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우민미술상 수상자’ 이수진

언어에 대한 배신과 믿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올해의 좋은 작가 미술상’은 충북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02년 만들어졌다. 이 상은 2016년부터 우민아트센터가 주최·주관을 맡으면서 2018년 ‘우민미술상’으로 다시 태어났다. 우민아트센터는 제17회 우민미술상 수상작가인 이수진의 개인전 ‘Language Is Treacherous 언어는 배신하지 않는다’전을 준비했다.
 

▲ 부엌 낭독 (A Kitchen Reading), 2018, HD 비디오, 컬러, 유음, 21분19초

지난해 5월 우민아트센터는 제17회 우민미술상 최종 수상자로 이수진 작가를 선정했다. 우민미술상 심사위원회는 “독창적 사고와 방법, 그 동안의 발표 실적과 미술계의 평가 등을 고려해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수진 작가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접목한 미디어 작품으로 독창성이 돋보이며, 어렵게 느껴지는 영상작업에 해석을 통한 접근은 지역서도 좋은 전시의 기회가 되리라 판단했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원문과 번역

우민아트센터는 지난 7일부터 이수진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 제목인 ‘Language Is Treacherous 언어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영어와 한국어 제목이 상반된 의미를 전하고 있다. Language is Treacherous언어는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인 반면 한국어 제목은 배신하지 않는다로 서로 상충된다.

이수진은 이러한 다소 과장된 일반 명제를 전시의 제목으로 삼아 언어가 우리의 기대를 배신하는 속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영어-한국어 문장은 원문과 번역처럼 제시되지만 실제로는 번역이 아니라, 각각 언어에 대한 불신과 믿음을 표현하는 상반된 의미의 두 문장이라며 이번 전시서 제시되는 여러 가지 번역의 방법과 그 의미를 전시의 제목을 통해 함축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해외에 거주한 경험서 비롯된 언어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이수진은 텍스트, 비디오, 퍼포먼스 작업을 해왔다. 언어 간의 번역, 말에서 글로, 글에서 말로의 이동 과정서 발생하는 번역의 불가능성과 불확실성의 공간에 주목한다.

특히 임의의 실험들을 통해 언어의 경험을 확장하거나 언어 체계 바깥의 말해질 수 없는미결정적 공간을 재확인시킨다. 이수진은 이 공간을 언어 공간(Language space)’이라고 언급하면서 매우 제한적인 동시에 연약하고 가변적인 공간으로 바라본다.

이번 전시에선 말하기만큼 쓰기로 시간성과 연결된 신체적인 행위임을 드러내는데 집중하거나 목소리의 탐구를 위한 방법론으로써 텍스트를 부각시킨다. 특히 ‘ephemeras’ ‘모스크바서 페투슈키까지의 소리(The Sound of Moskva-Petushki)’ ‘부엌 낭독(A Kitchen Reading)’이 눈에 띤다.
 

▲ 모스크바서 페투슈키까지의 소리(The Sound of Moskva-Petushki), 2019, 아티스트 북 설치, 가변 크기

이수진은 이 독립된 세 작업을 하나의 작품으로 구상하고 제작했다. 세 작품 모두 러시아의 콜롬나 아티스트 레지던시 체류기간 중에 제작했다. 모스크바서 페투슈키까지의 소리는 러시아 작가 베네딕트 예로 페에프의 책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를 직접 필사한 기록이 겹겹의 아코니언 형태로 설치돼 시간적이고도 신체적 경험으로의 확장을 유도한다.

영어-한국어 상반된 의미
미결정적 언어 공간으로

ephemeras는 영어와 러시아어로 구성된 파편적인 텍스트와 러시아 콜롬나서 촬영한 영상과 함께 베네딕트 예로 페에프의 책을 손으로 베껴쓰는 소리가 담긴 오디오 트랙으로 구성돼있다. 서로 언어를 모르는 인물들이 상호 소통을 위해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대화한 기록을 재구성하고 있다.

부엌 낭독은 이수진 자신이 영어로 쓴 자전적 텍스트를 소리내 읽고 옆에 앉아 있는 작가의 러시아인 친구가 다시 러시아어로 통역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텍스트가 쓰기, 읽기로 번역되는 과정과 그 의미에 대해 고찰한다.


‘셉템버(September)’는 몸과 언어를 묶어 생각하는 사회적 고정관념에 주목한 작업이다. 출생지나 인종과 같은 생득적 요건에만 의존해 언어구사 능력을 평가하고 대우나 처우에 있어 차별을 두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린 모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작업이다.

이수진은 영어 유치원 강사 채용 기준을 담고 있는 모순적인 위계 구조 내에서 애매한 위치를 점유한 탓에 원어민을 연기해야 했던 셉템버라는 인물의 인터뷰를 통해 언어와 불가분한 관계인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는 인물의 내적 갈등을 드러낸다.
 

▲ 소리 내 읽어주세요(Please Read Aloud), 2019, 종이에 타자, 295 x 210mm

‘'이것은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진짜 있었던 사랑 이야기(This is a story of for small children, a true-life love story)’는 영어 사전에 나오는 예문들서 발췌한 영어 자막이 원문으로, 한국어 내레이션은 원문의 번역 역할을 하고 있다. 내레이션은 영어 원문의 번역임에도 불구하고 소리로 들리기 때문에 원문으로 착각하게끔 한다.

이수진은 결국 자막, 내레이션, 이미지 이 세 가지 요소가 동일한 무게를 가지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편집해 이들 사이의 경계를 교란시키고 불분명하게 만든다. 자막과 이미지, 원문과 번역의 위치를 전복시키거나 유지하면서 긴장감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위치의 전복

우민아트센터 관계자는 이수진은 언어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임의의 실험을 통해 언어의 경험을 확장시키거나 언어 체계 바깥의 미결정적 공간을 재확인시키는 작업을 지속해왔다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시는 다음달 21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이수진은?]

1978년생

개인전

‘Language Is Treacherous 언어는 배신하지 않는다’ 우민아트센터(2019)
‘Performing Translation’ 아트코뮤날카 갤러리(2018)
‘말 사이의 거리’ 케이크 갤러리(2016)
‘detached reading. Korean text’ 타이가 스페이스(2015)
‘Transcribe’ 토마스 헌터 프로젝트 스페이스 갤러리(2014)
‘Voicing the Sound’ A.I.R.갤러리(2013)
‘Sujin Lee: This is a story for small children. A true-life love story’ AC 인스티튜트(2013)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