 1980년대부터 파리 교외 비엘 메종의 농가를 개조한 작업실에 거주하면서 동서양의 철학, 시간과 공간 개념에 관한 탐구를 바탕으로 영상, 설치, 드로잉,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형화될 수 없는 예술과 삶의 관계를 고찰했다.

전시명 게으른 구름은 김순기가 쓴 동명의 시 제목서 따왔다. <게으른 구름>에는 김순기가 지향하는 예술의 의미와 삶의 태도가 담겼다. 자본주의 사회서 게으름은 삶에서 지양해야 할 불성실이나 나태 등으로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된다.

하지만 김순기에게 게으름은 타자에 의해 규정된 틀에 갇히지 않고 삶의 매분, 매초가 결정적 순간이라는 것을 긍정하면서 사유하고 행동하는 일이다. 그는 텃밭을 일구며 독서하고 붓글씨를 쓰는 일상의 모든 행위를 통해 예술이 매일 각자의 순간을 풍요롭게 만드는 삶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김순기의 예술세계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조명한다. 6전시실에서는 색 놀이 언어 놀이: 일기-작업실에서를 주제로 그가 작업실 주변서 수집한 돌멩이, 나무 등을 이용해 제작한 오브제와 판화, 일기를 비롯해 1970년대 초반 퍼포먼스 영상, 언어와 이미지 차이를 이용한 언어유희가 담긴 색 놀이연작, 작업실에서 보낸 사계절의 시간을 담은 이창등을 감상할 수 있다.

지하3층은 일화- 활쏘기와 색동’ ‘조형상황’ ‘빛과 시간으로 쓴 일기3가지 주제로 구성했다. 먼저 일화-활쏘기와 색동에서는 황학정서 국궁을 수련했던 김순기가 색에 대해 탐구한 회화와 퍼포먼스 영상 일화’ ‘만 개의 더러운 먹물자국등을 볼 수 있다.

1971년 프랑스로 건너가
자작시서 전시제목 따와

조형상황에서는 1971년부터 1975년까지 남프랑스 해변 등에서 현지 예술가, 관객들이 참여한 퍼포먼스를 소개한다. 빛과 시간으로 쓴 일기는 1980년대 초 프랑스 정부 지원으로 연구한 작품 중 1987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 출품했던 준비된 피아노애주-애주’ ‘Gre Gre’로 구성됐다.

7전시실에는 작업실에서의 고독과 탐구 vs. 예술적 교감으로 빛나는 여름밤을 주제로 실험적인 영역에 도전해온 김순기의 예술적 여정이 전시됐다. 1975년 한국서 열린 첫 개인전 김순기 미술제를 비롯해 1986년 존 케이지, 다니엘 샤를르 등을 초청해 개최한 멀티미디어 페스티벌 비디오와 멀티미디어: 김순기와 그의 초청자들관련 자료를 감상할 수 있다.

미디어랩에서는 신자유주의 시대, 예술의 의미를 주제로 비디오카메라를 메고 전 세계를 일주하면서 촬영한 가시오, 멈추시오호주 원주민의 제의 모습을 담은 하늘 땅, 손가락등이 걸린다. 자크 데리다, 장 뤽 낭시, 백남준 등과의 인터뷰 영상도 함께 볼 수 있다.
 

▲ 김순기, 빛의 길, 1998, 핀홀 카메라, 아날로그 C-프린트, 173x123cm

전시마당에는 2019년 현재의 시간과 공간을 고찰한 신작 퍼포먼스 시간과 공간 2019’를 선보인다. 입력된 명령만 수행하는 로봇과 초자연적인 존재로서 무당이 등장해 굿하는 소리, 전시마당 내 설치된 다양한 기구들이 내는 소리가 함께 어우러진다.


9월 중에 출간될 예정인 전시도록에는 미술평론가 성완경, 문혜진, 김남수의 작가론을 비롯해 마르세유 미술학교 제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정정화 교수의 회고록, 세계적인 비평가이자 큐레이터 제롬 상스의 인터뷰 등이 수록된다.

관객들에게는 김순기의 예술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작품세계 조명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예술가이자 시인, 연구자 김순기가 평생 걸어온 일상과 실천으로서의 예술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라며 해외에서는 왕성히 활동했지만 상대적으로 국내에는 덜 알려진 김순기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김순기는?]

1946년 충남 부여 출생

경력

프랑스 디종 국립고등미술학교 교수(20012012)
마르세이유 고등미술학교 교수(19742000)
니스 국립장식미술학교 교수(19741975)

학력

니스대학교 철학과 미학 전공(19891994)
엑상프로방스 대학교 기호학 DEA(19891994)
니스 국립장식미술학교 회화과 졸업(19711972)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수학(19661971)

개인전


‘O Time’ 아라리오 갤러리(2018)
일화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2017)
, 어디에, 시장을 넘어서, 침묵아트선재센터(2014)
‘Video by Soun Gui Kim’ Microscope Gallery(2013)
주식+꽃밭’ 175갤러리(2008)
김순기, 2008 Platform Seoul’ 예맥 갤러리(2008)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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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